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층 두터운 ‘현대판 요정’에선 무슨 일이…

화끈 언니들 술시중·밥시중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시대를 불문하고 유흥가의 밤은 항상 뜨겁다. 그 중에서도 유독 유행과 흐름에 흔들리지 않는 업소가 바로 ‘요정’이다. 강남 룸살롱과 비교했을 때 비용이 저렴해 이곳을 찾는 남성들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는가 하면,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어 색다른 업소가 오픈을 해도 끄떡없다.
 
‘요정’이라는 이름 때문에 방문을 꺼렸던 젊은 남성 손님도 많이 늘었다. 식사, 음주, 가무를 한번에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요정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고, 학식 있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여성 도우미들은 다른 업소 도우미들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묘한 매력을 풍긴다. <일요시사>는 요정 마니아의 입을 통해 현대판 섹시 요정에 대해 들어봤다.


40년 넘는 역사 자랑하는 D요정 손님들 발걸음 여전
외국인 반응 좋아 바이어 식사 대접도 ‘요정’에서 뚝딱


자칭 유흥 마니아 최아무개(39)는 최근 놀라운 경험을 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요정’에 방문, 특별한 추억(?)을 남긴 것. 색다른 전략으로 손님몰이에 나선 강남 룸살롱으로 가자던 최씨의 친구들도 꽤나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100% 예약제 운영
대표가 직접 손님맞이

최씨가 요정을 찾은 것은 지난 8월 초.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과 회포를 풀 요량에서였다. 나름 유흥 마니아인 최씨는 친구들에게 ‘요정’ 방문을 제안했고, 내키지 않아했던 친구들을 겨우 설득해 국내 현존하는 요정 중 최고라고 소문난 서울 종로구 교북동 D요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진으로만 보던 으리으리한 한옥에 넋이 나간 최씨 일행을 반긴 것은 D요정의 대표였다.

대표가 직접 고객을 맞는다는 것에 부담을 느꼈지만 젠틀하고 깔끔한 인상의 사장은 최씨 일행을 편안하게 했다고. 대표의 안내에 따라 방에 들어서니 방을 휘감은 병풍과 잘 차려진 술상이 최씨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는 하지 말고 오라”던 대표의 말이 그제야 이해됐다. 임금님 밥상을 옮겨놓은 듯 30여가지의 궁중요리가 차려져 있었던 것.

온돌식 룸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도우미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가씨들이 방으로 들어왔다. 한복을 입은 아가씨들은 큰절로 첫 인사를 한 뒤 최씨 일행 옆자리에 하나 둘 착석했다. 최씨는 “‘요정’의 경우 도우미들 외모 수준이 떨어진다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한복과 어울리는 단아한 외모에 청순함까지 갖춘 아가씨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설명이다.

신선로, 육회, 생선회 등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진 음식은 도우미들이 직접 먹여줘 젓가락을 들 필요도 없었다. 편안한 분위기에 먹여주고 닦아주니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 식사를 마친 후 본격적인 음주가 시작됐다.  ‘요정’에서는 손님 인원수대로 양주가 제공되는데 일반적으로 딤플, 윈저, 임페리얼, 스카치블루, 렌슬렛, 블루하우스 등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손님이 원하는 술을 선택할 수 있다.

또 맥주와 음료, 담배는 손님이 원하는 만큼 무료로 무한리필 된다. ‘요정’의 여성 도우미들은 일반적인 룸살롱이나 주점의 도우미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12시면 마감을 하는 ‘요정’의 특성상 다음날 생활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아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이 80%를 차지하고 있고, 외국인 접대 손님이 많아 외국어에 능통한 아가씨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식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 외국인을 접대하기에는 안성맞춤이라는 설명이다.

최씨는 “한창 술을 먹고 취기가 돌면서 도우미들과도 제법 가까워졌고, 그때 도우미들이 게임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게임을 시작하기 전 남성들의 바지를 벗기더니 자신들이 한복 속에 입고 있던 고쟁이를 벗어 입혔다는 것. 밝은 조명 탓에 약간 민망하긴 했지만 눈치 빠른 도우미 한 명이 벌떡 일어나 조명을 어둡게 낮추고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 벌칙은 옷 벗기가 일반적이다.

밥상 시중을 들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술자리 분위기를 주도하는 도우미들 덕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는 설명이다. ‘요정’의 또 다른 특징은 노래방 기계 대신 사람이 직접 연주하는 밴드가 있다는 점이다. 10만원의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하긴 하지만 색다른 맛이 있다. 또 ‘요정’에서만 볼 수 있는 국악밴드도 준비되어 있다. 외국인 바이어 접대나 사업상 접대가 필요해 ‘요정’을 찾는 남성들은 국악밴드를 불러 색다른 흥을 즐기기도 한다.

친구들과 함께 요정을 찾은 최씨는 국악밴드 대신 일반 밴드를 불러 가무를 더했다. 밴드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간간히 도우미들의 치마 속을 터치하기도 하는데 거부감 없이 잘 받아주는 것 또한 요정의 묘미라고. 분위기에 취해 몸을 흔들다 보면 땀이 나기 마련인데 이때 요정의 여성 도우미들은 이를 놓치지 않고 금세 달려나가 수건에 물을 적셔와 일일이 손님들의 몸을 닦아준다. 최씨는 그 순간을 빌어 “그때는 신선도 부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요정에서는 3~4시간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술자리가 이어진다. 식사를 겸하고 밴드를 불러 즐기다 보면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최씨는 요정의 장점으로 도우미들을 꼽았다. 이 테이블 저 테이블 자리를 옮겨가며 손님을 접대하는 타 유흥업소와는 달리 요정의 도우미들은 하루에 한 테이블만 책임지면 된다. 3~4시간 동안 자리가 이어지고 12시면 마감을 하기 때문에 몸 버려가며 속 버려가며 진상 손님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고, 이 때문에 손님들의 만족감도 커진다는 것.

한국식 맞춤 서비스
손님은 왕! 제대로 실현

최씨에 따르면 요정은 마무리에 있어서도 일반 유흥업소와 차이가 있다. 술자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무렵 대표가 룸에 들어와 도우미들을 내보내고 마무리에 대해 묻는다. 최씨는 “요정을 찾았을 때 마무리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망설였지만 친구들의 성화에 대표의 물음에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고 말했다.

대표가 방을 떠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최씨 일행과 함께 했던 도우미들은 한복을 벗고 일반복장으로 다시 룸에 들어왔다. 최씨는 나머지 부분은 상상에 맡기겠다며 말을 멈췄다. 이어 요정 체험에 대해 한마디로 일축했다. “식사에서 음주, 가무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고, 손님을 왕으로 생각하는 서비스 덕에 조선시대 임금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원래 요정은 우리나라 전통 기생집이었다. 한식으로 술상을 차려놓고 가야금이나 북, 장구 등을 연주하며 여성들이 술시중을 들었다. 최근에는 많이 사라졌지만 한때 일부 유명한 요정의 경우, 정치적인 중대사항이 ‘요정’에서 결정되기도 했다. 때문에 ‘요정 정치’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서울에서 제일 먼저 문을 연 요정으로는 M요정을 비롯해 K, S요정 등이 있었고 당시에는 기업가, 정치인, 상인들이 주로 이용했다.

이때 손님들에게 내놓은 술은 대부분 청주였으며 접대를 하던 여인들은 기생으로 불렸다. 5·16 군사정변 전까지만 해도 고급 비밀요정이 서울 도처에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요정은 젊고 아름다운 여인들만 골라 은밀히 운영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돈 많은 기업인들이 사업 관계로 교제하기 위해 만나 즐기는 장소 역할을 했다. 당시 운영되던 비밀요정은 주인마담과 사전에 내통한 사람들만 드나들 수 있었다는 후문이 있다.

1인당 34만원, 궁중요리·양주·언니들까지 풀코스로 ‘샤라락’
요정에서는 손님이 왕!… 젓가락 까딱 안 해도 알아서 ‘척척’


현재도 정통 요정들이 비밀스럽게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대중적인 스타일의 요정이 속속 등장해 현재 종로와 강남에도 몇몇의 비즈니스 요정이 운영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현재 요정에서는 전통주보다는 양주를 제공하고, 도우미 팁을 제외하면 손님 한 사람당 20~25만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하게 운영되고 있다. 변치 않은 점이 있다면 도우미들이 한복을 입고 손님을 접대한다는 것.

다른 점이 있다면 현대판 요정에서는 예전처럼 가야금을 뜯고 창을 하지는 않는다. 대신 현대식으로 밴드를 준비해 손님들의 흥을 돋운다. 또 고급 술집을 이용할 때는 보통 식사를 거친 후 2차로 장소를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요정은 식사와 술, 음주, 가무를 모두 한 자리에서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요정에서 손님을 맞는 도우미들은 대부분 조용하고 다소곳한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님이 말을 걸기 전에는 먼저 말을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위기가 무르익고 음주가무가 시작되면 색다른 서비스로 손님들을 공략한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현대판 요정은 자정에 영업을 종료하는 것이 상례다. 때문에 저녁 6~7시 정도에 식사를 하지 않고 가는 것이 좋다.

또 요정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당일 이용을 원한다면 오후 1~2시 이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30여 가지의 궁중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에서다. 손님은 대체적으로 교양있는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편이고, 요즘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남성들도 요정을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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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