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기획특집 3>[MC몽 파문으로 본] 20대그룹 총수부자 ‘병역 X파일’ 총력추적

입영 피해 ‘요리조리’아프다던 로열패밀리… 지금은 멀쩡하다


해마다, 철마다 툭하면 터지는 유명인의 병역 비리. 이번엔 가수 MC몽이 말썽이다. 아직까지 의혹 수준이지만, 쏟아지는 여론 뭇매가 예사롭지 않다. 그만큼 국민들이 병역 문제에 민감하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재벌가는 어떨까. 전체적으로 요리조리 잘도 피한 모양새다. 국내 내로라하는 20대 그룹을 꼽아 그 총수와 아들들의 병역 여부를 따져봤다.


1∼2세대 걸쳐 석연찮은 면제 ‘신의 아들’ 수두룩
“이유도 가지가지” 국적, 질병, 비만 등 내세워 미필

<일요시사>가 만 19세부터 30세까지 병역의무 나이가 넘은 주요 그룹 총수와 자녀들의 병역 여부를 살펴본 결과 미필자를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1세대에서 2∼3세대에 걸쳐 두루 입대 면제를 받은 이른바 ‘신의 아들’들이 적지 않았다. 외국 국적, 질병, 체중 초과 등 면제 이유도 가지가지다. 이들은 각각의 그럴 만한 사유를 내세워 ‘소나기’를 피한 뒤 슬그머니 한 자리씩 꿰차고 있다.

‘소나기’ 피한 뒤
슬그머니 제자리

그룹들은 하나같이 “나름의 정당한 면제 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고의적인 병역 기피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재벌가의 병역 여부는 늘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총수일가의 병역면제율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탓이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재벌 로열패밀리들의 평균 면제율은 33%인 반면 일반인은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재벌가 사람들이 일반인에 비해 유독 입대 면제자가 많다는 점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국민의 기본 의무를 저버린 사람들이 회사 지휘봉을 잡거나 잡을 거라면 과연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이병으로 군대를 마쳤다. 사실상 면제나 다름없는 셈이다. 외아들 이재용 부사장은 허리디스크로 징병검사에서 제2국민역(5급) 판정을 받고 군복을 입지 않았다.

더 정확한 사유는 수핵탈출증이다. 제2국민역은 현역 또는 보충역 복무는 할 수 없으나 전시근로소집 등에 의한 군사지원업무는 감당할 수 있어 민방위 훈련만 받는다.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은 병장 출신이다. 재벌 총수 가운데 드물게 현역으로 제대했다. 그러나 외아들 정의선 부회장은 제2국민역으로 입대하지 않았다. 근본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담낭 절제가 문제가 됐다.

SK 최태원 회장은 체중 과다로 면제됐다. 최 회장은 1980년대 신체검사를 받을 당시 몸무게가 100㎏을 넘어 군대에 가지 않았다. 그는 2003년 수감생활과 운동 등 다이어트를 통해 15㎏가량 줄여 현재 85㎏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외아들 인근군은 올해 15세로 아직 중학생이다. LG 구본무 회장도 정 회장과 같이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보병으로 만기 제대했다.

1994년 어린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외아들 원모씨 대신 2004년 양자로 입적한 구광모 과장(LG전자·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외아들)은 현역병이 아닌 병역특례인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을 마쳤다. 2003∼2005년 국내 IT 솔루션 회사에서 근무했다. 산업기능요원은 기술자격이나 면허소지자로서 국가가 지정한 특정업체에서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다.

롯데 신격호 회장의 병역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10대 후반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을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일본 국적을 취득해 면제됐을 가능성이 크다. 두 아들도 일본 국적 때문에 입영 대상에서 제외됐다. 장남 신동주 부회장(일본롯데)은 일본에서 태어나 현재 일본에서 살고 있는 ‘완전한’일본인이다. 당연히 한국에서 군대에 갈 필요가 없었다.

차남 신동빈 부회장(한국롯데)도 재일교포 신분으로 줄곧 일본에 살면서 군 면제를 받았다. 그는 한·일 양국의 호적에 오른 채 ‘이중국적’상태로 국내에서 활동하다 1996년 일본 국적을 정리하고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GS 허창수 회장은 일병으로 제대했다.

집안을 보살펴야 하는 등 개인 사정으로 예정보다 일찍 제대한 의가사제대인지, 현역 수행이 어려운 병에 걸려 복무기간이 짧아졌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외아들 허윤홍 부장(GS건설)은 제2국민역으로 편입돼 ‘군문’을 무사통과했다. 징병 검사에서 건강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둘 다 ‘군문’ 통과
둘 다 병장 출신도

현대중공업 오너는 아니지만 대주주로 사실상 ‘주인’인 정몽준 의원(한나라당)은 장교 출신이다. 재벌가에서 보기 힘든 사례다. 정 의원은 ROTC 소위로 임관(13기)해 육군 중위로 만기 전역했다. 눈에 띄는 점은 정 의원의 아들 역시 장교 출신이란 사실이다. 장남 기선씨도 2005년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당시에도 사회지도층의 병역 기피 논란이 일어 ‘대 이은 ROTC’로 큰 화제가 됐었다.

기선씨는 2년4개월의 ROTC를 마치고 2007년 중위로 전역했다. 늦둥이 차남 예선씨는 올해 14세로 군대 갈 나이가 안 됐다. ‘형제의 난’으로 금호아시아나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조만간 복귀가 가시화되고 있는 박삼구 명예회장은 병역 사항이 베일에 싸여 있다. 그룹 측도 “확인이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나 박 명예회장의 이력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정황을 추정할 수 있다.

“국민 기본의무 저버린 사람들,
과연 정상적인 경영 가능할까”


그는 1963년 광주제일고와 1967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자마자 그해 바로 금호타이어에 입사했다. 이후에도 그룹 요직을 두루 거치는 등 공백이 전혀 없었다. 아버지와 달리 외아들 박세창 상무(전략경영본부)는 제대로 병역을 마쳤다. 한진 조양호 회장은 미국 유학을 다녀와 현역으로 군대 생활을 마쳤다. 외아들 조원태 전무(여객사업본부)는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을 대체했다.

두고두고 괴롭힐
평생 아킬레스건

의사 출신인 두산 박용현 회장은 군의관으로 복무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 아들 태원(두산건설 전무)·형원(두산인프라코어 상무)·인원(두산엔진 부장)도 정상적으로 병역을 끝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은 뜻밖에도 미필자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 ‘보스형 총수’로 불릴 만큼 평소 의리를 강조하는 터프한 이미지와 오버랩된다. 사유는 불분명하다.

일각에선 1981년 59세란 짧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타계한 부친 고 김종희 창업주의 뒤를 이어 불과 29세의 ‘어린’나이로 그룹 회장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김 회장의 다급했던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그룹 관계자도 “확실히 모르겠지만 당시 사정상 어쩔 수 없었을 것”이란 추측만 했다. 반면 세 아들은 충실히 병역을 완료했거나 이행하고 있다.

장남 김동관 차장(회장실)은 3년4개월간 공군 통역장교로 복무하고 지난해 말 중위로 전역했다. 차남 동원씨도 현재 공군 장교(소위)로 복무 중이며, 3남 동선씨는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군 면제를 받았다. 신세계 정재은 명예회장(이명희 회장 남편)은 시력이 나빠 입영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외아들도 면제 사유만 다를 뿐 ‘신의 아들’이다.

정용진 부회장(신세계백화점·이마트)은 비만으로 입대하지 않았다. 신체검사 때 몸무게가 104㎏으로, 커트라인 103㎏에서 단 1㎏ 초과해 면제(제2국민역)돼 ‘고무줄 몸무게’란 의심을 샀다. 1987년 대학 시절 79㎏ 나가던 체중에서 갑자기 25㎏이 불어 1990년 신체검사에선 104㎏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의 몸무게는 현재 90㎏ 안팎이다.

LS 구자홍 회장은 신체검사 결과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유학 중인 외아들 본웅씨는 현역으로 입소, 병장으로 전역을 신고했다. CJ 이재현 회장도 제2국민역 처분을 받아 군인이 되지 못했다. 외아들 선호군은 올해 20세로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현대백화점 정몽근 명예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면제(제2국민역)됐다. 두 아들 정지선 회장(현대백화점)과 정교선 사장(현대홈쇼핑)은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동부 김준기 회장과 외아들 남호씨 부자는 모두 현역 출신이다. 둘 다 강원도 최전방에서 사병으로 근무했다. 또 대학을 졸업하고 곧장 입대한 것도 공통점이다. STX 강덕수 회장도 병장으로 전역했다. 외아들은 현재 대학생으로 병역의무 기간이 지나지 않았다.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은 일병으로 군 생활을 마쳤다. 세 아들(준선·원선·운선)은 초·중·고등학생으로 아직 어리다.

코오롱 이웅열 회장은 대학을 휴학하고 현역으로 입대해 강원도 전방사단 수색대에서 근무했다. 외아들 규호씨는 올해 26세로 유학을 마치는 대로 입대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공개석상에서 “아들도 당연히 병역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입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는다. 박 회장은 사석에서 군대 얘기만 나오면 화제를 전환하거나 아예 고개를 돌린다는 후문이다.

외아들 준범군은 10대로 군대를 가려면 아직 멀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병역의 의무가 있다.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란 비극적 현실은 누구나 당연한 기본으로 인식하게 한다. 국민들이 유독 군대 얘기만 나오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특히 ‘인물’을 평가할 때 도덕성 잣대로 우선 병역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경영자도 마찬가지다. 이유가 어떻든 병역에 조금이라도 흠이 있다면 두고두고 괴롭힐 ‘아킬레스건’으로 남을 게 뻔하다. 병역 문제가 이슈화 될 때마다 ‘좋은 예’혹은 ‘나쁜 예’로 말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