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섹스’ 스릴 즐기는 사람들 <천태만상>

‘쓰리썸’도 차안에서 내 마음대로 즐긴다!

‘마이카’가 대중화된 지 오래된 지금, 카섹스를 전문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카섹스는 한때 ‘새로운 섹스의 형태’로 이슈화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일상적인 섹스로 대중화된 상태라 할 수 있다. 특히 카섹스는 누군가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스릴은 물론, 비좁은 공간에서 남녀가 함께 할 때 느끼는 숨 막히는 서스펜스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차량 창문에 짙은 썬팅을 하는 경우가 많아 대낮 거리에서도 카섹스를 즐기는 커플들이 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카섹스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충분히 달아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섹스는 여성에는 통증을 주고 남성에게는 조루의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섹스를 즐기는 커플들의 ‘카섹스 예찬론’은 끊이질 않고 있다. 일탈의 쾌감을 맛볼 수 있는 카섹스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누군가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스릴, 숨 막히는 쾌감으로
차량 창문에 짙은 썬팅한 뒤 대낮 거리에서도 카섹스를

최근 자동차를 새로 바꿀 생각을 하고 있는 직장인 K씨. 아직 미혼인 그는 다소 여자 친구가 많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이러한 사생활은 자동차의 구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일까. K씨는 바로 ‘카섹스 마니아’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차종 선택에도
카섹스가 영향 미쳐

“카섹스를 염두에 두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체가 좀 큰 자동차를 선호하게 된다. 경차는 공간이 너무 좁기 때문에 에로틱한 카섹스를 하기에는 좀 적절하지 않은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어떤 여자가 좁은 경차에서 볼품없는 카섹스를 하는 것을 즐기겠나.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자동차 구매 패턴이었지만 실제 카섹스를 염두에 두다보면 사소한 것 하나까지 보통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의자가 뒤로 얼마나 젖혀지는지 까지 세심하게 보게 된다. 어쨌든 이번 달 안에는 최종 결정을 해서 올 가을에는 카섹스의 낭만에 푹 빠져볼 생각이다.”

K씨처럼 카섹스를 즐기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기 때문에 섹스 스타일마저도 승용차의 스타일과 일치시키려는 경향이 더욱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카섹스를 즐기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K씨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사실 카섹스의 최대 매력이라면 숨 막히는 공간에서 남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스릴감을 느끼면서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이지 이걸 한번 경험해본 사람들은 그 짜릿함을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이상하게도 스릴감을 느끼면서 하는 급한 섹스에서는 다른 때에는 느끼지 못하는 쾌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남들이 언제 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이 부분에서도 색다른 감흥이 생겨난다.”

사실 K씨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인류학적으로’ 일리가 있다. 인류는 오랜 과거에 야생 생활을 하면서 언제든지 주변 동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에 노출이 되어왔다. 그러다 보니 ‘급하게 하는’ 섹스는 체내의 흥분 호르몬을 급격하게 분비시키고 이것이 쾌락수치를 극대화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쾌락 호르몬’이라고 하는 도파민의 분비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카섹스의 매력은 이것만이 아니다. 자동차라는 공간이 밀폐된 좁은 장소이다 보니 개방된 일반 침실과는 확실히 다른 그 무언가가 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카섹스 마니아인  Y씨의 이야기다.

“차안에서는 거친 숨소리, 신음소리가 적나라하게, 마치 스테레오 사운드 같은 느낌으로 전해진다. 키스를 하는 소리마저도 마치 영화관에서 듣는 듯한 입체감 있는 소리로 다가온다. 당연히 흥분지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자동차 안에서는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노래를 에로틱하게 틀 수 있으니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특히 여자들은 분위기에 약하다 보니 감미로운 음악을 들려주면 카섹스에 응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남자들에게 하나의 스킬과 노하우를 전해주는 것이 바로 자동차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카섹스를 나누는 장소 역시 다양화 되어 왔다. 과거에는 한강 고수부지 등이 유일한 카섹스 장소였지만 최근 차량 창문에 짙은 썬팅을 하게 되면서 언제 어디서든지 카섹스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특히 차량 내부에서는 외부가 보이기 때문에 길거리의 사람들이 연출해내는 일상적인 풍경을 감상하면서 섹스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1은 물론 1:2 ‘쓰리썸’도 가능 ‘카섹스에 불가능은 없다’
급하게 하는 카섹스는 여성 통증 유발, 남성 조루 가능성

따라서 일반 주차장이나 지하 주차장, 대형마트 등 섹스 장소가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 요즘의 추세라고 할 수 있다.
과거와는 다르게 요즘에는 카섹스의 체위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조수석에 여자를 눕히고 남성이 섹스를 하는 정상위가 대체적으로 주류를 이뤄왔다. 하지만 뒷좌석을 뒤로 완전히 제칠 수 있는 레저형 승용차들이 늘어나고 있어 정상위가 아닌 후배위 등 다양한 체위에 도전할 수 있다.

심지어는 자동차 안에서 1:2 등 ‘쓰리썸’까지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카섹스 마니아들의 설명이다. 최근 여성 섹스파트너들과 1:2의 카섹스를 했다는 H씨의 경험담을 들어보자.

“1:1로 하는 것도 흥분되는 일인데 1:2로 해봤더니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외부를 바라보면서 마음껏 자극적인 행위를 하다 보니 내 스스로가 포르노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앞으로는 평범한 모텔에서는 섹스를 못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만큼 강렬한 쾌락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카섹스의 연령층 또한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추세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미혼의 20~30대를 중심으로 카섹스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섹스에서 권태를 느낀 일부 중년부부나 중년 불륜 커플들도 카섹스를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 안에서 쓰리썸,
그게 가능한 얘기야?

특히 불륜 커플의 경우 모텔에 드나들 때 생길 수 있는 외부노출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카섹스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년 남성 T씨의 ‘카섹스 예찬론’을 들어보자.

“요즘에는 워낙 흥신소들이 많기 때문에 까딱하면 추적에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차 안에서 섹스를 해결하면 민망하게 모텔을 드나드는 일 자체가 없어진다. 승용차 자체가 모텔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물론 섹스를 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부산물들, 그러니까 여자의 머리카락 등을 나중에 철저하게 제거해야 하지만, 그래도 모텔에 드나드는 일보다는 훨씬 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애인’과의 섹스에서 승용차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된다.”

또 일부 커플들은 ‘섹스’까지 가지 않는 ‘유사성행위’만을 통해서 쾌락을 추구하기도 한다. 즉, 이들은 ‘오럴 섹스만으로도 충분히 오르가슴에 이를 수 있다’며 과격한 피스톤 삽입까지는 하지 않는 부류들이다. 이렇게 하면 소위 ‘뒷처리’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보다 깔끔하고 심플한 성행위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스릴감을 느끼는 것에 비교적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시도해볼 수 있다는 또 다른 장점도 있다는 것.

그러나 카섹스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정상적인 스킨쉽과 애무의 과정이 없다보니 신체적인 문제가 생긴다는 것. 여성의 경우 분비물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섹스의 과정에서 통증을 느낄 수가 있으며 이것이 반복됐을 때는 심한 상처가 날 가능성이 있다.

남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심리적으로 조급한 상태에서 섹스를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완전히 발기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정을 하게 되고 이것이 조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런 일이 많다고 곧바로 조루가 되지는 않지만 이러한 상황이 심리적으로 각인되어 조루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카섹스는 현대인이 만들어낸 새로운 패턴의 섹스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단지 ‘승용차’에만 한정될지, 아니면 또 다른 섹스 스타일을 만들어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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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