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경력자들 ‘11번가’ 몰리는 이유

경쟁력·성장가능성 바탕 “모여라 꿈동산”

최근 국내 오픈마켓의 희비곡선이 극명하다.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G마켓’과 ‘옥션’의 인기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으며, 오픈마켓 후발주자로 분류되는 ‘11번가’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반면, 한때 온라인 강자였던 인터파크와 디앤샵은 점점 그 명성을 잃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인터파크와 디앤샵을 비롯한 오픈마켓의 능력 있는 인재들이 ‘11번가’로 몰린다는 소문이 돌아 관심을 끈다. SKT를 모회사로 두고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격 경영을 해온 11번가에 인재들이 모이는 이유를 취재했다.


오픈마켓 후발주자 11번가, SKT 자본력 바탕 ‘승승장구’
선발대 인기 주춤·통합 이유로 경력자 11번가 ‘갈아타기’


오픈마켓의 능력 있는 인재들이 ‘11번가’로 몰린다는 소문은 지인의 입을 통해 먼저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인터파크에 입사한 A씨는 “내가 인터파크에 입사했을 때 이미 11번가로 많은 인사이동이 있었다.

일일이 이직 이유를 물어보진 않았지만 최근 오픈마켓 업계에 11번가가 뜨고 있다는 평가가 많아 그쪽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 SKT을 모회사로 두고 있어 자본력이 탄탄하고,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속도로 성장세를 보여 1, 2위 업체와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높다”고 말했다.

한때 ‘온라인 강자’ 주춤

그런가 하면 한때 온라인몰 시장의 강자로 손꼽혔던 인터파크와 디앤샵이 최근 성장 동력을 상실하며 ‘주춤’하고 있는 것 또한 이들 업체의 인재들이 11번가로 이직하는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터파크와 디앤샵은 최근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인터파크와 디앤샵이 각각 5분기, 7분기 연속으로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

올 상반기 경기 회복으로 내수 업종에서는 온라인몰 업체들의 성장이 두드러진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주목할 점은 이들 업체가 적자로 돌아선 시기가 양 사 모두 중요한 인수합병이 일어난 이후부터라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A씨는 “다른 오픈마켓이나 온라인 몰들이 하나하나 인수합병되면서 직원들이 많은 부담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수합병 이후, 업체 내에서 인사이동이나 운영 등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심리적 요인의 작용으로 이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인터파크와 디앤샵은 자회사를 매각하거나 모회사로부터 분리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성장 동력을 잃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계속되는 실적 부진이 직원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타깝게도 이들 업체의 실적 전망 또한 그리 밝지 않다. 할인쿠폰 발행, 판매자 유치 등 마케팅비용 투입과 비례해 외형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업계에서 디앤샵은 오히려 이 같은 비용을 줄이고 있는 이유에서다.

인터파크의 경우,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경영 성과를 바로 기대하기엔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 대부분이고, 성장 동력으로 삼을 만한 ‘핵심 회사’가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11번가가 타 업체가 흔들리고 있는 여세를 몰아 은밀히 스카우트 제의를 한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현재 디앤샵에서 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B모씨는 “11번가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적이 있지만 이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장이라는 직급에 책임감을 느끼고 옮기지 않았지만 최근까지도 많은 동료들이 이직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11번가 홍보팀은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동종업계에서 일하면서 그런 행위는 도덕적으로도 어긋나고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 홍보팀 관계자는 “11번가가 초창기부터 인재 채용에 힘써온 것은 사실이지만 먼저 손을 내밀거나 은밀히 스카우트 제의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면서 “오픈 초창기에는 G마켓, 옥션, 인터파크, 디앤샵 등 동종업계에서 이직해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추세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오픈 3년차를 맞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지금도 인재채용은 계속되고 있지만 동종업계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최근에는 타 업종에서의 이직이 많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홍보팀 관계자는 “다방면으로 사업 확대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동종업계의 경력자만으로는 부족하다. 여러 분야에서 경력을 가진 인재들의 시선과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11번가가 오픈 2년 만에 흑자체제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11번가 역시, 금전적인 실적에 있어서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저가 경쟁이 치열한 온라인 몰 특성상 공격적인 투자를 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점은 통상 5~6년이 지나야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번가로 이직하는 인재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11번가 관계자는 경쟁력과 가능성을 무기로 제시했다.

올 11월 합병을 앞둔 오픈마켓 1, 2위 업체 G마켓과 옥션을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는 경영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 11번가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 몰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다. 신생 업체가 생길 수도 있지만 당분간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동종 업계에서의 인재를 몰래 빼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 시장이 정리된 상태에서 타 업체와 경쟁해 성공하는 것이 목표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페어플레이 정신”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판매자에게 경쟁 오픈마켓인 11번가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강요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한 G마켓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경쟁력·성장가능성에 올인

업계에서는 G마켓과 11번가를 공공연한 라이벌 관계로 보고 있다. 11번가가 오픈 이후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과감한 마케팅을 선보이는 등 돌풍을 일으키자 G마켓은 이를 견제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판매자를 대상으로 11번가와의 거래 금지를 강요한 것.

이와 관련 11번가 홍보팀 관계자는 “업계 1위와 후발주자인 우리가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의 경영방침에 따라 페어플레이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를 원할 뿐”이라면서 “11번가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오면서 가능성을 발견했고,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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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