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기획특집 8> 연예계 ★들의 역대 ‘황당루머’ 베스트10

허허~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나네!

나훈아 ‘바지 벗기’ 액션에 취재진 경악…기상천외 ‘100분 라이브쇼’
김태희 ‘재벌과 결혼설?’…“그 분과 만난 적도 없어”
고현정 ‘연하킬러설’…“편한 사이니깐 농담식으로 말한 것”
강부자 ‘마담뚜설’…후배 여자배우들 재벌들과 연결 소문


연예계에서 ‘루머’란 끊임없이 재생산되기 마련이다. 말이란 발이 달려있어서 처음에 의도하지 않았던 곳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나중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당사자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게되기도 한다. 지금도 인터넷에서는 사실무근인 소문들이 일부 네티즌들의 손에서 손으로 퍼져가고 있다. 연예계에서 가장 황당한 루머는 무엇일까. 일요시사는 연예인들이 겪은 황당 루머 10가지를 꼽아보았다.

(1)나훈아 염문설
 나훈아가 20 06년 말 데뷔 40주년 공연 이후 예정된 콘서트를 갑자기 취소하고 행방이 묘연하자 ‘야쿠자 폭행설’ 등 그를 둘러싼 갖가지 루머가 나돌기 시작했다. 나훈아가 일본 야쿠자 중간보스인 국내 한 여자 연예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뒤 이 야쿠자에게 납치를 당했고 신체 중요부위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어 1년여 동안 잠적할 수밖에 없었다는 소문.
루머가 일파만파 퍼지자, 나훈아는 2008년 1월2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상천외의 기자회견을 했다. 자신을 둘러싼 각종 소문에 대한 반박의 자리였다. 기자회견 중 그는 돌연 테이블에 뛰어 올라 바지를 내리려는 액션을 취해 현장에 있던 취재진과 팬들을 경악케 했다.
나훈아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털어놨다. 그동안 1년 가까이 나돌았던 소문에 대한 진실을 해명하는 자리였지만 그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해명이 아니다”고 애써 강조했다.
나훈아는 이날을 기점으로 다시 언론과의 모든 접촉을 끊었다. 드문드문 복귀 얘기가 나돌긴 했지만 2년 넘게 감감무소식이다. 행방 역시 국내와 해외에서 더러 목격됐다는 정도다.

(2)강호동 스캔들
강호동은 힘과 관련된 루머가 돌았다. 강호동은 모 방송에서 “천하장사라는 선입견이 크다. 무언가를 박살냈다는 등, 나이 많은 여자 연예인과 어떻다는 등의 루머가 난무했다”면서 일명 ‘천하장사 스캔들’에 대해 털어놨다.
강호동 스캔들의 주인공은 고두심과 이승연. 고두심은 모 방송에 출연, “‘강호동과 사귄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배우의 삶을 후회한 적이 있다”며 “항간에 떠도는 헛소문에 내 이름이 돌아다닐 때 배우의 삶을 후회하게 된다.
다 지나간 얘기지만 강호동씨와 내가 연애한다는 소문에 황당했다”고 털어놨다. 이승연 역시 모 방송에서 강호동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강호동씨 이름만 들어도 무섭다”며 괴소문에 대한 마음 고생을 드러냈다.

(3) 비-이효리 라디오 괴담
당시 TV 뉴스에까지 나왔던 이 루머는 비의 지인이 진행하는 모 라디오 생방송에서 비가 전화연결이 된 줄 모르고 이효리와 있었던 사담을 털어놓았다는 내용.
루머의 당사자인 이들은 현재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괴담을 유머소재로 활용하는 등 루머를 극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는 모 방송에 출연, “당시 홍콩에서 콘서트를 하는 중이었다”며 “나중에 진상을 확인한 결과 초등학생이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이 일파만파로 퍼진 것이다”고 해명했다.

(4)장윤정 임신설
연인이었던 노홍철과의 결별 이후, 유명 정치인 2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장윤정은 모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시 루머로 마음고생을 했다”며 심경고백을 했다.
장윤정은 “결별한 이후에 여러 가지 결별이유들이 나왔다. 1번 노홍철 결벽증 때문이다. 2번 부모님의 반대 때문이다. 그런데 3번이 정말 대박이다. 내가 또 임신을 했다고 한다”며 3가지 루머들에 대해 소개했다.
장윤정은 이어 “이번 임신설의 상대는 굉장히 유명하신 분이었다. 심지어 내가 아기를 낳으러 미국으로 갔다고까지 하더라”며 점점 커져만 가던 소문의 무서움을 전했다. 장윤정은 또 “지금도 장윤정을 검색하면 제일 위에 그 이야기가 있다. 부모님이 너무 충격을 받으셔서 매일 우셨다”면서 “못 믿는 사람들에게 정 원하면 건강검진을 떼어다 드리겠다”고 말하며 결백을 호소했다.

(5)김태희 결혼설
김태희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재벌과의 비밀 결혼설이다. 재벌2세와 미국에서 결혼했다는 내용.
김태희는 모 방송에서 “나와 비밀 결혼을 했다고 소문 난 그 분과는 만난 적도 없다. 재벌과의 비밀 결혼설을 많은 사람들이 믿을 거란 생각조차 못했다”며 “하지만 점점 기정 사실화 됐다. 어느 날 여름, 가족과 여행가는 길에 조카와 출입국 심사할 때 조카가 공교롭게도 소문의 주인공과 성이 같아 오해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김태희는 이어 “출입국 심사하던 사람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후회 안 하세요?’라고 물었다, ‘네?’라고 하니 머뭇거리다 ‘연예계 생활 후회 안 하세요?’라고 다시 물었다”면서 “소문이 이렇게까지 심각해질 줄 몰랐다. 놔두면 작아질 거라 생각하고 좀 기다렸는데 더 커졌다”고 비밀 결혼설이 불거졌던 당시 해명하지 않고 침묵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태희는 이어 “그래서 소속사에서 심각하게 악플을 달았던 네티즌들을 선별해 고소하게 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비밀 결혼설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6)변정수 사망설
2003년 7월15일 발생했던 탤런트 변정수의 교통사고 사망설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인터넷에 올려진 내용은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가 언론사로 빗발쳤다. 그러나 허위로 판명됐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다음날 19세의 한 여대생이 “장난으로 그런 게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자수하면서 일단락 됐다.
당시 변정수가 처벌을 원치 않아 여대생 사건은 불기소로 끝났다. 변정수는 당시 방송 인터뷰에서 “‘거짓 소문이 멀쩡한 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구나’란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7)고현정 연하킬러설 
드라마에 함께 출연했던 조인성, 천정명과 스캔들이 났다.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서 천정명과는 9살 차이나는 연상 연하 커플로 출연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 천정명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고현정 누나와는 드라마 촬영 전부터 같은 미용실을 이용해 안면이 있었다. 고현정 누나를 통해 조인성과도 알게 됐다. 당시 매니저와 고현정 누나의 동생이 친분이 두터워 서로 알게 됐고, 드라마를 하게 되면서 친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현정은 모 프로그램에서 MC가 “이들에게 진짜로 사랑한다 했다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고현정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사실이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편한 사이니깐 농담식으로 말한 것이다”면서 “조인성은 위트도 있고 겸손하고 나와 박자가 잘 맞는다. 둘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얘기가 잘 통했을 때 ‘인성아 바로 이거야 결혼하자 뭘 망설이니’라고 하자 인성이 대답이 ‘쉬운 여자는 싫다’였다”고 밝혔다.
또 “천정명에게도 같은 식으로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했더니 천정명은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아빠한테 물어봐야 되는데’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8)강부자 마담뚜설
강부자가 ‘마담뚜’라 불리며 후배 여자배우들을 남자 재벌들과 연결시켜줬다는 소문이 흘러나와 한때 화제가 됐다.
강부자는 모 프로그램에서 “재벌 총수와 후배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중간에 소개비를 가로챈다는 소문이 돌더라. 10:0이라는 루머도 있더라”며 “10만원짜리 전세로 시작해 지금 70평 빌라에 산다. 그렇게 중간에 가로챘으면 지금쯤 부자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고 억울한 심경을 전했다.
이어 “42년의 결혼생활 동안 백화점 지하식품관에서 물건을 사본 적이 없다. 항상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며 산다”며 “쉽게 사는 사람이 아닌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부자는 또 “왜 여태껏 침묵했나”라는 질문에 “내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아니다고 말할 필요가 없었다”며 “남편 또한 믿음이 있었다”고 이유를 전했다.

(9)장서희 성형설
보톡스로 성형설에 휩싸였다. 장서희는 모 프로그램에서 “<한밤의 TV연예>의 진행자로 나섰을 때 얼굴과 몸 전체가 부어 있었다”고 말한 후 “당시 생방송을 펑크낼 수 없어서 그냥 진행을 맡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장서희는 예뻐지고 싶은 욕망 때문에 보톡스 시술을 한 것이라고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당시 대기실에서 장서희를 본 서경석 등 패널들은 장서희의 부은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특히 서경석은 장서희를 보호하기 위해서 “몸이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방송에 나왔다.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해 순식간에 양치기 소년(?)이 됐다.
장서희는 “그렇다고 시청자들에게 보톡스 맞아서 일주일 후면 괜찮아진다는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방송이 그렇게 끝나버렸고, 오해가 생겨서 인정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다”며 “물론 보톡스도 했지만 몸이 안 좋았던 상태였기 때문에 몸이 안 좋다고 자막 처리된 것이다”고 해명했다.

(10)정소녀 흑인아기 출산설
당시 아프리카 가봉 대통령이 내한해 만났다는 설이 확대 재생산됐다. 정소녀는 모 프로그램에서 “왜 그런 소문이 시작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억울한 심정을 밝혔다.
정소녀는 “방한한 아프리카 대통령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흑인아이를 출산했다” “의사인 시아버지가 직접 아이를 받았는데 흑인이었다” “아이가 우는데 사람들에게 안 보이려고 급히 옷장에 감췄다” 등 자신을 옥죈 근거 없는 괴소문을 상세히 밝혔다.
정소녀는 “정작 소문의 당사자인 나는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내용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면서 “주변에서 나에게 소문을 전한다는 것 자체를 실례라고 생각했는지 누구도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정소녀는 이 같은 소문 때문에 당시 출연하던 모든 CF에서 퇴출되는 아픔도 겪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소문에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못한 것이 더 큰 화를 부른 것 같다”면서 “소문을 퍼뜨린 당사자를 만나면 꼭 따지고 싶다”고 토로했다. 정소녀는 1970, 80년대 CF의 여왕으로 군림하며 탤런트, MC, 가수 등 다방면에서 큰 활약을 펼쳤지만 ‘흑인아이 출산설’에 시달린 뒤 돌연 방송에서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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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