탈북자 도우미 한충렬 목사 피살 미스터리

북한에 교회 만들다 당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또 다시 북중접경지역에서 개신교 목사가 피살되는 일이 벌어져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장백현에서 살해 당한 한충렬 목사는 지난 20여년간 탈북민과 북한인을 대상으로 구호 및 선교활동을 해오면서 북한 당국의 미움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한 목사가 북한 내 지하교회 설립을 지원했고, 중국 공안에게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다는 말도 들린다. 해외 지원 창구를 두고 교회 내부에 알력도 있었다.

한충렬(49) 장백교회 담임목사는 지난달 30일 오후 2시께 지인의 전화를 받고 외출했다가 연락이 끊어졌다. 이 날은 토요예배가 있던 날로, 예배가 예정된 오후 6시가 돼도 설교자인 한 목사가 나타나지 않자, 가족과 교회 관계자가 중국 공안에 실종신고를 했다. 그가 실종된 18도구(중국의 행정구역) 지역은 밀무역이 성행하는 북중접경지역으로 검문소마다 통행 차량에 대해 전산으로 등록이 되도록 돼 있다. 공안이 한 목사의 차량을 수배하자, 검문소마다 지난 시간이 확인되면서 그의 위치가 빠르게 파악됐다.  

중국 공안 주시
여러 차례 조사

같은 날 오후 8시, 한 목사는 창바이(長白)현 근처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근처에 그의 자동차가 주차돼 있었고 평소 지니고 다녔던 휴대전화 2대는 사라지고 없었다. 시신의 목엔 뚜렷한 자상 흔적이 발견됐고 뒷머리가 함몰돼 있었다. 

시신의 목에 난 치명상을 두고 살인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은 특수부대원의 소행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현지 주민은 중국 공안에 사건 당일 한 목사가 “남성 2명과 다투는 모습을 봤다”면서 “이후 해당 남성들이 북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봤다”는 진술을 했다고 알려졌다.

북한과 중국의 현지사정에 정통한 한 대북 소식통은 “그날 한 목사는 북한 양강도 혜산에 있는 지하교회 관계자를 만나러 18도구에 갔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탈북자를 도와준 것 때문에 피살된 것은 아니다. 그런 활동은 20년 전부터 해오던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북한지하교회를 공격적으로 선교하고 확장하면서 장백교회의 집사 몇 사람이 북한을 드나들었다”며 “이 과정에서 집사 한 사람이 북에 들어갔다가 안 돌아왔다. 아마도 혜산시 보위부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감금됐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이 대북소식통에 의하면, 무사히 돌아온 집사 3명이 보위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교회 관계자들은 돌아오지 못한 집사도 보위부에 구금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집사는 재중동포 장문석(50)씨로 지난 2014년 11월1일 납치 당했다. 현재 그의 아내와 딸이 가장의 무사귀환을 기다리고 있으며, 90세 노모는 아들을 기다리다가 지난 2월 사망했다.

교회 교인과 한국의 지인들이 한 목사에게도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며 절대 혼자 다니지 말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한 목사는 사람들과 항상 함께 다녔으나 그날만큼은 혼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식통은 “북한지하교회 관계자가 보위부에 체포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 관계자가 보위부에 포섭돼 한 목사를 만나러 암살조와 함께 18도구로 넘어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북한지하교회 교인들이 많이 체포될 거다. 피바람이 불 것”이라며 “북한정권이 지하교회를 확장하고 활성화시키는 것을 좌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작하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20년간 탈북·북한인 대상 구호·선교
창바이 야산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이와 관련해 선민네트워크와 탈북동포회 측은 지난 4일 성명서를 내고 북한 내에서 성경 공부를 하던 청년들이 체포돼 그 중 3명이 올해 1월 총살됐다고 주장했다. 이 청년들은 한 목사를 통해 기독교를 접하고 기독교인이 됐다. 현재 중국동포사회에선 사라진 한 목사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와 연락처를 통한 추가 테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휴대전화 내에 장백교회를 지원해온 미국 및 한국의 단체와 선교사, 목사들의 연락처가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한국 내 고인을 아는 개신교 관계자가 비교적 많이 있고, 한 목사와 장백교회 측이 단순히 탈북민과 북한주민을 돕는 활동뿐만 아니라 북한 내에 지하교회를 설립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온 것이 교계와 북한인권운동계 내에 대체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라는 것이 파악됐다. 고인은 그동안 탈북자 구호활동을 편 탓에 북한독재정권의 미움을 샀고, 북한 내부에 지하교회 설립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살된 것으로 보인다.

해외 지원 두고
교회 내부알력도

실제로 중국 내 소식통들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한 목사가 북한 보위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살해 위협을 받았고 납치 시도도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특히 북한 보위부는 탈북자나 중국을 오가는 상인으로 위장해 선교사 및 목사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함께 예배를 보고 성경 공부를 하면서 수년간 신뢰를 쌓은 후 유인 납치하는 것이 보위부의 수법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고인이 혼자서 18도구로 간 것도 평소 잘 알고 지낸 이가 불러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을 자주 방문하는 한 북한학 연구자에 따르면, 고인이 담임목사로 시무하던 장백교회는 장백현에선 큰 규모의 교회라고 한다. 이 연구자는 “교인이 많은 큰 교회다. 교회에서 큰 길로 나가면 바로 폭이 좁은 개울 너머가 북한”이라며 “한국사람이 가긴 위험한 지역이다. 촬영도 못하게 한다. 한 목사의 창고에 구호품이 상당히 많았다”고 전했다.  

해당 지역은 작은 개울을 사이에 두고 북한 혜산과 마주보는 곳으로, 양국 사이에 밀무역이 성행하고 있다. 집집마다 소형 고무보트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이 모두 밀수에 쓰이는 배다. 또 압록강의 폭이 좁고 수심이 얕아서 대표적인 탈북 루트 중 하나로 꼽힌다.

한 목사는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밀무역을 하는 북한인들을 대상으로 성경을 가르쳐 북한 내부에 파송하는 역할을 조용히 해 왔다고 알려졌다. 북한과 밀무역을 하는 교회 신도들이 국경지역 북한청년들을 자신의 집에 데려오면 한 목사가 해당 신도의 집으로 가서 성경을 가르쳤다. 이렇게 기독교를 접한 북한주민들이 북한으로 들어가 ‘점조직화’해 지하교회를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이유로 장백교회와 북한 양강도 보위부는 지난 수년간 ‘기싸움’을 벌여왔다. 북한 보위부가 북한을 드나드는 교인 4명을 죽이겠다는 말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 

앞서의 대북소식통은 “한 목사가 공안 조사를 받았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며 “중국 국가안전부(정보기관)가 계속 주시해왔다. (선교활동과 지하교회 설립을) 적극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 문제 제기를 많이 당했다. 조사를 많이 받은 걸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고인은 지난 1993년 지린성 백산시 조선족자치현에 장백교회를 세운 후 북한에 대량 아사 사태가 발생했던 1990년대 중반 이후로 20여년간 탈북자와 북한주민을 상대로 구호 및 선교활동을 해왔다. 미국, 호주, 캐나다, 한국 내 선교단체의 지원도 받았다.

이러한 해외 지원을 두고 교회 관계자들과 알력도 있었다. 한 목사가 모든 지원을 자신을 통해 일원화하길 원하자, 교인이나 집사가 반발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두고 한 목사가 사적으로 원한을 산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뒷머리 함몰 목에 자상 흔적
살인교육 받은 보위부 소행?

중국 공안은 현재 한 목사의 피살에 대해 수사 의지가 거의 없다는 전언이다. 사건이 발생한지 이틀 만인 지난 2일, 서둘러 유가족에게 시신을 인계했다. 장백교회는 3일 오전 교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 목사의 장례 예배를 가졌다. 중국정부가 보도 통제를 한 탓인지 이번 사건이 중국 언론에서 보도된 바도 없다. 한 목사가 중국 국적자이므로 중국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어야 하나 북한과 관련된 사안으로 보고 민감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한국의 정보당국이 정보원을 목사나 선교사로 키우는 경우가 자주 있으나, 한 목사는 동북신학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5년 백산시 기독교 양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정통신학 계열의 목회자다. 서울에서 신학 공부를 한 경력도 있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은 탓에 한쪽 다리를 절었으나 국내 교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안팎으로 신임이 높았다.
 

앞서의 북한학 연구자는 고인에 대해 “순수한 목회자였다”면서 “복음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설교도 잘하고 지역에서 신뢰가 높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사리분별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북한 바로 코앞에서 노골적으로 선교하지 않는다. 신변에 위협을 느끼면서까지 무대포로 북한 사역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분야에 노하우가 있어서 전략적으로 잘해왔다”고 덧붙였다. 

북한 상대 활동가
300명 납치·살해

북한은 지난 20년간 탈북자를 도운 선교사와 목사, 북한인권운동가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왔고 현재까지 약 300명을 납치·살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1995년 안승운 목사를 납치했고 2000년 김동식 목사를 납치했다. 두 사람 모두 납북된 후 자살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정확한 최후는 밝혀진 바가 없다. 2011년엔 김창환 선교사를 독침으로 독살했다.

현재도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와 캐나다 국적의 임현수 목사가 북한에 억류돼 있다. 이러한 납치, 살해 및 억류에 대해 한국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중국정부도 자국민 보호에 앞장서는 한편 자국 내 북한공작원의 활동을 더 이상 묵인, 방조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 관료에 당한 캄보디아 카지노 스토리

해외 파견 북한 관료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 불법도박장에서 북한 관리들이 도박을 한 후 도박 빚을 북한화폐로 갚고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 중인 북한의 해외 파견 관료들이었다. 이들이 개설한 도박 사이트는 여러 가지 눈속임과 조작을 통해 돈을 잃게 만드는 불법 사이트로, 한국, 일본,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접속하는 사이트였다.   

이들은 프놈펜의 한 카지노 내 불법도박장에서 판돈에 상한액을 두지 않는 도박을 즐겼다.  이 과정에서 카지노 측에 20만 달러를 빌려 썼다가 모두 잃고 빚을 독촉 받는 처지가 됐다. 카지노 측은 달러로 빚을 갚을 것을 요구했으나 이들은 달러가 없다며 북한화폐로 빚을 갚겠다고 제안했다.

캄보디아와 북한은 1964년 수교를 맺은 후로 1970년대 시하누크 국왕이 북한에 망명해 김일성과 친분관계를 유지할 정도로 각별히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12월엔 북한이 캄보디아 씨엠립에 박물관을 열 정도로 양국 사이에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졌다.  

카지노 측은 북한화폐를 받기로 결정했고, 북한 관리들은 북한화폐 5000원권이 가득 든 마대 2개를 건네고 프놈펜을 빠져나왔다. 카지노 측은 중앙은행에서 제시한 공식환율을 적용해 1달러 당 ‘20원’으로 계산해서 북한화폐를 받았다.

북한화폐를 처분하고자 그 즉시 구매자를 수소문 했다. 교민사회에 소문이 퍼지면서 한국의 국군정보사령부가 개입했다. 

카지노 측은 정보사령부 관계자로부터 “1달러 당 북한 돈 2500∼3000원은 받아야 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카지노 관계자들은 북한화폐의 공식환율과 블랙마켓의 실제 환율이 100배가량 차이가 난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정보사 측도 제보를 접수하고 카지노 측과 접촉하기 전까지 2009년에 있었던 북한의 화폐개혁 이전의 구권이나 위조지폐일 것이라고 여겼다. 북한인들이 실제론 20만달러가 아닌 2000달러 정도만 갚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고 카지노의 건달들이 북한인들을 “죽이겠다”며 뒤를 쫓았지만 이들은 이미 방콕으로 도주한 후였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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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미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쏠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정청래 고립 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친정청래계의 십자포화를 견디면서까지 존재감을 키우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오는 8월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의 내홍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표직 사퇴 이후 사실상 연임을 선언한 정청래 전 대표는 ‘민주당 전통성’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인 점 등을 강조하면서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타깃은 한 명뿐 그런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건 또다른 후보군인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초반부터 매섭게 정 전 대표를 몰아세우며 그의 적통성 행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가 친노(친 노무현)·친문 등 정체성을 부각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다른 분이면 몰라도 정 전 대표는 (친노의) 적통성을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노사모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 추진위원회’을 꾸리면서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7년 노무현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시 의장(현 통일부 장관)과 더 가깝다는 평이 나오면서 적통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이렇게까지 하느냐. 100% 허위 사실”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송 의원은 “당일 정 전 대표를 본 기억이 없어서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도 못했다는 말을 했다”며 사과의 뜻을 건넸다. 송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 발언의 요체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사실이다. 다시 이런 비극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당시)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또다른 논란을 꺼내 들었다. 이는 친청(친 정청래)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계파 대리전으로 번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제는 한미 FTA 찬반까지 끌어와 당 대표 경선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이런 편파적 파묘 안 하시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은 필연이지만 팩트로 논쟁하자”며 “적통 논쟁도 하지 말자. 지금은 AI시대”라고 말했다. “네가 친노?” 20년 전 사건까지 파묘 거세게 몰아치는 ‘정청래 고립 작전’ 최 의원은 송 의원의 ‘사당화’ 주장에도 반박했다. 앞서 송 의원은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려면 할 일이 많은데 우리 민주당은 운동장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 아니면 당무에서 거의 배제되고 최고위원도 자기들끼리만 한다”며 사당화를 도마 위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송 의원이 정 전 대표를 비난하면 기다렸다는 듯 재래식 언론이 줄줄이 보도한다. 민주당이 극복한 ‘문모닝(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의 악몽이 되살아나려 하는데 막을 사람이 바로 송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정 전 대표는 “소모적 적통 논쟁을 하지 말자”며 싸움을 그만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위대한 대통령 누구의 적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전우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압을 함께 뚫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는 목숨 걸고 국회 담장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말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면서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서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하며 지지자 간의 갈등 봉합을 시도했고, 보안수사권 폐지 역시 정부가 먼저 치고 나오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퇴로까지 끊었다 정 전 대표의 전당대회 필살기가 사라졌다. 여기에 친문 의원들조차 “하늘에 계신 분들이 (정 전 대표의 적통성을) 인정하겠나” 등 표현으로 거리를 두면서 고립 직전에 놓였다. 정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송 의원의 여론전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여의도 밖 스피커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ABC론’ ‘증축·재건축론’ 등을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향해 “간신은 주군 옆에서 권력을 독점해 똑똑하고 새로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코어 지지층이 바란 것은 중도·보수로의 ‘증축’이지만 이 대통령은 원주민(코어 지지층)과 상의 없이 ‘재건축’에 나서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증축·재건축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송 전 대표는 YTN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충신은 자기 주군의 성공을 위해서 더 똑똑한 사람, 새로운 사람을 계속 영입한다”며 유 작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일 송 의원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정 전 대표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김민석 전 총리와 송 의원 둘 중 누구든 결선에 진출해 ‘반 정청래’ 전선을 꾸리는 것이 1차 목표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송 의원은 당 대표를 하겠다는 열망보다 정 전 대표를 막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 보인다”고 봤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을 개별 후보가 아닌 김 총리의 페이스메이커로 보는 분위기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 총리가 거칠게 나올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송 의원이 ‘정청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래전 큰 그림 송 의원의 의중과 상관없이 두 사람의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1인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손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석+송영길 대 정청래’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압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는 시점에 김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점치고 있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뒤 물러서는 방식으로, 이럴 경우 확실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체급을 키운 뒤 청와대에 외교부 장관 등 자신이 희망하던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입성 이후 송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입각설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송 의원은 자칭타칭 ‘외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문재인정부 당시 러시아 특사를 지냈으며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초기 위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외교·통일 정책 비전을 밝혀왔다. 지난 2월 복당을 앞둔 때에는 향후 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부산 벡스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북극 항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부산시당 주최 특강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외교 현안에서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송 의원은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한국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입장”이라며 “전쟁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 항로를 열기 위해서는 실용주의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4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 출국길에 올라 전방위 외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송 전 의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미 의회 지도부와 연쇄 면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경제 제재 예외 조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당 후 역할은…” 마음은 다른 곳에?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송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서면 축사를 대독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지호 전 의원은 송 의원이 “양손에 떡을 다 쥘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하며 “누군가 송 의원에게 ‘너 외교부 장관 할래, 당 대표 할래?’라고 묻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 대표라고 답한다.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를) 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교부 장관으로 가는 것이고, 지금의 이런 것들이 또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 양쪽 접근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는 만큼 송 의원의 당권 레이스 완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치러진 전당대회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미 민주당에 조직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당원 등 100여명이 모여 ‘8·17 전당대회, 응답하라 송영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송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와 갈등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낼 검증된 지도력이 절실하다. 송영길 의원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평가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가 아는 송영길 의원은 (김 전 총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든지 1등을 하기 위해서 나가고, 만약에 결선투표로 간다면 1등, 2등 해서 결선에 가서 이기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송 의원이 누구를 위해서 자기가 페이스메이커로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손에 쥔 꽃놀이패 송 의원 역시 본인이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후보자들은 일종의 면접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고 인사권자인 당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선투표 제도가 없다면 단일화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전당대회는 제도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다”며 완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완주한다면 정 전 대표와 청와대라는 양강 구도에 변수가 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 판세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바뀔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복귀 김민석, 전대 신호탄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대표를)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은 지금 발견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총리직에서 퇴임해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이같이 밝힌 김 전 총리는 유튜브 채널 ‘오마이TV’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제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다른 색깔, 역량, 스타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로 (정부 출범 후) 최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의 역할 폭과 숙제 크기가 더 넓고 커지고 강해졌다. 이제 당이 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이 어떻게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다”며 “대한민국 역사의 황금시대 도래, 그 첫 장을 이재명정부가 열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초 정 전 대표가 시도했다가 무산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도 꺼내들었다. 김 전 총리는 “그것(합당)을 풀어가는 데 문제 제기와 과정이 잘못돼서 일을 그르쳤다고 본다”며 “같은 세력은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통합과 연대와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을 할 것이냐 연대를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당이 스스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