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기획특집 1> 대한민국 명문 정치가문 대해부

한국정치사에 ‘가문의 영광’ 써라!


대한민국 ‘정치가문’이 뜨고 있다. 우리나라 60여 년 헌정사에서도 대대로 국회의원, 장관 등을 배출해 낸 ‘정치 명가’를 꼽기란 매우 힘들다. 그러나 18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3대째 국회의원’이 나오는 등 그동안 쌓은 내공이 ‘가문’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속속 눈에 띈다.

대통령, 법무장관, 상원의원 등을 배출한 미국의 유명한 정치명가 케네디가처럼 우리나라에도 대를 이어 정치를 하는 정치가문이 하나둘 새롭게 생겨나거나 그 역사를 더하고 있는 것. 아직 ‘정치 명가’라는 이름에 부족하지만 대를 이어 금배지를 단 이들의 활약은 ‘명가’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적 기반·인맥·정치력 대물림 ‘밀어주고 끌어주고’
정치인들의 가문, 대 이어가며 ‘정치명가’ 내공 쌓아


최근 세계 정치 명문가들이 연이은 집권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상원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되며 ‘모자 대통령’ 기록을 세웠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에 이어 대선에 출마, 세계 최초의 ‘직선 부부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정치 DNA
핏줄타고 내리유전

미국에서는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이 41대 대통령을 지낸 데 이어 아들인 조지 W 부시가 43대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아버지 부시는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낸 둘째 아들 젭 부시에 대해서도 “둘째 아들도 자격을 갖추고 있다”면서 “언젠가 그가 대통령이 되는 걸 보고 싶다”고 해 ‘3부자 대통령’의 꿈을 내비쳤다. 또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미 사상 첫 ‘부부 대통령’ 도전도 시선을 끌고 있다.

이 같은 대를 이은 집권에 대한 의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유효하다. 전직 대통령들의 자녀들이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까닭이다. 정치인으로서 최고의 명예를 얻었던 전직 대통령들의 ‘정치가문’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을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1998년 한보 비리 관련 조세포탈 혐의, 2004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두 차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로 인해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28일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소 부소장에 임명되며 여의도 정가로 복귀했다. 현철씨는 “마포대교를 건너면서 10년이라는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라. 왜 이렇게 여러 감정이 드는지 모르겠다”면서 “YS의 아들이 아니라 김현철로서 역량을 발휘하고 인정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안도 정치를 가업으로 삼고 있다.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은 16, 17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계속해서 정계 복귀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전 대표는 대표적인 2세 정치인으로 꼽힌다. 한나라당 4선 의원인 박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장녀로 부모님의 이름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녀야 했다. 

그러나 2004년 17대 총선에서 탄핵역풍을 뚫고 박풍을 일으키며 ‘꼬리표’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이후 한나라당 대표로 추락한 당 지지도를 50%대로 끌어올리고 유력 대선후보로 자리매김하며 ‘박근혜’라는 이름을 세웠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대선후보 자리를 두고 치열한 승부를 벌였으며, 현재 여야 차기 대선주자 중 가장 앞서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형제’가 정치인이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은 그의 중요한 정치적 후원자다. 서울대 상대를 나와 코오롱에 입사, 후일 이 회사의 사장이 된 이 의원은 정치 입문도 이 대통령보다 빨랐다. 6선 의원이라는 정치적 기반을 가진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이 1992년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서울시장과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발로 뛰며 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 돼 주었다.

‘미스터 쓴소리’로 더 잘 알려진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은 유서 깊은 정치명문가 출신이다. 현역 최다선(7선)인 조 의원은 우익 독립운동가이자 3, 4대 국회의원, 1960년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낸 유석(維石) 조병옥 선생의 3남2녀 중 막내다. 그는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고향은 충남 천안시 병천면으로 3·1운동 당시 유관순 열사가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벌였던 곳이다.

3·1운동 때 유관순 열사와 함께 아우네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한 조인원씨가 그의 조부이며 6선(5·6·7·8·13·14대) 의원이었던 고 조윤형 전 국회부의장을 형으로 두고 있다. 조 의원은 1981년 정치규제에 묶인 형 조 전 부의장을 대신해 출마하면서 정계에 입문했으며 14대 때는 형제가 나란히 등원하기도 했다. 

유서깊은 정치가문
대 이어 ‘기반’ 물려줘

3대를 잇는 정치가문으로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의 집안도 빼 놓을 수 없다. 부친인 정일형 전 외무부 장관에서 정 고문, 아들인 정호준 민주당 서울 중구 지역위원장으로 이어지는 3대 정치를 하고 있는 것. 신민당 부총재와 대표권한 대행을 지낸 정 전 장관은 1950년 서울 중구에서 당선된 뒤 내리 8선을 했으며 정 고문이 지역구를 이어받아 5선을 했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정계에 발을 내딛은 정 위원장은 17대 총선에서 지역구 승계에 나섰으나 낙선했다. 이후 18대 총선에는 지역구를 정범구 전 의원에게 양보하고 민주당 비례대표를 신청했으나 결국 출마를 포기했다. 현재 민주당 서울 중구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며 19대 총선을 노리고 있다. 이 외에도 대를 이어 정치를 가업으로 삼고 있는 집안이 상당하다.

남경필 의원은 남평우 전 의원(14·15대)이 임기 중 별세하자 부친의 지역구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내리 4선을 해 당 내 중진으로 자리를 잡았다. 정진석 의원의 부친은 내무부 장관을 지낸 정석모 전 의원(6선)이며, 친박계 ‘책사’로 불리는 유승민 의원은 13,14대 의원을 지낸 유수호 전 의원의 차남이다. 김태환 의원의 부친은 고 김동석 전 의원(4대), 형은 작고한 허주(虛舟) 김윤환 전 신한국당 대표(5선)다.
 
김 의원은 형의 지역구인 경북 구미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유일호 의원은 민한당 총재를 지낸 고 유치송 전 의원(5선)의 장남이며 장제원 의원은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11·12대)의 차남, 이종구 의원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중재 전 의원(6선)의 아들이다. 18대 국회 지역구 최연소 의원인 김세연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됐다.

대통령의 자녀들 활발한 정치행보, 대권까지 겨냥
정치가문 사람들, 부자·부녀 대통령 진기록 세울까?

젊은 사업가로 별다른 정치 이력은 없었지만 부산 금정구에서 5선(11·13·14·15·16대)을 지낸 부친 고 김진재 전 의원과 장인 한승수(13·15·16대) 전 국무총리의 ‘정치력’을 물려받았다.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선친 고 김상영(8·9대) 전 의원의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14대 의원이자 대선후보로 나섰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6남이다.

그는 1988년 13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 내리 6선을 한 중진 의원으로 부친보다 먼저 정치에 입문했다. 지난 대선에서 오랜 무소속 생활을 접고 한나라당에 입당, 최고위원에 선출되고 당대표직을 맡으며 당내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지난 6월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을동 의원의 부친은 3,6대 의원을 지낸 김두한 전 의원이다.
 
정우택 전 충북지사도 작고한 부친 정운갑 전 의원(5선)을 이어 정계로 들어선 2세 정치인이다. 정 전 지사의 부친인 정 전 의원은 농림부장관과 5선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이 때문에 정 전 지사는 “정치는 고향처럼 친숙한 세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형제 정치인’들도 눈에 띈다. 김효재 의원은 15대 의원을 지낸 김의재 전 의원의 동생이다. 며느리가 ‘정치가문’을 잇기도 했다.

정치 가풍은 유전
‘이름값’은 제 할 나름

 
이혜훈 의원은 시아버지 고 김태호 전 의원에게서 정치를 배웠으며 18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정치인들이 대를 이어 정치권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가풍이 유전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정치력이나 정치적 감각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를 이어 정치를 하고 있다고 해도 ‘명가’라는 이름은 함부로 붙지 않는다. 위로부터 이어져 온 가풍과 튼튼한 인맥이 정치적 자산이 되고 ‘존경’을 받을 수 있게 되어서야 ‘명가’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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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