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⑤명절이 슬픈 탈북자 망향가

“어머니 산소요? 수용소 안에 있슴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지난 2004년 입국한 탈북동포 서종국씨는 수용소 출신이다. 북한에서는 ‘관리소’라고 부른다. 서씨는 평남도 북창군에 있다가 해체된 북창관리소(18호 관리소)에서 약 20년을 보내고 지난 1988년 사면 받았다.

서종국(50·가명)씨 가족이 수용소에 수감된 것은 그가 기억할 수도 없는 어린 아이였을 때였다. 그의 아버지는 6·25 전쟁의 국군포로였다. 17세 때 포로가 돼서 3년간 인민군 군복을 입고 싸웠다. 용서를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서씨 가족은 60년대 말 북창관리소에 수감됐다. 부모님과 형 셋, 서씨, 그리고 여동생까지 모두 일곱이었다.

정치범수용소

기자는 가끔 그에게 자신의 경험을 공개적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할 것을 권했다. 몇몇 탈북자가 국제무대서 증언활동을 벌이거나 탈북 경험을 수기로 쓰면서 국제적인 명사가 됐다. 그는 “철없는 짓”이라며 “여동생이 아직 북창군 수용소 자리에 그대로 산다. 북한이 인권운동을 한다고 해서 변하는 나라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TV에 나와 정치범수용소에서의 처절한 경험을 말하던 이가 알고 보니 교화소(교도소) 출신이라거나 4번 강제북송 당한 끝에 5번째 탈출에 성공했다던 이가 알고 보니 조선족으로 밝혀졌다거나 하는 일을 많이 보고 겪으면서 회의가 든 것이다.

그는 동료들처럼 증언활동을 하는 대신 경기도의 한 소도시에서 가족과 살면서 학교급식 배달 일을 여러 해째 해오고 있다. 가족이 모두 탈출한 경우가 아니라면, 고향을 등지고 북한을 나온 탈북자들에게 명절은 몹시 힘든 때다. 그는 “나만 힘들겠나? 탈북자들이 다 그렇지”라면서도 “명절이 싫다. 정신적 고통이다. 이북에 부모님 산소가 있다. 형님 셋이 모두 관리소에서 굶어죽었다”고 털어놨다.


북한정권은 관리소 내 물자와 음식을 항상 부족한 상태로 통제·관리한다. 그래서 힘든 노역을 하면서도 늘 영양실조에 시달린다. 그의 형들은 배가 고픈 나머지 풀을 뜯어먹다가 풀독이 올라 사망했다. 

아버지가 이남 출신 국군포로
온가족 수용시절 자살한 모친
 

서씨의 등은 약간 굽었다. 7살 때부터 등짐을 지며 노역에 동원됐기 때문이다. 서씨는 “관리소 사람치고 허리가 꼿꼿한 사람이 없다. 등짐을 많이 졌고 고개를 못 들고 다니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정원에서 강철환(전 조선일보 기자, 요덕수용소 출신으로 1992년 서방세계에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와 실태를 최초로 폭로했다)씨 다음으로 관리소에서 제일 오래 있었던 사람이 나라고 하더라”고 했다.
 

관리소 안에서는 부모와 자녀 사이도 서로 갈라놓는다. 학교에선 “네가 여기 있는 것은 아버지의 죄 때문”이라며 “아버지의 죄를 너희가 대신 씻어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래서 나머지 가족이 아버지를 구타하거나 음식을 주지 않고 굶기는 일도 일어난다. 아버지가 죽으면 가족이 사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민학교(초등학교)에 다닐 때엔 몸이 아파 하루 결석을 했다. 그날 보위원(국가안전보위부 소속의 수용소 관리자)이 집으로 찾아와 서씨가 보는 앞에서 아버지를 매질했다.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관리소 안에서 살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일 중 하나였다.

서씨 가족이 수감돼 있던 북창관리소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부 형사범과 월남자 가족을 ‘당의 배려’라고 선전하면서 대규모로 사면시켰다. 서씨 가족에게도 ‘공민증’이 발급됐다. 아버지는 “우리도 이제야 사람이 됐다”며 울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관리소가 완전히 해체되면서 ‘득장탄광연합기업소’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제 수감자들은 죄수 신분에서 배급과 노임을 받는 광부가 됐다. 서씨도 22세 때인 1988년 사면 받았다. 보위원은 “여기서 있었던 일을 밖에 나가서 말하면 다시 관리소로 들어오게 된다”며 함구시켰다. 서씨는 서약서를 쓰고 손과 발 도장까지 찍은 후 겨우 관리소를 벗어났다.


북창관리소서 20년 보내고 사면
2003년 탈출 후 아내·딸 데려와

서씨는 “관리소를 나와서 처음으로 사람이 타는 기차와 버스를 봤다”고 말했다. 그전엔 화물열차만 봤다. 서씨 가족은 이남 출신이므로 딱히 돌아갈 만한 고향이 없었다. 아버지가 이남 출신의 국군포로였다는 것도 사면 받고 사회에 나와 결혼한 후 알았을 정도였다.

아버지는 자식에게조차 자신이 국군포로였다는 것을 말하지 못했다. 그만큼 북한사회에서는 국군포로라는 것이 금기였고 약점이었다. 그는 관리소를 나와 바로 옆 득장지구에서 터를 잡고 살았다. 다른 사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득장지구에선 대동강을 사이에 두고 맞은 편 14호 관리소가 잘 보였다. 14호는 한 번 들어가면 죽어서도 나올 수 없는 수용소였다. 14호 안엔 김일성 주석의 처남(김성애의 동생)이 수감돼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평양에서의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거물들이 숙청돼 들어오는 수용소였다.

관리소를 나와서도 즐거운 일은 좀처럼 없었다. 관리소 안에서 죽은 것은 형들만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혹독한 관리소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고향인 남쪽으로 가고 싶었다. 2003년 먼저 탈출해 다음해 남한에 입국했다. 3년 후 아내와 딸을 데려왔다.

남한엔 그와 동향인 북창관리소 출신이 4명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술잔을 기울인다.

“가보고 싶지만…”

서씨는 “여동생만 생각하면 데려오고 싶은 맘이 간절하지만 오다가 사고날까 봐 그러지 못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명절 때마다 어머니와 형들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서씨는 “18호 자리에 어머니 산소가 그대로 있다. 가보고 싶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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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