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버이 게이트’ 폭로 내막

“탈북자끼리 싸우다 외부에 알려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과 재향경우회 등으로부터 거액을 지원 받고 청와대와 국정원까지 연결돼 있다는 의혹이 지난 몇 주 간 국내뉴스를 잠식했다. 계속해서 드러나는 커넥션 의혹도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발단은 의외의 곳에서 사소하게 시작됐다. 한 탈북자단체장과 해당 단체 총무 사이의 갈등이 그것이다.      
 

탈북자단체장 김모씨는 해외에서 탈북자 구출 일을 하면서 북한의 최신 정보를 많이 아는 탈북자로 유명하다. 그는 탈북자뿐 아니라 북한에서 건너온 화교나 조선족 출신으로 북한 국적을 받은 북한이탈주민들도 보살펴왔다. 각종 단체나 기업으로부터 물품을 기부 받아 어려운 탈북민들을 돕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사소하게 시작

김 대표는 또 어버이연합 등 보수성향 단체들과 연합해 지난 몇 년 간 수많은 집회를 열어 왔다. 어버이연합 측은 산하에 ‘남북보수연합’이라는 연합체 성격의 단체를 만들어 전 탈북자단체를 아우르려 했다. 김 대표의 단체에서 2012년 4월부터 총무 직함으로 일한 탈북여성 김모씨가 양 단체를 오가며 중재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대표를 비롯한 여타 탈북자단체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어버이연합 측은 회원 단체를 모을 수 없었다.

한 탈북자단체 관계자는 당시 <일요시사>에 “어버이연합 측이 힘 있는 사람들이 우리 뒤를 봐 준다고 과시하고 다닌다”면서 “청(청와대)이랑 연결돼 있다는 둥, 원(국정원)이랑 연결돼 있다는 둥 말하고 다닌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어버이연합이 북한 문제와 무관한 국내 정치 문제에 자꾸 탈북자들을 동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결별하게 됐다”고 여러 차례 언론에 강조했다.    

그러다 지난 2014년 12월, 총무 김씨가 어버이연합 내에 탈북어버이연합이라는 단체의 임원으로 옮겨갔다. 그 후 어찌된 일인지 양측은 서로 고소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김씨는 원래 김 대표의 ‘측근’으로 탈북자사회의 복수 진술에 의하면 김 대표가 김씨에게 단체의 일을 모두 일임할 정도로 신임했다고 한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인들에게 “남편도 없이 두 아이를 키우는 김씨가 딱하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러나 어버이연합으로 옮겨간 김씨는 김 대표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김 대표의 '횡령일지'를 작성해 널리 퍼뜨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김 대표를 탈북민이 아닌 ‘조선족’이라고 주변에 주장했다. 최근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공개한 김 대표에 관한 비방 영상이 사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대표도 김씨를 ‘간첩’이라고 국정원에 제보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조선족 출신으로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북한에 들어가 북한국적을 취득한 북한인 출신이다.

또 김 대표의 요청으로 국정원 측이 김씨가 단체에서 쓰던 컴퓨터를 조사하기 위해 수거해 갔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2015년 초로, 유우성씨 간첩조작사건 이후로 국정원은 간첩사건에 소극적이었다. 
 

김씨의 남편은 지난 2005년께 중국에서 실종됐다. 이를 두고 탈북자사회에선 납북 혹은 자진 월북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남편이 실종된 후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 확인은 하지 못했다. 국정원은 남편의 실종과 관련해 김씨가 북한과 연결돼 있다는 혐의를 찾지 못했다.

김 대표 측은 “김씨가 단체를 나간 후 수시로 사람을 보내 단체를 접으라고 압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지시설·전경련 지원설 일파만파
내부 관계자 간 갈등…여기서 의혹 비화

김씨가 경찰에 사기로 김 대표를 고발하면서 조사가 시작됐고 지난 1월 말, 김 대표는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보도로 어버이연합에 돈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진 단체 중 한 곳이 김 대표에게 1인당 15만원을 지급하라고 송금을 했으나 실제로 김 대표가 13만원을 착복하고 2만원만 지급했다는 내용도 고발내용에 포함됐다.  

그러나 경찰은 김 대표를 ‘남북하나재단’ 국고보조금 등 1억3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만 지난 1월 말 검찰에 송치했다. 해당 보조금은 해외에 있는 탈북자를 긴급 구출해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 사용하도록 지급된 금액이다.

김 대표와 김씨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도 함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탈북여성을 위한 여성쉼터사업 명목으로 받은 보조금 6000만원을 전액 유용한 혐의다.

김 대표는 지난해 6월15일 “총무직을 그만두면서 단체 운행차량을 가져가 임의처분하고 받은 보험 해지환급금을 밝히라”며 김씨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또 김 대표 측이 제시한 ‘은행 이체결과 조회’ 서류엔 총무 김씨가 단체로부터 수십 만원의 돈을 여러 차례 송금 받은 사실이 적시돼 있다. 단체 측은 이에 대해 “김씨 측이 총무로 일하면서 단체 계좌에서 직접 자신의 계좌로 송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이랑 연결
원이랑 연결”

경찰에 수 차례 불려 다니고 자신이 수년 간 도맡아 하던 관제데모까지 탈북단체 임원이 된 김씨에게 옮겨가자 김 대표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씨는 어버이연합으로 자리를 옮겨 탈북어버이연합(현 자유민학부모연합)과 탈북어머니회 임원이 되면서 어버이연합의 실권자인 추선희 사무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어버이연합의 회장은 심인섭씨이지만 재정과 각종 집회 개최 등 실제 운영은 추 사무총장이 도맡고 있다. 그는 자유네티즌구국연합과 박정희 대통령 바로알기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다가 2006년 어버이연합 설립을 주도했다. 현재 추 사무총장은 자금 출처, 청와대 지시 의혹 등과 관련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올해 초, 탈북자단체가 연합해 합동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새누리당 A의원을 어버이연합을 비호하는 세력으로 지목하고 ‘A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자회견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이번 의혹의 시작이 된 <시사저널> 보도를 두고 어버이연합 측은 김 대표와 그 측근인 이모씨를 제보자로 지목하고 나섰다. 어버이연합 측이 두 사람의 자택 앞에서 ‘보복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씨는 어버이연합에 의해 언론에 회계장부를 넘긴 인물로 지목되면서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씨는 기자가 여러 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냈음에도 회신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JTBC>는 지난 24일, 이씨가 집회현장에 사람을 동원하면서 1000만원을 맡기면 10만원을 이자로 지급하겠다며 사람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21일 새벽엔 김 대표 자택 부근에서 괴한이 서성이면서 김 대표가 수서경찰서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의혹이 줄줄이 터지면서 추 총장 측은 김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추 총장은 지난 22일 “범법자의 세 치 혀에 놀아났다”면서 “이 분에게 이용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추 총장은 한 보수단체 대표에게 메시지를 보내 김 대표가 중간에서 ‘자폭’했다고 비틀기도 했다.    

집회 동원·단체 운영금 두고 알력 
“힘있는 사람들이 뒤 봐준다” 과시

김 대표는 한국에 입국하기 전까지 불법입국 혐의로 미얀마감옥에서 3년을 복역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입국 후에도 국정원으로부터 조선족과 한족으로 차례로 오해를 받으면서 7년에 걸친 긴 법정 다툼 끝에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김 대표는 탈북자 지위를 받지 못한 북한 출신자나 화교를 돌보는 일에 발벗고 나섰다. 국내에 북한인권단체가 여럿 있지만 보증금을 법무부에 납부하고 신원보증을 한 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직접 가서 보호해제된 북한 출신 화교들을 데려오는 일도 여러 차례 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본인 소유 땅에서 나는 농산물을 어려운 탈북민에게 나눠주는 선행도 했다.   

김씨 역시 탈북자들을 모아 주말에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 설엔 이들을 위로하는 행사를 개최해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평양 출신의 한 탈북자는 “탈북자들은 명절이면 갈 곳도 없고 외로움을 부쩍 느낀다. 김씨가 지난 설에 탈북자들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씨가 한복을 입고 동포들에게 큰 절을 하는데 감동 받아 눈물이 났다. 선물도 여러 개 마련해 나눠줬다”면서 “2만원이 아쉬워 뭘 하는지도 모르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많다. 이번 일로 탈북자의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남한사회의 경제적 약자인 탈북자를 동원해 여론을 호도하는 일에 이용한 것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다. 사건 당사자들이 다툼을 벌인 것도 남한 집권층이 이들에게 던져준 한줌의 이권 때문이다. 집회 참가자도 노숙인과 독거노인, 퇴역 경찰과 군인 등 실제론 남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대일 북한인권제3의길연구소장은 “경제적 약점을 잡아서 탈북자를 동원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동원체제에서 평생을 살다온 탈북민의 맹목적인 국가주의와 당에 대한 충성을 남한이 이용한 것이다. 그들은 그것이 애국하는 길인 줄 안다. 민주시민으로 변화시키지 않고 독제체제의 인민으로 계속 남겨두는 것”이라고 평했다.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어버이연합을 내세운 국정원의 정치개입 문제가 밝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탈북자정책도 예산 투자가 많음에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예산의 중복 사례가 많고, 북한인권문제나 북한인권법, 대북전단, 관련 재단 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탈북자 일자리와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정착지원정책의 실패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데모에 탈북자 동원하는 까닭

각종 보수단체와 이익단체, 종교단체 집회에 탈북자가 동원되는 것은 이들이 남한사회의 ‘경제적 약자’라는 것 외에도 다양한 까닭이 있다.

정대일 소장에 따르면, 보수단체의 각종 집회에 참여해온 남한 사람들은 대부분 노쇠한 퇴역군인들로 일사분란하게 모이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이에 비하면 탈북자들은 비교적 젊은 연령대의 사람들도 집회에 참여할 수 있다.

또 북한사회는 출생부터 사망까지 당 생활을 비롯해 각종 조직활동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조선민주여성동맹, 조선직업총동맹,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조선농업근로자동맹 등 각종 대중조직 생활이 몸에 밴 이들로 공동으로 모여 활동하는 것에 위화감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남한에 와서도 조직생활을 찾아 교회 등에서 공동체생활을 영위한다. 탈북자들은 각종 집회에 모여 고향사람을 만나고 돈도 벌고 도시락을 받아 끼니를 해결하고 외로움도 달랜다고 여기며 집회에 참여해 온 것이다.

이 외에도 탈북자들은 서울의 가양, 거여 등 영구임대아파트단지에 집단 거주하고 있어 단시간 내에 쉽게 인원을 모을 수 있다. 탈북동포 2만9000여명 중 30%가량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시간을 내기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도 낮 시간에 1∼2시간가량 참여하는 집회에 참여하기 좋은 조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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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미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쏠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정청래 고립 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친정청래계의 십자포화를 견디면서까지 존재감을 키우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오는 8월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의 내홍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표직 사퇴 이후 사실상 연임을 선언한 정청래 전 대표는 ‘민주당 전통성’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인 점 등을 강조하면서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타깃은 한 명뿐 그런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건 또다른 후보군인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초반부터 매섭게 정 전 대표를 몰아세우며 그의 적통성 행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가 친노(친 노무현)·친문 등 정체성을 부각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다른 분이면 몰라도 정 전 대표는 (친노의) 적통성을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노사모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 추진위원회’을 꾸리면서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7년 노무현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시 의장(현 통일부 장관)과 더 가깝다는 평이 나오면서 적통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이렇게까지 하느냐. 100% 허위 사실”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송 의원은 “당일 정 전 대표를 본 기억이 없어서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도 못했다는 말을 했다”며 사과의 뜻을 건넸다. 송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 발언의 요체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사실이다. 다시 이런 비극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당시)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또다른 논란을 꺼내 들었다. 이는 친청(친 정청래)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계파 대리전으로 번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제는 한미 FTA 찬반까지 끌어와 당 대표 경선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이런 편파적 파묘 안 하시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은 필연이지만 팩트로 논쟁하자”며 “적통 논쟁도 하지 말자. 지금은 AI시대”라고 말했다. “네가 친노?” 20년 전 사건까지 파묘 거세게 몰아치는 ‘정청래 고립 작전’ 최 의원은 송 의원의 ‘사당화’ 주장에도 반박했다. 앞서 송 의원은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려면 할 일이 많은데 우리 민주당은 운동장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 아니면 당무에서 거의 배제되고 최고위원도 자기들끼리만 한다”며 사당화를 도마 위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송 의원이 정 전 대표를 비난하면 기다렸다는 듯 재래식 언론이 줄줄이 보도한다. 민주당이 극복한 ‘문모닝(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의 악몽이 되살아나려 하는데 막을 사람이 바로 송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정 전 대표는 “소모적 적통 논쟁을 하지 말자”며 싸움을 그만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위대한 대통령 누구의 적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전우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압을 함께 뚫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는 목숨 걸고 국회 담장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말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면서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서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하며 지지자 간의 갈등 봉합을 시도했고, 보안수사권 폐지 역시 정부가 먼저 치고 나오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퇴로까지 끊었다 정 전 대표의 전당대회 필살기가 사라졌다. 여기에 친문 의원들조차 “하늘에 계신 분들이 (정 전 대표의 적통성을) 인정하겠나” 등 표현으로 거리를 두면서 고립 직전에 놓였다. 정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송 의원의 여론전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여의도 밖 스피커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ABC론’ ‘증축·재건축론’ 등을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향해 “간신은 주군 옆에서 권력을 독점해 똑똑하고 새로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코어 지지층이 바란 것은 중도·보수로의 ‘증축’이지만 이 대통령은 원주민(코어 지지층)과 상의 없이 ‘재건축’에 나서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증축·재건축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송 전 대표는 YTN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충신은 자기 주군의 성공을 위해서 더 똑똑한 사람, 새로운 사람을 계속 영입한다”며 유 작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일 송 의원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정 전 대표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김민석 전 총리와 송 의원 둘 중 누구든 결선에 진출해 ‘반 정청래’ 전선을 꾸리는 것이 1차 목표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송 의원은 당 대표를 하겠다는 열망보다 정 전 대표를 막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 보인다”고 봤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을 개별 후보가 아닌 김 총리의 페이스메이커로 보는 분위기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 총리가 거칠게 나올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송 의원이 ‘정청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래전 큰 그림 송 의원의 의중과 상관없이 두 사람의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1인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손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석+송영길 대 정청래’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압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는 시점에 김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점치고 있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뒤 물러서는 방식으로, 이럴 경우 확실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체급을 키운 뒤 청와대에 외교부 장관 등 자신이 희망하던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입성 이후 송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입각설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송 의원은 자칭타칭 ‘외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문재인정부 당시 러시아 특사를 지냈으며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초기 위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외교·통일 정책 비전을 밝혀왔다. 지난 2월 복당을 앞둔 때에는 향후 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부산 벡스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북극 항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부산시당 주최 특강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외교 현안에서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송 의원은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한국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입장”이라며 “전쟁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 항로를 열기 위해서는 실용주의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4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 출국길에 올라 전방위 외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송 전 의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미 의회 지도부와 연쇄 면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경제 제재 예외 조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당 후 역할은…” 마음은 다른 곳에?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송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서면 축사를 대독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지호 전 의원은 송 의원이 “양손에 떡을 다 쥘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하며 “누군가 송 의원에게 ‘너 외교부 장관 할래, 당 대표 할래?’라고 묻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 대표라고 답한다.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를) 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교부 장관으로 가는 것이고, 지금의 이런 것들이 또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 양쪽 접근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는 만큼 송 의원의 당권 레이스 완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치러진 전당대회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미 민주당에 조직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당원 등 100여명이 모여 ‘8·17 전당대회, 응답하라 송영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송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와 갈등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낼 검증된 지도력이 절실하다. 송영길 의원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평가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가 아는 송영길 의원은 (김 전 총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든지 1등을 하기 위해서 나가고, 만약에 결선투표로 간다면 1등, 2등 해서 결선에 가서 이기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송 의원이 누구를 위해서 자기가 페이스메이커로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손에 쥔 꽃놀이패 송 의원 역시 본인이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후보자들은 일종의 면접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고 인사권자인 당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선투표 제도가 없다면 단일화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전당대회는 제도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다”며 완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완주한다면 정 전 대표와 청와대라는 양강 구도에 변수가 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 판세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바뀔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복귀 김민석, 전대 신호탄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대표를)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은 지금 발견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총리직에서 퇴임해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이같이 밝힌 김 전 총리는 유튜브 채널 ‘오마이TV’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제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다른 색깔, 역량, 스타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로 (정부 출범 후) 최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의 역할 폭과 숙제 크기가 더 넓고 커지고 강해졌다. 이제 당이 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이 어떻게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다”며 “대한민국 역사의 황금시대 도래, 그 첫 장을 이재명정부가 열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초 정 전 대표가 시도했다가 무산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도 꺼내들었다. 김 전 총리는 “그것(합당)을 풀어가는 데 문제 제기와 과정이 잘못돼서 일을 그르쳤다고 본다”며 “같은 세력은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통합과 연대와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을 할 것이냐 연대를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당이 스스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