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문제 긴급진단] 대한민국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것

늙기도 서러운데…쪼들리고 병들고 외로워서 못 살겠네!


몇 해 전부터 노인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1960년 이후 국민소득 수준의 향상과 의학 발달, 보건위생의 개선 등으로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노인인구가 크게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990년 214만4000명에서 2009년 526만7000명으로 두 배를 훌쩍 뛰어넘어 전인구의 10.6%에 이르게 됐다. 사회는 점점 고령화되고 있지만 이에 부합하지 않는 사회 시스템은 노인들의 3고(三苦)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노인의 3대 문제로 빈곤·질병·고독을 들 수 있는데, ‘빈곤’은 노인 일자리문제, ‘질병’은 노인 성병 증가, ‘고독’은 학대로 인한 자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노인으로 살아간다는 그 쓸쓸함에 대해 취재했다.

노인 고용 하락, 일하는 노인 그나마 비정규직 
자식 눈치 보느라 하루 종일 종묘 주변 ‘빙그르’


노인문제를 고민하는 전문가들은 노인문제 해결에 있어 ‘노인 일자리 창출’을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과제로 꼽는다. 존경받으며 편안한 노후를 보내야할 노인들이 눈치를 보고 괄시 속에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로 경제적 무능력을 들 수 있고, 혼자 사는 노인 역시 경제난에 고통 받는 이유에서다.

노인 일자리 창출
노인문제 해결의 기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이후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55~64세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율은 선진국과 달리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50대 이상 중·고령자의 고용 현황은 다른 연령대보다 열악해 높은 노인 빈곤율로 연결되고 있다.

지난 1일 고용노동부가 분석해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용지표에 따르면 국내 55~64세 고령자의 고용률은 1994년 62.9%에서 2009년 60.4%로 하락한 반면 OECD 평균치는 46.1%에서 54.5%로 상승했다.

국내 55~64세 경제활동 참가율도 1994년 63.3%에서 지난해 61.8%로 낮아졌으나 OECD 평균치는 48.7%에서 57.8%로 높아졌다.
OECD 평균치보다 높은 수치이긴 하지만 고령자의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는 선진국과는 달리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전문가들 역시 국내 고령자 고용지표가 OECD 평균치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이유는 일종의 착시현상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OECD 회원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사회보장제도는 턱없이 미흡하고, 노인인구 가운데 농림어업 종사자와 자영업주 비중이 높아 이들이 실업자로 전락할 확률이 낮은 이유에서다.

그런가 하면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에 달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데 이어 오는 2018년에는 노인인구 비중이 14%에 달하는 ‘고령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어 2026년에는 그 비중이 20%에 이르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8년, 고령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바뀌는데 불과 8년밖에 걸리지 않는 셈이다.

국내 노인 고용의 문제는 또 있다. 그들의 고용 질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고용부가 지난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취업자 2명 중 1명(48.2%) 정도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제적인 이유로 짧은 시간을 일한 노동자 중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불완전 취업자’ 비율도 갈수록 늘고 있으며,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비임금근로자 비율 역시 48.6%로 모든 연령대 평균치 30%보다 높다.

노인 일자리는 단지 생계나 용돈벌이 욕구를 채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활동을 하다보면 정신적 안정과 신체적 건강에 도움이 되고, 집안의 어른으로서 가정 내 지위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매우 빠른 고령화 속도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에 노인 일자리 창출은 고령화 사회의 어떤 당면과제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

종묘공원은 마땅한 일거리가 없는 노인들의 유일한 해방구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물론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들 역시 자식들의 눈치와 괄시를 피해 종묘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노년층에게 이곳은 ‘마지막 남은 사교 공간’인 셈이다. 2007년 탑골공원이 사적지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탑골공원으로 나오는 노인들이 많았지만 사적지 지정 이후 정부와 경찰의 단속·관리가 심해지면서 노인 대다수가 종묘공원으로 옮겨왔다.

종묘공원을 찾는 노인들의 하루 일과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단조롭다. 대부분 이른 아침 집을 나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종묘공원에 나온다. 벤치에 앉아서 햇볕을 쬐거나 신문을 읽으면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점심때가 다가오면 인근 무료급식소를 찾아 공짜 점심을 얻어먹는다. 그리고는 다시 종묘공원으로 돌아와 벤치를 채우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운동 삼아 산책을 한다.

자식 눈치만 ‘슬슬’
노인 학대 자살로 이어져

음주를 좋아하는 노인들은 잔 단위로 판매하는 막걸리나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여느 젊은이들이 그렇듯 이성에게 관심을 보이는 어르신도 있다. 그리고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돌아간 집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자식들의 눈치가 이만저만이 아닌 탓에 집에 돌아가면 오히려 더 외롭고 고독하다는 노인이 많다. 이런 심리적 불안감이 노인자살로 이어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노인자살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노인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얻었다. 지난 10년 사이 노인 자살이 3배나 늘었고, 65세 이상 자살률이 65세 미만 자살률보다 4배가 높다.

지난해 통계청의 ‘2009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노인 자살의 가장 큰 이유는 질환·장애(40.8%)였고, 29.3%는 경제적 어려움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외로움과 가정불화가 각각 14.2%, 10.4%를 차지했으며, 이성문제(0.7%)와 직장문제(0.6%)가 뒤를 이었다.

노인 학대 자살로 이어져 지난해 192명 극단적 선택
노인 50.2% 성생활 영위…3년간 성병 2만 건 급증


그런가 하면 노인학대가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노인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현희 의원에게 제출한 ‘노인 학대 상담·신고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 학대 상담건수는 4만6885건, 신고건수는 2674건으로 집계됐다.

노인 학대 유형은 ‘정서적 학대’가 1853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가 1127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도 방임(806건), 경제적 학대(554건), 자기방임(129건) 등의 유형이 있었다.


전 의원은 “노인 학대 행위가 노인자살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1세 이상 노인자살자 4614명 중 192명이 ‘학대·폭력문제’로 자살했다”면서 “정부는 노인 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노인 학대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문제도 노인들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최근 노인의 성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망측하다’고만 여겼던 어르신들조차 56.2%가 성생활의 중요성에 동감하고 있으며, 26.4%의 노인은 월 1~2회 성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석대학교 나임순 교수는 지난 1일 2009년 보건복지부 자료와 2008년 노인실태보고서 등을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나 교수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들의 성생활 빈도를 조사한 결과 50.2%가 성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월 1~2회’ 성생활을 한다고 답한 노인이 26.4%로 가장 많았다. 이어 ‘3개월에 1~2회’ 11.3%, ‘6개월에 1~2회’ 7% 순이었고, ‘주 1회 이상’ 성생활을 한다는 노인도 5.6%를 차지했다.

스트레스 해소, 부부금실 회복 등 노인들의 성생활에 대한 긍정적인 점들이 부각되면서 실제 노부부들의 성생활이 활기를 띠고 있다.
반면, 배우자가 없는 노인의 경우 잘못된 경로로 성생활을 하게 되면서 성병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어 노인 성병 증가라는 또 다른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

노인들의 아지트 종묘공원에는 일명 ‘박카스 아줌마’가 존재한다. 박카스를 들고 다니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그곳을 찾는 할아버지들에게 돈을 받고 성관계를 맺는다. 아줌마의 나이대별로 가격 또한 천차만별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근 여인숙이나 박카스 아줌마의 거주지에서 성매매가 이뤄진다.
노인에게도 성욕이 있기에 무턱대고 비난할 일은 아니지만 최근 3년 사이 65세 이상 노인 성병이 2만 건 이상 급증했다는 사실은 이를 간과할 수 없게 만든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바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들의 성병 진료 건수는 2007년 4만4000건에서 2009년 6만4000건으로 2만여 건(43%) 증가했다. 또 전체 성병 진료 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2007년 4.0%에서 2010년 3월 통계 5.5%로 증가했다.

2007년부터 2010년 10월까지 누적된 주요 노인 성병을 질환별로 살펴보면 요도염 및 요도 증후군이 10만3683건으로 다수를 차지했고, 단순 헤르페스 감염이 5만8797건으로 뒤를 이었다. 단일 병종으로는 클라미디아성 질환이 1인당 3건으로 가장 많았고, 1인당 진료비는 만기 매독이 1만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노인도 성문제 고민
3년간 성병 2만건 급증

이와 관련 손 의원은 “지금까지 터부시 되어 왔던 노년기 성문제가 이제 개인적 차원을 벗어나 사회적 문제화 하고 있다”면서 “인간의 기본욕구인 성은 노년의 삶의 질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므로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기 전에 시급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급속히 빨라지는 고령화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을 위한 사회·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가운데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사회, 나아가 정부의 대책마련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감히 묻는다. “당신의 아버지는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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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