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되나’ 남성 성기확대술 딜레마

'과유불급' 키우려다 영영 잃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여성이 눈·코 성형에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남성들에겐 성기 확대수술이 인기다. 남자라면 누구나 갈망하는 ‘대물의 꿈’. 하지만 최근 비뇨기과 의료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남성들은 아랫도리를 붙잡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의 유명 비뇨기과에서 남성확대 시술을 받은 30대 남성이 해당 부위를 절제하는 피해를 입었다. 병원 측이 사고를 은폐하려다가 화를 키웠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수술을 받은 A씨는 밤이 되자 갑자기 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A씨는 “출혈이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통증이 심해 앉아있지도 서 있지도 눕지도 못했다”며 그날을 회상했다.

조루도 치료

병원에서는 환자의 피를 뽑았다 다시 넣는 자가혈 치료를 하는가 하면, 대형 병원에는 절대 가지 말라며 지인이 운영하는 성형외과에서 주사 치료를 받게 했다. 하지만 손쓸 수 없을 정도로 괴사가 진행되자 남성은 결국 해당 부위의 90%를 절제했다.

A씨는 “병원 측이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며 원장과 의사를 의료과실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원장과 의사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의료과실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병원 측은 입장을 밝히길 거부한 상황.

강남의 다른 비뇨기과에서는 40대 남성이 수술 중 호흡곤란을 호소하다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음경확대 수술을 받던 B(43)씨는 수술 중 지속해서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수술 후에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병원 측은 B씨를 인근 병원으로 급하게 옮겼지만, B씨는 끝내 숨졌다.


국과수 부검결과 B씨의 사인은 ‘지방색전’으로 밝혀졌다. 지방으로 혈관 등이 막히는 증세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로부터 받은 부검결과를 대한의사협회 등에 보내 감정 의뢰할 예정이다. 과실 여부가 확인되면 집도의를 형사 입건할 방침”라고 말했다. 이 병원 역시 의료과실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기부전 주사로 인한 피해도 만만치 않다. 발기부전 치료용 주사제를 음경 혈류측정 목적으로 음경에 직접 주사를 맞았다가 3시간 이상 발기지속증이 나타나 응급실에 가서 피를 빼내는 등 사고가 생기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모(36)씨는 “비뇨기과를 찾아갔더니 발기부전과 관련, 혈류량을 측정한다고 주사 맞았는데 3시간이 지나도 가라앉질 않아 병원에 문의했더니 응급실에 가라 했다”며 “해면체에 피가 장시간 고여 괴사할 수 있다는 설명에 수긍했더니 의료진이 주사기로 음경에서 피를 빼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부작용이 있을 줄 알았다면 검사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고 그냥 버텼다면 조직이 괴사됐을 뻔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다수 비뇨기과에서 사용되는 발기부전 치료용 주사제는 음경해면체에 직접 주사를 해 전신 부작용이 적지만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번거로운 데다 장기간 반복 주사하면 음경 표피가 단단해지는 등 음경해면체가 손상 또는 섬유화되는 부작용이 있다.

약값도 고가여서 먹는 발기부전약이 나오자 한동안 환자들이 외면하고 의사들이 처방을 기피했다. 한 비뇨기과 전문의는 “발기부전 치료용 주사제는 심장병 환자들에게도 처방할 수 있고, 심인성 등 모든 중증도 발기부전 환자들에게도 효과를 볼 수 있어 요즘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경구용 약물은 가벼운 안면홍조에 일시적 적록색맹까지 유발하고 심장에 무리를 주기도 해 심장질환자나 비행기 조종사 등에게는 처방이 금지됐다. 문제는 발기부전 치료용 주사제가 가격도 과거보다 저렴해지고 부작용도 많이 줄었지만, 사정에 상관없이 장시간 그대로 발기가 지속되거나 출혈로 음경이 상처를 입거나, 장기간 한 부분에만 주사할 때는 미세 손상된 부위에 섬유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돈 눈먼 의사들 패키지로 묶어 권유
만만찮은 부작용…아예 절단 피해도

2010년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에 경기도 부천시 소재 G비뇨기과의원 원장 최모씨 등 4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던 적이 있다.

조사 결과 최모씨와 사무장 서모씨는 정식 허가된 발기부전치료제 성분 여러 개를 섞어 2∼3일치 분량으로 미리 제조한 후 일회용 주사기에 담아 판매했다. 필요하면 환자 자신이 주사할 수 있도록 불법 제조한 주사제를 약 1억원 상당 불법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약품도매상 직원 2명은 해당 의원에 주사제 제조에 필요한 전문의약품을 몰래 빼돌린 혐의로 적발됐다. 2011년에는 발기부전 치료 주사제를 임의로 조제해 병원 외 장소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판매한 혐의로 서울 성동구 소재 비뇨기과 병원 상담실장 윤모씨가 약사법 위반혐의로 구속됐다.

윤씨는 서울 성동구에 일종의 사무장병원인 비뇨기과를 직접 차려놓고 의사를 고용해 병원을 운영하면서 2010년 9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병원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구입한 전문의약품 주사제 3종을 의사 처방 없이 불법으로 섞어 남성 성기에 직접 주사하는 발기부전 치료 주사제를 임의조제해 판매하다가 적발됐다.

그는 총 6100개를 개당 1만원에 노인들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비뇨기과 의사는 “이런 휴대용 자가주사 형태의 의약품을 구입해 부적절한 상태에서 장기간 보관해 사용하면 미생물 오염, 이물질 혼입, 제품 변질, 주사바늘 부식 등으로 더욱 심각한 부작용에 직면할 수 있어 사용자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경고했다.

제주에서는 담당 의사의 실수 때문에 요로결석 환자의 동맥이 절단되는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환자 정모(59)씨는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정씨는 요로결석 제거수술을 받기 위해 제주도 내 모 종합병원에 입원했다.

소변이 흐르는 관을 절개해 결석을 없애는 치료로, 수술은 2시간 안에 끝나고 입원도 길어야 일주일인 간단한 시술이다. 하지만 정씨의 수술과정에선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됐다. 애초 예상한 2시간을 훌쩍 넘겼고 4시간이 가까워서야 정씨는 수술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마취에서 깨어난 정씨는 왼쪽 다리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발에 힘을 줄 수도 없었고 발등은 짙푸른 멍이 든 것처럼 까맣게 변해갔다.

급기야 정씨는 다시 수술대에 올랐고 또 그렇게 2시간이 흘렀다. 1차 수술과 2차 수술 사이 휴식시간을 빼면 정씨에 대한 수술은 장장 6시간이나 소요됐다. 이유는 담당의사가 정씨의 동맥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콩팥 밑의 요관을 절개해 결석을 제거해야 하지만 실수로 요관 옆에 있는 동맥을 잘라 버린 것이다.

담당 의사 장모씨는 “손으로 직접 만져보는 ‘촉진’을 통해 결석이 있는 요관을 찾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딱딱한 부위가 느껴져 돌이 있는 요관인 줄 알고 절개를 한 것”이라며 실수를 인정했다. 이어 “정상적인 동맥이면 박동이 있어야 하는데 동맥경화가 진행된 부위라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결국, 요로결석 환자의 동맥을 건드리면서 비뇨기과 의사가 집도한 수술을 외과 의사가 마무리하는 황당한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정씨의 진단서에는 요로결석과 함께 ‘장골혈관 손상’이 추가됐고 끊어진 동맥은 ‘인공혈관’으로 대체됐다. 병원 측은 실수를 인정하고 수술과 입원, 재활치료에 따른 비용을 대신 부담했지만, 환자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음경확대수술은 의학적인 범위 내에서 시술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남성들은 무리한 확대를 요구해 수술에 실패하고 심각한 후유증이 생기거나 심한 경우에는 성기능 자체를 상실하는 부작용이 일어난다. 이 같은 수술을 동네의원들은 다른 남성관련 수술을 패키지 상품으로 묶어 무작정 권유해 부작용과 합병증이 발생한다.


잇단 의료사고

서울 유명 비뇨기과 원장은 “음경확대수술이 정확히 학술적으로 좋다 나쁘다 갈려 있지 않다”며 “일단은 수술은 해야될 것이냐는 적응증을 판단해야 부작용과 합병증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수술을 함으로써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이면 수술을 해야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일부 동네의원들은 무작정 수술을 권유해 부작용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수익에 눈 먼 의사들의 많다는 것은 비뇨기과 사이에서도 이미 인정하는 분위기인 만큼 음경확대수술에 대한 부작용 증가는 불가피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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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