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포구여행 ③경북 울진군

겨울만 기다렸다! 후포항 겨울 진객 대게

울진의 겨울은 춥지만 한편 뜨겁기도 하다. 겨울을 기다린 진객 대게 덕분이다. 대게철이 시작되는 12월이면 후포항은 하루 종일 분주하다. 시린 바닷바람을 뚫고 대게 작업을 끝낸 어선이 포구로 들어오면 곧장 경매가 시작되고, 낙찰 받은 대게는 전국 각지로 실려 나간다. 먼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 울진의 겨울을 맛보러 온 여행자를 위해 후포항이 준비한 겨울 별미는 대게탕과 물곰탕이다.

제철에 맛보는 단백질 풍부한 대게살
진하고 개운한 국물맛이 일품인 물곰탕

대게는 보통 찜으로 많이 먹지만 뜨끈하게 속풀이를 하고 싶다면 탕으로 먹는 게 좋다. 얼큰하면서도 게살에서 흘러나온 달큼한 맛이 더해져 국물이 부드럽다. 먹기 좋게 잘라놓은 다리에 젓가락을 넣어 살짝 밀면 게살이 쏙쏙 빠진다. 게살 발라먹는 재미도 있고, 국물을 넉넉히 부어 밥에 말아먹으니 그 맛 또한 일품이다. 대게 두 마리로 4인 가족이 배불리 먹는다.

대게는 겨울부터 초봄이 제철이다. 12월 이전에는 금어기로 아예 잡을 수가 없다. 붉은대게는 대게보다 한 달 일찍 금어기가 풀린다. 붉은대게는 대게에 비해 붉은 빛이 많이 돌아 홍게라고도 부르는데, 붉은대게로 탕과 찜을 해도 대게에 뒤지지 않는 쫄깃하고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대게와 붉은대게는 칼슘, 철분, 인 등 필수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로리는 낮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찔 염려가 없다.

속풀이 국물
붉은대게탕

후포항 방파제 앞에 넓게 자리한 왕돌초광장은 주차장이 넓고 울진대게·붉은대게홍보전시관과 울릉도행 여객선을 탈 수 있는 후포항여객선터미널이 있고, 대게와 회를 취급하는 식당도 여럿 자리해 있다. 그 중 한 식당에서는 일반적인 찜통이 아니라 가마솥에 대게를 찌고 있어 눈길을 끈다. 찜통에서 하얀 김이 뭉게뭉게 오르고, 수족관을 가득 채운 해산물을 보니 울진의 겨울 풍광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아침부터 대게를 먹기 부담스럽다면 물곰탕이 제격이다. 물메기를 울진 일대에서는 물곰이라 부른다. 아귀에 대적할 정도로 못생겼는데 막상 끓여놓으면 진하고 개운한 국물에 반하고 만다. 맑게 끓이기도 하고 김치를 송송 썰어 넣어 얼큰하게 먹기도 한다. 껍질만 벗겨내고 뼈째 끓이면 별다른 조미료 없이도 감칠맛이 난다. 뽀얀 국물이 잘 우러난 물곰탕은 해장국으로 그만이고, 자극적이지 않아 아이들도 좋아한다. 부드럽고 물컹한 살이 국물과 함께 후루룩 넘어간다.

왕돌초광장 중앙에 자리한 울진대게·붉은대게홍보전시관은 이름 그대로 대게와 붉은대게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대게와 붉은대게, 청게의 생김새와 차이점을 알려주고, 옛날부터 전해지는 대게 잡이를 입체 조형물로 보여준다. 대게 잡이 어선 조립하기, 대게 퍼즐, 대게잡기 게임은 아이들이 좋아한다. 대게 먹는 요령, 대게로 만든 요리 등 작은 공간에 비해 전시 내용이 알차다. 옥상에 마련된 전망대에 서면 후포항이 한 눈에 들어온다. 왕돌초는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km 정도 떨어진 바다 속에 형성된 암초지대로 대게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생물의 보금자리로 알려져 있다.

후포항에서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이어진 길은 해안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다. 대게 잡이의 원조마을로 알려진 거일리 해안에는 거대한 대게 조형물이 여행자를 반긴다. 대게 조형물을 지나면 거칠 것 없이 펼쳐진 동해 풍광을 감상하며 걷기 좋은 산책로가 이어진다. 해안도로 옆으로 길게 줄을 엮어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은 동해안의 겨울 풍광을 완성해주는 소품이다. 해풍에 사나흘 말린 오징어는 주전부리나 술안주로 최고다.

해안도로 따라
동해 풍광 감상

울진 여행이 겨울에 제철인 이유는 대게뿐만이 아니다.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고 보들보들하게 만들어주는 온천이 두 군데나 있다. 그 중 하나인 백암온천은 이미 조선시대 때부터 치료를 위해 온천욕을 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지하 400m에서 분출된 온천수는 53℃이며, 실리카 성분이 함유되어 온천욕이 끝난 뒤에 만져보면 피부가 미끈해진 느낌이 든다.

백암온천에서 후포항 나가는 길에 잠시 차를 멈춰 향암미술관에 들러보자. 동양화가인 향암 주수일 교수가 설립한 곳으로 자신의 대표작과 함께 조선 중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술품 3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중국 작가의 작품과 수석, 야외전시장에 조각 작품까지 다수 전시하고 있다.

백암온천지구 내에 위치한 온천시설 가운데 한화리조트는 일대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마실 수 있는 온천수와 족욕장이 야외에 마련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백암온천에서 5km 거리에 있는 신선계곡을 따라 계곡 트레킹을 한 다음 온천욕으로 여행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다.


불영사는 절 자체가 지닌 고즈넉한 멋스러움도 좋지만 일주문을 지나 불영계곡을 따라 절까지 이어진 길도 무척 아름답다. ‘명상의 길’이라는 팻말이 붙은 숲길은 오로지 걸어서만 갈 수 있다. 징검다리와 아담한 나무다리로 계곡을 건너고, 금강송이 울창한 숲과 부도밭을 지나니 절 입구에 닿는다. 신라 진덕여왕 5년(65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는데 당시에는 구룡사라 했다가 산 위에 부처 형상을 한 바위가 연못에 비쳐 보여 불영사라 개칭했다. 응진전, 대웅보전, 영산회상도 등 보물 3점과 다수의 문화재가 산재한 고찰이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여행 정보------------------------
당일 코스

· 명소탐방 코스: 후포항→울진대게·붉은대게홍보전시관→향암미술관→백암온천
· 겨울별미 탐방 코스: 백암온천→후포항→해안드라이브→죽변항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후포항→울진대게·붉은대게홍보전시관→향암미술관→백암온천(숙박)
· 둘째 날: 망양정→울진엑스포공원→불영사

관련 웹사이트
· 울진군 문화관광 http://tour.uljin.go.kr
·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www.hanwharesort.co.kr
· 불영사 http://bulyoungsa.kr

문의 전화
·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9-6902 ·백암온천 관광안내소 054-789-5480
·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054-787-7001 ·향암미술관 054-787-0001
· 울진대게·붉은대게홍보전시관 054-788-6800 ·불영사 054-783-5004

대중교통
· 버스: 서울-후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회(07:10, 15:25) 운행, 약 5시간 소요.
서울-죽변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2회(07:10~20:05) 운행, 약 4시간 소요.
서울-울진 대구동부정류장에서 직행은 하루 12회(09:00~18:10) 운행, 약 3시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대구동부정류장 1666-0017, www.gobus.co.kr

자가운전
·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소백로→죽령로→중앙로→광복로→상망교차로에서 울진·봉화 방면 우회전→원당로→창평터널→파인토피아로→갈산로→봉화터널→영양터널→영양로→문암삼거리 좌회전→한티로→평해삼거리 우회전→월송정로→삼율교차로 좌회전→정실1길→울진대게로→후포항

·익산포항고속도로 포항 IC→새마을로→대련 IC에서 영덕 방면 오른쪽→동해대로→삼율교차로에서 후포 방면 오른쪽→정실1길→울진대게로→후포항

숙박
· 백암스프링스호텔: 온정면 온천로, 054-787-3007, www.springshotel.co.kr
· 백암온천호텔피닉스: 온정면 온천로, 054-787-3044
· 백암온천 한화리조트: 온정면 온천로, 054) 787-7001
· 구수곡 자연휴양림: 북면 십이령로, 054-789-5470, http://gusugok.uljin.go.kr
· 통고산 자연휴양림: 금강송면 불영계곡로, 054-783-3167, www.huyang.go.kr

식당
· 왕돌수산: 대게탕·대게요리, 후포면 울진대게로, 054-788-4959, www.kingston.or.kr
· 대우수산: 물곰탕·대게요리, 후포면 울진대게로, 054-788-1334
· 한백오가피횟집대게나라: 모둠회·대게, 후포면 동해대로, 054-788-2730
· 망양정횟집: 해물칼국수, 근남면 망양정로, 054-783-0430 

주변 볼거리
망양정, 월송정, 울진봉평신라비전시관, 울진엑스포공원, 죽변항, 죽변등대, <폭풍의언덕> 촬영지, 덕구온천 등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