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①궁장 권무석

각궁을 넘어 활의 문화를 짓다

가업이란 무엇이고 장인이란 어떤 사람일까? 그들의 뼛속 깊이 스민 시간은 또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까?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3호 궁장 권무석 선생은 12대째 각궁을 만든다. 아들 오정 씨까지 치면 13대째다.

아들과 함께 13대째 이어진 가업
활 문화 보존과 궁도 교육에 앞장

“우리 집안(가업)의 대가 끊겼다.”

1978년 추석을 맞아 고향에 왔을 때, 이제는 고인이 된 형 영호씨의 독백 같은 말을 들었다. 두 조카가 교사의 길로 들어서며 활 만들기를 포기하자, 가업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당시 권무석 궁장은 우체국 공무원으로 일하다 버스를 운전하고 있었다. 6남매의 막내로 어릴 때부터 활을 일상처럼 접했다. 대나무를 불에 쬐어 반달구비대소를 만들 때면 뒷산에서 노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한눈을 팔면 형님이 대나무로 등줄기를 후려쳤다.

16세 때 가출한 뒤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다. 활 만드는 일은 형님의 업이지, 자신이 이을 거라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런데 ‘가업이 끊겼다’는 형님의 말은 서울에 와서도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한참 고민한 끝에 가업을 잇기로 결정했다. 누님과 가족 모두 반대했다. 활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기 벅찬 시기인데다, 당시 그의 나이 37세였다.

권무석 궁장은 현재 서울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에서 작업한다. 교육전시장은 서울무형문화재 장인들이 작업하며 일반 시민에게 전통문화를 가르치는 공간이다. 제작 과정을 시연하고 작품도 전시한다. 그가 교육전시장에서 각궁을 만든다. 과거 우리나라에 있던 10여 가지 활 가운데 지금껏 전해오는 활이다. 작지만 단단하고 아름다우며 탄력이 좋아 어느 활보다 화살이 멀리 날아간다. 영화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이 “각궁과 애깃살을 보여줄 수 있어 감개무량하다”고 했을 만큼 우리 활의 우수성이 잘 드러난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만만하지 않다. 활의 중심이 되는 대나무로 반달구비대소를 만들고, 뽕나무로 양쪽 골격이 되는 고자목을 만든다. 둘을 연결해 연소를 만들고, 활체에 부레풀을 칠한 뒤 물소 뿔과 소의 힘줄을 붙인다. 여기에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화피를 붙이고, 마지막으로 둥글게 휜 활을 반대편으로 구부려 시위에 줄을 연결한다. 많게는 1000여 단계로 나뉜다. 무엇보다 ‘활 만들기는 풀 놀음’이라는 말처럼, 부레풀의 접착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주로 춥고 건조한 겨울에 작업하다 보니 한층 고되다.

구하기 힘든
귀한 재료들

권무석 궁장은 단계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고 말한다. 아들 오정 씨가 “그 과정을 반복해서 몸으로 익히다 보면 혼을 담는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조금씩 이해가 간다”고 덧붙인다. 정작 어려운 건 재료 구하기다. 물소 뿔, 소 힘줄, 자작나무 껍질, 부레풀 등 어느 하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없다. 물소는 우리나라에 없고, 구제역 이후에는 그 뿔도 현지에서 가공해야 들여올 수 있다. 자작나무는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서도 보호종이다. 권무석 궁장이 수십 차례 중국에 다녀오고 세관 검역소를 드나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소 힘줄은 등심 부위에 붙었는데, 최근에는 기계식 도축을 하고 육질이 떨어진다며 쉽게 떼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다.

권무석 궁장에게 각궁을 만드는 건 전통 활을 만드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네 활 문화와 그 정신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이다. 그는 전통 활쏘기 기능 보유자 고 장석후 장인에게 전통 사법을 배웠고, <국궁의 교범>이라는 책을 만들어 경찰대학과 육군사관학교에서 궁도를 가르쳤다. 1994년에는 육군사관학교에서 국궁문화대축제를 기획, 우리나라 활 문화를 집대성했다. 

권무석 궁장은 요즘도 아들 오정 씨와 남산 중턱 석호정에서 시위를 당긴다. 석호정은 오래된 활터이자, 우리나라 양궁의 출발지다. 종로구 사직동의 황학정이 문무백관의 활터였다면, 석호정에서는 민간인이 활쏘기를 즐겼다. 현재는 새 단장을 준비 중이다. 공간을 정비해 올겨울 새로 문을 열 계획이다. 시민 누구나 활쏘기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익힐 수 있다.
국립극장은 석호정 앞편에 위치한다. 우리나라 공연 역사의 현장이다. 건축가 이희태가 경복궁 경회루를 모티프로 지었다. 해오름극장, 달오름극장, 별오름극장 등이 자리한다.

그중 별오름극장에는 지난 2009년 공연예술박물관이 개관했다. 195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는 공연 예술의 자취를 전시한다. 1층은 기획 전시실과 공연 예술 자료실이고, 2층은 상설 전시실이다. 상설 전시실은 다시 공연 예술사 전시실과 공연 주제 전시실로 나뉜다. 공연 예술사 전시실에서는 사진과 영상, 소품 등을 빌려 우리나라 공연사를 들여다본다. 국립극단의 2005년 작 〈물보라〉 공연 장면을 재현했는데, 배우들의 옷을 종이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공연 주제 전시실은 예술인의 방, 무대의상, 무대 디자인 등이 무대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다.

오래된 활터
남산 석호정


공연예술박물관을 돌아본 뒤 서울한양도성 남산(목멱산) 구간의 일부를 걸어도 좋다. 공연예술박물관이 자리한 국립극장에서 N서울타워를 거쳐 백범광장까지 약 1시간이 걸리는데 남산의 가을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10월26일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哈爾濱) 의거가 있던 날이다. 백범광장 옆에 안중근의사기념관이 있으니 들러볼 만하다.

서울한양도성을 내려와서는 남대문시장과 남산골한옥마을에 가보자. 남대문시장은 언제 가도 활기차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말을 실감한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별미 여행도 빠질 수 없다. 식사를 원할 때는 갈치골목을 추천한다. 원래 일반 식당가였다가 갈치조림이 인기를 끌면서 골목 전체가 갈치조림을 내기 시작했다. 저렴한 보리밥이나 칼국수도 맛있다. 보리밥 집에는 칼국수가, 칼국수 집에는 보리밥이 서비스로 나온다. 가벼운 군것질은 왕만두나 찐빵, 채소호떡 등이 별미다.

남대문시장에서 허기를 면했다면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일정을 마무리한다. 조선 시대 계층별 가옥 구조를 볼 수 있고, 서쪽 계곡의 단풍이 고와 일부러 찾는 이들이 적잖다. 산책 삼아 거닐며 가을날을 만끽할 수 있다. 서울남산국악당의 전통 공연이나 숨은 그림처럼 자리한 스트리트뮤지엄도 각별하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여행 정보>-----------------------------
당일 코스

· 힐링 코스: 서울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혹은 석호정)→공연예술박물관→남산골한옥마을→남대문시장
· 역사 체험 코스: 서울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혹은 석호정)→공연예술박물관→서울한양도성 남산(목멱산) 구간→안중근의사기념관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서울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혹은 석호정)→공연예술박물관→서울한양도성 남산(목멱산) 구간→안중근의사기념관
· 둘째 날: 남산골한옥마을→남대문시장
관련 웹사이트
· 서울무형문화재 www.seoulmaster.co.kr
· 공연예술박물관 http://museum.ntok.go.kr
· 서울한양도성 http://seoulcitywall.seoul.go.kr
· 안중근의사기념관 http://ahnjunggeun.or.kr
· 남대문시장 http://namdaemunmarket.co.kr
· 남산골한옥마을 http://hanokmaeul.or.kr
문의 전화
· 서울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 02)741-1303
· 석호정 02)2266-0665
· 공연예술박물관 02)2280-5802
· 서울한양도성 02)2133-2657
· 안중근의사기념관 02)3789-1016
· 남대문시장 상인회 02)753-2805
· 남산골한옥마을 02)2261-0511, 2264-4412
대중교통
· 지하철: 지하철 3호선 안국역 4번 출구,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 끼고 우회전, 창덕궁삼거리 지나 율곡로10길 우회전.
* 문의 : 서울메트로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광화문삼거리→경복궁사거리→율곡로 1km→창덕궁삼거리 지나 율곡로10길 우회전→서울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
숙박
· 케이팝호텔 서울역 : 중구 후암로60길, 02)773-2500, http://ss2.kpophouse.co.kr
· 호텔아띠 충무로점 : 중구 서애로, 02)2279-0131, http://attihotel.com/chungmuro
· 쎄컨카자호텔 : 중구 충무로5길, 02)2266-1553식당
· 희락 : 갈치조림, 중구 남대문시장길, 02)755-3449
· 한순자할머니손칼국수 : 손칼국수, 중구 남대문시장4길, 02)777-9188
· 해와달레스토랑 : 파스타, 중구 장충단로(국립극장 내), 02)2285-4647
주변 볼거리
창덕궁, 북촌한옥마을, N서울타워, 문화역서울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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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