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대한민국 뒤흔드는 중독증후군

‘Holic 홀릭’ 도박·게임 등 “중독의 늪에 빠진 사람들”


도박, 게임, 약물 등 각종 중독의 늪에 빠진 현대인이 200만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람의 내면을 병들게 하고 인간관계마저 무너뜨리는 중독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는 특징이 있다. 사람들은 현실 속에서 무력감을 해소시켜주는 물질을 찾게 되고 이 물질이나 행위는 알코올이나 담배, 음식이 될 수도 있고, 게임 또는 도박이 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일, 쇼핑, 섹스 중독 등 다양한 중독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청소년들은 게임중독, 성인은 도박중독에 빠져 상담을 받는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일요시사>는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중독증후군에 대해 취재했다.  

도박중독 매년 늘어, 도박중독율 또한 선진국의 2~3배
강원랜드 개장 이후 관내에서 도박 이유로 37명 자살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독의 양상은 다양하다. 다만 중독의 행위 저변에는 존재감을 확인받고 싶은 공통적인 심리적 욕구가 깔려있다. 근심이나 불안으로부터 도피하려는 욕구, 죄책감을 줄이려는 욕구, 자신의 환경을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욕구, 신체적 심리적 영적 고통을 피하려는 욕구 등이 중독에 빠지게 만든다는 것.
최근에는 방송인 신정환의 해외원정 도박설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도박중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 판만 더…”
멈출 수 없는 병

화투나 카지노, 경마 등 재미삼아 시작했다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거나 이런 행위를 멈췄을 때 스트레스가 쌓이고 불안감을 느낀다면 도박중독으로 볼 수 있다. 습관적으로 도박을 하려고 하거나, 도박 외에 주위의 다른 조건이나 환경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치료가 필요한 도박중독 환자라는 것.

도박중독은 충동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해 사회·가정에서 자기 역할과 책임을 이행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탐닉하는 일종의 ‘충동장애’다. ‘충동장애’란 욕구를 실행할 때까지 불안감이 증가하다가 실행한 뒤에야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끼는 병을 말한다. 즉 특정 대상에 광적으로 몰입하는 정신질환이다.

도박중독의 특성은 통제력 상실, 도박 집착, 내성과 금단증상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자기 의지로 제어할 수 없고 가족과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과 피해를 주고 있다면 중독성 질환, 즉 충동조절장애 환자로 봐야 한다.

도박중독의 원인은 매우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학전문가들은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이상이 생겼을 때 도박중독에 빠지기 쉽다고 보고 있다. 무엇인가를 성취했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도파민과 각성, 스릴 등을 느끼게 하는 노르에피네프린이 도박 없이는 분비가 잘 되지 않는다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밖에 부모의 도박 습관이 자녀에게 대물림되기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성격적으로는 쾌락과 소비, 자기과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도박에 빠지기 쉽고, 경제적으로 심한 무력감과 좌절감에 빠져 있을 때나 자포자기 심정으로 일확천금의 기회를 노리고 싶을 때 도박중독에 빠질 위험이 크다.

그런가 하면 우리 국민의 도박중독률이 선진국의 2~3배에 이른다는 집계가 발표돼 관심을 끈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이 사행성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행산업 이용객의 도박중독 유병률(도박 중독률)은 2008년 55%에서 2010년 상반기 61.4%로 급증했다. 2010년 일반 성인 도박중독 유병률도 6.1%로 집계돼 우리나라 성인 남녀 3700만명 중 230만명이 도박중독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도박 중독률이 독일(1.2%), 영국(1.9%), 호주(2.55%) 등과 비교했을 때 2~3배 정도 높은 수준이라는 데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박중독 상담 및 치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도박중독에 대한 상담 및 치유 비용이 98억4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도박중독재단의 상담·치유실적 및 비용집행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한해 동안 4개 기관에서 총 98억4000만원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마사회 유켄센터가 46억1000만원, 강원랜드 중독치유센터 25억6000만원,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클리닉 14억2000만원, 사감위 중독치유센터 12억5000만원 등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4개 기관을 이용한 상담건수는 총 2만9014건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클리닉을 이용한 상담이 1만6823건(5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원랜드 중독치유센터 6486건(22%), 한국마사회 유켄센터 3493(12%), 사감위 중독치유센터 2212건(8%) 순으로 집계됐다.
4개 기관 중 강원랜드는 월 출입 일수가 15일로 제한되어 있으며, 두 달 연속 15일씩 출입하게 되면 출입 정지와 함께 유일하게 의무적 상담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중독 환자들은 도박을 스스로는 멈출 수 없는 사람이다.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상담 치료 외에 약물치료를 지속적으로 병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도박중독의 치료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스스로 도박중독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청소년 중 51만명 게임중독 상태 추정 ‘심각’
맞벌이 부부 자녀 도박중독 쉬워…지속적 관심 필요해

도박중독 환자들은 술이나 약물,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심해져 자살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도박중독을 병으로 인식하고 치료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 실제 강원랜드 개장 이후 2010년 8월까지 정선군 관내에서만 37명이 도박을 끊지 못하는 자신을 비관하거나 빚을 갚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집계돼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 한다.

전문가들은 도박이 원인이 되어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도박을 끊지 못하는 경우에는 강제로라도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도박에 대한 도박중독자들의 욕구는 상상 이상으로 크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울 뿐 아니라 재발 위험도 크다. 때문에 치료 중 재발하더라도 좌절할 것이 아니라 빈도가 줄어드는 것 자체가 회복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마라톤 하듯 치료에 임해야 한다.

최근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해 심야 셧다운제, 피로도 시스템 등과 같은 처방이 도입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청소년 중 약 51만명은 게임 과몰입 상태로 추정되고 있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청소년 게임과몰입 현황 및 상담실적’을 분석한 결과, 게임과몰입 관련 상담을 받은 청소년은 2007년 3440명에서 2010년 8월 기준 4만4937명으로 약 1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청소년상담원 상담 현황이 가장 많은 지역은 9975건을 기록한 경기도로 전년대비 2.34배 증가했다. 이어 울산광역시가 5530건, 충청남도가 5209건, 강원도 4775건, 전라남도 2856건 순으로 조사됐다.

이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인식·행동 진단척도 연구’ 자료에 의하면 초등학생의 7.7%, 중학생의 7.0%, 고등학생의 6.7%로 전국적으로 초·중·고생 747만명의 약 7%에 해당하는 51만명은 게임과몰입 상태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청소년 게임중독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원인이 연령대별로 다르다고 설명한다. 초등학생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의 아이들은 주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고 있는 아이들이 게임중독에 쉽게 빠진다고. 책상 앞에는 오래 앉아있지 못하는 아이들이지만 단순한 방식으로 집중만 하면 되는 게임에는 오히려 과잉 몰입하기 쉽다는 지적이다.

이어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는 ‘우울증’이 게임중독의 원인이 되는 사례가 많다. 학교나 가정에서의 고민을 게임을 함으로써 스스로 치료하는 것.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고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되는 과정에서의 게임중독도 조심해야 한다. 인터넷중독 전문치료기관 ‘보라매 아이윌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까지는 고위험군 환자가 전체의 1.4%인 반면 중학생이 되는 만 13세 부터는 이 비율이 2.5%로 증가하고, 고등학생이 되는 만 16세에는 2.8%로 높아진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의 성격 자체보다 가정환경이 게임중독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무심한 가정과 맞벌이 부모 밑에서 게임중독에 걸리는 아이가 쉽게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소년 게임중독 심각
“당신의 자녀는?”

실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중학생 3201명과 고교생 32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게임중독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가 맞벌이인 경우 게임중독 고위험 비율이 73.3%로 외벌이 자녀 비율(23.6%)의 3.1배에 달했다. 부모 모두 직장 생활을 하는 탓에 자녀와 같이 지내는 시간이 적은데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리 역시 소홀할 수 밖에 없어 발생한 결과인 것으로 진단된다.

내 아이가 게임중독이라면 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게임문제를 두고 아이들과 지나치게 감정 대립을 하거나 반대로 아예 방치하면 게임중독 증세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무조건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보다 아이들 스스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적으로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이면 PC방에 가서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강압적 통제보다 자녀와 협의해 자율적으로 인터넷 사용시간을 정하는 것이 좋다.

부모와 자녀가 자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아이들이 게임의 어떤 부분에 매료되는지 부모가 알고 있어야 극단적인 대립을 피할 수 있다. 또 부모도 컴퓨터에 대해 알고 가족 공유 장소에서 인터넷을 활용하면서 긍정적인 사용을 권장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다못해 자녀에게 E메일로 편지 한 통을 보낸다면 자녀들은 부모의 다른 모습에 감동받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밖에 여가시간에 함께 독서나 운동, 등산 등 다른 취미생활을 하거나 자녀가 주로 하는 게임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자녀들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전문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평가를 받고 그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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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