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대한민국 뒤흔드는 중독증후군

‘Holic 홀릭’ 도박·게임 등 “중독의 늪에 빠진 사람들”


도박, 게임, 약물 등 각종 중독의 늪에 빠진 현대인이 200만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람의 내면을 병들게 하고 인간관계마저 무너뜨리는 중독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는 특징이 있다. 사람들은 현실 속에서 무력감을 해소시켜주는 물질을 찾게 되고 이 물질이나 행위는 알코올이나 담배, 음식이 될 수도 있고, 게임 또는 도박이 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일, 쇼핑, 섹스 중독 등 다양한 중독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청소년들은 게임중독, 성인은 도박중독에 빠져 상담을 받는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일요시사>는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중독증후군에 대해 취재했다.  

도박중독 매년 늘어, 도박중독율 또한 선진국의 2~3배
강원랜드 개장 이후 관내에서 도박 이유로 37명 자살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독의 양상은 다양하다. 다만 중독의 행위 저변에는 존재감을 확인받고 싶은 공통적인 심리적 욕구가 깔려있다. 근심이나 불안으로부터 도피하려는 욕구, 죄책감을 줄이려는 욕구, 자신의 환경을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욕구, 신체적 심리적 영적 고통을 피하려는 욕구 등이 중독에 빠지게 만든다는 것.
최근에는 방송인 신정환의 해외원정 도박설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도박중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 판만 더…”
멈출 수 없는 병

화투나 카지노, 경마 등 재미삼아 시작했다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거나 이런 행위를 멈췄을 때 스트레스가 쌓이고 불안감을 느낀다면 도박중독으로 볼 수 있다. 습관적으로 도박을 하려고 하거나, 도박 외에 주위의 다른 조건이나 환경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치료가 필요한 도박중독 환자라는 것.

도박중독은 충동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해 사회·가정에서 자기 역할과 책임을 이행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탐닉하는 일종의 ‘충동장애’다. ‘충동장애’란 욕구를 실행할 때까지 불안감이 증가하다가 실행한 뒤에야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끼는 병을 말한다. 즉 특정 대상에 광적으로 몰입하는 정신질환이다.

도박중독의 특성은 통제력 상실, 도박 집착, 내성과 금단증상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자기 의지로 제어할 수 없고 가족과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과 피해를 주고 있다면 중독성 질환, 즉 충동조절장애 환자로 봐야 한다.

도박중독의 원인은 매우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학전문가들은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이상이 생겼을 때 도박중독에 빠지기 쉽다고 보고 있다. 무엇인가를 성취했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도파민과 각성, 스릴 등을 느끼게 하는 노르에피네프린이 도박 없이는 분비가 잘 되지 않는다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밖에 부모의 도박 습관이 자녀에게 대물림되기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성격적으로는 쾌락과 소비, 자기과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도박에 빠지기 쉽고, 경제적으로 심한 무력감과 좌절감에 빠져 있을 때나 자포자기 심정으로 일확천금의 기회를 노리고 싶을 때 도박중독에 빠질 위험이 크다.

그런가 하면 우리 국민의 도박중독률이 선진국의 2~3배에 이른다는 집계가 발표돼 관심을 끈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이 사행성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행산업 이용객의 도박중독 유병률(도박 중독률)은 2008년 55%에서 2010년 상반기 61.4%로 급증했다. 2010년 일반 성인 도박중독 유병률도 6.1%로 집계돼 우리나라 성인 남녀 3700만명 중 230만명이 도박중독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도박 중독률이 독일(1.2%), 영국(1.9%), 호주(2.55%) 등과 비교했을 때 2~3배 정도 높은 수준이라는 데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박중독 상담 및 치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도박중독에 대한 상담 및 치유 비용이 98억4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도박중독재단의 상담·치유실적 및 비용집행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한해 동안 4개 기관에서 총 98억4000만원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마사회 유켄센터가 46억1000만원, 강원랜드 중독치유센터 25억6000만원,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클리닉 14억2000만원, 사감위 중독치유센터 12억5000만원 등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4개 기관을 이용한 상담건수는 총 2만9014건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클리닉을 이용한 상담이 1만6823건(5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원랜드 중독치유센터 6486건(22%), 한국마사회 유켄센터 3493(12%), 사감위 중독치유센터 2212건(8%) 순으로 집계됐다.
4개 기관 중 강원랜드는 월 출입 일수가 15일로 제한되어 있으며, 두 달 연속 15일씩 출입하게 되면 출입 정지와 함께 유일하게 의무적 상담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중독 환자들은 도박을 스스로는 멈출 수 없는 사람이다.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상담 치료 외에 약물치료를 지속적으로 병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도박중독의 치료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스스로 도박중독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청소년 중 51만명 게임중독 상태 추정 ‘심각’
맞벌이 부부 자녀 도박중독 쉬워…지속적 관심 필요해

도박중독 환자들은 술이나 약물,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심해져 자살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도박중독을 병으로 인식하고 치료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 실제 강원랜드 개장 이후 2010년 8월까지 정선군 관내에서만 37명이 도박을 끊지 못하는 자신을 비관하거나 빚을 갚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집계돼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 한다.

전문가들은 도박이 원인이 되어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도박을 끊지 못하는 경우에는 강제로라도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도박에 대한 도박중독자들의 욕구는 상상 이상으로 크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울 뿐 아니라 재발 위험도 크다. 때문에 치료 중 재발하더라도 좌절할 것이 아니라 빈도가 줄어드는 것 자체가 회복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마라톤 하듯 치료에 임해야 한다.

최근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해 심야 셧다운제, 피로도 시스템 등과 같은 처방이 도입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청소년 중 약 51만명은 게임 과몰입 상태로 추정되고 있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청소년 게임과몰입 현황 및 상담실적’을 분석한 결과, 게임과몰입 관련 상담을 받은 청소년은 2007년 3440명에서 2010년 8월 기준 4만4937명으로 약 1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청소년상담원 상담 현황이 가장 많은 지역은 9975건을 기록한 경기도로 전년대비 2.34배 증가했다. 이어 울산광역시가 5530건, 충청남도가 5209건, 강원도 4775건, 전라남도 2856건 순으로 조사됐다.

이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인식·행동 진단척도 연구’ 자료에 의하면 초등학생의 7.7%, 중학생의 7.0%, 고등학생의 6.7%로 전국적으로 초·중·고생 747만명의 약 7%에 해당하는 51만명은 게임과몰입 상태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청소년 게임중독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원인이 연령대별로 다르다고 설명한다. 초등학생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의 아이들은 주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고 있는 아이들이 게임중독에 쉽게 빠진다고. 책상 앞에는 오래 앉아있지 못하는 아이들이지만 단순한 방식으로 집중만 하면 되는 게임에는 오히려 과잉 몰입하기 쉽다는 지적이다.

이어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는 ‘우울증’이 게임중독의 원인이 되는 사례가 많다. 학교나 가정에서의 고민을 게임을 함으로써 스스로 치료하는 것.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고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되는 과정에서의 게임중독도 조심해야 한다. 인터넷중독 전문치료기관 ‘보라매 아이윌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까지는 고위험군 환자가 전체의 1.4%인 반면 중학생이 되는 만 13세 부터는 이 비율이 2.5%로 증가하고, 고등학생이 되는 만 16세에는 2.8%로 높아진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의 성격 자체보다 가정환경이 게임중독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무심한 가정과 맞벌이 부모 밑에서 게임중독에 걸리는 아이가 쉽게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소년 게임중독 심각
“당신의 자녀는?”

실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중학생 3201명과 고교생 32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게임중독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가 맞벌이인 경우 게임중독 고위험 비율이 73.3%로 외벌이 자녀 비율(23.6%)의 3.1배에 달했다. 부모 모두 직장 생활을 하는 탓에 자녀와 같이 지내는 시간이 적은데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리 역시 소홀할 수 밖에 없어 발생한 결과인 것으로 진단된다.

내 아이가 게임중독이라면 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게임문제를 두고 아이들과 지나치게 감정 대립을 하거나 반대로 아예 방치하면 게임중독 증세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무조건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보다 아이들 스스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적으로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이면 PC방에 가서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강압적 통제보다 자녀와 협의해 자율적으로 인터넷 사용시간을 정하는 것이 좋다.

부모와 자녀가 자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아이들이 게임의 어떤 부분에 매료되는지 부모가 알고 있어야 극단적인 대립을 피할 수 있다. 또 부모도 컴퓨터에 대해 알고 가족 공유 장소에서 인터넷을 활용하면서 긍정적인 사용을 권장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다못해 자녀에게 E메일로 편지 한 통을 보낸다면 자녀들은 부모의 다른 모습에 감동받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밖에 여가시간에 함께 독서나 운동, 등산 등 다른 취미생활을 하거나 자녀가 주로 하는 게임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자녀들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전문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평가를 받고 그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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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