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태광쇼크 대해부上] 쏟아지는 의혹 #6

“작정한 ‘저인망 수사’ 뭔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태광그룹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가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불법 상속·증여에서 시작된 수사는 현재 비자금 조성, 로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불법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빙산의 일각 아래 시커먼 덩어리가 수면위로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형국이다. 이에 <일요시사>는 태광 사태에 떠오른 의혹들을 면면히 살펴봤다.

불법 상속·증여에서 시작된 수사 전방위로 확산
차명계좌에 4000억원…금융계열서 ‘개인저금통’

태광그룹의 각종 불법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파고 들어갈수록 새로운 비리가 드러나는 모양새가 마치 양파와 같다. 편법 증여·상속, 비자금 조성,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 등 일찍이 주요 재벌들이 써먹던 해묵은 수법에 이어 맞춤형 법 개정이나 인허가 등을 위한 로비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의혹 1>주식 편법 증여·상속

태광그룹 검찰 조사는 불법 상속·증여에서 시작됐다. 이호진 회장은 아들 현준(16)군에게 주요 계열사 지분을 편법으로 증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은밀한 대물림’은 비상장사를 통해 이뤄졌다. 핵심고리 중 하나는 전산시스템 운영·관리 업체인 티시스다. 이 회사는 지난 2004년 이 회장이 5000만원을 출자해 주식 100%(1만 주)를 소유한 형태로 설립된 회사다.

이 회장은 2006년 1월25일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주식수를 두 배(1만9600주) 가까이 늘렸다. 증자된 주식은 모두 현준 군에게 돌아갔다. 이를 통해 현준 군은 이 회사 지분 48.98%를 보유하면서 이 회장(51.02%)에 이어 단숨에 2대 주주에 올라섰다.

당시 신주 발행가격은 1만8955원. 당시 이 회사 자산규모와 당기순익을 고려하면 주당 20만원의 가치가 있었다. 이 때문에 발행가격이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헐값 매각’ 의혹이 떠오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후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거쳐 현재 티시스는 이 회장이 3만611주(지분율 51%), 현준 군이 2만9389주(지분율 49%)를 보유한 회사가 됐다. 이 회장이 현준 군을 2대 주주로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은 고작 2억5500만원에 불과했다.
현준 군이 지분 49%(9600주)를 보유해 이 회장(지분율 51%, 1만 주)에 이어 2대주주에 올라있는 티알엠 역시 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

또 현준 군은 계열사 한국도서보급의 2대 주주에도 올라 있다. 원래 두산그룹 계열이었던 한국도서보급의 지분과 경영권을 지난 2003년 태광 계열인 한빛기남방송이 사들였다. 이후 2005년 11월 이 회장과 현준 군이 한빛기남방송으로부터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현재 한국도서보급에서 이 회장이 51%, 현준 군이 49%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그밖에도 현준 군은 동림관광개발과 티브로드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39%, 8%씩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이 이들 비상장사에 주목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티시스와 티알엠은 태광산업 지분을 각각 4.51%, 4.63%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합하면 9.14%에 달해 이 회장(15.14%)에 이어 2대주주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도서보급은 핵심 계열사인 대한화섬의 최대대주(17.74%)다.

<의혹 2>계열사 간 부당 거래

아들에게 ‘왕좌’를 만들어준 이 회장이 다음으로 한 일은 ‘덩치 불리기’였다. 계열사들의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이 동원됐다.
실제로 티시스는 지난 2005년 흥국생명과 연간 58억원대 정보시스템운영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2004년 티시스의 연간 매출액이 32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액수다.

이후 티시스는 태광 계열의 여러 유선방송사와 네트워크 장비 공급 계약, 흥국생명의 콜센터 운영관리업무 위탁 도급 계약 등을 맺으며 몸집을 불려갔다. 그 결과, 티시스는 불과 4년 만에 매출에서 3배, 영업이익에서 20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게 됐다. 티알엠도 마찬가지로 태광산업 태광관광개발 흥국생명 등 계열사들의 건물·시설물 유지 관리를 도맡아 수익을 늘려나갔다.

<의혹 3>비자금 조성

불법 상속·증여에서 시작된 의혹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비자금 조성 의혹의 시발점은 1996년 창업주인 이임룡 회장이 사망한 뒤 자녀들이 재산을 상속받는 시점이다. 태광산업 주식 32%가 공식 상속재산 목록에서 누락된 것.

검찰은 그 가운데 18%의 지분은 현금화돼 그룹 계열사인 고려상호저축은행에 차명으로 예치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규모는 4000억원 상당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금화가 안 된 나머지 14%가량의 주식(1600억원 상당)은 이 회장 일가와 전·현직 임직원 100여 명 명의로 20년 넘게 차명 관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주식들은 계좌당 158∼1만690주씩 잘게 쪼개져 있으며, 명의자가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질권이 설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흥국생명 차명보험 계좌를 통해서도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주장이 추가로 제기된 상태다. 이에 따라 그룹의 금융 계열사 전체가 회장 일가의 ‘개인저금통’으로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흥국생명 해직자 복직투쟁위원회는 이 회장 일가가 97년부터 4년 동안 보험설계사 115명의 명의를 도용, 저축성 보험 313억원을 운영한 서류를 공개했다. 또 이들은 2001년 이후에도 유사한 보험 계좌에 500여억원이 들어있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최소 800억원 이상이 보험 계좌에 비자금으로 예치됐다는 것이다.


 <의혹 4>정관계 로비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 중 일부는 정관계 로비에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태광그룹이 쌍용화재와 케이블TV업체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특혜를 누리며 거침없이 사업을 확장해 나간 데 따른 것이다.

태광그룹은 지난 2006년 쌍용화재를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를 주도한 흥국생명은 2004년 대주주에게 불법 대출금 125억원을 지원해 기관경고를 받았다. 보험업법 상 경고를 받고 3년이 지나지 않은 업체는 보험업 허가를 얻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쌍용화재를 인수할 자격이 없는 셈이다.

맞춤형 법 개정, 인허가 등 위한 로비 정황 속출
이 회장 일가 소유 회사 ‘부당내부지원사격’ 받아


하지만 이를 감독할 금융감독위원회는 인수를 승인했다. 지배주주가 다르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또 인수경쟁사에는 허가하지 않던 ‘3자 배정 유상증자’도 태광그룹에만 허용했다.

뿐만 아니라 보통 한 달이 걸리는 지분취득 심사도 불과 열흘 만에 해치워버렸다. 당시 태광그룹이 금감위 직원들에게 고가 와인을 선물하는 등 로비 의혹이 인 바 있다.

큐릭스 인수과정도 비슷하다. 태광그룹의 케이블TV 계열사 티브로드는 14개 방송권역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방송법에는 특정사업자가 전국 77개 방송권역 중 15개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돼 있었다. 태광그룹은 이런 방송법 규제 조항에 막혀 큐릭스를 인수할 수 없었다.

그리고 2008년 말 제한 권역수를 최대 25개까지 두도록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이후 태광그룹은 지난해 6개 권역을 보유한 큐릭스를 인수해 케이블 업계 선두로 부상했다. 시행령이 바뀌어 태광그룹이 최대 수혜를 입은 셈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2006년 12월 군인공제회 등을 앞세워 큐릭스의 지분 30%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이어 군인공제회·화인파트너스는 큐릭스홀딩스 지분을 다시 태광그룹의 계열사인 태광관광개발에 넘기는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옵션계약의 내용은 앞으로 2~3년 내 큐릭스홀딩스 지분을 태광 측에 넘기되 원금(900억원)과 연 10%의 복리이자를 보장받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태광이 규제 완화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처럼 일방적이고 불리한 옵션계약을 받아들였을 리 없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이 때문에 당시 업계에서는 태광그룹이 시행령 개정을 위해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 등에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설이 나돌았다. 실제로 시행령 최종 승인 직전인 지난해 3월 티브로드의 대외협력팀장이 청와대 행정관 2명과 방통위 뉴미디어과장에게 성접대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의혹 5>차명 부동산 소유

여기에 최근 이 회장이 차명 부동산을 대규모로 소유·관리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문제의 부동산은 태광관광개발이 소유한 경기도 용인시 태광컨트리클럽(태광CC)의 주변 부지다. 이 회장은 이 땅을 전·현직 그룹 임직원 이름을 빌려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현재 보유하거나 처분한 부동산이 모두 수백 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자신의 재산을 숨기기 위해 대규모 부동산을 차명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의혹 6>부당 내부지원

이밖에 이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인 동림관광개발이 춘천시 남산면에 개발 중인 골프장에서 회원권을 계열사들이 구입하는 식으로 건설자금을 ‘지원사격’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회원권의 대부분은 흥국생명, 태광산업, 대한화섬, 티브로드홀딩스 등 계열사들이 구입했다. 이들 계열사는 적게는 2계좌에서 많게는 20여계좌의 회원권을 구입했으며 이들이 산 회원권 규모는 792억원에 이른다. 구입 가격은 2008년부터 2009년까지는 계좌당 22억원, 올해는 26억원으로 국내 최고가 수준이다.

특히 보험계열사들은 532억원의 거금을 쏟아 부었다. 흥국생명은 지난 2008년 회원권 10계좌를 220억원에 구입했다. 또 다른 보험계열사 흥국화재도 올 8월 이 골프장의 회원권 12계좌를 312억원에 사들였다.

자산이 수십조 원에 이르는 회사들도 골프장 회원권 보유규모는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의혹들에 대해 태광은?


이처럼 연일 새로운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는 통에 태광그룹은 사실상 패닉상태에 빠졌다.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가운데 최근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태광그룹이 입을 열었다. 그 동안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정하고 나선 것.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태광그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거에도 수차례 사정 대상에 올랐던 의혹들이지만 명쾌하게 사실관계를 파헤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 역시 ‘용두사미’식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향후 태광 사태는 어떤 형국으로 흘러가게 될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징징대는’ 북한 도발의 이면

‘징징대는’ 북한 도발의 이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북한의 도발 방식이 다각화되고 있다. 전형적인 미사일 도발에 이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나 싶더니 최근에는 오물을 투척했다. 윤석열정부는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잦아진 북한의 도발, 그 노림수는 무엇일까? 80여년의 세월은 두 나라의 공통점을 차근차근 지워냈다. ‘한민족’ ‘동포’라는 말을 사용하긴 하지만 과거보다 유대감은 옅어졌고 소속감은 사라지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산가족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마주한 현주소다. 분단 79년 다른 나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은 2001년부터 2022년까지 14번에 걸쳐 통일 시기에 대해 물었다.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는 전체적인 경향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모든 조사에서 응답자의 과반이 ‘(통일은) 10년 후쯤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2011년 김정일 전 노동당 총비서 사망, 2013년 12월 장성택 전 정치국위원의 숙청 발표 때 ‘통일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응답이 다른 조사에 비해 높았던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경향은 10년 넘게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눈에 띄는 점은 연령별 양극화였다. 2022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7%가 통일 시기를 10년 후쯤으로 답했다. ‘(통일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가 19%, ‘통일되지 않는 것이 낫다’가 19%로 나타났다. 의견을 유보한 비율은 5%였다. 큰 틀에서는 이전 조사와 비슷했지만 18~29세, 30대 등 젊은 층에서 ‘통일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비율이 평균치를 웃돌았다. 각각 29%, 30%의 수치를 기록했다. 젊은 층 3명 가운데 1명은 통일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반면 70대 이상에서는 ‘(통일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답변이 3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젊은 층에서 통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로는 북한과의 관계가 손꼽힌다. 그간 정부의 성향에 따라 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진보 성향의 정부는 대화를 통해 전쟁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전개했고 보수 성향이 짙은 정부일수록 강경 대응 방식을 취했다. 북한 역시 대화 상대의 성향에 따라 전략을 달리하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를 줄타기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물꼬를 트고 평화 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의 대북정책을 고수했다. 이 과정서 한국이 미국, 중국, 북한과의 관계를 주도하는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미사일·GPS·오물 다양한 도발 정부, 군사합의 효력 전면 정지 반면 윤석열정부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미‧일 체제를 공고히 다지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형태의 대북정책을 펼치고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은 한미, 한일관계에 공들이는 것에 비해 중국, 북한과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눈에 띄는 점은 북한의 대응이다. 북한은 최근 들어 다양한 방식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밤부터 29일까지 거름과 쓰레기 등을 담은 오물 풍선이 우리나라 쪽으로 날아왔다. 이른바 ‘오물 풍선’으로 이날 북한이 살포한 풍선은 260여개로 집계됐다. 오물 풍선은 지난 1~2일 사이에도 날아왔다.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에 따르면 1일 밤 8시경부터 다음 날 오후 2시30분 기준 전국서 720여개의 오물 풍선이 식별됐다. 오물 풍선은 항공기 운항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2일 오전 제1활주로와 제2활주로 사이 상공서 오물 풍선이 두 차례 확인돼 운항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전날에도 제3활주로와 제4활주로 사이에 낙하한 오물 풍선을 수거하느라 일정 시간 동안 항공기가 이착륙하지 못했다. 결항된 항공편은 없었지만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북한은 오물 풍선에 이어 탄도미사일을 대거 발사하는 등 무력 도발을 이어갔다. 지난달 30일 합참은 “오늘 오전 6시14분께 북한 평양 순안 일대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추정 비행체 10여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시험발사 명목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무더기로 쏜 것은 이례적이다.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명백한 도발 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군은 굳건한 한미연합 방위 태세하에 북한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듭된 공세 강경한 대응 북한은 지난달 17일에도 300㎞를 날아간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북한은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공격도 자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5시50분부터 발신지가 북한의 강령과 옹진으로 추정되는 전파 교란 신호가 3일까지 누적 1500건에 육박했다. 발신지가 북한으로 추정되는 전파 교란 신호가 연평·인천·강화·파주의 과기정통부 전파감시시스템에 유입됐다가 중단되길 반복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기준 932건으로 집계됐는데 주말 새 550건이 늘어 1482건으로 나타났다. GPS 전파 혼신 신고 건수를 대상별로 분류하면 항공기 507건, 선박 975건 등이다. 실제 피해로 이어진 사례는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북한의 GPS 교란 전파가 산과 같은 지형지물을 넘기 힘들어 수도권 등 국민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다각화된 도발에 정부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윤정부는 지난 4일 남북 간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부 정지시켰다. 오물 풍선 사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9‧19 군사합의의 효력이 정지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훈련 등이 가능한 여건이 마련됐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8월19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회담서 채택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로 남북 간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이미 전면 파기를 선언했고 윤정부도 같은 달 효력을 일부 정지했다. 북한이 오물 풍선, GPS 교란 등의 도발을 거듭하자 전면 정지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미국도 규탄 국제기구에 지난 3일 대통령실은 김태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주재로 NSC 실무조정회의를 열고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서 의결된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안을 재가했다. 이 같은 조치는 북한의 도발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북한의 GPS 교란 공격에 대해 국제기구에 문제를 제기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최근 북한의 GPS 교란과 관련해 정부는 유관 부처 간 긴밀한 협의하에 유관 국제기구를 통해서도 이 문제를 제기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국제기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해사기구(IMO) 등 3곳이다. 정부는 2016년 3월 북한이 GPS 교란 전파를 발사했을 때에도 이들 기구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각 기구는 비판 성명을 채택하거나 교란 중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미국도 반응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해 “역겨운 전술”이라고 규탄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것은 분명히 역겨운 전술”이라며 “무책임하고 유치하니 북한은 이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도 “우리는 어떤 형태의 비행 물체든 불안정을 초래하고 도발적인 것이라고 본다”며 한국, 일본과 긴밀한 대응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윤정부가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로 맞서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윤정부의 강경 대응에 따른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 안건이 국무회의에 상정되기 전 “오물 풍선을 보낸 북한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대응은 정말 유치하고 졸렬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여 정권이 처한 위기를 모면하려는 나쁜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내부 상황 안 좋아 외부로 눈 돌렸나? 반면 국민의힘은 환영의 뜻을 전했다. 국민의힘은 “북한은 올해만 6차례에 걸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1000여개의 오물 풍선을 살포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재산 상의 피해를 초래했다”며 “북한의 몰상식하고 치졸한 도발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향후 이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해서는 북한 당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도발과 윤정부의 대응에 모두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 상황을 감추려 한다는 설명이다. 양쪽 모두 국면전환을 위한 일종의 ‘노림수’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북한의 경우 정찰위성 발사 실패, 경제난 등을 겪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밤 군사정찰위성 2호기를 발사했다. 하지만 1호기 발사 때와 달리 비행 과정서 폭발했다. 사실상 실패한 것이다. 합참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밤 10시44분경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서 서해 남쪽 방향으로 발사한 ‘북 주장 군사정찰위성’으로 추정되는 항적 1개를 포착했다. 해당 발사체는 밤 10시46분경 북한측 해상서 다수의 파편으로 탐지됐다. 비행 과정 중 폭발, 실패가 추정되는 대목이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쏜 것은 지난해 11월21일 이후 6개월여 만이다. 당시 북한은 3번의 시도 끝에 1호기를 궤도에 올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북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는 정찰 등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호기 발사가 북한에 중요했던 이유다. 이번 실패로 김정은 위원장의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경제난으로 북한 주민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점도 북한 입장에서는 차단해야 할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와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는 방법으로 위기 상황을 모면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주거니 받거니 짜고 치는 쇼? 내부 상황만 놓고 보면 윤정부도 녹록지 않다. 윤정부는 4‧10 총선서 패한 이후 거듭된 이슈로 수세에 몰리는 중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초반 박스권에 갇혀 반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채 상병 특검, 의료개혁, 김건희 여사 사건 등 곤혹스러운 이슈들이 산재한 상황이다. 문제는 북한 이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과거와는 달리 현저하게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정국이 요동치고 북한 내부에 문제가 발생하면 관심도가 높아졌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며칠만 ‘반짝’ 이슈화됐다가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과 북한이 마주한 현주소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