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돌아온 싸이

국가대표 가수 출격 “또 일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뚜껑이 열렸다. 가수 싸이(38·박재상)가 마침내 정규 7집 ‘칠집싸이다’를 발표했다. 전대미문의 히트곡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를 ‘말춤’ 열풍으로 이끌었던 그가 초심을 외치며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음반이다. 새 앨범 타이틀 곡 ‘나팔바지’와 ‘대디’는 공개되자마자 음원 차트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싸이는 지난 1일 오전 12시 각종 음악 사이트를 통해 정규 7집 ‘칠집싸이다’의 수록곡 전 음원을 공개했다. 싸이가 국내에 신곡을 발표하는 것은 지난 2013년 4월 공개한 '젠틀맨' 이후 2년8개월 만이며, 정규 앨범은 2012년 7월 히트곡 강남스타일이 수록된 6집 ‘싸이6甲’ 이후 무려 3년5개월 만이다. 

더블 타이틀
“둘 다 좋네”
 

총 9곡이 수록된 이번 7집에는 자이언티, 씨엘, JYJ 김준수, 전인권, 개코 등 국내 정상급 아티스트들과 윌 아이엠, 애드시런 등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피처링으로 대거 참여했다. 

싸이는 ‘나팔바지’와 ‘대디’(Daddy)를 더블 타이틀 곡으로 내세웠다. 첫 번째 타이틀 곡 나팔바지는 70∼80년대 리드 기타와 드럼 사운드가 돋보이는 복고풍 트랙에 유머러스한 가사로 재미를 더했다. 싸이는 이 곡에 대해 “가장 싸이다운 곡”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싸이와 유건형이 작곡하고, 싸이가 작사했다. 

또 다른 타이틀 곡 대디는 국내보다 해외시장에 초점을 맞춘 노래다. 유건형과 테디, 퓨처 바운스가 함께 만들었다. 강렬하고 독특한 신스 사운드가 주축이 된 빠른 템포의 댄스곡이다. 싸이 특유의 재치 있는 가사와 랩이 인상적이다. 피처링으로 걸 그룹 2NE1의 씨엘이 참여했다. 


타이틀곡 대디는 지난 3일 기준, 멜론과 벅스, 올레, 몽키3 등 4개 일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나팔바지는 지니, 네이버뮤직, 소리바다 등 3개 일간차트에서 1위를 기록, 총 7개 음원사이트 일간차트에서 정상에 오르는 기엽을 토했다. 

중화권의 인기 또한 뜨겁다. 중국 최대 음원 사이트 QQ뮤직 신곡 차트에서 7집의 1번 트랙 댄스쟈키가 내로라하는 현지가수들의 노래를 제치고 1위에 올라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이 곡은 QQ뮤직 유행지수차트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다. QQ뮤직 유행지수차트는 QQ뮤직 내 전체 곡의 스트리밍, 다운로드 수 선호도 등을 통해 순위기가 매겨지기 때문에 중화권 내 인기 척도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차트로 꼽히는데 여기에서 ‘댄스쟈키’가 1위에 오르면서 싸이의 위상을 증명했다. 

대디와 나팔바지 뮤직비디오에 대한 관심도 대단하다. 싸이만의 유쾌한 에너지와 익살스러움이 가득한 두 뮤직비디오는 각각 유튜브 조회수 1832만 7326뷰, 525만 9844뷰를 기록하며 인기 질주 중이다. 또 중국 QQ뮤직 뮤직비디오 전체 차트와 K팝 차트에서 대디가 1위를 기록하며 음원과 뮤직비디오차트 모두 정상에 올라 있다. 

해외에서 무엇보다도 주목하는 점은 과연 싸이의 신곡이 강남스타일의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다. 이미 해외 네티즌들은 대디의 코믹한 뮤직비디오에 '강남스타일과 대디 중 뭐가 더 좋은가?' '이 뮤직비디오는 미친듯이 퍼져나갈 게 분명하다' 등 비교적 호평 일색의 댓글을 달고 있다. 

외신도 싸이의 컴백을 주목했다. <빌보드> <MTV> <헐리웃라이프> 등의 연예매체 뿐 아니라 CNN, BBC 등의 언론도 싸이의 컴백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대부분은 역시 신곡이 제2의 강남스타일만큼 뜰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CNN은 신곡 대디가 “괴상하고 중독성 있다”면서 강남스타일의 말춤과 대디의 춤을 비교했다. 

하지만 호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의 유명 재즈 아티스트이자 그래미상 수상자인 마이클 부블레는 지난 1일 현지 토크쇼에 출연해 싸이의 신곡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음악이 그래미상을 받게 된다면 난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중독성 있다”
말춤 버금가
 


싸이의 이번 앨범에 수록된 ‘드림’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신해철에게 헌정한 곡으로 주목을 받았다. 음원 수익 전액을 고인의 유족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싸이가 곡을 만들기에 앞서 유족과도 충분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드림은 싸이와 고 신해철의 추억이 담긴 노래다. 싸이가 고인과 생전 술자리에서 나눴던 대화를 가사로 풀어낸 노래로 알려졌다. 
 

싸이는 지난 25일 네이버 V앱 생방송 <싸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싸리텔)을 통해 드림을 소개하며 “내가 썼지만 대필이라고 할 수 있다”며 작사가에 본인과 고 신해철의 이름을 같이 넣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 곡이 공동 저작물이라 수익이 발생한다고 밝힌 셈이다.

정규 7집 들고 3년5개월만에 컴백
차트 1위 올킬 위엄…월드도 평정?
 

싸이는 고 신해철과 생전 음악적 동료이자 절친한 선후배로서 많은 교감을 나눴다. 싸이는 지난해 단독 콘서트에서 조용필의 ‘친구여’를 부르며 고인을 추모하기도 했다. 애초 싸이는 고 신해철의 사망 1주기를 맞아 고인의 히트곡 중 1곡을 리메이크 해 수록할 계획이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생전 고인과의 기억을 되살려 만든 곡을 발표하기로 했다. 피처링에는 그룹 JYJ의 시아준수가 참여했다. 

강남스타일과 이번 신곡을 통해 싸이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싸이는 2001년 데뷔하자마자 가요계에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범상치 않은 외모와 삼류 나이트클럽을 연상시키는 반짝이 외투, 겨드랑이털이 환히 보이는 민소매 셔츠에 굵은 쇠줄 목걸이까지. 게다가 겉옷을 벗어 던지는 순간 드러나는 출렁거리는 뱃살과 처진 팔뚝 살, 그걸 신 나게 흔들어대기까지 한다. 

외모보다 한술 더 뜬 것은 음반 콘셉트와 수록된 곡의 가사내용이었다. 그의 예명 ‘싸이’도 사이코(Psycho)에서 따왔고, 1집 앨범명은 ‘싸이프롬더사이코월드(Psy From The Psycho World)’였다. 예명과 제목이 암시하듯 그의 데뷔 음악은 정상이 아니었다. 가사는 직설과 외설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앨범 재킷은 벌거벗은 여자와 붉은 혀, 성기의 이미지로 도배됐다. 그는 삽시간에 일탈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일례로 1집 음반에 수록된 ‘I Love Sex’라는 곡을 보면 ‘퍼킹(Fucking) 그렇지 그게 결코 나쁜 것은 아니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이유지 쉬쉬 할 필요는 없지 그치 어려서부터 제대로 못 배워 결국 가르침은 무책임한 포르노에서 그러다 모두 다 에라 모르겠다 찍 쌌다 나 몰라라 배 째라’라고 폐쇄적 성문화를 노골적인 수위로 비판했다. 

그는 허위와 가식으로 사는 사람들, 엄숙한 척하는 기성세대들, 마지막으로 립싱크를 업으로 삼은 댄스 가수들에게 짱돌을 던져댔다. 자극적인 것을 즐기는 10대들은 싸이의 음악에 열광했다. 

그는 섹시한 복근과 잘생긴 얼굴을 자랑하는 아이돌 가수들과 철저히 대척점에 섰다. 엽기와 독설, 키치코드(저속한 표현)로 사회를 비판했다. 당시 10대와 20대 초반 젊은이들은 싸이를 통해 일탈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반면 기성세대 일부는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1집 앨범은 논란 끝에 미성년자판매금지 판정을 받았다. 2집 역시 마찬가지였다. 

B급 스타일
역시 딴따라
 


일탈이 음악에만 국한된 게 아님을 몸소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2001년 11월 싸이는 대마초 흡입 혐의로 경찰에 검거되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것. 본래 가진 엽기와 일탈적 이미지에 대마초 사건이 겹쳐지면서 싸이는 언론에게 던져진 좋은 먹잇감이 됐다. 

2001년 11월에 낸 싸이의 3집 앨범 ‘쌈마이’는 1, 2집보다 훨씬 순화돼 욕설이 일부 곡에서만 발견됐다. 자연스레 밝고 긍정적인 가사가 많아졌고 리듬도 훨씬 부드러워졌다. 특히 현재 노래방에서 분위기 띄우는 최고의 곡으로 꼽히고 있는 3집 타이틀곡 ‘챔피언’과 4집 타이틀곡 ‘연예인’은 싸이의 이전 곡과 비교하면 너무나 건전했다. 

이후 그는 한동안 앨범을 내지 않았다.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2003년 12월26일 방위산업체 산업기능요원으로 입사했기 때문이다.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싸이는 김건모, 임창정, 박지윤, 박상민 등에게 곡을 써 줬고 영화 음악 작업에도 참여하며 그의 말을 실천했다. 또 신인 가수 발굴과 양성에도 힘을 쏟으며 음악가로서 내공을 다졌다. 

하지만 싸이에게 거대한 풍파가 닥쳐왔다. 시련은 2004년 2월 싸이의 병역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2007년 5월 검찰에선 싸이의 부실 근무 정황을 포착했다며 싸이와 복무 회사에 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 달 후 검찰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싸이는 자신이 근무했던 F사와 숙부 간 금품거래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형사 입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신고한 지정 업무에 종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므로 병무청에 행정처분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병무청에 판단을 맡겼다. 

“초심으로 돌아간다”
전 세계 반응 뜨거워
 


병무청은 2007년 7월 싸이에게 현역 20개월을 판정했고,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신은 병역 비리범이 아니라는 취지의 글을 남기며 병무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지리멸렬한 법정싸움이 계속됐다. 검찰은 싸이를 소환했고 병역특례 업체 대표 2명은 구속기소했다. 언론에선 ‘병역특례 비리 연예인’이라는 제목으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경마장 보도가 이어졌다.

결국 법원은 병무청의 손을 들어줬다. 싸이는 2007년 12월 육군 현역으로 재 입대해야했다. 재복무 중 항소했으나 2008년 8월 대법원에서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그는 약 1년6개월 동안 군 복무를 한 후 2009년 7월 제대했다. 

그의 앞길이 다시 창창히 열리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양현석 대표)와 전속계약을 맺으면서부터다. 평소 싸이는 음악인으로서 그리고 프로듀서로서 양현석 대표를 존경했다고 한다. 워낙 강한 캐릭터라 독자노선을 갈 줄 알았던 싸이가 YG에 들어간 것은 사람들에게 뜻밖의 선택으로 비쳤다. 

싸이의 선택은 좋은 결과를 냈다. 2009년 육군 만기전역을 달성해 ‘완전한 민간인’신분으로 돌아온 싸이는 음악작업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됐다. 그런 그에게 기획사의 전폭적 지원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2010년 10월 마침내 5집 앨범 'Right Now'를 내며 오랜 공백 기간을 끝내고 가요계에 복귀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2012년 강남스타일을 내놓았다. 

싸이의 라이브 콘서트는 김장훈 콘서트와 함께 ‘투톱’을 이루며 돈 아깝지 않은 콘서트로 유명하다. 그는 무대에서 “마지막 한명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노래하고 놀겠다”고 선언하곤 하는데 정말로 관객들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끝나질 않는다. 그만큼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우여곡절 겪고
월드스타 우뚝
 

싸이는 지난 2일 홍콩에서 열리는 ‘2015 MAMA(Mnet Asian Music Awards)’에 참여, 화려한 퍼포먼스로 신곡 무대를 최초 선보였다.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연말콘서트 ‘올나잇 스탠드2015-공연의 갓싸이’를 개최하고 팬들과도 직접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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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서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3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앞길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3일 치러진 6·3 조기 대선서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득표율 49.42%로 역대 대통령 중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를 각각 기록했다. 넘지 못한 과반의 벽 잠정 집계된 이번 대선 투표율은 지난 20대 대선보다 2.3%p 높은 79.4%였다. 이는 지난 1997년 투표율 80.7%를 기록한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대선 투표율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국민의 뜨거운 의지”라고 입 모아 말했다. 지난 20대 대선서 양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는 0.7%p이었던 만큼 이번 역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관전 포인트로 제시됐다.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실시한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51.7%, 김문수 후보는 39.3%로 두 후보간의 격차는 두 자릿수로 크게 벌어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과반이 예상됐지만, 실제 투표함을 열자 김 후보가 40%대로 진입한 반면 이 대통령은 50%를 넘지 못했다. 두 사람 간의 격차는 289만표인 8.27%p였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 역시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4%만 더 얻어서 55%로 안정 궤도를 유지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내심 아쉬움을 비쳤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동안 공을 들인 TK(대구·경북)서도 약세를 보였다.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마감 결과 대구서 김 후보가 67.62% 득표한 반면, 이 대통령은 23.22%에 그쳤다. 경북서도 김 후보는 66.87%, 이 대통령은 25.52%로 지난 20대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초유의 사태인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임에도 격차가 크지 않고 보수 지역서 30% 벽을 넘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제시된다. 40% 지지율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과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전까지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리는 방식이었지만, ‘찐명’으로 꼽히는 김민석 전 최고위원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마당에 더는 국민의힘이 손쓸 방법이 없다. 빗나간 출구조사…TK도 20%대 ‘뚝’ 여대야소 정국 ‘동물 국회’ 재연? 이번 하반기 국회가 역대급 ‘혐오 정치’로 얼룩질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거듭 통합을 강조했다. 지난 4일 국회서 열린 취임 선서식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선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대통령 취임 후 첫 오찬 메뉴를 비빔밥으로 준비했다. 우 의장은 “지역과 세대, 계층, 다양한 의견이 모두 대한민국이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도록 이끄는 통합력이 도약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머뭇거릴 새도 없이 이 대통령은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함께 국정을 운영할 내각 구성도 시급하다. 당분간은 윤석열 전 정부 출신인 각료들과 한 지붕 밑에서 일을 해야 한다. 조기 대선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정부 출범 76일 만에 전원 ‘문재인의 사람들’로 불리는 국무위원과 국무회의를 진행했다. 이날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진행했는데, 이때 통일·외교·안보 기조가 다른 박근혜정부 인사가 함께였던 만큼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이 어려웠다는 푸념도 들려왔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새 내각 구성 전까지는 ‘윤석열의 사람들’과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각 부처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을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회 등 절차가 남아 있어 내각 전부를 임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어수선한 여의도 안팎 국무위원 선출을 위한 인사청문회 과정도 험난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이동관·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박장범 KBS 사장 후보까지 피 튀기는 청문회가 밤낮으로 이어졌다. 공수교대가 이뤄진 이번 청문회서 국민의힘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다섯 건의 재판도 주목된다.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대선 정국서 불거진 아들 도박 의혹도 논란이지만, 아직 털어내지 못한 본인의 재판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1심 ▲불법 대북송금 혐의 1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 하루 전날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꼬집으며 “설사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예정대로 열리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경우, 두 달 안에 대선을 또다시 치러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예정된 재판은 오는 18일에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이는 지난달 1일 대법원이 1심의 무죄 판결을 엎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만일 재판부가 예정대로 사건을 처리한다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는데, 이때 대통령직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다루는 헌법 제84조의 해석 논란도 다시 불붙을 예정이다. 막 내리는 용산 시대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대선 전부터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서 ‘행위’를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입법 독재’ 프레임을 우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이 개방한 청와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영빈관과 녹지원, 상춘재 등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우선은 청와대 수리를 기다리며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용산으로 가는 게 맞다. 대통령실 이전은 큰 비용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생도 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빨리 청와대를 수리해서 그 (수리) 기간만 (용산에) 있다가 청와대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예비 후보이던 시절에도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질문에 “상당히 고민이다. (용산 대통령실이) 보안 문제가 매우 심각해 대책이 있어야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지금 당장 어디 딴 데로 가기가 마땅치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혈세를 들여 미리 준비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일단 용산을 쓰면서 다음 단계로 청와대를 신속하게 보수해 그 길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용산 집무실 환경에 “황당무계하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서 가진 첫 기자회견서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며 “필기도구를 제공해 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업 공무원 전원을 복귀시켜버린 모양”이라며 “곧바로 다시 원대복귀 명령을 해서 제자리로 복귀시켜야 할 듯싶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보수가 끝나는 대로 이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파기환송 선거법, 재판부 의지에 달려 청와대 복구, 극우 반격…험난한 여정 대통령 집무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만큼 보안과 경호 등이 늘 지적 대상이 됐다.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100% 개방된 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보안 작업을 거친다면 올해 안에는 (청와대를) 집무실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종합청사 등 제3의 장소에 임시로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JTBC와의 인터뷰서 “국정 책임자의 불편함 또는 찝찝함 때문에 수백억, 수천억을 날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잠깐 (용산서) 조심해서 쓰든지 하고 청와대를 최대한 빨리 보수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극우와의 싸움과 테러 위협도 현재 진행형이다. 계엄 옹호, 탄핵 반대 그리고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 중심의 극우 성향 단체는 이번 대선 결과에 불복해 선동을 이어갔다. 광화문서 지지자들과 개표를 기다리던 전 목사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가자” “불법 선거, 부정 투표”라고 소리쳤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어 대선이 끝난 후에도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용인의 한 사전투표소의 관외 회송용 봉투서 이미 기표된 용지가 나온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 대선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고 문자 그대로 부정선거의 스모킹 건”이라며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자의 자작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 시스템이 얼마든지 조작 가능해서 투표 안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만들고 한 사람을 안 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국가정보원 조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선관위를 도저히 믿을 수 있겠나”라며 “선거가 아니라 사기”라고 말했다. 현실 부정 테러 위협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망상에 불과하다. 갈라치기 정치의 원인”이라고 일축하며 “정치 성향이 맞지 않는 분들께선 지금 시국이 어수선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번 대선은 내란 세력을 심판한 국민의 선택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