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린 담뱃세 여론조작에 쓰였다?

담배기금 사용처 논란

[일요시사 경제2팀] 임태균 기자 = 담뱃값이 인상된 지 10개월이 지났다. 흡연율 감소 등 국민의 건강증진이 명분이었으나 건강증진사업비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더욱이 보건복지부가 금연홍보를 이유로 받은 예산을 담뱃값 인상을 옹호하는 정책홍보예산으로 사용했음이 밝혀졌다. 정부가 담배부담금을 엄한 곳에 사용한다는 비난에 반박할 수는 없어 보인다. 건강증진사업비가 줄어드는 동안 담배 판매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담뱃세 예상세수는 전체 근로소득자의 98%(1577만5942명)가 납부한 근로소득세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달 6일, 네이버뉴스 메인화면에 ‘담뱃값 인상 9개월…금연효과는?’이란 제목의 카드뉴스가 올라왔다. 유력 뉴스통신사를 통한 해당 기사는 ‘담뱃값 인상 9개월, 꼼수 증세 VS 금연 효과 있다’라는 기사 초반의 양비론적 시각과는 다르게, 중반 이후부터는 ‘올 들어 7개월간 판매량 6.3억갑 감소’ ‘한국, 담뱃값 인상에도 주요국 보다는 낮은 상황’등과 같은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고 있다.

여론 희석용

중간제목으로 등장한 ‘꼼수 증세’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해당 기사는 작은 글씨로 보건복지부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 담뱃값 인상을 옹호하는 해당 기사를 지원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건강증진기금 중 건강증진사업비에 책정된 ‘금연홍보예산’을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흡연자를 위한 건강증진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는 데 필요한 정책자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조성된 건강증진기금이 흡연자들을 위한 것이 아닌 정부의 정책홍보에 쓰였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취재 중 만난 정책PR 전문기획사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 발표가 있었던 시점 전후부터 금연홍보 용역이 많았는데, 실제로는 금연정책홍보였던 경우가 많았다”고 말하며 “보건복지부의 입맛에 맞는 지표와 데이터 해석을 사용했는데, 정부용역을 하다 보면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것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기사도 흡연자들의 반발이 거세다보니 비흡연자들을 노린 여론조작이 아니겠냐?”고 밝혔다. 기사가 올라온 날짜와 일방적인 자료해석을 이유로 들었다. 바로 전날 국정감사에서, 판매감소율을 당초 34%에서 25% 등으로 조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흡연자들의 여론이 악화되자 이를 희석시키기 위함이란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주요 정책에 관한 홍보를 맡은 대변인실은 해당 기사에 대한 지원이 금연홍보 및 금연사업 담당자의 소관임을 밝혔고, 건강증진과의 해당 담당자는 “해당 기사가 건강증진기금의 건강증진사업비에서 지출된 것은 사실이다. 금연홍보예산에서 지출되었고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적합한 방법으로 집행되었다”고 밝혔다. 해당 기사에 대한 지원이 금연홍보예산에서 지출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그는 “해당 기사에 사용된 자료는 모두 사실이고 담배의 가격을 조정하는 정책은 WHO(세계보건기구)에서 권고한 가장 효과적인 금연정책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담배판매량의 감소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6.3억갑의 감소치도 흡연자들의 사재기에 따른 것이란 해석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담뱃값 인상 10개월…건강증진비 26.4% 불과 
인상으로 걷은 세금 "엉뚱한 데 쓰고도 당당"

건강증진기금은 지난 1995년 제정한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해 담배부담금을 재원으로 1997년부터 조성됐다. 당초 목적은 흡연자를 위한 건강증진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는 데 필요한 정책자금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런 재정원칙으로 따지면 담배부담금은 원칙적으로 부담금 납부의무자인 흡연자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우선 사용해야 한다. 담배부담금이 재정조달 목적의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받고, 집단 효율성 요건을 충족하려면 어디까지나 흡연자를 위해 일차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증진기금 중 건강증진사업비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은 지난달 22일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2016년 예산안 상정에 따른 질의를 통해 “국민건강증진기금 세출사업 중 국민건강생활 실천 등 포괄적 건강증진사업비의 비중은 2014년 34.2%에서 2015년 34.1%, 2016년 계획안에는 31.3%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2016년도 계획안에 따른 건강증진기금 수입은 총 3조8638억원이며 이중 담배부담금이 2조9099억원으로 대부분인 76.3%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히며 “고유목적사업인 건강증진사업의 비중이 해마다 줄어든 것도 문제고,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부담금이 증가하였음에도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을 줄인 것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올해 새로 시작한 금연사업 예산 대부분을 축소한 것과 관련해 "미진한 사업부분은 줄이는 게 바람직하긴 하지만, 국민건강증진과 금연목적으로 담뱃값을 올린 점을 고려할 때 금연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축소하는 것은 정부 금연정책과 부합하는 예산편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히며 남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또 "연구개발과 정보화, 의료시설 확충, 의료비 지원 등 담배부담금으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의 목적에 맞지 않은 사업은 일반회계로 이관하고 기금의 애초 목적인 건강증진사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이번 경우와 같이 금연정책과 부합하는 예산이 정책홍보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봤을 때 고유목적인 건강증진사업비로 사용되는 실제 비중은 더욱 낮을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드러난 금연사업예산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건강증진기금 관련 논란에 대해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의 담당자는 “남인순 의원이 쟁점화한 부분은 사실을 말한 것이기 때문에 반론을 하거나 반박자료를 작성할 계획은 없다”고 말하며 “건강증진기금과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시되거나, 절차에 따르지 않고 진행한 부분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올해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르면서 담배에 붙는 건강증진부담금도 1갑당 354원에서 841원으로 급상승했다. 담배를 통한 보건복지부의 수입은 2014년 1조6000억원에서 2016년 2조9000억원으로 늘어났고, 이렇게 증가한 담배부담금으로 각종 사업계획을 짜면서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않고 기금사업비의 60% 정도를 국민건강보험지원사업에 떼어놓았다.
 

기금이 아닌 일반예산을 투입해야 마땅한 연구개발(R&D)과 정보화, 의료시설 확충사업 등에도 9.1%를 책정했다. 의료비 지원에도 2.9%를 편성했다. 고유목적인 건강증진사업비로는 28.4%밖에 배정하지 않았다.

건강증진사업비의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국민건강증진기금 총액이 상승했기 때문에 사업비 자체의 예산은 늘어났다.

보건복지부는 이렇게 늘어난 예산을 가지고 지역사회중심 금연지원서비스, 금연치료지원, 찾아가는 금연지원서비스, 단기금연캠프, 흡연 폐해 연구와 데이터베이스(DB) 구축, 금연정책개발·정책지원 등 다양한 신규 금연사업을 만들어 벌였다. 기존에 실시했던 금연사업들과 함께 건강증진기금 재정원칙에 부합하는 고유목적사업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이 금연사업 들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금연사업예산을 160억원 가량 줄였고, 올해 새로 시작한 금연사업 예산 대부분을 축소했다. 특히 청소년 흡연예방을 위한 학교흡연예방사업 예산을 올해 444억1500만원에서 내년에는 333억1100만원으로 25%나 줄였으며, 금연치료지원 사업비도 128억원에서 81억800만원으로 36.7% 축소했다. 보건복지부가 건강증진사업비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면서 일반회계에 사용될 예산을 건강증진기금에서 사용하는 측면이 문제시 되는 것이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의 최대호 정책부장은 “건강증진기금이 보건복지부의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다”며 “기금사용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민간의 전문가들이 내놓은 자료는 무시하고, 본인들 입맛에 맞는 자료만 사용하여 정책홍보를 한다면, 그 뿐 아니라 정책홍보비를 금연홍보예산에서 집행한다면 이는 담배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소비자 기만"

한국담배협회에 따르면 7월 담배 판매량은 3억5000만갑으로 최근 3년 동안 월평균 판매량 수준을 회복했다. 또 한국납세자연맹은 2016년 담뱃세 예상세수가 12조6084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근로소득자의 98%(1577만5942명)가 납부한 근로소득세수 12조7206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 감소 등 국민의 건강증진이 명분이었다. 늘어난 담뱃세를 고유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정부는 ‘꼼수증제’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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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