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문제 긴급진단] 대한민국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것

늙기도 서러운데…쪼들리고 병들고 외로워서 못 살겠네!


몇 해 전부터 노인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1960년 이후 국민소득 수준의 향상과 의학 발달, 보건위생의 개선 등으로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노인인구가 크게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990년 214만4000명에서 2009년 526만7000명으로 두 배를 훌쩍 뛰어넘어 전인구의 10.6%에 이르게 됐다. 사회는 점점 고령화되고 있지만 이에 부합하지 않는 사회 시스템은 노인들의 3고(三苦)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노인의 3대 문제로 빈곤·질병·고독을 들 수 있는데, ‘빈곤’은 노인 일자리문제, ‘질병’은 노인 성병 증가, ‘고독’은 학대로 인한 자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노인으로 살아간다는 그 쓸쓸함에 대해 취재했다.

노인 고용 하락, 일하는 노인 그나마 비정규직 
자식 눈치 보느라 하루 종일 종묘 주변 ‘빙그르’


노인문제를 고민하는 전문가들은 노인문제 해결에 있어 ‘노인 일자리 창출’을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과제로 꼽는다. 존경받으며 편안한 노후를 보내야할 노인들이 눈치를 보고 괄시 속에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로 경제적 무능력을 들 수 있고, 혼자 사는 노인 역시 경제난에 고통 받는 이유에서다.

노인 일자리 창출
노인문제 해결의 기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이후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55~64세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율은 선진국과 달리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50대 이상 중·고령자의 고용 현황은 다른 연령대보다 열악해 높은 노인 빈곤율로 연결되고 있다.

지난 1일 고용노동부가 분석해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용지표에 따르면 국내 55~64세 고령자의 고용률은 1994년 62.9%에서 2009년 60.4%로 하락한 반면 OECD 평균치는 46.1%에서 54.5%로 상승했다.

국내 55~64세 경제활동 참가율도 1994년 63.3%에서 지난해 61.8%로 낮아졌으나 OECD 평균치는 48.7%에서 57.8%로 높아졌다.
OECD 평균치보다 높은 수치이긴 하지만 고령자의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는 선진국과는 달리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전문가들 역시 국내 고령자 고용지표가 OECD 평균치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이유는 일종의 착시현상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OECD 회원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사회보장제도는 턱없이 미흡하고, 노인인구 가운데 농림어업 종사자와 자영업주 비중이 높아 이들이 실업자로 전락할 확률이 낮은 이유에서다.

그런가 하면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에 달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데 이어 오는 2018년에는 노인인구 비중이 14%에 달하는 ‘고령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어 2026년에는 그 비중이 20%에 이르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8년, 고령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바뀌는데 불과 8년밖에 걸리지 않는 셈이다.

국내 노인 고용의 문제는 또 있다. 그들의 고용 질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고용부가 지난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취업자 2명 중 1명(48.2%) 정도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제적인 이유로 짧은 시간을 일한 노동자 중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불완전 취업자’ 비율도 갈수록 늘고 있으며,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비임금근로자 비율 역시 48.6%로 모든 연령대 평균치 30%보다 높다.

노인 일자리는 단지 생계나 용돈벌이 욕구를 채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활동을 하다보면 정신적 안정과 신체적 건강에 도움이 되고, 집안의 어른으로서 가정 내 지위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매우 빠른 고령화 속도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에 노인 일자리 창출은 고령화 사회의 어떤 당면과제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

종묘공원은 마땅한 일거리가 없는 노인들의 유일한 해방구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물론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들 역시 자식들의 눈치와 괄시를 피해 종묘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노년층에게 이곳은 ‘마지막 남은 사교 공간’인 셈이다. 2007년 탑골공원이 사적지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탑골공원으로 나오는 노인들이 많았지만 사적지 지정 이후 정부와 경찰의 단속·관리가 심해지면서 노인 대다수가 종묘공원으로 옮겨왔다.

종묘공원을 찾는 노인들의 하루 일과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단조롭다. 대부분 이른 아침 집을 나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종묘공원에 나온다. 벤치에 앉아서 햇볕을 쬐거나 신문을 읽으면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점심때가 다가오면 인근 무료급식소를 찾아 공짜 점심을 얻어먹는다. 그리고는 다시 종묘공원으로 돌아와 벤치를 채우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운동 삼아 산책을 한다.

자식 눈치만 ‘슬슬’
노인 학대 자살로 이어져

음주를 좋아하는 노인들은 잔 단위로 판매하는 막걸리나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여느 젊은이들이 그렇듯 이성에게 관심을 보이는 어르신도 있다. 그리고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돌아간 집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자식들의 눈치가 이만저만이 아닌 탓에 집에 돌아가면 오히려 더 외롭고 고독하다는 노인이 많다. 이런 심리적 불안감이 노인자살로 이어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노인자살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노인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얻었다. 지난 10년 사이 노인 자살이 3배나 늘었고, 65세 이상 자살률이 65세 미만 자살률보다 4배가 높다.

지난해 통계청의 ‘2009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노인 자살의 가장 큰 이유는 질환·장애(40.8%)였고, 29.3%는 경제적 어려움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외로움과 가정불화가 각각 14.2%, 10.4%를 차지했으며, 이성문제(0.7%)와 직장문제(0.6%)가 뒤를 이었다.

노인 학대 자살로 이어져 지난해 192명 극단적 선택
노인 50.2% 성생활 영위…3년간 성병 2만 건 급증


그런가 하면 노인학대가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노인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현희 의원에게 제출한 ‘노인 학대 상담·신고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 학대 상담건수는 4만6885건, 신고건수는 2674건으로 집계됐다.

노인 학대 유형은 ‘정서적 학대’가 1853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가 1127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도 방임(806건), 경제적 학대(554건), 자기방임(129건) 등의 유형이 있었다.


전 의원은 “노인 학대 행위가 노인자살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1세 이상 노인자살자 4614명 중 192명이 ‘학대·폭력문제’로 자살했다”면서 “정부는 노인 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노인 학대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문제도 노인들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최근 노인의 성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망측하다’고만 여겼던 어르신들조차 56.2%가 성생활의 중요성에 동감하고 있으며, 26.4%의 노인은 월 1~2회 성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석대학교 나임순 교수는 지난 1일 2009년 보건복지부 자료와 2008년 노인실태보고서 등을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나 교수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들의 성생활 빈도를 조사한 결과 50.2%가 성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월 1~2회’ 성생활을 한다고 답한 노인이 26.4%로 가장 많았다. 이어 ‘3개월에 1~2회’ 11.3%, ‘6개월에 1~2회’ 7% 순이었고, ‘주 1회 이상’ 성생활을 한다는 노인도 5.6%를 차지했다.

스트레스 해소, 부부금실 회복 등 노인들의 성생활에 대한 긍정적인 점들이 부각되면서 실제 노부부들의 성생활이 활기를 띠고 있다.
반면, 배우자가 없는 노인의 경우 잘못된 경로로 성생활을 하게 되면서 성병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어 노인 성병 증가라는 또 다른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

노인들의 아지트 종묘공원에는 일명 ‘박카스 아줌마’가 존재한다. 박카스를 들고 다니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그곳을 찾는 할아버지들에게 돈을 받고 성관계를 맺는다. 아줌마의 나이대별로 가격 또한 천차만별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근 여인숙이나 박카스 아줌마의 거주지에서 성매매가 이뤄진다.
노인에게도 성욕이 있기에 무턱대고 비난할 일은 아니지만 최근 3년 사이 65세 이상 노인 성병이 2만 건 이상 급증했다는 사실은 이를 간과할 수 없게 만든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바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들의 성병 진료 건수는 2007년 4만4000건에서 2009년 6만4000건으로 2만여 건(43%) 증가했다. 또 전체 성병 진료 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2007년 4.0%에서 2010년 3월 통계 5.5%로 증가했다.

2007년부터 2010년 10월까지 누적된 주요 노인 성병을 질환별로 살펴보면 요도염 및 요도 증후군이 10만3683건으로 다수를 차지했고, 단순 헤르페스 감염이 5만8797건으로 뒤를 이었다. 단일 병종으로는 클라미디아성 질환이 1인당 3건으로 가장 많았고, 1인당 진료비는 만기 매독이 1만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노인도 성문제 고민
3년간 성병 2만건 급증

이와 관련 손 의원은 “지금까지 터부시 되어 왔던 노년기 성문제가 이제 개인적 차원을 벗어나 사회적 문제화 하고 있다”면서 “인간의 기본욕구인 성은 노년의 삶의 질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므로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기 전에 시급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급속히 빨라지는 고령화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을 위한 사회·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가운데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사회, 나아가 정부의 대책마련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감히 묻는다. “당신의 아버지는 안녕하십니까?”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