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녀 덮친’ 변태 심리전문가 풀스토리

“긴장 푸세요” 눈 감자 손이 쑤욱∼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상담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한 심리상담사가 체포됐다. 문제는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 심지어 성관계 장면까지 촬영해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까지 했다. 심리상태가 불안정해 저항이 어려운 여성들을 성폭행한 변태 심리상담사. 그 내막을 들여다본다.
 

지난 2월말 서울 강남의 한 정신분석클리닉 대표 A(45)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여러권의 책을 낸 유명 심리상담사로 2012년과 2013년 각각 상담소를 찾은 여성 B씨, C씨와 상담실 내에서 여러 차례 성관계를 맺었다. 특히 A씨는 성관계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한 뒤 이를 지인들에게 보여줬고, 또 다른 심리상담 내담자들에게 해당 동영상을 보여주며 성관계를 유도했다.

상담 의자서… 

피해 여성 B씨는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자는 A씨의 요구를 거부했음에도, A씨가 동영상을 몰래 찍어 주변에 보여준 사실을 알고 경찰에 고소했다. B씨와 C씨 등은 “상담 과정서 털어놓은 정신적 취약점과 심리 특성을 상담사가 활용해 성관계를 사실상 강제했다”며 A씨를 준강간과 감금 등의 혐의로도 고소했다.

A씨는 경찰에 출석해 “성관계는 서로 사랑한 상태에서 맺은 것으로 강제성이 없었고, 동영상도 합의하에 촬영한 것”이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성관계를 맺고 카메라로 촬영했지만, 이는 상대방의 동의가 있었다는 것.

경찰은 A씨가 심리상담소 내담자 대부분이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의지할 곳을 찾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상담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담 과정서 심리적으로 우위에 선 상담사가 내담자의 정신적 취약점을 이용해 성관계를 맺은 것을 성폭력으로 규정하고 처벌을 요구한 것은 공식적으로는 이번이 첫 번째 사례다.


형법상 성폭력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음을 입증해야만 가해자를 준강간죄 등으로 처벌하는데,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거나 정신기능 이상일 때 등에만 한정됐고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를 법원이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기준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종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문제가 상당히 뿌리깊게 퍼져 있다고 지적했지만, 정부의 실태조사나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기준으로 양대 상담학회인 한국상담심리학회와 한국상담학회 소속 상담사만 해도 1만명이 넘는 등 상담사는 계속 증가 추세다. 하지만 상담 윤리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제는 없다.

특히, 단기양성 과정만 이수하고도 상담 관련 자격증을 받는 경우도 있는 데다 보건복지부는 ‘정부는 정신보건전문요원만을 관리한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수 상담소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의 고소인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심리 상담을 원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상담기관에 대한 검증과 규제는 허술한 실정”이라며 “정부는 피해실태조사, 심리상담사 자격심사제도 마련 등을 서둘러야 하고, 내담자와의 성관계에 대한 엄격한 관리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클리닉 찾은 여성 2명과 성관계
상담실서 수차례…동영상 촬영까지


‘상담실 성폭력’ 피해자들의 폭로도 계속해서 제기돼왔지만 해결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김수희(가명)씨는 지난해 한 명상카페 운영자의 행적을 온라인에 고발했다. 한 명상지도사가 프로그램 운영 과정서 여성회원들을 성추행했으며 회원들의 돈으로 센터를 차리는 등 사이비교주 같은 행동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 명상지도사는 명상 분야서 여러권의 책을 번역·저술한 유명 인물이다. 김씨의 폭로를 계기로 그동안 그의 책을 펴낸 출판사는 앞으론 더 이상 그의 책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말부터 다른 대형 출판사로 옮겨 다시 책을 내고 있다.

현행법으로 상담자를 처벌할 수 없기에 그동안 피해자들은 주로 상담자가 속한 학회에 제소하는 방법을 택해왔다.

2010년 한 상담학회에 남성 상담사가 여러 여성 내담자를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고발이 들어왔고, 학회의 윤리위원회는 조사를 거쳐 상담사의 회원 자격을 박탈했다. 하지만, 이 상담사는 여전히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로서 상담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는 한 전문가는 “정상적인 수련과정을 거친 분석가라면 내담자의 전이를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것이 심각한 비윤리적 행위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분석가는 내담자로부터 상담료 외의 그 어떤 이득도 취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원칙이 지켜질 수 있는 사회적 제도 또한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상담심리학회와 한국상담학회 등은 정관에 “상담관계가 종결된 이후 최소 2년 내에는 내담자와 성관계를 맺지 않는다. 2년 이후에도, 상담사는 성관계가 착취적 특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학회에 소속되지 않아도 상담 활동에는 제약이 거의 없어, 학회원 자격박탈은 별 제재 효과가 없는 실정이다.

강제로 유도 

한국상담심리학회 윤리위원으로 활동하는 한 교수는 “성폭력 관련 호소문에 견줘 윤리위에 정식으로 제소되는 건수는 턱없이 적다”며 “피해자가 자책하기 쉽고, 국가 공인 심리상담사 자격증 제도도 없는 현실에서 처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은 심리상담을 주별 공인 자격증 제도로 운영하고 있고, 윤리강령을 위반한 상담사들의 공인 자격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매매 피해’ 10대 청소년 덮친 변태 경찰 

현직 경찰관이 과거 성매매 사건 피해자로 알게 된 10대 청소년과 성매매를 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지난 15일 수원의 한 경찰서 소속 형사 A(37) 형사를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형사는 과거 성매매 사건 피해자로 알게 된 B(18)양을 2014년 11월부터 10개월간 4~5차례에 걸쳐 돈을 주고 성매매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양은 최근 자신이 다니는 청소년지원센터에 이 같은 사실을 고백, 센터 관계자가 A 형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수사 중인 사건으로 정확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A 형사의 혐의가 입증되면 복무수칙에 따라 징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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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