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6.17 01:01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사건 불기소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압박이 더욱 심화됐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탄핵도 거론 중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도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야권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을 마비시키려는 듯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대응할 방안이 없어 막막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탄핵을 예고했다. 법조계에서는 정상적인 사법 절차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지검서 민주당과 개혁신당 의원들이 연루된 사건을 수사 중인 가운데 수사 마비를 노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건희 사건 빌미로 압박 민주당 지도부는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의혹에 대한 검찰 불기소 처분과 관련해 이 중앙지검장,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의 탄핵을 추진할 예정이다. 당초 민주당은 심우정 검찰총장도 직무유기 등을 이유로 함께 탄핵할 계획이었지만 검토 과정서 탄핵 사유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지난달 17일.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방조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김 여사가 상장사 대표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믿고 수익을 얻으려 계좌 관리를 맡긴 것일 뿐, 시세조종 범행을 알지 못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 여사는 권 전 회장이 지난 2009년서 2012년 주가조작 선수 등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 돈을 대는 전주로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시세조종성 주문이 제출된 것으로 검찰이 파악한 김 여사의 계좌는 6개다. 앞서 기소된 권 전 회장 사건 1·2심 재판부는 이 중 3개(대신·미래에셋·DS)를 유죄로 인정된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되는 것을 인지했거나, 주가조작 일당과 사전에 연락한 뒤 시세조종을 위해 주식을 거래했단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봤다. 검찰은 지난 2007년 12월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보유한 초기 투자자였던 김 여사가 주식 관련 지식과 전문성이 없는 상태서 주식을 사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권 전 회장의 권유에 투자 목적으로 자신의 계좌를 일임하거나 직접 거래했을 뿐, 이들이 주가조작을 하고 있단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의 불기소가 발표되자 민주당 ‘김건희 가족 비리 및 국정농단 규명 심판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민석 최고위원은 “헌정 농단 검사들을 탄핵할 것”이라며 “김건희는 뭘 해도 결백하다. 계좌추적 한 번 없이 5년간 ‘여왕 조사’한 차례만 하며 허송세월한 검찰이 법원 기록의 벽을 뚫고 불기소했다”고 맹비난했다. 오는 28일 본회의서 탄핵 예정 250명 검사 낙동강 오리알 신세 이어 “검찰이 중앙지검장까지 바꾸며 김건희 변론 준비와 인권보호에 애썼다”며 “혹여 이재명 대표에게처럼 법정 최고형을 준비하시나 걱정했다. 검찰이 김건희 집단 국선변호인인 것을 깜빡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은 “어떤 주변 범죄도 미필적으로 인식하거나 예견조차 하기 어려운 ‘백치 천사’ 피의자들은 참 좋겠다. 대한민국 검찰이 변론 요지까지 써준다”며 “국민을 대신해 범죄 은폐 공범들을 탄핵하겠다. 국민 여러분도 함께 싸워달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정감사를 마친 민주당은 이 지검장의 탄핵을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은 조만간 이 지검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한 뒤 오는 28일 본회의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실상 이 지검장의 탄핵안은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 탄핵소추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해 재적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170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가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듯 이 지검장도 최근 중앙지검 소속 검사들과 가진 저녁 자리서 무력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은 주요 민생 사건 등을 수사한 부서 검사들이 참여한 자리서 “앞으로도 더 힘내 달라”며 격려하는 한편 “탄핵이 현실화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중앙지검장 임명 후 그간 적체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는 소회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만약 탄핵이 돼도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사건과 민생범죄 수사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자”는 당부도 했다. 마음만 먹으면… 이에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의 탄핵으로 검찰 행정부터 수사까지 마비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국의 주요 대형 사건 수사가 몰리는 곳으로 경찰청과 국세청 등 주요 사정기관의 강제수사도 영장으로 간접적으로 지휘, 통제한다. 소속 검사만 250여명이고 전체 사건의 70% 정도가 몰려있어 검찰의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으로 꼽힌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은 전체 검사의 10분의 1 정도가 몰려있는 곳”이라며 “그 수많은 검사를 통솔하며 책임을 지고 주요 결정을 내리는 중앙지검장이 없는데 검찰이 굴러갈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심 총장도 지난달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지검장 탄핵에 대해 “중앙지검장은 수도 서울의 국민 안전을 총책임 지고 있고 주요 사건이 다 (중앙지검에)몰려있다. 그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검사장을 탄핵한다면 결국 피해는 국민이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지검장의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면 중앙지검의 수사와 공소 유지 업무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 업무 특성상 검사장의 결심이 중요하고 강제수사 돌입 등에는 신속한 판단이 필수인데, 수장 부재로 적시에 결정하지 못하면 범죄대응 역량이 크게 약화되기 때문이다. 검찰청 규정에 따라 형사부 사건을 지휘하는 1차장검사가 지검장 직무를 대리하게 되는데, 2∼4차장 산하 공공수사부나 반부패수사부 사건까지 모두 지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1차장검사가 이 지검장의 직무를 대리한다 해도 자신의 업무도 많기 때문에 2·3·4차장검사 업무까지 모두 맡을 수 없다”며 “또 차장검사가 지검장과 같은 수준으로 주요 사건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기란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방탄용 일각에서는 방탄을 위한 포석으로 이 지검장의 탄핵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중앙지검은 현재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의혹,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공소 유지와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 의혹,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야권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을 맡고 있다. 특히 오는 15일에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이, 오는 25일에는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사건의 선고가 예정돼있다. 중앙지검은 이 사건들에 대한 수사 검사가 기소 후 재판까지 직접 관여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해당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후 이 지검장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다면 항소 여부와 전략 등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질 사람이 없어지게 된다. 이를 두고 검사 출신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결국은 이 대표 방탄을 통해 진행 중인 수사, 재판 모두에 영향을 주려는 불순한 목적으로 비친다. 이번 국회는 사실상 방탄 국회, 상습적 탄핵 추진 국회나 다름 없다”며 “지난 국회와 이번 국회서 탄핵이 지나치게 남발되고 있다. 탄핵안만 통과되면 바로 직무정지가 돼버리는 현 제도는 국가기능을 심하게 마비시키는 문제가 있다. 결국 기각되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수당의 횡포로 여러 기관장이나 정부 인사, 검사 등의 직무가 정지되는 사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만큼 궁극적으로는 개헌 등을 통해서 이런 사태를 더 이상 좌시하면 안 될 것”이라며 “헌법 제65조 3항에 규정된 직무정지 조항을 뜯어고쳐 개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재명 수사 방해 위한 정치공작” “원포인트 인사해도 탄핵 반복될 것” 김소정 변호사는 “민주당이 중앙지검장 탄핵을 추진함으로 인해 서울중앙지검의 컨트롤타워 업무 수행이 중지되면서 수사 마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 사건을 포함해 민주당 인사들의 돈봉투 사건 등 수사 진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탄핵이 의결됐을 때 직무를 무조건 정지하도록 하는 현 제도에 문제가 있다. 탄핵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고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로지 국민들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여권서도 이 검사장의 탄핵은 이 대표 관련 수사 방해를 위한 ‘방탄 탄핵’이라고 지적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다수석을 이용해 이 대표 수사 검찰을 압박하는 쇼”라고 꼬집었다. 법조계에선 국회가 이 지검장 탄핵안을 통과시키더라도 헌법재판소가 기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제는 탄핵안이 가결되면 이 지검장의 직무 수행이 즉시 정지돼, 헌재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수사 마비와 지휘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헌법재판관 3명이 공석이라는 점도 변수다. 검사 탄핵 심판 속도에 악영향을 줄 요소다. 국회가 퇴임 헌법재판관 3명의 후임자를 선출하지 않은 탓에 현재 헌재는 6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재판관 6명으로도 심리가 가능하지만, 파장이 큰 사안이라 정상화하기 전에 관련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헌재의 판단이 미뤄지면 미뤄질수록 야권에 대한 수사 마비도 지속될 수밖에 없어 ‘방탄 탄핵’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일각에선 심 총장이 중앙지검의 공소 유지 및 수사 차질 우려를 방지하고자 이 지검장에 대한 ‘원포인트 인사’를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공소 유지 차질 불가피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전에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탄핵되기 전, 미리 사임하고 새로 임명하는 방식이 있었던 것처럼 이 지검장도 국회서 탄핵이 가결되기 전 인사 조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검찰총장 입장에선 서울 최대 검찰청의 업무 마비를 방지하기 위해 원포인트 인사하는 것이 가장 나은 전략으로 꼽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다만 원포인트 인사가 진행된 이후 야당서 새로 선임된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또다시 발의할 수도 있어 수사는 더욱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kcj5121@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비선 실세 논란의 중심에 선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와 비밀리에 접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코바나컨텐츠 직원을 통해 김 여사와 접촉한 이후 다이렉트로 김 여사와 공천 및 여론조사와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김 여사 또는 코바나컨텐츠 출신 대통령실 직원들과 여론조작을 공모한 것이 아니냐는 게 핵심이다. “여론조작 논란은 2년 전 사건의 연장선이다.” 대통령실 출신 한 인사의 말이다. 해당 논란을 두고 명태균씨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진실공방을 벌인 바 있다. 홍 시장을 깎아내리려 한 정황은 김건희 여사의 최측근이자 코바나컨텐츠 출신 관계자들의 여론조작 의혹과 유사하다. 김 여사가 봉화마을을 찾았을 때 명씨를 조용히 만난 정황은 이들의 공모 의혹에 무게를 더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수차례 방문 김 여사와 명씨,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은 지난 2022년 6월 두 차례 경남 창원 등지서 만났다. 이달 13일은 김 여사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했던 날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단독 공식 행보였다. 김 여사는 당시 KTX 특별열차로 경남 김해시 진영역까지 이동한 뒤, 차량에 탑승해서 10분 거리에 있는 봉하마을로 이동했다.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은 이와 관련해 <뉴스타파> 인터뷰서 “KTX 특별열차가 일명 ‘트레인 원(Train One)’으로 불리는 대통령 전용 열차였고, 이날 김 여사가 대통령 열차 안에서 명태균과 김영선을 비밀리에 만났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였던 강혜경씨도 “명씨가 직접 특급열차를 탔다고 했다. 자랑삼아 얘기하고 다녔던 만큼 들은 사람이 더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의 한 여권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직원들이 있었는데 명씨가 온다는 내용을 김 여사에게 직접 보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자택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를 여러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함께 찾아갔고 본인이 두 사람의 사진도 찍어줬다고 창원지검 수사팀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사정에 밝은 명씨의 한 측근은 “2021년 말부터 서초동에 자주 갔다. 왜 가냐고 물어봤더니 여러 문건을 들고 갔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단순 방문 아닌 회의 자리? “문건 존재” 측근들 증언 명씨가 김 여사에게 여론조사 관련 내용을 보고하러 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명씨는 현재 공천 개입 및 여론조작 혐의를 부인 중이다. 다만 강씨를 비롯해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인사들이 수사팀에 명씨가 김 여사와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진술한 만큼 검찰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명씨가 실제 운영자로 있었던 좋은날리서치가 인터넷 매체 <시사경남> 의뢰로 지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공표 여론조사 중 일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공표불가 처분을 받았다. 과거의 잘못은 지금까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을 위해 조사 전화 자체를 걸지 않고서 ‘가짜 응답 완료 샘플’을 무더기로 만들어내는 수법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도가 홍 시장보다 3%p 앞서게 하는 등 여론조사 결괏값을 조작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명씨는 지난 2021년 9월29일 말 국민의힘 대선후보 당내 경선이 한창일 당시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명씨가 강씨와 통화했던 전화 녹취가 공개됐는데, 명씨가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하는 듯한 대화 내용이 담겨있다. 이날 통화에서 명씨는 “홍준표 후보보다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가 높게 나와야 한다”며 조작해야 하는 수치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김 여사의 최측근들도 여론조작 의혹의 중심에 선 바 있다. 현재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코바나컨텐츠 출신 정모씨는 김 여사의 일정과 각종 계획을 도맡아 관리해 왔다. 지난해 2021년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김 여사와 접촉할 때도 정씨를 통해 일정을 확인했다. 정씨는 프리랜서 신분으로 김 여사와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회사에 자주 출입하며 사실상 김 여사 ‘비서’ 역할을 자임해 왔다. 정씨는 ‘김건희 녹취록’에도 여러 번 등장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했던 해당 녹취록서 정씨는 다른 코바나컨텐츠 직원과 건진법사의 제자인 심 박사와 함께 ‘댓글 작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김 여사는 댓글 작업을 말했고, 정씨는 어둠의 세계에 대해 언급했다. 여론 조작과 명 행위 시기 겹쳐 ‘500만원’ 지지율 높인 수고비? 정씨가 다른 직원에게 “어디까지 올렸냐”고 묻자, 심 박사는 “특정 주제에 대한 게시물 수백개를 올렸는데 뒤로 밀렸다. 다른 걸 빨리 올려라”라는 식으로 답했다. 김 여사도 심 박사와 정씨의 말에 크게 공감하는 듯한 뉘앙스로 말했다. 정씨는 심 박사에게 “특정 워딩을 한번만 더 올려달라”며 “아무것도 없는 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들은 홍 시장과 커뮤니티 명까지 언급하면서 논의를 이어갔다. 당시 홍 시장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윤 대통령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에펨XXX는 2030 남성이 주축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로, 대선후보 경선 때 홍 시장의 지지세가 두드러진 곳이었다. 정씨는 해당 커뮤니티를 코바나컨텐츠 직원들과 함께 살펴보면서 홍 시장 지지자들의 분위기를 살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대통령실 출신 여권 인사는 “대선 직전까지 논란이 많았던 건 맞다. 정씨를 포함해 소위 말해 ‘김건희 라인’이라고 불렸던 인물들이 여론조작까진 모르겠으나 일부 커뮤니티에 타 후보들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리거나 김 여사에게 보고했던 건 사실”이라며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주로 있었던 일이고 명씨도 코바나컨텐츠에 방문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명 지시? 윤석열 캠프 출신 한 관계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받은 돈이 수백만원이라고 이미 언론을 통해 드러났는데 여론조작 수고비였을 수 있다. 명씨가 여론조사했을 때와 코바나컨텐츠 직원들이 타 후보를 비난하는 게시물을 올리던 시기가 겹친다”며 “코바나컨텐츠 직원들이 미래한국연구소의 하청 역할을 했는지 검찰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산으로 가고 있다. 최후의 보루인 ‘합의제’마저 폐지돼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안창호 체제가 들어서면서 회의 분위기가 극우화됐다는 내부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 인권 문제를 법리적으로만 해결할 수 없음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거나 각하하는 경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고도 안 하고 반드시 논의해야 하는 사건은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의 말이다.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이 신임 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막말 논란서 빠지지 않는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의 영향력이 더욱 커져 회의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선택적 의견 개진·권고 인권위가 소위원회의 만장일치 의결 관행을 폐기한 건 지난달 28일이다. 안 위원장은 같은 달 국회 운영위원회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만장일치 관행 폐기가 김 위원의 결정이 위법하다고 한 판결의 법망을 피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40년 가까이 한 법조인의 양심을 걸고 해석한 것”이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김 위원 등은 1명만 반대해도 진정을 기각할 수 있도록 운영 규칙을 바꾸려 시도했으나 송두환 전 위원장이 ‘사회 각계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문제는 지난 7월 법원이 기각이 위법하다고 판결하자 법망을 피하고자 규정을 바꾸려고 시도했는데도 ‘법꾸라지’라는 비판을 안 받겠느냐”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법리적으로 그날 결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리적으로 3명의 찬성이 있을 때만 인용될 수 있고 과반수로 의결되지 않으면 기각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그렇게 운영이 되면 미흡하게 처리될 수 있는 문제가 있기에 2 대 2일 경우에 있어선 소위서 노력해야 한다는 별도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인권위는 3명으로 운영하던 소위원회를 4명으로 늘리고 구성위원 1명만 반대하더라도 진정을 전원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고 기각 또는 각하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변경하는 안건을 전원위서 의결했다. 지금까지 인권위 소위원회는 만장일치가 되면 곧바로 공식 입장이나 권고를 낼 수 있고 1명이라도 반대하면 합의에 이를 때까지 토의하거나 전원위에 넘겨 논의해 왔다. 지금까지 김 위원과 이 위원을 포함해 한석훈·한수웅·김종민·이한별 비상임위원 등 6명은 ‘소위원회서 의견 불일치 때의 처리’에 대한 의안을 전원위에 제출하면서까지 관행을 깨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보였다. 법제처는 인권위 관행이 깨지는 것에 대해 “유권해석은 가결되지 않으면 부결된다는 식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인권위원회법 제13조의 의결을 가진 가결로 축소 해석할 필요가 없고 성문법 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서 법령 규정의 문자나 문장이 의미하는 바에 입각해 해석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권 영역 법리만으로 해결 불가한데… 약자 보호해 온 ‘합의제’ 역사 속으로 인권위의 오랜 관례를 깨려는 위원들의 판단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법제처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소위원회서 진정 사건을 처리할 때 가결이 아니면 부결이라고 보거나, 위원회법 제13조를 권고 결정에 한정해 가중된 의결정족수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타당하지 않다 ▲의결과 가결, 부결의 개념, 법 문언의 형식, 다른 유사한 합의제 행정기관의 입법례와 이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해석, 더 나아가 위원회법의 목적과 취지, 위원회 결정의 효력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할 때, 위원회 설립 이후 지속돼온 의결정족수 규정에 관한 해석과 적용을 위 새로운 주장에 근거해 변경할 수는 없다 ▲소위원회는 위원회법 제13조에 따라 각하, 기각, 권고 등 결정에 3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진정에 관해 의결할 수 있으므로, 어느 하나의 결정에 3인 이상의 찬성이 없으면 의결할 수 없다. 따라서 의결정족수에 미달할 경우, 위원들 간 토론과 설득을 통해 합의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공통의 결론을 내리기 어려우면 본래 전원위원회에서의 위임 취지에 따라 전원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이 위원회 위원들에게 주어진 역할과 임무다. 김 위원의 막말과 비상식적 태도는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민주당 신장식 의원은 김 위원을 향해 “자신의 사적 복수를 위해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를 하려 한 것 아니냐”고 묻자 김 위원은 “답변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대답을 들은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쏘아붙였고 박찬대 위원장은 “신중히 답하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은 국정감사에 앞서 하는 증인선서를 앞두고도 “저는 개별적으로 증인선서를 하겠다”며 “형사소송법은 증인이 증인 선서문을 낭독하고 서명·날인을 하게 돼있을 뿐이지 무슨 합동결혼식처럼 집단 선서를 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운영위뿐만 아니라 많은 상임위서 증인들이 함께 선서한다. 국회에 나와서 증언했던 수많은 증인을 모독하는 언사”라고 비판했다. 20년 지킨 관행 폐기 안 위원장은 김 위원의 합동결혼식 발언이 적절했느냐는 질문에 “저 같으면 그런 발언을 안 했을 것”이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이 위원 역시 막말 논란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달 30일 열린 제17차 전원위서 이 위원은 이날 상정된 ‘2023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보고서 발간의 건’을 심의하는 과정서 보고서에 서술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관련 부분을 언급하다가 “인권위가 민주노총 지원 인권위원회로 활동해 왔고, 북한 인권에 관해서는 부끄러울 정도로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된 특정 팀장 이름을 거명하며 “일을 안 하면 안 할수록 송두환 전 위원장이 좋아했다”고 했다고 한다. 또 인권보고서에 적힌 재판 지연으로 인한 인권침해 서술 부분(재판 신속성 도모)에 수정할 대목이 있다며 “집필자가 누구냐”고 특정 직원 두 명의 이름을 댄 뒤 “쪽팔리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은 이날 전원위서 이런 발언에 대해 다른 위원이 항의하자 특정 팀장을 다시 거명하며 “정년퇴직 1년 남은 사람을 과장으로 승진 안 시키는 게 관례인데 굳이 승진시켰다”고 비난 수위를 더 높였고 “객관적 진실이자 공익을 위한 발언”이라고 항변했다.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는 ‘그런 행태는 비판이 아니라 비난, 힐난임’ ‘전원위서 사무처가 아닌 직원 개인의 이름이 거명되는 것을 보며 어떻게든 눈에 안 띄는 업무로 도망가야 하나 고민하게 됨’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고 한다. 이 위원은 직원들에게 갑질을 일삼기도 했다. 정치권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7월 이 위원과 관련해 제기된 갑질 사례를 조사한 직장 내 괴롭힘 감사 결과 보고서를 정리했다. 이 위원은 지난 2022년 10월 취임 직후 공직자 재산등록을 하는 과정서 담당 직원에게 신분상 불이익을 줄 듯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직원은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주변에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막말 끼어들기 피해자의 상급자는 인권위 조사에서 “당시 이충상 위원은 ‘피해자가 잘못 말해서 팔 필요가 없던 주식을 팔았다’ ‘피해자가 미리 본인에게 교육 간다고 말하지 않았고 대체 업무 처리자가 누구인지도 말하지 않았다’며 화가 많이 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이 위원은 “(피해자가)여러 가지로 잘못 안내했고, 내 재산공개에 관해 별로 한 게 없다. 담당 과장이 나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감사반에 진술했다. 피해자는 이 위원의 압박에 “왜 업무 때문에 이런 협박을 당해야 하는지, 제가 저지른 미스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사의를 표명했으나 주변의 만류로 이를 철회했다고 한다. 인권위는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의견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군 스스로의 개선 노력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이유다. 인권위는 육군 12사단 신교대대 운영과 관련해 방문조사를 벌였다. 결과 보고서에는 12사단 신교대대가 교관 및 간부들에 대한 인권교육을 미실시하거나 상급부대의 적절한 조치가 없었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담겨있다. 인권위는 인권교육과 관련해 “육군 12사단 신교대대는 훈련병 대상의 인권교육을 신병교육훈련 과목인 정신교육시간에 실시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어 관련 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부분도 확인됐다”며 “지정된 인권교관에 의해 신교대대 교관 및 간부들에 대해 인권교육이 실시된 적도 없었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또 보고서에서는 “여단 차원서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설문이나 고충 접수를 위한 여하의 관리적 측면의 점검이 있었다고 볼 기록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사단 차원서 사전에 충분한 고충 접수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조치했다면 금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창호 체제 후 합리적 의사결정 무력화 이충상, 막말에 직원 갑질 징계도 못 해 그러면서 “육군 12사단 신교대대는 기존에도 훈련병 교육에 있어 불합리한 관행이 잔존했음에도 상급부대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음이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국회 운영위원회의 인권위 국정감사를 앞두고 방문조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중요 내용 일부를 삭제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육군사관학교 선임 기수 생도들이 파이 데이(3월14일)에 1학년 생도들에게 초코파이 등 파이류 과자를 강제로 과도하게 먹이고 있다는 제3자 진정과 관련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인권위 군인권보호국은 육사 1~4학년 생도를 대상으로 한 개별 및 집단 면담과 전체 생도 106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인권위는 “3월14일 파이 데이 당일 생도 면담 과정서 ‘파이류 과자’를 먹도록 하는 관행과 육사 생도 간 발생한 파이 데이 취식 강요 문화는 과거부터 존재해 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생도 1·2학년의 경우 선배들의 취식 강요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인권침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나아가 취식 강요 외에도 선배 생도의 후배에 대한 부당한 행위나 차별적 관행 등이 있을 개연성도 있다고 봤다. 전체 생도 1067명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설문조사 결과, 89%는 파이 데이 등 취식 강요 문화를 알고 있었다. 특히 응답 내용 중 일부에선 “3월14일 감시가 심할 것이라며 전날 실시했다” “3월10일과 18일 취식 강요를 경험했다” “10분 안에 음료수 없이 최대한 많이 취식해야 했고, 분대별 대결 형태라 과식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서 금지해도 암암리에 진행했고, 강압적 분위기를 형성해서 토하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등 구체적인 피해 내용이 언급되기도 했다. 군 문제 조사 의견 표명 무 군인권보호국은 이 같은 방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육사에 파이류 과자 강제취식에 관한 인권침해 관행을 시정해야 한다’는 정책권고와 의견 표명안을 군인권소위에 올렸다. 하지만 지난 9월24일 열린 군인권소위서 군인권보호관을 맡고 있는 김 위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임기 반환점서 야심 차게 던진 승부수가 혹평으로 막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전례 없는 솔직함을 보여줬지만 국민이 원했던 방향과는 달랐던 모양새다. 남은 임기는 2년 반. 출구도 퇴로도 꽉 막힌 길목서 바라본 결승선은 아득하기만 하다. 지난 몇 주 동안 용산은 그야말로 지뢰밭을 걸었다. 날마다 새로운 의혹이 추가되는 ‘명태균 게이트’에 지지율은 20%대 안팎을 맴돌았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윤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맞아 탄핵소추안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계속되는 당정 갈등과 영부인 리스크는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조차 흔들었다. 윤 대통령이 대대적인 쇄신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정 동력 상실은 물론 보수 궤멸, 더 나아가 2016년 탄핵 정국이 되풀이될 것이란 위기감마저 맴돌았다. 이번엔 다를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용산의 아픈 부분을 직격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의 속 보이는 음모와 선동을 막기 위해선 변화와 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통령과 영부인이 정치 브로커와 소통한 녹음이 공개된 건 국민들께 죄송스러운 일이고 국민 실망은 정부·여당의 큰 위기”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은 정치 브로커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당 차원서 당당하고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국민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힌 뒤 사과를 비롯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이른바 ‘명태균 녹취록’을 공개한 지 나흘이 지난 시점이다. 그동안 한 대표는 녹취록에 대한 질문에는 에둘러 대답을 피했다. 대신 국민의힘 중진 의원과 만나 여러 차례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중진을 설득해 용산에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녹취록에 대한 입장 발표를 무한정 미룰 수 없으니 용산과 물밑으로 소통하며 발언의 수위를 조절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날 한 대표는 전면 개각도 요구했다. 그는 “적어도 이번 사안의 경우 국민들께 법리를 먼저 앞세울 때가 아니다. 국민들께서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전혀 다른 것”이라며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참모진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쇄신과 심기일전을 위한 과감한 개각을 단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과 함께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즉시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 상황서 머뭇거리면 공멸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 보도가 난 건 이날 늦은 저녁이었다. 현재 상황이 임기 반환점을 돌아 연말까지 이어지면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예정보다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의견을 일부 수렴했다고 봤지만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서 “대대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당 차원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윤 대통령을 움직인 배경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허리 숙였지만…‘김건희 대변인’ 비판만 국회 특검은 삼권분립 위반? 자기모순 논란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임기 절반을 사흘 앞둔 7일, 회견을 통해 김 여사 문제와 명태균씨 관련 논란 등 민감한 사안을 정면 돌파할 것이란 이야기가 들려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8월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이는 약 20분 이상 국정 성과 위주의 담화를 발표한 뒤 정치·외교·사회·경제 등 분야를 나눠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견에는 시간이나 질문 분야, 개수 등에 제한 없이 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답하는 그야말로 ‘끝장 회견’을 통해 고꾸라지는 지지율을 반등할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여사에 대한 솔직한 입장이 나올지, 그에 따른 대국민 사과가 이뤄질지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회견을 통해 각종 의혹에 대한 오해를 풀고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낸다면 집 나간 TK 민심은 물론 국정운영까지 정상궤도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견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이 강조된 메시지를 기대했다. 이번 회견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과 당정 관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5월, 8월 대국민 담화처럼 ‘안 하느니만 못한 기자회견’이 된다면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6년 대국민 담화가 또다시 소환됐다.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지던 때 당시 정부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던 기자회견서 민심을 되돌리는 데 실패한 날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2분 남짓한 시간에 준비한 사과문만 낭독한 뒤 퇴장했으며, 취재진 질문도 받지 않았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도움을 받았다”면서도 추가 의혹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까지 추락했다. 민심을 확인한 청와대에서는 부랴부랴 특검 수사를 비롯한 개헌을 제시했지만 이미 탄핵의 강을 건넌 뒤였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 마련된 단상에 섰다. 윤 대통령은 국정 브리핑에 앞서 “지난 2년 반 정말 쉬지 않고 달려왔다. 국민 여러분 보시기에는 부족함이 많겠지만 제 진심은 늘 국민 곁에 있었다”며 “그런데 제 노력과는 별개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파격적? 뭐 하러… 이어 “민생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기도 했고,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며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자리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 변화’를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남은 2년 반은 민생의 변화를 최우선에 둘 것”이라며 “그동안은 잘못된 경제기조, 국정기조를 정상화시키는 데 주력했다면 남은 2년 반은 국민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에 역량을 집중시키겠다”고 밝혔다. 해결이 시급한 의료개혁 역시 “국민께서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차분하고 꼼꼼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대국민 담화를 마친 윤 대통령은 곧바로 취재진들의 질의를 받았다. 먼저 ‘대선 이후에도 명씨와 소통을 이어갔는지’를 묻는 말에 윤 대통령은 “명씨와 관련해서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또 감출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선 이후)축하 전화를 받고, 어쨌든 명씨도 선거 초입에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고 움직였기 때문에 ‘수고했다는 얘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한 기억이 분명히 있다’고 비서실에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대변인 입장에서는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고 얘기하기는, 그러니까 ‘사실상 연락을 안 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자기(명씨)가 나한테 문자를 보냈을 수가 있다. 그런데 답을 안 하면 소통을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거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자신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부탁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 다음으로 김 여사에 대한 질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김 여사가 명씨와 주고받은 연락’에 대한 질문에는 “일상적인 것(연락)들이 많았고 (연락은)몇 차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가 아내 휴대폰을 보자고 할 수는 없는 거라 제가 물어봤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취임하면 그 전하고는 소통 방식이 좀 달라야 한다’고 이야기하니까 본인(김 여사)도 ’한 몇 차례 정도 문자나 이런 걸 했다‘고는 이야기한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하실 생각이 있나’라는 물음에는 “(김 여사)본인도 어찌 됐든 자신을 의도적으로 악마화하거나 가짜 뉴스로 침소봉대해서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그런 억울함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어쨌든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리고 (국민들이) 속상해하시는 것에 대한 그런 미안한 마음을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어, 저에게도 ‘괜히 임기 반환점에 그동안의 국정 성과 이런 얘기만 하지 말고 사과를 좀 하라’(말했다)”고 설명했다. 임기 반환점 찜찜한 뒷끝 이날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에는 선을 그었으며 특검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며 “기본적으로 특검을 국회가 결정해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내각 및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서는 “임기 반환점을 맞는 시점서 제가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이어 “늘 기조를 갖고 일관되게 가야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일하는 방식이나 국민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적재적소의 적임자를 찾아서 일을 맡기는 문제는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매듭 지었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상황서 이번 담화가 어떻게 작용할지 이목이 쏠렸다. 여권에서는 “솔직한 답변이었다” “겸허히 사과했다” 등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야당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이 끝내 국민을 저버리고 김 여사를 선택했다”고 직격했다. 조 대변인은 “140분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은 알맹이 없는 사과, 구질구질한 변명, 구제불능의 오만과 독선으로 넘쳐났다”며 “김 여사 문제 해결은 전면 거부했으며 김 여사를 지키려 특검 제도마저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브리핑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선 “이번 회견은 마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때 박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서 ‘최순실은 어려웠을 때 나를 도왔던 사람’이라고 말한 것과 데자뷰가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내용을 자세히 못 봐서 입장을 말씀드리기 이르다”면서도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국민께서 그렇게 흔쾌히 동의할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힘만 빠지는 여 기회 노리는 야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도 “이번 기자회견으로 사실상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은 끝이 났다. 국민께서 준 마지막 기회마저 날려버렸다”고 비판했다. 황 원내대표는 “마지막 기회는 지나갔다. 이제 민심의 태풍을 그대로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윤석열 검찰독재정권 조기종식, 탄핵만이 해답”이라고 소리 높였다. 개혁신당은 “변화 없는 돌림노래”, 새로운미래는 “부부의 절절한 사랑을 과시하기에 바빴다”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은 방어에 나섰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모든 것이 본인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겸허히 사과하셨다”며 “앞으로 국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 쇄신 의지와 당정 소통 강화에 대한 의지도 뚜렷이 밝히셨고 인적 쇄신도 적절한 시점에 하시겠다는 의사를 피력하셨다”고 설명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 이상 지지율이 하락하는 걸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기자회견 중간중간마다 탄식이 나오는 부분이 있었다”며 “그나마 남아 있는 집토끼는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마음이 뜰락 말락 하는 지지자는 또 다른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여당은)오는 15일, 25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결과로 승부를 보려 하는데 반사이익으로 얻은 지지율은 아무 소용이 없다”며 “이번 기자회견이 앞으로의 분수령이라고들 해석하셨다. 변화와 쇄신이 키워드였는데 결국 국민께서, 특히 이탈한 보수층이 이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평가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남은 2년 반 동안 국정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등을 돌린 TK 지지층을 다시 끌어들이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해석이 나온다. 악재가 켜켜이 쌓이고 있지만 용산이 즉각 대응하지 않거나 거짓 해명으로 스텝을 꼬아 보수 지지층의 적잖은 실망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반응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여론에 대한 반응성이 높아져야 지지율이 올라가고, 지지율이 올라야 개혁을 할 수 있다”며 “지금은 거꾸로 가는 상황이다. 개혁의 가장 중요한 동력은 여론의 지지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아직도 멀었다 신평 변호사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번 회견서 윤 대통령은 평소 인품대로 아주 솔직 담백한 말을 했다”며 “고강도의 대책이 나오기를 바라는 분도 분명히 계셨을 테지만 윤 대통령이 김 여사에 대한 여러 가지 일화를 꺼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설명한 부분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정 쇄신과 앞으로의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과 의견을 같이하는 부분이 있다”며 “국정운영이 답답한 때도 있다. 조금 더 긴밀히, 그리고 국민의 심기를 살피면서 해나가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는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과 되도록 많은 소통을 하고 또 나아가서는 협치까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일본 자민당은 지난 10월 중의원 선거서 패배했다. 자민당의 패배 이유는 국민의힘의 지난 4월 총선 패배와 상당히 겹친다. 민심을 지나치게 건드리고, 그 근원을 뿌리 뽑지 못하면 선거서 이길 수 없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지난달 27일 제50회 중의원 총선거서 패배했다. 선거 직전 258석이었던 의석수는 191석으로 줄었고, 연정 파트너 공명당도 32석서 24석으로 줄었다. 공명당 이시이 게이이치 대표와 사토 시게키 부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서 낙선하는 수모를 겪었다. 두 당의 의석은 총 215석이 됐고, 이는 중의원 총 의석수인 465석 대비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열리는 게이트 자민당의 현 상황은 통일교 게이트와 정치자금 게이트의 여파가 이어진 결과이기 때문에 자업자득 성격이 강하다. 국민의힘이 각종 논란과 구설수로 인해 지난 4월 총선서 108석밖에 얻지 못한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양국의 대표 보수정당은 어쩌다가 이런 상황을 맞이했을까? 국민의힘과 자민당은 각각 김건희 여사와 아베 신조 전 총리라는 단 1명이 남긴 여파로 총선 패배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22년 7월8일 나라시서 제26회 참의원 선거 후보 지원 유세를 하다가 야마가미 데쓰야로부터 총격을 받아 살해당했다. 야마가미는 모친이 통일교에 지나치게 몰두해 전 재산을 헌납하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부친도 이에 절망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아베 일가는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시절부터 문선명 통일교 총재와 깊은 관계를 맺었다. 리처드 새뮤얼스 MIT 국제학연구소장이 2001년 일본정책연구소를 통해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통일교 일본 본부는 기시 전 총리 소유 토지에 설립됐다. 일본 내 통일교 신자들은 자민당 선거운동원으로 무보수로 활동했다. 정치서 가장 필요한 요소인 ‘사람’을 공급받은 것이다. 이 관계는 아베 전 총리로까지 이어졌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21년 통일교 행사에 직접 영상으로 찬조 출연했고, 문 총재의 손녀사위 오츠카 히로타카가 지난 2011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아베 전 총리와 함께 찍은 사진도 뒤늦게 확인됐다. 통일교와 자민당의 밀착은 문 총재의 생전 어록서도 확인된다. 문 총재는 지난 1987년 “자민당 의원 중 최소 180명은 우리의 바람권 내에서 행동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 나라를 움직이고, 수상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3년에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와 가깝게 지냈고, 그 직계 아베 신타로도 내가 정치적으로 성장시켰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겼다.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은 아베 전 총리의 부친이다. 아베 일가와 통일교의 밀착이 알려지자, 일본에선 야마가미 데쓰야에 대한 동정 여론이 크게 일었다. 이해가 가는 사정이 있는 사적 복수에 비교적 관대한 일본의 풍토와 맞물린 현상이다. 1명이 남긴 불씨 게이트로 선거 패 양국 여당 닮은꼴 통일교 게이트가 자민당의 발목을 잡은 ‘과거’라면, 정치자금 게이트는 가장 민감한 현재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파티를 개최해 벌어들인 정치자금을 축소 신고하거나 누락하던 관행이 대대적으로 공개돼 자민당의 오랜 파벌 정치를 형식적으로나마 끝낸 사건이다. 정치자금 게이트는 지난 2022년 11월 일본공산당이 기관지를 통해 처음 밝혔다. 보도를 본 가미와키 히로시 고베가쿠엔대 교수는 대대적으로 자민당의 정치자금 실태를 조사했고, 확인된 위법 사항을 검찰에 고발했다. 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금액이 제일 컸던 파벌은 아베 전 총리의 세이와 정책연구회(속칭 ‘아베파’)였다. 총무성이 공개했던 2022년 정치자금 보고서에 따르면, 아베파는 정치자금 9480만엔을 누락했다. 당시 아베파는 중의원 94명이 가입한 최대 파벌이었다. 이는 아베파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의 파벌 굉지회는 물론,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파벌 수월회서도 정치자금을 축소 기재한 정황이 밝혀졌다. 이후 아소 다로 전 총리의 지공회와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의 헤이세이 연구회를 제외한 모든 파벌은 해산을 선언했다. 하지만 자민당 내 징계는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엔 부족했다. 징계는 수장을 잃고 표류하는 아베파 소속 의원들에게 집중됐고, 기시다 전 총리와 당 원로 니카이 도시히로 전 간사장에 대한 징계는 없었다. 연루 의원 상당수도 공천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김 여사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특별감찰관 임명조차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명태균 게이트로까지 확산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로 주저앉았다. 1명이 쏘아 올린 게이트는 때때로 나라를 뒤흔든다. 기시다 전 총리가 취임 이후 얻은 부정적인 별명은 ‘증세 안경’이었다. 기시다 전 총리가 이어받은 일본 경제는 아베노믹스 이후의 상황이다. 아베 전 총리는 재임 중 “윤전기를 쌩쌩 돌려서 일본은행이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게 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15년 넘게 제로금리에 가까울 정도로 극단적인 저금리를 유지했다. 따라서 아베 전 총리는 “각종 채권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양적완화를 진행해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방침을 토대로 경기를 부양시키려고 했다. 엔화의 가치를 고의로 떨어트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물가 상승과 임금 상승 둔화라는 후폭풍이 따라온다. 이 상황이 이어지고 있던 지난 2022년 12월, 기시다 전 총리는 방위비 증액을 추진했다. 이어 ▲법인세 ▲소득세 ▲담배소비세 등 세금을 인상했다.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아베 전 총리의 장례식도 국비로 진행했다. 레이와 신센구미 소속 야마모토 타로 참의원은 지난 2023년 11월 기시다 전 총리에게 “별명이 ‘증세 빌어먹을 안경’이라는 정치인이 있는데, 누구인 줄 아느냐”면서 조롱성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기시다 전 총리는 “인터넷서 나를 ‘증세 안경’이라고 부르는 것은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늪으로… 방어 불능 영국서도 지난 7월 총선서 정권이 교체돼 노동당이 집권했다. 그전까지 집권했던 보수당 리즈 트러스 내각과 리시 수낙 내각은 일본과는 정반대로 감세와 공공지출 축소를 집중적으로 추진하다가 정권을 잃었다. 기시다 전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장례식까지 국비로 치러 민심을 건드렸다면, 수낙 전 총리는 상속세 폐지와 징병제 부활까지 추진하다가 청년 민심을 건드려 정권을 잃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각종 공약과 정책의 진행 강도를 전혀 조절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현대사회의 특성상 정책 추진에는 세심한 조율이 필요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르고 보는’ 정책 추진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연구개발 예산 삭감과 의대 증원 논란이다. 사전 조정 없이 섣부르게 정책을 쐐기 박듯이 밝혀놓고, 수습은 전혀 못하고 있다. 거기에 리지 수낙 전 총리처럼 폐지까지 나가지는 못하고 있지만, 상속세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각종 부자 감세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되고 있고, 세수 결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자민당은 위기에 직면해 ‘스타’ 1명을 선거의 전면에 내세운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했고, 이시바 총리는 중의원 해산 이후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을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고이즈미 의원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이고, ‘펀쿨섹’으로 대표되는 괴상한 발언들로 유명하다. 고이즈미 의원은 아버지의 탈원전 운동 참여 여파로 아베 전 총리와 결별한 후폭풍을 톡톡히 치렀다. 아베 전 총리는 제4차 내각의 제2차 개조 내각서 고이즈미 의원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지난 2017년 4월 대선 유세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이 환경부 장관을 제의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본서도 환경상은 요직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환경상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대형 악재를 취급해야 하고, 정치적으로 빛을 보기 어려운 직책이다. 아베 전 총리의 고이즈미 환경상 임명에 대해서는 “적당히 구색을 갖춘 후 사지로 밀어버리려는 의도의 임명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이즈미 의원은 ‘펀쿨섹’ 발언 외에도 “온실가스를 46% 감축하겠다는 목표는 갑자기 46이라는 실루엣이 떠올라 결정했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면서 환경상 직책을 버텼다. 이어 지난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서부터 정치적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당시 고이즈미 의원은 이시바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함께 ‘고이시카와’라는 3자 연대를 구성했다. 이들은 “대중의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3자 연대는 고이즈미 의원이 주도해 구성됐다. 3자 연대는 이시바 총리를 총리 후보로 내세웠지만, 아베 전 총리가 지원한 기시다 전 총리에게 패배했다. 이번에는 아베 전 총리가 오래전부터 지원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대신을 이기고, 이시바 총리를 당선시켰다. 여기에는 다카이치 의원과 대단히 사이가 안 좋은 기시다 전 총리의 지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 1명 땜질 시도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의원의 당면 과제는 양대 게이트, 그중서도 특히 정치자금 게이트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시바 총리는 중의원 해산에 소극적이었지만, 고이즈미 의원은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면, 국민의 신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중의원 해산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 결과는 연정의 과반 미달이었다. 고이즈미 의원은 선거대책위원장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인 책임서 자유롭기 어렵다. 젊고 유망한 스타 1명을 내세워 땜질을 시도했다가 선거서 패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의힘 한 대표는 지난 4월 총선 패배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다. 한 대표의 4월 총선 패배 이후 상황과 고이즈미 의원의 현 상황은 비슷하다. 한 대표는 국회의원을 지낸 적이 없고, 고이즈미 의원은 지난 10월 당선까지 포함해 6선에 불과하다. 아소 전 총리는 15선에 당선됐고, 이시바 총리도 13선이다. 한국에선 6선이면 국회의장에 도전할 수 있는 중진이지만, 일본서는 6선이 중진 반열에 들기는 어렵다. 다만 고이즈미 의원과 한 대표 모두 정치 생명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다. 특히 고이즈미 의원에 대해서는 일각의 두둔도 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국민민주당(이하 국민당)과 일본유신회에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고, 이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성사되지 못했던 이유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서둘러 중의원을 해산하고 선거 국면에 돌입시켜, 야 3당이 뭉치지 못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었던 지점이었다. 만약 야 3당이 연정 합의에 성공했다면, 자민당은 야당이 될 수도 있었다. 한 대표도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험악해지고, 총선 책임론이 집중되는 상황서도 지난 7월 국민의힘 당 대표로 당선됐다. 또 20명 내외의 현역 의원들과 계파를 구성했다. 한 대표와 계파 구성원들이 극단적으로 결심하면, 얼마든지 민주당과 손잡고 김건희 특검이나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수도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 서로를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위치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의 선거 패배 확정 후 “직책을 완수하겠다”며 “우리가 내건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는 등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하지만 <요미우리신문>은 지난달 29일 사설서 “이시바 총리는 책임의 무게를 자각하라”며 “빠르게 진퇴를 결정하는 것이 헌정의 상도”라고 요구했다. 헌정의 상도는 일본 정당정치의 관례를 의미한다. <산케이신문>도 같은 날 “책임지고 깨끗하게 사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서는 고이즈미 의원과 다카이치 의원을 차기 총리로 거론하고 있다. 자민당 패배 직후 야당과 정책협의 유연한 대응 배운다고 친일 비난? 하지만 이시바 총리 입장에선 자신의 잘못으로 불거진 문제 때문에 패배한 선거라고 보기 어려워서 사퇴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치자금 게이트에 수월회가 연루된 것은 사실이지만, 크게 물의를 일으킨 파벌은 아베파였다. 아울러 통일교 게이트는 아베 전 총리가 몸통이나 다름없다. 구 아베파에 속했던 의원들이 다카이치 의원을 중심으로 다시 뭉친다면, 이시바 총리와 큰 다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 선거 이후 존재감을 키운 제3야당 국민당의 선택에 따라 정국의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국민당은 이번 선거서 총 28석을 확보했다. 자민당과 입헌민주당 모두 국민당을 포섭하려고 한다. 자민당과 국민당은 지난달 31일 정책협의 개시를 합의했다. 핵심 쟁점은 ‘103만엔의 벽’이라고 하는 소득세 과세 최저한도였다. 현행 103만엔(약 929만원)인 최저한도를 178만엔(약 1606만원)으로 올리는 것이 국민당의 대표 공약이다. 국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지난 3일 “소득세 비과세 한도 인상에 자민당이 응하지 않으면, 정권 운영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민당은 선거 패배를 빠르게 인정하고 제3야당과의 정책협의를 시작으로 협상에 돌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선거 패배 이후로도 달라진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명태균 게이트까지 불거지면서 퇴진 요구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총선 패배 이유를 분석해 기록하는 백서 작성 과정서도 서로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계파 갈등이 그대로 재현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새누리당의 제20대 총선 패배 이후 국정 장악력이 누수되다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 논란과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존재가 불거져 탄핵 가결에 이르렀다. 선거의 패배는 정권의 몰락 가능성을 의미하는 대표적인 전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여사 논란은 윤 대통령의 검사 재직 시절부터 알음알음 알려지다가 대선 출마 이후 크게 불거진 오래된 사안이다. 오래된 의혹은 전혀 해소되지 못했고, 윤 대통령의 인사 임명 논란과 각종 정책 추진 논란이 맞물려 현재에 이르렀다. 박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은 여당서도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준석·김기현·한동훈 등 여당 수장 3명을 끌어내렸다. 이 같은 대응은 분명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사이 지지율은 10%대로 내려앉았다. 퇴진 요구 내홍 가능성 자민당의 지난 10월 중의원 선거 패배와 윤 대통령의 현 상황은 거시적인 공통점이 있다. 민심을 지나치게 건드리는 정치적 행각을 일삼고, 문제의 근원을 뿌리 뽑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반드시 선거서 패배한다. 하지만 자민당은 빨리 현실을 인정하고 국민당과 정책협의에 들어갔다. 1993년 중의원 선거서 패배해 정권을 잃은 후에도 빠르게 현실을 받아들여 일본사회당과 대연정을 합의했다. 빠르고 유연한 대응이야말로 자민당이 오랫동안 정권을 잡은 비결이었다. 이 비결을 배운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친일’이라고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