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위 반바지 착용 '논란'

EPGA "변화 모색" PGA "전통 고수"

최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브리티시오픈(정식명칭 디 오픈)이 연습라운드에서 선수들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브리티시오픈 내년 연습라운드부터 추진
엄격한 디 오픈도 허용?… 선수들은 환영

최근 AP통신은 브리티시오픈을 주관하는 영국 왕립골프협회(R&A)가 올해 대회 이후 연습라운드 때 선수들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만약에 이런 규정이 통과되더라도 대회 적용은 내년부터다.

허물어지는 전통

R&A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2016년 브리티시오픈 대회의 참가 조건은 이미 확정됐다”며 “반바지 착용은 내년 이후부터 고려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골프를 현대적이고 신세대 선수들과 발맞추도록 해주는 결정을 환영한다. 그러나 골프의 전통과 균형을 유지하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투어 연습 라운드와 프로암 대회에 반바지 착용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EPGA 투어는 선수들의 무기명 투표를 최근 실시해 이 같은 방침을 결정했다. 그리고 아랍에미리트에서 개막한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부터 즉시 적용했다.


키스 펠리 EPGA 투어 사무총장은 “반바지 착용은 선수들이 원했다(유라시아컵 때 유럽팀 주장 대런 클라크가 처음 요청). 이는 골프가 현대화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규정은 엄격하게 유지하겠지만 젊은 선수들을 위한 패션 측면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세계랭킹 3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연습 라운드 때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다. 선수들은 더운 날씨에, 특히 연습할 때 반바지 입는 걸 좋아한다”며 “날씨를 감안해 나도 입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는 더욱 적극적인 환영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선수들 모두는 반바지를 입는 걸 좋아한다”며 “PGA 투어에도 적용됐으면 좋겠다. 불만이라면 이 룰이 너무 늦게 정해졌다는 점이다”라고 환영의사를 나타냈다.
어니 엘스와 같은 베테랑들도 반바지를 입도록 허용한 EPGA 투어의 정책에 동조하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선수 복장 자체를 비즈니스로 보기 때문에 EPGA 투어와는 달리 반바지 착용에 엄격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투어 전문지 <골프월드>는 EPGA 투어의 경우 골프 대회에서 선수들의 복장과 관련된 새로운 스타일 변화가 다각적으로 모색되는 반면 PGA 투어는 유독 반바지에 엄숙한 입장을 고수한다고 지적했다. 선수들을 프로처럼 보이게 해서 상품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느덧 선수가 대회장에서 반바지를 착용하는 문제는 ‘모던’과 ‘전통’을 구분짓는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불어온 프로골퍼의 반바지 착용 라운드 열풍은 지난 1월 중순 말레이시아 샤알람에서 열린 유럽과 아시아의 팀 대항전인 유라시아컵과 바로 이어서 지난 주 아랍에미레이트연방(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개최된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이 큰 영향을 끼쳤다. 두 나라 모두 섭씨 30도를 넘는 열기와 습도로 인해 필드에서 긴바지를 입고 라운드하는 것이 괴로울 수 있는 자연 조건이었다.

EPGA 투어 측은 올해부터 연습라운드와 본 경기 전날 열리는 프로암에서는 선수들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다. 이는 지난해 부임해 전격적으로 투어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키스 펠리 CEO가 투어의 경기 시간 단축과 함께 추진하는 사항이다.
EPGA 투어는 지난주에 연습라운드와 프로암에서 반바지 착용 허용 여부과 관련한 선수 투표를 실시했고, 일치된 의견을 얻은 뒤에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부터 이를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본 경기 때는 종전처럼 긴바지만 입어야 하는 기준이 적용된다.


이 같은 조치가 나오자 대런 클락(북아일랜드),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어니 엘스(남아공) 등 투어를 대표하는 베테랑 선수들이 앞장 서서 짧은 바지를 입고 연습라운드를 하는 등 적극 호응했다. 세계 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 역시 “PGA 투어에서도 내가 보고 싶은 광경으로 아주 멋지다”고 화답하면서 화제는 유럽 대륙을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PGA 투어 측은 EPGA 투어의 반바지 시도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않는다. <골프월드>는 PGA 투어가 엄격하게 선수들의 드레스 코드를 강조하는 이면에는 프로 선수들이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과는 표면적으로도 구분되어 보여야 한다는 것이 더 큰 이유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뭐가 맞나?

즉, 반바지 착용 여부는 모던과 전통의 논쟁조차 아니라는 것이다. 연습라운드라 할지라도, 날씨가 아무리 덥더라도 프로로서의 차별화된 외양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 PGA 투어의 입장이다. 대회 현장에서 긴바지는 선수와 갤러리를 구분할 수 있고 광고주에게 어필할 수 있는 비즈니스적인 결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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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