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비리' 재판 반전 내막

이사 조카가 회장 삼촌 검찰에 찔렀다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아무도 몰랐다. 이렇게 흘러갈지 말이다. 사라진 130억원을 두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임오식 임오그룹 회장의 재판. 점점 더 재미(?)를 더해가는 법정공방을 담아봤다.
 

130억원대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임오식 임오그룹 회장은 당초 구속이 유력했다. 압수수색을 통해 회사 회계자료 등을 확보한 데 이어 4차례에 걸쳐 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검찰은 자신만만했다. 구속이 확실하다는 표정이었다.

전관예우 의혹

검찰 관계자는 “내부에선 상당히 만족스러워 하는 분위기였다”며 “충분한 내사와 철저한 수사가 물 샐 틈 없을 만큼 성공적이었다는 자평이 나왔다”고 귀띔했다.

이도 잠시. 이내 반전이 일어났다. 법원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 이에 따라 임 회장은 현재 자유의 몸으로 법정에 서고 있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그뿐이었다. 그냥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다잡은 고기’를 놓치자 재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사법부와 사정기관의 ‘재벌 봐주기’행태가 도마에 올라 비리 기업인들에 훨씬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와중에 벌어진 결과라 의아해 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인들은 거의 다 쇠고랑을 차고 있다”며 “요즘 들어 풀려난 사례가 없을 정도로 살벌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임 회장의 경우 어떻게 된 것일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임 회장은 거물급 변호인을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인공은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의 최교일 변호사. 그와 함께 법원 출신 변호인도 임 회장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와 법조계에서 임 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전관예우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최 변호사(사시 25회)는 대검 연구관,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 대검 과학수사기획관, 수원지검 1차장검사,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서울고검 차장검사,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지냈다. 2011년 8월∼2013년 4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을 끝으로 검복을 벗고 법률사무소를 개업했다.

최 변호사 법무법인 측은 임 회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사실만 인정한 채 자세한 해명과 반박 등을 거부했다. 임오그룹 역시 공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구속 유력했는데…한발 물러난 검찰
배신자 알고보니…임원 지낸 친인척

두 번째 반전은 재판 과정에서 벌어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심우용)는 지난달 21일 임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법정에선 검찰과 변호사간 일진일퇴의 팽팽한 공방전이 오갔다. 그러던 중 제보자가 증인으로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증인은 다름 아닌 임 회장의 외조카 강모씨. 강씨는 2009년 3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진도 관리본부장(이사)을 맡았다. 물론 임 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그룹 계열사인 ㈜임오, 임오산업, 화인센스, 임오파트너스, 진도유통 등의 감사를 겸임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임 회장을 누가 검찰에 찔렀나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며 “일각에선 동종업계의 음해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결국 제일 가까웠던 외조카의 제보로 법정에 서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강씨는 원래 지난해 12월 열린 공판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법원은 재판의 첫 번째 증인으로 강씨를 채택했지만, 강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건을 제보한 강씨가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강씨를 증인으로 재소환해 심문할 필요가 있다”며 재판기일을 미뤘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강씨는 연기된 공판에 출석해 임 회장 혐의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세무조사를 준비하다 장부의 금액 차이를 알게 됐다”며 “회사에 근무하지 않는 친인척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꾸며 회삿돈을 빼돌렸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강씨의 주장이 상당히 신빙성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에 있는 대학 경영학과를 나온 세무사 출신으로, 유명 세무법인 대표를 지냈기 때문이다. 재직 시절에도 세무조사를 직접 담당하는 등 그룹의 돈 흐름을 훤히 알고 있는 인물로 지목된다.

그렇다면 강씨는 왜 임 회장을 배신한 것일까. 그는 핏줄인 임 회장의 비리를 제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이 자리에서) 이유를 정확하게 말하지 못한다”고 얼버무렸다. 그러면서 “임 회장의 개인적인 사생활 문제로 가족들이 실망했고, 고심 끝에 횡령 사실을 밝히기로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외조카가 제보

임 회장에 대한 2차 공판은 3월16일 오후 4시 열릴 예정이다. 앞으로 열릴 법정에선 또 어떤 반전이 일어날까. 사라진 130억원을 두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임 회장 재판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imss@ilyosisa.co.kr>

 

[임오식 회장 혐의는?] 

임오식 임오그룹 회장은 회삿돈 13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손준성)는 지난해 9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범죄수익은닉처벌규제법 위반 혐의로 임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임 회장은 2005년부터 회사 매출액을 부풀리고,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회사에서 근무한 적 없는 자신의 친인척들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꾸며 회삿돈 1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명의 이전을 통해 그룹 소유 부동산을 빼돌리고 회계자료를 조작해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임 회장은 1970년 남대문시장 0.7평 구멍가게로 시작해 국내 주방업계 대표주자인 임오그룹을 일궜다. 코렐, 테팔 등 글로벌 주방용품의 국내 판권을 딴 게 발판이 됐다. 수저업체 화인센스, 냉동업체 임오냉동 등을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2009년엔 모피로 유명한 진도를 인수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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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폴 적색수배’<br>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