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소동 전말

목에 가시 걸렸는데 빵 먹으라니…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을 먹다 목에 생선 가시가 걸려 승객이 응급 수술까지 받는 소동이 벌어졌다. 피해자 A씨는 사고 과정에서 항공사의 미흡한 대처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적극 해명하고 나섰지만 업계의 시각은 곱지 않다. 미흡한 운영과 대처로 승객이 불편을 겪게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료시설 대신 방역신고센터로 데려갔다”…분통
아내와 아이 아무 연락 못 받고 하염없이 기다려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학생인 A씨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인천발 시카고행 여객기에서 기내식으로 제공된 생선살 요리를 먹다가 음식에 남아있던 가시가 목에 걸렸다.
의료진이 없는 상황에서 승무원은 밥을 삼켜 가시를 내려 보내는 ‘민간요법’대로 빵을 삼켜보라고 권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응급수술 받아

이날 오후 6시30분쯤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한 그는 결국 인근 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아야만 했고 목에서 2.1cm가량의 생선 가시를 제거했다.
A씨는 “13시간의 비행이 끝난 후에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며 “노인이나 아기, 지병이 있는 사람이 그 음식을 먹었다면 어떻게 됐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수면마취 수술을 받는 3시간 동안 아내와 아기는 공항에서 아무 연락도 받지 못하고 하염없이 기다렸다”고 항의했다.

그는 또 “공항 도착 후 먼저 데려간 곳이 의료 시설이 아닌 ‘방역신고센터’였고 그곳에서 다른 터미널에 있는 응급 치료시설 연락처를 줬다”면서 “응급처치 매뉴얼이 없는 것 아니냐”며 아시아나항공의 부실한 대처를 꼬집었다.

아시아나항공 측 관계자는 “당황한 고객에 대응하는 데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점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도 한편으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A씨가 호흡곤란이나 구토, 출혈 등의 증상이 없어서 문제없다고 판단했음에도 매뉴얼에 따라 응급처치를 준비했지만 ‘괜찮다’는 A씨의 말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며 “나중에서야 A씨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보상으로 치료비나 마일리지 등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A씨가 접촉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라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 같은 아시아나항공 측의 해명에도 업계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항공사 측의 미흡한 운영과 대처로 승객이 불편을 겪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월 11일에는 상해발 인천행 여객기의 출발이 지연되면서 승객들이 5시간 이상을 기내에 갇히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항공기의 외부의 얼음을 제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기장은 “30분이면 출발할 수 있다”며 승객들을 달랬지만 출발시간은 계속 지연됐다. 오후 4시25분에 공항을 떠나 이날 오후 7시 도착 예정이던 이 여객기는 결국 다음날 오전 12시가 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아사아나항공은 “천재지변 때문”이라며 문제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승객들은 “승객을 5시간 넘게 기내에서 기다리게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며 “일정이 얼마나 지연되는 지도 모르고 무작정 승객을 항공기에 태우면 어떡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승객 B씨는 “가족들이 5명이나 공항에 나와 아무 영문도 모른 채 6시간 동안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었다”며 “나이 드신 어머니는 거의 쓰러지실 뻔 했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보상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공식적인 사과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연락 주겠다더니 전화 한 통화 없는 것은 고객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며 분개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11월엔 아시아나항공의 잘못으로 허니문의 추억이 분노로 얼룩지게 된 일도 벌어졌다.
한국에서 부친 짐이 현지에 늦게 도착해 신혼여행길에 나선 부부들이 불편을 겪은 것. 이에 C씨 등 신혼여행객 10여명은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여객터미널 2층 아시아나항공 피해구제접수처에서 4시간 가까이 항공사 측의 사과와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C씨는 “15일 밤 비행기를 타고 팔라우로 신혼여행을 떠났지만 수하물이 현지 시간으로 17일 저녁에야 도착했다”며 “평생 한 번뿐인 신혼여행에서 이틀 동안 짐이 없어 아무 것도 못하고 시간만 허비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이들은 1인당 미화 300달러, 짐 하나당 하루에 200달러씩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이를 거절했다. 규정에 따라 1인당 100달러, 짐 하나당 100달러씩밖에 보상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 전체 피해고객 69명 중 48명이 이미 보상에 합의해 그냥 받아들이라는 말도 곁들였다.

“명성이 무색하다”

아시아나항공 측 관계자는 “팔라우공항의 급유기가 고장이 난 데다 당일 기상이 안 좋아 수하물 무게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잦은 물의로 업계에서는 국내 굴지의 항공사라는 명성이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8월16일부터 항공료를 올린다고 들었다”며 “항공료 인상에 앞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갖추는 게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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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