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창동 황제’ 봉 사장 정체 추적

10번 단속 당했는데 영업정지는 '0'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몇 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강남 룸살롱 황제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당사자 이모씨가 경찰에 뇌물과 성접대 등을 제공하고 그들의 비호를 받아왔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더 큰 논란을 낳았던 사건이다. 이런 ‘강남 룸살롱 황제’에 이어 ‘강북 룸살롱 황제’에 대한 수사가 시작돼 화제가 되고 있다. 그의 출현으로 다시금 경찰, 세무서 상납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상황. ‘강남 룸살롱 황제 사건’이 강북에서도 재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북 룸살롱 황제’라고 불리는 봉모씨에 대해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 북창동에서 대형 주점 2곳을 운영하는 봉씨. 여종업원 숫자만 130명이 넘고 인근 주점 중 최고의 매출을 자랑한다. 그는 18년간 서울 한복판에서 버젓이 성매매를 해왔음에도 단 한 번도 영업정지를 당한 적이 없었다. 지난 5년 동안 경찰이 봉씨의 업소에 성매매 단속을 나간 건 10번. 이 가운데 9번은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초대형 룸살롱
상납리스트 있나

2012년 경쟁업소 관계자가 손님으로 가장해 성매매 현장에서 직접 신고를 함으로써 단 한 번 덜미를 잡혔지만 이때도 영업정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로 인해 봉씨가 세무서와 경찰 등에 정기적으로 상납해 이들의 비호를 받아 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관할 구청 직원은 “전임자 또는 누군가가 놓친 것”이라는 황당한 답변만을 내놨다.

2013년 봉씨 업소에 대한 세무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때 봉씨는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주모씨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명의만 빌려주는 ‘바지사장’ 자리에 앉혔다. 대신 세무조사를 받게 된 주씨는 당시 조사 과정이 이상했다고 털어놨다. 주씨는 “세무서에 들어갈 때 형님이라고 했다. 너무 반갑게 맞아주고 음료수도 따줬다”고 했다. 봉씨와 세무서 직원이 형 동생하는 사이였다는 것.

고용된 바지사장이 ‘상납 고리’ 폭로
경찰·세무서 정기적 거래 정황 포착


조사 내내 봉씨가 옆에서 당당히 대답할 내용을 불러주기까지 했지만 담당 조사관은 아무 제지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주씨의 또 다른 주장에 따르면 봉씨는 단속반이 언제 오는지까지 미리 다 알고 있었다.

세무조사를 통해 나온 추징 세액은 28억원. 봉씨는 주씨에게 곧 검찰 수사가 시작된다며 필리핀으로 도피할 것을 지시했고, 주씨는 수배가 떨어지기 나흘 전 밤 비행기로 필리핀으로 도망쳤다. 도피생활에 지친 주씨가 자수하려고 하자 봉씨가 필리핀까지 찾아와 자신을 폭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봉씨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관할 경찰과 세무서·구청에 정기적으로 상납한 내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주씨는 매달 100만∼200만원을 상납했고 주점에서 정기적으로 회식을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구체적인 물증 확보를 위해 봉씨와 사업관계에 있는 주변인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4년 전 ‘강남 룸살롱 황제 사건’의 기억 때문이다. 강남 황제로 불리는 이모씨와 지금 수사를 받고 있는 강북의 봉씨는 한때는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1990년대 후반 이씨와 봉씨는 함께 북창동 일대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해 가게를 차렸고 이를 바탕으로 이씨는 강남으로 진출해 큰 업소를 키웠고, 봉씨는 강북에서 자리를 잡았던 것.

‘원조 황제’ 이씨는 2000년대 초반 서울 북창동에 룸살롱을 개업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이씨는 검은 거울을 통해 여종업원 대기실을 들여다보며 파트너를 고르는 ‘매직 미러 초이스’를 도입했으며 경기침체기 강남 유흥가에 ‘낮 손님 할인’을 뜻하는 ‘조조할인’ 등을 개발하며 손님을 끌어모았다.

룸살롱 운영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 이씨는 사업이 커지자 경찰 단속을 사전에 막기 위해 경찰들에게 뇌물을 정기 상납했다. 전성기 때 이씨는 강남 룸살롱 10여 곳을 불법 운영하면서 한해 1000억원 넘게 벌어들였지만 경찰 등 권력기관에 상납해가면서 비호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의 상납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구속된 경찰관들로부터 Y룸살롱에서도 경찰에게 정기적으로 뇌물을 상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형 룸살롱이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한 Y룸살롱은 실소유주 김모씨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월 100만∼200만원씩…주점서 회식도
수사 시작되고 수배 직전 해외 도피

직원들에게 ‘4대 보험’을 들어주기까지 했고 외국인이 신용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한 유흥업소로 기록될 만큼 물이 좋기로 소문이 난 업소였다. 김씨는 서울 강북에서 저가형 룸살롱으로 시작해 강남에 입성한 이씨와는 달리 1980년대 중반 강남 한복판에서 ‘중가형’으로 입지를 키우다 2005년 논현동에 호텔을 짓고 이 업소를 차렸다.

경찰은 곧바로 Y룸살롱에 대한 내사를 벌였다. 김씨를 둘러싼 법적 판단은 최근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 벌금 3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남 밤 문화의 상징이었던 Y룸살롱은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재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상납리스트의 존재 유무다. 이씨의 전례로 비추어 봤을 때 상납리스트는 존재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 리스트가 발견되면 다시 한번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이 상납리스트의 유무로 인해 관련 경찰과 세무서에는 긴장기류가 휩싸이고 있다.

비호 의혹 제기
검찰 수사 확대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봉씨는 필리핀 도피생활을 청산하고 3월 입국 예정이다. 검찰은 봉씨가 입국하기 전에 기초조사를 마치기 위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주씨의 진술을 토대로 세무당국 등 권력기관과 봉씨의 연관성을 집중 조사할 방침으로 이번 사건이 경찰 18명의 옷을 벗긴 ‘강남 룸살롱 사건’이 강북에서 재연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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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