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학생이고, 당신은 선생이야! 왜 이래 정말”

30대 여교사 사건 계기로 본 ‘교사들의 무너진 성의식’<천태만상>

30대 여교사와 남제자의 성관계 사건의 충격이 채 사그라들기도 전에 교사 관련 성추행 사건이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여고의 윤리선생이 자신이 담임을 맡은 여학생에게 음란사진을 보내는가 하면 강제로 자신의 은밀한 부분을 만지게 한 것으로 알려져 파란이 일었다. 그런가 하면 일부 교수들은 교생실습을 나온 대학생들을 추행하고, 심지어 교장선생이라는 직급을 이용해 여선생들을 추행, 막말을 서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누구보다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사들이 성에 눈이 뒤집힌 형국이다. 정신 나간 교사들의 성추행 천태만상을 짚어봤다.

여고 담임교사가 학생 상습 성추행 “모텔 가자”
교장선생에겐 여선생들도 타깃 술시중에 욕설

서울 시내 모 여고 담임교사가 자신의 반 여학생을 상습 성추행했다가 학생들의 집단 항의로 인해 사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0월26일 서울시 종로구 모 여고에서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윤리과목 담당 송모(29)씨는 지난 8월 말, 자신의 반 여학생 A(16·여)양을 교무실로 불러냈다. “상담을 하자”는 이유에서다.

상담 하자더니…

A양은 아무 의심없이 담임선생님이 부르는 교무실로 향했고, A양이 자신의 앞에 앉자 송씨는 이내 본색을 드러냈다. 별 용건도 없이 A양의 다리를 쓰다듬더니 강제로 자신의 성기부위를 더듬게 한 것.

송씨는 그 뒤에도 A양에게 집착했다. 사건이 알려진 10월 중순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A양에게 “와이프가 집을 비웠으니 우리집으로 와라” “밤에 모텔로 가자”라는 내용의 음란성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고, 자신의 하반신을 촬영해 3~4장 추가로 전송했다.

A양은 담임선생님이 자신에게 저지른 만행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했다. 윤리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그런 짓을 하리라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친구들에게조차 창피한 이유가 컸다. 하지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음란한 사진까지 전송하자 더 이상 참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을 알게 된 같은 반 학생들은 A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같은 반 학우들은 A양이 교무실에 갔을 때 울면서 돌아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선생님이 보낸 문자와 사진을 보고 정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지난 10월16일 담임선생님의 이중성을 알게 된 학생 10여 명은 송씨에게 항의했고, 송씨는 “문자 몇 통 보낸 게 전부”라면서 성추행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이후 22일 학교 측이 자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실시하자 송씨는 그제야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상처를 받은 A양은 이미 자퇴한 후였다.

이와 관련 해당 학교 측은 “송씨를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하고 담임교사를 다른 교사로 교체했다. 사실상 직위해제 조치했고, 25일 본인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담임 학급 여학생들을 껴안고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에게 최근 징역 5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지난 10월21일 초등학교 여학생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경기도 광주 모 초등학교 교사 강모(50)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강씨는 올해 학기가 시작된 이후부터 지난 7월까지 학교 옥상 등에서 담임 학급 여학생 10여 명을 뒤에서 껴안고 가슴을 더듬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작 강씨는 “학생들의 어깨를 다독거린 것이지 의도적으로 가슴을 만지거나 키스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피해자들을 조사한 결과 4건을 제외한 32건은 성추행 혐의가 명백히 인정됐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가 초등학교 담임교사로 재직하며 자신이 보호해야 할 어린 초등학생 제자 10명을 무려 32회에 걸쳐 강제로 추행했고, 이 사건으로 어린 피해자들이 건전한 성적 정체성과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아동 성범죄에 대해 이 사회에서 다시는 그런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사회정책적 필요성이 강한 점 등을 고려해 피고에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전교조 강원지부는 10월25일 강원도교육청 측에 인제 모 초등학교 교장의 파면을 촉구했다. 해당 학교의 교장이 여교사를 상대로 술자리를 강요하고 폭언을 일삼았다는 이유에서다.

전교조 강원지부에 따르면 강원도 인제군의 모 초등학교 교장은 지난해 10월26일 오후 9시께 술에 취한 상태에서 2명의 미혼 여교사를 학교 관사로 불러냈다. 교장은 관사로 나온 여교사들에게 술자리를 강요했고, 이를 거부하자 수차례 언어폭력을 자행했다.

이어 지난 4일에는 또 다른 여교사에게 “다른 데로 가라” “이XX, 오늘 죽여버리겠다”는 등의 폭언을 하고 휴대전화를 집어던지는 등 모범이 되어야할 교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을 했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이는 교육자로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교육 부적격자인 교장을 파면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원도교육청에 공식 요구했다.

만취교장 여교사에 욕설

교장에게 술자리를 강요당하고 폭언을 들은 여교사 6명은 자필 사건경위서와 함께 교장에 대한 징계요구연명서를 도교육청에 제출했고, 이와 관련 인제교육청은 10월25일 오후 장학사를 학교에 파견, 진상조사를 벌였다.

이로 인해 해당 교장은 진상보고서를 제출받은 강원도교육청의 판단에 따라 징계 등 후속조치될 것으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