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집전화, 이중고 겪는 내막

가입은 ‘내 맘대로’ 해지는 ‘나 몰라라’


몰아치는 환급금 요구에 KT가 골머리를 썩고 있다. 골치 아프기는 사용자도 마찬가지다. 해지한 지 6개월 이상인 사용자는 환급금 받는 데 제약이 따르는 이유에서다. 요금제 부당 전환으로 주머니에서 돈이 샌 것도 억울한데 해지한지 6개월이 넘었을 경우, 전화사용 내역 등의 정보가 소멸돼 이를 증명할 고지서가 없으면 환급금을 받을 수 없다.

뒤늦게 환급금 소식을 전해들은 사용자들이 환급금 찾기에 발 벗고 나섰지만 결과는 불투명해 보인다. 그런가 하면 KT 집전화로 인터넷 전화에 전화를 걸면 집전화간 통화를 하는 것보다 3분당 10원이 더 부과되는 것에 대한 이용자의 불만이 제기됐다. 환급금 수습만으로도 벅찬 KT에게 이용자들을 이해시켜야 할 과제가 하나 더 추가된 모양새다.  


환급금 지급 논란…해지 6개월 이상이면 환급금 ‘글쎄’
집전화 ⇒ 인터넷 전화 걸어 통화하면 3분당 10원 ‘비싸’


KT가 집전화 사용 고객에게 환급금을 준다는 사실이 대대적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10일, KT 사이트의 환급금 조회 서비스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KT 측은 오는 10월까지 서비스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추석 전에 환급금을 받지 못하면 영원히 받을 수 없다’는 루머가 돌면서 고객들의 문의가 더욱 쇄도했다. 서버 다운은 물론이고, 전화 상담사와 통화를 하려면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있어야 하는 정도였다.

환급금 논란의 시작은 KT의 정액요금 가입자 모집 과정에 있다. 2002년 당시 KT는 직원과 텔레마케터를 동원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는데, 소비자들에게 가입 의사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가입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가입 의사를 물었더라도 이를 증명할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사례가 많다.

“내 환급금 내놔~”

이와 관련 KT 직원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액제 가입 당시 6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할당이 떨어졌고, 매일매일 체크를 했다”면서 “영업부서 직원들은 500건 정도 할당이 떨어졌고 비 영업부서 근무자는 최하 100건 정도를 처리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입자한테 상품의 취지를 설명하고, 동의 받고, 서명 받고, 신분증 복사해서 받는 정상적인 판매행위로 500~600건을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실 100건도 정상적인 절차로 하면 힘들다”고 덧붙였다. 사실 KT의 집전화 환급금 문제는 최근 반짝 불거진 일이 아니다.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됐었으나 전파를 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최근 봇물 터지듯 터져버린 것. 감독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피해자를 파악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실로 엄청나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간다”면서 “정확한 내용은 2~3개월 뒤에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KT는 “피해를 입는 고객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사태를 마무리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고객들은 만족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해지한 지 6개월 이상인 사용자의 경우 환급금을 받는데 제약이 따르는 이유에서다. KT 환급금 소식을 듣고 확인전화를 해본 이모(27·여)씨는 ‘가슴이 답답해 죽을 지경’이라고 전했다. 이씨가 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2년 정액요금에 가입됐고 2007년 1월까지 이용했지만 가입과 해지 모두 본인 스스로 했기 때문에 환급 대상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당시 이씨는 지방대학 근처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집으로 걸려오는 요금제 전환 여부를 묻는 전화를 당연히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자 KT 상담원은 황당한 소리를 내뱉었다. “당시에는 본인이 아니어도 가입이 가능했기 때문에 가족 중 누군가가 가입했을 수 있다”는 것. 개인 확인 절차가 복잡해진 것은 2009년 이후의 일이고 이전에는 가능했으니 가족 중 누군가 가입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녹취록이나 이를 증명할 만한 자료를 요구하자 그런 자료는 5년간 보관하고 폐기처분 한단다. 이씨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환급금 관련 글을 살펴보면 정액요금을 해지한 사람은 환급금을 받을 수 없느냐는 게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 KT 홍보실 요금제 담당자는 “해지한 지 6개월 이상 지났다고 해서 무조건 환급금을 받을 수 없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담당자에 따르면 환급금은 정액요금에서 실제 사용한 요금을 차감한 나머지 금액을 말하는데 법률적으로 고객의 전화이용 내역은 6개월 이상 보관할 수 없게 되어있다. 때문에 6개월 된 고객의 정보는 처분되고 그렇게 되면 실제 이용금액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정액요금에서 제외한 차액을 알 수 없다는 것. 이어 담당자는 “이 같은 경우 매달 청구내역이 담긴 고지서가 있는 분들은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의 이 같은 반응에 네티즌은 더욱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영수증을 모으는 사람도 점점 줄어드는 판국에 누가 고지서를 따로 모아두느냐는 것. 결국 KT는 초반에는 환급금을 잘 주다가 민원이 겹치고 피해자가 늘어나자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 환급금을 주지 않으려한다는 소리까지 듣게 됐다. 이와 관련, KT는 “일부러 고객들을 외면하려는 것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환급금에 대해 고지했고, 해지한 고객에 대한 부분도 꾸준히 같은 기준으로 적용되어 왔다”고 해명했지만 돌아선 고객의 마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한편, KT 집전화 사용자의 또 다른 불만사항이 제기됐다. 최근 인터넷 전화 사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 KT가 인터넷 전화 사용자에게만 좋은 요금제 운영으로 인터넷 전화사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

제보자에 따르면 KT 집전화 요금제는 집전화간 통화는 3분에 39원인 반면 집전화가 인터넷 전화로 전화를 걸면 3분에 49원이다. 즉, 집전화간 통화를 할 때보다 10원이 더 부과되는 것. 제보자가 의문을 제기한 것은 인터넷 전화가 집전화로 전화했을 경우에는 3분에 39원인데 집전화가 인터넷 전화로 전화를 걸면 왜 3분당 10원이 더 부과되느냐는 데 있다.

이와 관련 KT 홍보실 관계자는 “집전화의 경우 시내와 시외로 전화했을 때 요금이 다르다. 인터넷 전화는 시내·시외의 구분이 없어 그런 요금 책정은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시외나 휴대폰에 전화했을 경우처럼 비싼 요금을 책정할 수 없어 시내전화보다는 약간 비싸고 시외전화보다는 저렴한 요금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통신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KT를 비롯해 다른 통신사 모두 사업자들이 직접 요금을 책정해 방통위에 제출한다. 심사기준은 따로 없고, 업계의 특성과 경쟁상황에 맞춰 제출하기 때문에 알아서 비슷하게 조율이 되는 편이다”고 말했다. 

“고지서 가져와”

방통위 관계자 역시 집전화가 인터넷 전화로 전화했을 때 요금이 비싼 이유에 대해 “일반 집전화는 시내, 시외,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때 요금이 다르다. 인터넷 전화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KT와 같은 설명을 했다.

시내와 시외 전화 요금이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집전화와 인터넷 전화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설명 없이는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어쨌든 두 가지 고객 불만을 동시에 떠안게 된 KT의 현명한 대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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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