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춘화 벗겨보기

“애들은 가라~” ‘춘화’ 삼국지…‘에로틱’ 열전


본능을 깨우는 그림 ‘춘화’가 세기를 뛰어넘어 세상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장롱 속 깊숙한 곳에서 몰래 들여다보던 ‘그것’을 당당히 전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화정박물관에서는 9월14일부터 한·중·일 ‘춘화’ 전시가 한창이다.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성욕’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해 낸 춘화를 통해 대중은 물론 학계에서도 에로틱 아트에 관한 이해를 증진시키려는 것. 때로는 감성적이고, 때로는 노골적이어서 아름다운 그림 ‘춘화’의 삼국 에로틱 열전을 취재했다.


서울 화정박물관서 12월19일까지 한·중·일 춘화 전시회
옛 사람들 몰래 보던 ‘춘화’ 지금 봐도 묘한 매력 ‘철철’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4가지 선천적 욕구가 존재한다. 이른바 동물적 본능이다. 식욕, 수면욕, 배설욕, 성욕이 바로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목숨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욕구인 먹고, 잠자고, 배설하는 행위와는 달리 생식행위 즉, 성욕은 종족보존을 위한 본능인 동시에 쾌락을 동반한다. 하지만 동서양은 모두 전통 사회에 있어서 유교문화와 기독교문화라는 뿌리 깊은 사회적인 규범에 의해 ‘성’이 규제되어 왔다.

“밖으로 나와 버리고”

이런 규제들은 남성 중심적인 시각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성’자체를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동시에 편파적인 형태로 전달했다. 때문에 전통 사회에 있어 ‘성’에 대한 공론화 및 공개적인 유희는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옛 사람이라고 해서 인간의 기본 욕구인 ‘욕정’이 없었겠는가.

지금이야 사람들의 춘정을 자극하는 각종 서적, 사진, 영상 등이 쏟아져 넘치지만 옛날에는 그저 집안 장롱 깊은 곳에 감춰져 있는 춘화 몇 장을 보는 정도였다. 이처럼 ‘춘화’는 숨어서 보는 그림이었기 때문에 현 시대에 와서도 소장가들은 이를 좀처럼 내놓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랜 세월 장롱 속에 갇혀있던 ‘춘화’가 만천하에 공개됐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화정박물관에서 9월14일부터 한·중·일 춘화 특별전 ‘LUST(욕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 한·중·일 세 나라의 춘화를 통해 당시 사회상과 더불어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 교류, 유혹의 형태 등을 살피는 계기를 마련하고, 동시에 관련 학계의 심도 있는 접근을 위해 처음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회는 오는 12월19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노골적인 성행위를 담고 있는 그림이 많다는 특성상 19세 이상만 관람이 가능하다.

유교 문화권으로 ‘성’에 대해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한·중·일의 옛사람들에게도 남 몰래 품고 있는 욕정이 있었다.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에 사람들은 더욱 더 은밀한 형태인 소설, 회화, 도자기, 부채와 같은 각종 공예품 형태로 관련 작품을 만들었고, 이를 즐기며 욕구를 충족했다. 많은 에로틱 아트 가운데 회화작품은 ‘춘화’라는 명칭으로 널리 알려졌다.


한·중·일 세 나라는 같은 유교와 불교문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나라별로 춘화의 느낌이나 특징이 서로 다르다. 한국의 경우, 17세기부터 판화 형태로 춘화가 유통되어 온 중국·일본과는 달리 18세기에 들어와서야 춘화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사극 영화에서 가끔 등장하는 것처럼 춘화는 주로 기방을 중심으로 형성된 유흥쾌락 문화 중 하나로 시작했으며, 이후 사대부 양반으로 옮겨갔다.

한국의 춘화 제작에는 당대 최고의 화백이었던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도 참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춘화의 특징은 살아있는 듯한 사실적인 묘사와 정확한 인체묘사, 때로는 과감한 생략에 의한 상상력의 환기 등에 포인트를 뒀다. 모자란 듯하면서 상상력을 자극하고 은은하며 해학적인 맛이 한국 춘화의 특징이다.

이번 특별전 한국실에서 볼 수 있는 ‘사시장춘(四時長春)’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사시장춘’에는 성인남녀가 아닌 어린 여종만이 등장하지만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급하게 벗은 듯한 두 쌍의 남녀 신발과 술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갈지 말지를 망설이는 여종을 통해 방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상상하게 되는 것.

이 그림은 남녀의 모습을 하나도 그리지 않고 표현한 에로티시즘의 진수로 조선 후기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의 그림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동시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이상하리만큼 남아있는 춘화가 많지 않은 한국 작품 중 ‘사시장춘’은 단 한 번도 전시된 적이 없어 그 의미가 크다. 중국에서는 ‘봄날 밤에 궁궐에서 벌어진 일을 묘사한 그림’이라는 뜻의 ‘춘궁화’와 ‘비희도’가 전해져 왔으며 명대 후기에 들어 번성했다.

중국의 춘화는 주로 ‘관전자’를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계집종이나 사내종 등이 옆에서 훔쳐본다거나 등장인물을 둥근 창 밖에서 들여다보는 듯한 시선으로 그려냄으로써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관음증을 자극한다.

이밖에도 여성 혼자 도구를 이용해 스스로 즐기는 모습이나 여러 명이 뒤섞인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달리는 말 위에서 묘기하듯 사랑을 나누는 그림도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하지만 중국의 춘화에서는 대개 화폭 안에서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아쉽고, 도식화된 딱딱한 그림과 생생하지 않은 묘사 역시 약점으로 꼽힌다.

“비슷한 듯 다른 춘화”

일본 춘화를 보고 있으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풍속 속에 조용히 스며든 한국이나 중국의 춘화와 달리 남녀의 정사장면이 클로즈업된 데다 성기가 과장되게 표현된 이유에서다. 또 누가 그렸는지 알기 어려운 중국이나 한국의 춘화와 달리 작자가 비교적 명확한 것도 특징이다.

일본은 에도 시대에 우키요에 채색판화가 유행하면서 춘화가 대중화 됐고, 현대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색감에서 일본적 미학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또 동성애, 음란증, 소아성도착 및 수간 등 유럽에서도 터부시되던 주제를 다루며 극한의 쾌락을 추구했다는 특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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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