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포구여행 ⑤경남 거제시

향긋한 굴구이, 시원한 대구탕…겨울 해산물 가득한 거제여행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 즈음이면 전국의 포구는 미식가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겨울이면 한껏 기름기가 오르는 생선이며 조개를 맛보려는 미식가들의 발걸음으로 유명식당 문턱이 닳는다. 도루묵이며 숭어 등등 겨울이면 맛이 드는 여러 해산물 중에서도 최고의 맛을 꼽으라면 단연 굴과 대구가 아닐까. 향긋한 굴구이와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대구탕 한 그릇이면 코끝을 얼리는 차가운 겨울 바람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진한 굴향, 육즙 가득 고인 굴구이
알 잔뜩 머금은 천하일미 겨울 대구

거제는 굴구이와 대구요리 등 싱싱한 겨울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겨울별미 여행지다. 별미여행의 시작은 거제면 내간리에 자리한 굴구이집이다. 굴하면 이웃한 통영을 떠올리지만, 거제에서도 통영 못지 않게 굴이 많이 생산된다. 통영에서 신거제대교를 넘어 호곡, 녹산, 법동 등지를 지나 거제면 내간리까지 이어지는 1018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해안가에 굴양식을 위한 지주들이 끝 간 데 없이 꽂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다 위에는 가지런히 떠있는 투하식 굴양식장의 부표들도 장관을 이루고 있다. 거제 사람들은 굴을 주로 구이로 먹는다. 예전에 굴을 캐던 사람들이 모닥불을 피우고 구워먹던 것이 세월이 흘러 자연스럽게 상품화가 됐다고 한다. 내간리 해안가에 굴구이를 내는 집이 모여있다.

굴구이를 주문하면 맛보기로 생굴이 나오고 곧 이어 굴튀김과 굴무침이 가득 담긴 접시도 놓여진다. 고추, 파와 함께 바삭하게 튀긴 굴튀김은 일식집에서 맛보던 그것과는 또 다른 맛을 낸다. 매콤한 맛이 이마와 콧등에 송글송글 땀을 맺히게 한다. 각종 야채와 함께 버무려진 굴무침도 매우면서도 새콤한 맛으로 젓가락질을 바쁘게 만든다.

굴무침과 굴튀김을 다 먹을 때면 커다란 철판 하나가 불 위에 올려진다. 뚜껑을 열어보면 껍질을 까지 않은 생굴이 가득 담겨있다. 가장자리에 검은 테두리가 선명한데, 이는 굴이 싱싱하다는 증거다. 거제 굴구이는 구우면서 동시에 찌는 방식. 다 익기까지는 5분 정도가 걸리는데, 장갑을 끼고 칼로 껍질을 까서 먹는다.


입안 채우는
탱글탱글 식감

굴껍질을 까보면 육즙이 가득 고여 있다. 칼로 굴을 살짝 들어내면 탱글탱글한 굴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특유의 진한 굴향도 후각을 강하게 자극한다. 초장에 살짝 찍어 입으로 가져가면 짭조롬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굴 자체에 간이 되어 있어 양념을 찍지 않고 그냥 먹어도 맛있다. 거제의 굴구이 집 대부분은 굴구이, 굴죽, 굴국밥 등 다양한 굴요리를 파는데, 굴구이 세트를 시키면 굴구이와 굴튀김을 비롯한 다양한 굴요리를 코스로 먹을 수 있다.

거제의 또다른 겨울 별미는 대구다.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라는 속담도 있듯, 찬바람이 부는 겨울은 대구에 맛이 제대로 드는 때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대구 산란기인데, 이때 잡히는 알 잔뜩 머금은 대구는 천하일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포항이 자리한 진해만에는 겨울이면 전국 최대규모의 대구 어장이 형성된다. 1980년대 한때 진해만을 가득 메웠던 대구가 사라지면서 ‘금대구’라고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어쩌다 한두 마리가 잡히면 수십만원에 팔렸다는 기사가 신문에 소개될 정도로 귀한 생선이었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거제수협이 대구알 방류 사업에 성공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외포항으로 대구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외포항에 자리한 거제수협 외포출장소 어판장은 대구 경매에 참여한 중매인들로 북적거린다. 어판장 바닥에 늘어선 갓 잡은 대구를 꼼꼼하게 살피던 중매인들은 경매가 시작되면 경매사에게 손가락 신호를 열심히 보낸다. 이렇게 30분이 지나면 나무상자에 담겨 있던 대구는 모두 팔려나간다.

대구잡이에는 호망을 쓴다. 호망은 대구를 유인하기 위해 길그물을 길게 놓고 그 끝에 둥그런 통그물을 붙인 것이다. 통그물의 모양이 단지(壺)처럼 생겨 호망이라 부른다. 야행성인 대구는 밤에 쏘다니다 호망에 걸리는데, 그물코에 꿰는 것이 아니니 산 채로 올라오는 대구도 많다.

외포항에는 대구요리를 내는 식당 10여곳이 늘어서 있다. 대구탕 거리로도 불린다. 대구는 회나 찜도 좋지만, 이맘땐 탕만 한 게 없다. 뽀얀 국물이 언뜻 보기에는 꼭 곰탕같다. 국물은 구수하면서도 진하다. 소금만으로 간을 해 깊고 그윽한 맛을 낸다. 외지인들은 생대구가 좋다고 하지만, 어민들은 살짝 말린 대구를 더 선호한다. 내장과 아가미, 알과 이리 등을 제거하고 해풍에 3~5일 말린 대구는 수분이 쏙 빠져 더욱 차진 맛을 낸다. 말린 것으로 탕을 끓이면 더 뽀얗고 구수한 맛의 국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귀띔이다.


외포항 곳곳에서는 대구를 말려 건대구로 만드는 작업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부둣가 햇볕이 드는 곳에는 어김없이 내장을 빼고 나무꼬치로 꿴 대구가 널려 있다. 말린 대구를 콩나물, 채소 등과 함께 쪄 먹는 대구찜도 맛있다. 생대구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쫀득한 맛과 말린 생선 특유의 감칠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코다리찜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대구는 지방 함유량이 적고 열량도 높지 않아 다이어트에 그만이며 각종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어 원기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굴과 대구로 배가 든든해졌다면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들어가보자. 거제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350km가 넘는 해안선을 따라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비경이 펼쳐진다.

볼거리 가득한
거제 관광지

거제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꼽으라면 아마도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일 것이다. 해금강 가는 갈곶리 도로 오른편에 신선대, 왼편에 바람의 언덕이 각각 자리한다. 신선대는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겼다고 할 정도로 해안 경관이 절경이다.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와 기암괴석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바람의 언덕은 갈곶리 도장포마을 북쪽 해안에 있는 언덕으로 사시사철 바닷바람이 분다고 해서 이렇게 이름붙었다. 바다와 풍차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경치가 매력적이다.

신선대 입구에 자리한 해금강테마박물관은 가족들과 함께 돌아보기 좋은 곳이다. 1950~1980년대까지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다이얼식공중전화, 대폿집 풍경을 재현한 전시장, 난로 위에 놓인 알루미늄 도시락 등 ‘그때 그 시절’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학동에 있는 학동흑진주몽돌해변도 놓치기 아까운 풍경이다. 흑진주처럼 반들반들 윤이 나는 검은 몽돌이 덮인 몽돌밭 해변이 1.2km에 걸쳐 펼쳐져 있다. 바닷물이 밀려들고 나갈 때마다 몽돌밭에서는 ‘자글자글’하는 소리가 나는데, 우리나라 자연 소리 100선에 선정될 만큼 아름답고 감미롭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즐기는 바다 드라이브도 거제 여행의 낭만을 더해준다. 특히 여차~홍포간 해안도로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푸른 바다와 정다운 포구마을, 깍아지른 해안절벽이 어우러진 풍경은 자꾸만 차를 세우게 만든다. 거가대교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장목면과 부산 가덕도를 연결한 4.5km의 사장교로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여행 정보----------------------------
당일 코스 내간리 굴구이→해금강테마박물관→신선대→바람의 언덕→외포항

1박 2일 코스
첫째 날: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내간리 굴구이→학동흑진주몽돌해변→학동 숙박
둘째 날:해금강테마박물관→신선대→바람의 언덕→외포항

관련 웹사이트
· 거제문화관광 http://tour.geoje.go.kr
· 해금강테마박물관 www.hggmuseum.com

문의 전화
· 거제시청 관광과 055-639-4173
· 해금강테마박물관 055-632-0670


대중교통
·버스 서울-거제(고현):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8회(06:40~24:00) 운행, 약 4시간 20분 소요.
*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고현시외버스터미널 1688-5003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www.busterminal.or.kr 

자가운전 대전통영고속도로→통영 IC→남해안대로 거제 방향→신거제대교→거제대로→1018번 지방도→내간리

숙박
· 라이트하우스호텔: 거제시 장승포로, 055-681-6362
· 베니키아호텔거제: 거제시 성산로, 055-991-1000
· 머그학동: 거제시 동부면 학동3길, 010-5036-3889

식당
· 원조거제굴구이: 굴구이, 거제면 거제남서로, 055-632-4200
· 외포효진횟집: 대구탕, 장목면 외포2길, 055-635-6340
· 양지바위횟집: 대구탕, 장목면 외포5길, 055-635-4327
· 항만식당: 해물뚝배기, 거제시 장승포로7길, 055-682-4369

주변 볼거리 지심도, 해금강, 외도보타니아, 칠천량해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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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