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2008국감 현장① 국감 7대 이슈


국감 전쟁의 막이 올랐다. 6일 시작하는 국감은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분수령인 만큼 여야는 이를 대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실책과 각종의혹 밝히기에,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실정 들추기에 집중할 전망이다. 따라서 제18대의 첫 국정감사는 종전 소규모 국지전이 아니라 사실상의 여야가 직접 맞붙는 전면전이 될 공산이 크다. <일요시사>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주요사건에 대해 집중 조명해보았다.

10월 정치권 최대 격전이 될 국정감사와 관련해 총성을 먼저 울린 쪽은 야당인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실책과 의혹들에 대해 5대 원칙과 방향을 정하고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여진다.
민주당 국정감사대책 태스크포스는 지난달 22일 상임위별로 선정할 증인 1백79명과 참고인 18명을 채택, ‘국정감사 주요 증인 1차 명단’을 발표하며 선전포고를 했다.

민주당은 ▲경제정책실패 책임자 ▲공기업 사유화 ▲권력형 비리사건 ▲방송장악·인터넷 통제 ▲5공 회귀 공안정국·인권탄압 ▲역사왜곡 및 이념 논쟁 유발 ▲형님인사·낙하산 인사 등 국감 주요 현안을 7개로 정하고 이와 관련된 증인 채택 대상을 선정했다.

민주당은 특히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어청수 경찰청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들을 “공기업 낙하산 인사 및 국정파탄 3인방”으로 명명했다. 9월 정기국회에서 이들을 해임시키는 데 실패한 민주당은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이들의 자진사퇴를 받아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즉각 반발했다. 한나라당 김정권 원내공보부대표는 “정치 공세로 마구잡이식 증인 채택을 요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담당 검사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방어’하는 입장이 된 여당의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증인은 여야 합의로 채택돼야 한다”며 민주당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덕수 전 총리를 포함한 참여정부 관료, 대통령 기록물 유출 논란과 관련된 전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증인 채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필요한 증인이라면 원칙적으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국감 물타기”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여야는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증인 명단을 포함한 각 상임위 국정감사 계획서를 처리한다. 하지만 각 상임위에서 의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원내대표단이 나서게 되고 최악의 경우 처리 날짜가 국감 직전으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슈]
①식지 않은 논란 ‘한국타이어 사태’


지난 연말과 올초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켜 온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 사태와 관련 오는 10월6일부터 열리게 되는 국정감사에서 집중 조명으로 진상 규명이 이뤄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추미애)는 노동부와 산하기관에 대한 이번 국감에서 한국타이어 사태에 대한 집중 거론 및 불꽃 튀는 공방 가능성이 커져가고 있다.

지난 2006년 5월부터 2007년 9월까지 5천5백여명이 근무하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에서 노동자 7명이 급성심근경색, 관상동맥경화증, 심장마비 등으로, 5명이 폐암과 뇌수막종양, 1명 자살 등 모두 13명이 사망한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추미애 의원 측 관계자는 “한국타이어 사태는 이번 국감에서 환경노동 이슈와 관련해 분명히 제기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본다”라며 “여러 관계자들을 만나서 자료를 수집했고 광범위한 자료를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감까지 남은 기간 동안 증인채택 및 어떠한 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규명에 대해 전체 15인으로 구성된 환노위 소속 의원들과 조율 등을 거치게 될 것”이라며 “이번 국감의 환노위 예상 쟁점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슈]
②정경유착 의혹 ‘제2롯데월드’


민주당은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며 ‘게이트’로 명명한 각종 의혹 관련 인사들의 국감 출석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특히 민주당이 ‘제2롯데월드 사업’과 관련,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하면서 연일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신격호 회장의 ‘초고층 건물’에 대한 꿈에서 나온 사업이다. 롯데그룹은 오너인 신 회장이 “한국에 세계적인 랜드마크 타워를 건설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지난 1988년 1월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일대 8만7천6백3.7㎡(2만6천5백평)을 서울시로부터 사들였다.

1994년 비행안전국역 초고층 가능여부 질의로 시작된 이 사업은 지난 1995년 송파구에 최초로 높이 4백2m, 1백층 건립계획안을 제출했으나 성남 서울공항과 교통난 등 반대 여론에 밀려 사업은 좌절됐다. 이후 98년 지하 5층, 지상 36층의 건축허가를 송파구청으로부터 받는 데 그쳤다.

하지만 신격호 회장이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방침이 다시 세워지면서 롯데그룹은 2002년 9월 1백12층 규모의 빌딩 건립안을 송파구에 제출했다.

이후 서울시가 건축허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업 추진은 급물살을 탔고 결국 작년 2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지상 1백12층, 지하5층의 제2 롯데월드 건립계획을 통과시키면서 사업은 본 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공군이 제2롯데월드가 들어설 경우 성남공항 항공기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서울시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행정협의조정위원회로 넘어갔고 결국 작년 7월 26일 최종 불허 방침이 내려졌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국방부가 ‘제2롯데월드’ 건립을 승인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민과 국가안보 대신 친구와 재벌을 선택한 것이고, 재벌 특혜를 넘어 국가권력을 사유화하는 것”이라며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을 정경유착(친구게이트)의 연결고리로 지목했다.

민주당은 제2롯데월드 건설 허용 의혹을 ‘친구 게이트’라고 규정하며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김효수 서울시 주택국장 등 서울시 인사와 이계훈 공군참모총장 내정자 등 공군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이슈]
③인천공항공사 민영화 사태


정부의 민영화 대상 공기업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포함된 배경을 두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공항 민영화의 과실을 국민이 아니라 특정 외국 기업과 특정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가져가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공기업 평가에서 인천공항공사의 점수를 낮췄다는 의혹마저 제기돼  왔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국정감사를 놓고 국토해양위원회 의원들의 국감자료 요청이 쇄도해 직원들이 눈코 뜰 새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한국공항공사, 항공안전본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3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10월14일 오후에 인천공항 국제업무지역 공항청사에서 열린다.

국토해양위원회 의원은 모두 29명으로 상당수가 초선이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 전반을 살펴보기 위해 각종 자료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번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국감 최대 이슈는 지난 4월 감사원 감사 결과와 함께 인천공항 민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의원들이 이 자료들을 빠짐없이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초선이 많은 국토해양위원들이 처음 맞는 국정감사인 만큼 의욕이 대단한 것 같다”며 “자료 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직원들은 이번 국감에서 인천공항 민영화 반대에 의원들이 나서 줬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슈]
④방송장악 위한 ‘낙하산 인사’


또 눈길을 끄는 것은 방송장악 등의 논란과 관련해 이번 국감에 민주당이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거론한 인사들의 면면이다. 이중 방송장악을 위한 낙하산 인사로 거론 되었던 대표적인 인사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다.

최 위원장의 KBS 정연주 사장 및 이사진에 대한 사퇴 압박 행보와 EBS 사장 사퇴 압박설 등이 제기되면서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었다. 여기에 대선 시절 이명박 캠프 방송총괄본부장을 한 구본홍씨가 YTN 사장으로 내정되고, 특보를 지낸 정국록씨가 아리랑TV 사장에 내정되면서 MB ‘코드인사’, ‘낙하산 인사’로 언론 장악을 노골화하고 있다는 문제로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

더욱이 최 위원장이 청와대의 내각 교체 물밑 작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위원장은 지난 6월9일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등 이명박 캠프를 진두지휘했던 원로 인사들과 함께 조찬을 하며 내각 사퇴 이후의 국정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물의를 일으켰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방송 독립을 지켜야 할 방통위원장이 대통령 직속이란 핑계로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대통령과 국정을 논의하는 것은 최 위원장이 쇠고기 정국을 초래한 국정난맥상의 주범임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이번 국감을 통해 자진사퇴를 받아내려 한다”고 밝혔다.

[이슈]
⑤김옥희씨의 ‘언니 게이트’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지 6개월도 안 돼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의 공천비리 의혹 사건이 터졌다.

김씨는 대통령 부인 친언니로 행세하면서 김종원 서울시 버스조합 이사장에게 국회의원 공천을 받게 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30억원을 받았다가 결국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되자 25억원을 돌려준 사기사건이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친인척 사건은 검찰 수사가 먼저 있고 청와대가 이를 해명하는 수순으로 전개된 사건이 아니었다. 청와대가 먼저 사건을 한 달 반이나 들고 있다가 결국 검찰에 넘긴 사건이다. 검찰은 사건을 받자, 이를 공안부가 아닌 금융조세부로 배당하여 ‘단순 사기사건’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사건을 ‘단순 사기사건’으로 보고 김종원 씨의 30억원은 단순히 ‘개인 돈’으로만 발표되었다. 과연 김종원 씨가 이만한 돈을 동원할 재력가인가에 대해서 각 언론마다 조금씩 분석이 달랐다”면서 “30억원의 출처와 사용처, 그리고 돌려받지 못한 4억5천만원의 행방, 이러한 많은 의혹들을 다시한번 집고 넘어가려고 자료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이슈]
⑥조현범 주가조작 ‘사위 게이트’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조씨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한 흔적이 검찰에 포착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은 조씨와 친분이 있는 김영집 코디너스 대표가 직접 개입한 증권거래법 등 위반사건. 김씨는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손자로 코스닥에 등록된 여러 회사를 인수했으며, 최근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검찰은 코디너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조씨에 대해 수사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수사 과정에서 조씨를 비롯한 재벌 2, 3세들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했거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단서가 새롭게 튀어나올 수 있어 그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민주당은 사건에 대해 “이 사건도 당연 대통령과 연관된 것으로 이번 국감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조 부사장이 코스닥 기업 엔디코프의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했는지에 중점을 두고 자료 수집과 검토 중에 있다. 또 조 부사장이 다른 재벌가 자제들과 함께 투자한 코디너스나 동일철강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다시 검토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슈]
⑦상암동 DMC 특혜 분양


민주당은 대선 당시 이슈였던 ‘상암DMC 특혜분양’ 논란을 통해 서울시 주변 인물들을 압박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상암동DMC 특혜 의혹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2년 6월 서울시가 자본잠식 상태인 (주)한독산학협력단지에 외국 기업에만 배당할 수 있던 DMC 땅을 부당하게 분양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축 승인이 났고 분양업체가 사채시장에서 끌어다 쓴 1백억원 가운데 39억원의 용처가 불분명한데다 관련 특혜 분양에 이명박 대통령이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DMC 사건의 핵심이다.
서울시는 이 사업을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이 후보 재직 시절인 지난 2003년부터 사업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잡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다 지난 2004년 특정 방송사에 대한 특혜 비리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논란은 본격화됐다.

이를 계기로 DMC 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한 다른 업체들도 “이번 사업을 둘러싸고 특혜 비리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측은 이번 국감을 통해 ‘DMC 특혜 배후 정치 세력이 누구인지’, ‘서울시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일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질의를 하며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통해 공기업 사유화에 대해서와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해서도 총공세를 펼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공기업 사유화에 대해서는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 사건과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해서는 유한열 한나라당 전 고문의 ‘군납 게이트’와 김귀환 서울시의장 ‘뇌물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서도 한나라당 고위 인사들을 중심으로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라 관심이 모아진다.

또한 지난 총선 당시 이슈였던 ‘뉴타운 허위공약’ 논란에 대해서도 공세를 취한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이밖에 ‘촛불집회 진압’, ‘종교차별’ 논란과 관련해 어청수 경찰청장은 물론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한진희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대상으로 다시 한 번 책임을 추궁할 예정이고, 최근 촉발된 ‘교과서 논란’에 대해서도 이번 국감을 통해 책임을 물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나라당은 한덕수 전 총리를 포함한 참여정부 관료, 대통령 기록물 유출 논란과 관련된 전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증인 채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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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