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17) 미궁의 탈출구 찾기

대통령 암살작전 모의…결과는?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김 사장!”

이호룡이 오사카 시내 한 식당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다 그곳 주인인 김영자를 은근한 투로 불렀다.

“갑자기 살갑게 왜 그러세요.”

김영자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호룡이 앉아 있는 자리로 다가갔다.

“김 사장은 고향이 어디요?”


“당연히 이곳 오사카지요. 물론 부모님은 황해도 안악에서 태어나고 자라셨지만.”

“내 고향은 어디인지 아시오?”

“일전에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평안도 중강진이라고.”

“아니 틀렸어. 내 고향도 바로 이곳, 오사카요.”

말을 마침과 동시에 호룡이 잔을 비워냈다. 김영자가 호룡의 눈치를 살피며 술병을 들었다.

“한 잔 따라 드릴까요?”

“그러면 좋지요.”


안주도 먹지 않은 호룡이 선뜻 잔을 들었다.

“그런데 오늘 무슨 일이 있기에 이리도 과음하였습니까?”

김영자가 흡사 콧소리를 내듯 잔을 채우자 호룡의 게슴츠레한 눈길이 술잔으로 향했다.

“혹시 문석원이란 아이 기억합니까?”

“일전에 함께 왔었던 그 청년 이야기하는 거 아닌가요?”

“맞아요.”

“그런데요.”

“이 친구가 일을 벌이려는 모양입니다.”

“무슨 일을?”

“남조선의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겠다고 하네요.”

“네!”

김영자가 얼떨결에 소리를 높이고는 그저 눈만 동그랗게 떴다.

“윤대중 선생을 구출하려는 의도인데. 처음에는 그저 객기려니 생각하고 말았는데. 이 친구가 극구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겠다는 겁니다.”

잠시 고개를 좌우로 움직였던 김영자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와 스스로 잔을 채웠다.

“그 사람 정신나간 거 아닌가요. 그때 보았을 때도 이상하게 느꼈던 것 같은데.”

“나도 처음에는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상당히 과격하더라고. 그래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지만.”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으면 무슨 일을 하였답니까?”


“좌익 운동 그리고 과격단체들 주변에 기웃거리고는 했죠.”

“그런 사람이 어떻게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겠답니까?”

“그 친구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하지요. 그러니까 막무가내로 내게 도와달라는 겁니다.”

“어떻게?”

“그야 물론 남조선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입니까. 그저 여권 만들고 비자 받아서 비행기나 배를 타고 가면 되는 일 아닌가요.”


“그게 곤란하니 내게 부탁하는 거 아닙니까?”

김영자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호룡을 빤히 주시했다.

“여권은 만들 수 있지만 비자 받기 힘들어 그래요.”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윤대중 씨 사건 터지고 나서 그 친구가 오사카 영사관을 상대로 수차례 폭파하겠다고 협박전화까지 했었는데 어느 누가 비자를 내주겠습니까.”

“그런 일까지 있었나요.”

김영자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술잔을 기울였다. 그를 바라보던 호룡 역시 단번에 잔을 비워냈다.

“안주 좀 드세요.”

호룡이 안주도 먹지 않고 다시 스스로 빈 잔을 채우자 김영자가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위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라는데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구려. 그래서 이렇게 혼자 술 마시는 거 아니겠소.”

“김 사장이 무슨 일로 전화를 다 주었는가.”

한 순간의 객기로? 진짜 시도할까
“유일한 해결방법” 성공 가능성은?

밤이 늦은 시간 오사카 영사관에 근무하는 정동일이 김영자가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았다. 동일을 확인한 김영자가 주변을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가게 구석에 있는 조그마한 룸으로 안내했다.

“무슨 일이야?”

“오라버니 보고 싶어 그랬지.”

김영자가 정동일 곁에 바짝 달라붙었다. 그런 그녀를 동일이 팔로 가볍게 어깨를 휘감으면서 볼에 입술을 댔다 떼었다.

“식사는 어떻게 하겠어요.”

“음, 식사는 되었고.”

정동일이 말하다 말고 보일 듯 말 듯 살짝 드러난 김영자의 가슴을 슬며시 바라보았다.

“왜요, 젖 먹고 싶어요?”

“일단 가볍게 한 잔하고 젖을 먹든 영자를 통째로 먹든 하자고.”

정동일이 시선을 돌려 김영자의 하반신을 바라보자 김영자 역시 그 시선을 따라갔다가 슬그머니 동일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단히 가져와.”

말을 하며 밖으로 나서는 김영자의 뒤를 바라보았다. 일찌감치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가게를 꾸려가며 30대 후반에 이른 김영자의 마음 씀씀이가 아름다워 가끔 들르고는 했고 급기야 어느 한날 저녁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미색은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오밀조밀하여 안기는 맛이 색달라 이후 서울에 있는 집이 생각날 때면 들러 함께 시간을 보내고는 했었다. 또한 그녀의 정보망이 이외로 넓었다.

특히 조총련 쪽 사정은 그녀를 통해 전해 듣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여서 현지 애인으로 또 정보원으로 살갑게 지내던 터였다. 잠시 서울에 두고 온 가족을 회상하는 중에 김영자가 동일의 말대로 간단하게 음식을 차려 들어왔다.

“사람 팔자 참으로 희한하네.”

“느닷없이 무슨 팔자 이야기에요?”

“영자 같으면 남편에게 무지하게 사랑받고 살 터인데.”

동일이 말을 흐리자 상차리기를 마친 영자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러면 오라버니가 거두어 주면 되잖아요.”

“차라리 그럴까.”

말을 마침과 동시에 동일 곁에 바짝 붙어 앉은 영자가 술병을 들었다. 동일 역시 잔을 듦과 동시 몸을 앞으로 숙여 영자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가 떼었다.

“오라버니는 내가 그리도 좋아요.”

“글쎄, 그걸 좋다고 표현해야 할지는 몰라도 이상하게 자네만 만나면 아늑해지고 또 고향 생각이 나고 그러네.”

“그래요, 그거 참.”

“왜?”

“우리 집에 자주 드나드는 사람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는 해서요.”

“혹시.”

이번에는 정동일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왜요, 그 사람하고도 몸 섞을까 봐요?”

“아, 그게 아니라‥‥‥. 당신도 한잔 하겠어?”

순간 동일이 얼버무렸다. 영자가 슬그머니 미소를 보이며 잔을 들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보자고 한 거야?”

“오라버니가 보고 싶어 그랬다니까.”

“본 지 얼마 되었다고.”

“그동안 윤대중 사건인가 뭔가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오지 않았잖아요.”

그 소리에 동일이 절로 흠칫했다. 혹여 김영자가 자신의 실체를 알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지레짐작에 따른 결과였다.

“왜 그렇게 놀래요?”

“놀래는 게 아니라 하도 시달려서 그 이야기만 나오면 경끼 일으킨다니까. 그러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반응이 흘러나오지.”

동일이 가슴을 쓸어내기라도 하듯 잔을 비워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외형상으로는 해결되었지만 내면으로 살피면 아직은.”

말하다 말고 동일이 자신의 잔을 직접 채웠다.

 

<다음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 주요작품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삼국비사> <여제 정희왕후> <수락잔조> 등 다수
희    곡 <정희왕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