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앞둔' 2016 프로야구 관전포인트

‘야구의 계절’ 페넌트레이스 스타트!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오는 4월부터 장장 6개월간의 전쟁이 시작된다. 야구팬들의 심장은 벌써부터 뛰고 있다. <일요시사>가 올해 한국프로야구의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오는 4월1일 2016년 프로야구 개막전을 앞두고 분주하다. 리그 개막에 앞서 최종 점검에 들어선 구단들의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올해 한국프로야구의 관전 포인트는 새로운 구장·떠오르는 스타·트레이드·신인·감독·용병·부상 및 복귀 선수·순위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신축 구장들]

삼성과 넥센은 기존 홈구장을 떠나 새로운 구장에서 홈 팬들을 맞이한다. 목동구장과 작별한 넥센은 한국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새 시즌을 치르고, 삼성도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로 안방을 옮긴다.

고척돔구장과 대구구장 모두 개막전으로 프로야구 첫 공식 경기를 치른다. 고척돔구장은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 중앙 담장까지 거리는 122m로, 잠실구장보다 3m 가깝지만 목동구장보다 4m 멀다. 원래 2만석으로 설계했으나 관객 편의를 위해 1만8000석으로 축소했다.

대구구장은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로 2만4000석, 최대 수용 인원은 2만9000명이다. 특히 대구구장은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홈 구장 시티즌스뱅크 파크를 본떠 8각형 구조로 만들어진 게 특징. 좌중간과 우중간 펜스가 곡선이 아니라 직선이다. 다른 구장에 비해 넓은 관람석과 탁 트인 시야로 편안한 경기관람을 돕는다는 평가다.


[뉴페이스 누구?]

한국프로야구를 이끌 신인 선수들도 눈길을 끈다. 각 구단은 개막을 목전에 두고서는 ‘탐나는 새내기’를 데려오는데 분주하다.

한화의 새내기 김재영(23)이 3경기 연속 무실점 쾌투로 데뷔 첫해 선발진 진입 기대를 부풀렸다. 공식 경기 첫 등판이었던 지난 9일 넥센 히어로즈전(5이닝 3피안타 5볼넷 4탈삼진)에서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던 김재영은 15일 LG 트윈스전(3이닝 무피안타 2볼넷 3탈삼진)에 이어 롯데 타선마저 차례로 잠재웠다.

12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한화 신인 투수로는 유일하게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했고, 김성근 감독이 본진 귀국 후에도 오키나와 잔류군에 김재영을 포함할 정도로 관심을 두고 있는 기대주다.

이재율(23)은 소리 없이 강한 스타일. 2016년 신인드래프 2차 4라운드(전체 33순위)에서 NC가 선택했다. 타율은 2할5푼(16타수 4안타)으로 높지 않지만, 도루가 6개나 된다. 지난 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첫 도루를 기록한 이후 KIA 타이거즈전에서 2개와 1개를 추가했다. 이어 지난 22일 한화전에서도 2차례 베이스를 훔쳤다. 2도루를 기록한 것이 두 경기나 될 정도로 한 번 탄력이 붙으면 연거푸 도루를 성공시키는 스타일이다.

[트레이드 성과]

삼성과 넥센이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1: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삼성 채태인(34)과 넥센 김대우(29)가 시즌 첫 트레이드의 주인공이 됐다. 내야수 채태인과 우완 사이드암 투수 김대우를 맞바꾸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번 트레이드의 무게는 채태인에게 쏠린다. 정교함과 장타력을 갖춘 주전 1루수와 불펜 투수의 트레이드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은 미래를, 넥센은 현재를 선택함으로 나름 양구단의 실리는 챙겼다는 평가다. 또 삼성은 김대우를 통해 임창용이 이탈하면서 구멍이 뚫린 불펜을 보강하고, 넥센은 박병호가 빠져나간 1루수 거포 자리를 메워 전력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야구팬 마음은 그라운드에 ‘흥분 100배’
6개월 전쟁 시작…막바지 최종점검 한창

김대우는 지난해 47경기에서 6승 3패 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4.94를 기록했다. 뛰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언더핸드라는 드문 투구폼에 28살로 아직 성장 가능성이 크다.

채태인은 당장 박병호의 빈자리를 메울 적임자로 9시즌 동안 3할이 넘는 정교함에 홈런도 81개를 기록할 정도로 파워도 갖췄다. LG에서 넥센으로 와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박병호와 서건창, 한화에서 와 선발로 자리 잡은 양훈 등 유독 성공 스토리가 많은 넥센. 채태인이 넥센의 다음 영웅으로 자리할 수 있을지 올 시즌 개막을 기다리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부상 복귀자들]

지난 시즌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한화의 투수 이태양(26)이 1년 만에 실전 복귀에 임박했다. 이태양은 지난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⅓이닝 3피안타(1피홈런) 3실점(비자책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이후 약 1년 만에 오른 마운드였다. 이태양은 그동안 실전 복귀 준비를 위해 박차를 가했다. 지난 10일 대전 두산 전을 앞두고 45개의 공을 던지며 라이브 피칭을 소화하며 복귀 임박을 알렸다.
 

삼성의 좌완 투수 차우찬은 시범경기에서 무실점 완벽투로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지난 1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에서 5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5km까지 나왔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포크볼·커브를 점검하며 정규시즌을 준비를 위한 첫 번째 등판을 무사히 마쳤다. 차우찬은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 도중 가래톳 부상을 당해 평가전 및 시범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각 구단에 합류한 예비역들의 활용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돌아온 예비역]

프로야구는 각 구단에 합류한 예비역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전력 보강은 FA, 외국인 선수가 다가 아니다. 2년 가까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예비역들 또한 쏠쏠한 전력이 될 수 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팀은 한화와 롯데다. ‘예비역’의 양과 질에서 다른 팀보다 앞서는 모양새다. 곧바로 1군 엔트리에 포함될만한 선수들이 많다.


한화는 지난 시즌 막판 1군에서 기용했던 김용주와 하주석을 새 시즌에는 풀가동할 수 있다. 좌완 김용주는 선발 한 자리를 꿰차거나 중간 계투로 쏠쏠히 활용이 가능하고, 하주석은 상무에서 일취월장한 타격능력을 바탕으로 내야 주전 경쟁에 나선다.

롯데는 예비역 카드로 투수력을 한층 보강할 수 있다. 고원준과 진명호가 동시에 돌아온다. 고원준은 입대 전 선발 요원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투수다. 올 FA 시장에서 손승락과 윤길현을 잡아 불펜을 보강한 롯데는 선발에서는 고원준의 활약에 기대를 건다.

린드블럼과 레일리 등 외국인 '원투펀치'가 강력하기 때문에 국내선발 두 명만 제 역할을 해줘도 안정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할 수 있다. 진명호 역시 쓰임새가 요긴하다. 192cm 93kg의 단단한 체구로 입대 전에도 1군에서 61경기에 등판했던 진명호는 강속구를 바탕으로 불펜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용병들 활약은?]

올해 10개 구단은 13명의 새 외국인 선수를 데려와 전력을 강화했다. 한화와 LG는 각각 투수 1명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대형 외국인 선수의 KBO리그행이 많아지고 있다. KIA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뉴욕 양키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에서 뛰었던 우완 헥터 노에시와 170만달러에 사인을 했다. 이는 한화 에스밀 로저스(19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미리 알고 보면 재밌다”
제도 변화·볼거리 가득


평균 시속 150㎞의 빠른 직구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노에시가 KBO리그에서 어느 정도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눈길을 끈다.

여기에 현역 메이저리그 타자로 관심을 모으는 윌린 로사리오(한화)의 방망이도 귀추가 주목된다. 130만달러를 받고 한화에 입단한 로사리오는 빅리그에서 5시즌 통산 71홈런을 때려냈던 거포다.

[특급 FA 선수들]

박석민(30)은 지난 시즌 뒤 FA 역대 최고액인 4년간 최대 96억원에 삼성에서 NC로 옮겼다. 정우람(30)은 SK에서 한화로 옮기며 4년간 84억원으로 불펜 투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유한준(35)은 넥센을 나와 kt 유니폼을 입으며 4년간 총액 60억원을 받기로 했다. 마무리 요원 손승락(34) 역시 넥센에서 롯데로 이적하면서 같은 돈을 받았다. 김태균(34)은 한화에 잔류했는데도 4년간 84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거액의 FA 계약이 속출했기에 이들이 ‘몸값’을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손승락은 1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0.00이지만, 수비 실책이 겹쳐 비자책 2실점 하며 블론세이브를 범하고 얻은 구원승이라 내용은 좋지 못했다. 4년간 38억원을 받는 윤길현(33·롯데)은 평균자책점이 11.57이다.

[신생팀 성적은?]

지난해 1군 무대에 데뷔한 신생팀 kt는 52승 1무 91패(승률 0.364)로 최하위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시범경기에선 7게임에서 3승1무3패로 공동 5위를 달리고 있다. kt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단 54경기에서 홈런 12방을 날린 강타자 댄 블랙을 포기하고 용병 투수 3명 체제를 꾸리는 승부수로 2016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역대 프로야구 신생 구단으로 2년 차에 급성장을 이뤄냈던 건 NC뿐. 2013년 7위에서 2014년 3위, 지난해엔 정규 리그 2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1986년 최하위(7위)로 등장한 빙그레(현 한화)는 이듬해 6위에 그쳤고, 1991년 6위로 데뷔한 쌍방울은 이듬해 8위로 순위가 더 내려갔다.

[800만 관중 넘나]

프로야구가 사상 최초로 800만 관중을 넘을지도 기대된다. 지난해 프로야구 정규 리그에는 736만530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2012년(715만6157명)에 이어 두 번째로 7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10개 구단 체제가 시작돼 팀당 144경기로 늘어나면서 내심 목표로 삼았던 800만 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목표 달성 실패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목을 잡은 탓이 컸다. 올해는 새로운 야구장도 2개나 탄생했기에 관중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다.

[5대 룰 변화]

올 시즌 KBO 리그는 무엇보다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리그 확립을 위해 ‘클린베이스볼’실현에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단일 경기사용구 도입 ▲심판 합의판정 확대 ▲홈플레이트 충돌 방지 등 공정한 리그 운영을 위한 다양한 변화가 준비돼 있다.

2016년부터는 10개 구단 모두 같은 공인구로 경기를 치른다. 지난해까지 구단들은 KBO로부터 공인받은 복수의 회사 제품을 임의로 선택해 사용했는데, 올해부터는 리그의 통일성과 공정 스포츠를 실현하기 위해 KBO가 지정한 단 한 개 회사의 제품만 사용하게 된 것이다.

홈플레이트는 득점 또는 수비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나는 구역으로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가 가장 높은 위치이기도 하다. KBO는 이에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홈플레이트 충돌 방지 규정을 신설하고 올 시즌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오심을 최소화하고 공정한 승부를 위해 2014년 후반기부터 시행된 심판 합의판정 제도가 올해부터 확대된다. 합의판정 대상은 홈런 타구를 비롯해 외야타구의 페어-파울, 포스·태그 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야수의 포구, 몸에 맞는 공 등 기존 5가지 항목에 타자의 파울-헛스윙, 홈플레이트 충돌 등 2가지 항목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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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