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시한폭탄’…“서민은 떨고 있다”

대낮 시내버스 폭발, 정부 대책은 무엇?


지난 9일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시내버스가 폭발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18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으며, 이중 김모(28·여)씨는 버스에 탑승한 지 1분 만에 폭발 사고를 당해 양쪽 발목이 절단돼 수술을 받았다. 사고 원인은 CNG(액화천연가스) 연료통 자체 결함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그동안 CNG 버스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금까지 안일하게 대응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정부는 제대로 놀란 모양새다. 사고 발생 이후 재발 방지 대책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한 것. 정부와 서울시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놓은 대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취재했다.

사고 원인은 CNG 연료?폭발 위험 높아정밀 관리 필요
정부·서울시, 재발 막을 대책 마련 고심…서민은 ‘벌벌’

승객 14명과 운전사 등 모두 15명이 타고 있던 시내버스가 갑자기 ‘펑’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차체 아래쪽에서 올라온 희뿌연 연기는 버스 안을 순식간에 뒤덮었고, 버스 옆면의 유리도 강력한 폭발의 영향으로 산산조각 났다.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승객들은 2차 폭발을 우려해 버스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고, 그 순간 버스가 폭발한 일대는 전장을 방불케 했다.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시내버스 폭발사고가 대낮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원인과 책임, 그리고 논란

사고 버스는 2001년 제작됐으며 노후로 인해 올해 말 폐차 예정이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고 초기, 차량 노후에 따른 폭발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경찰은 정밀조사를 진행, CNG(액화천연가스) 연료통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고 당시 불꽃이나 불이 없었던 점에 비추어 연료통의 연결부위 하자보다는 연료통 자체의 결함으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는 것. 

이런 와중에 서울시가 지난해 하반기 CNG 버스 정기검사 항목에 연료통을 포함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무사안일과 늑장대응으로 빚어진 사고라는 지적이다.

또 CNG 연료통의 경우 폭발 위험성이 높다는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밀한 관리와 검사는커녕 지난 10년간 안전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이번 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지난 5년간 7건이나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충전 중 폭발했거나 정차 중 폭발해 인명피해가 적었기 때문에 언론에 크게 노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18명이 부상을 입는 등 인명피해가 크고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CNG 버스의 안정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버스 출고 직전,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연료통과 연료장치의 가스 누출여부 등을 조사한 뒤 실제 차량이 운행되면서부터는 CNG 연료통에 대한 정밀검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1년에 한번 정기검사를 받으면서 간단한 가스 누출검사를받는 것이 유일한 점검이라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버스를 타는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의 이 같은 늑장대처에 분노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상황을 모르고 버스를 이용했지만 폭발사고와 함께 실상을 알게 된 이상 마음 놓고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크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와 서울시는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먼저 서울시는 ‘CNG 시내버스 안전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11일 오후 중랑구 신내동에 위치한 중랑공영차고지를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CNG 버스에 대한 일제 정밀점검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안전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서울시는 9월 말까지 서울시내 7234대 CNG버스에 대한 일제 합동 정밀점검을 실시한다. 특히 이번에 폭발한 CNG 가스용기와 동일시기에 제작된 가스용기를 장착한 시내버스 120대는 운행이 전면 중단되며 우선적으로 점검을 받게 되고, 나머지 버스는 연도순으로 점검받는다.

또 2002년 말 이전에 출고된 노후 CNG 차량 822대에 대해서는 중앙부처와 협의해 조기 교체를 적극 추진하고 정밀점검결과 이상이 있을 경우 전량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출고된 지 3년 이상 경과된 CNG 버스에 대해서는 1년을 주기로 가스용기를 차량에서 완전히 분리, 비파괴검사장비를 활용한 정밀점검을 실시하기로 했으며, 전체 시내버스 회사에 자격증을 소지한 가스안전 전문 인력 상근을 의무화해 가스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함과 동시에 가스안전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버스 하단에 부착된 연료통을 버스 상부로 이동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CNG버스 연료통 가운데 안전성이 떨어지는 타입 1(강철)과 타입 2(강철과 유리섬유) 대신 타입 3(알루미늄)과 4(플라스틱)를 장착하는 버스 제작업체와 사업자에게 주는 보조금 지급을 확대하고, 재검사주기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우대한다는 것.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을 각각 주원료로 하는 타입 3, 4는 구조상 안전성이 높지만 설치가격이 비싼 만큼 버스제작업체나 사업자들이 구입 시 환경부에서 보조금 지급액을 확대해 장착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 잇따른 대책 내놓아

이와 관련 고압용기 제조 전문가는 “폭발을 일으킨 버스에 장착된 연료통은 타입 2였다”면서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한 ‘타입 3’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벼워서 연비가 좋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적으며 혹시 폭발하더라도 알루미늄 소재의 특성상 파편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정부는 ‘고압가스안전 관리법’ 개정안에 가스누출감지장치, 긴급차단밸브 시스템 장치 및 용기보호막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가스누출감지장치와 긴급차단밸브는 전국 20대 버스에 장착해 국내 운행환경에 적합한지 여부를 테스트 중이며 오는 10월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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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