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에덴의 동산’ ‘누드펜션’을 찾아서

‘싱그런’ 자연 속에 ‘지친’ 알몸을 맡기다!


자연주의자, 나체주의자 혹은 누디스트.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생소하기만 한 이름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1200여 개의 자연주의 사이트가 존재하고, 1300여 곳의 누드 비치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대한민국에도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알몸’으로 자유를 만끽하는 ‘자연주의자’들이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지난해 모 케이블 방송을 통해 ‘누드펜션’이 공개되면서 ‘자연주의자’들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누드펜션’ 운영자 역시 알몸의 자유를 만끽하는 ‘자연주의자’ 혹은 ‘나체주의자’다. 대한민국 ‘자연주의자’들을 위해 직접 펜션을 짓고 매달 1~2회의 정기 모임을 갖는다는 김종헌(44) 대표. <일요시사>는 지난 7월27일 충북 제천에 위치한 일명 ‘누드펜션’을 찾아 김 대표에게 대한민국 ‘자연주의자’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물·공기·바람… ‘알몸’으로 느끼는 자연, 이게 바로 ‘자연주의’ 
과거 동호회 대부분 민박·호텔 등에서 비밀모임 ‘오해’ 일으켜

지난해 방송을 통해 공개된 ‘누드펜션’은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성인남녀가 ‘알몸’으로 여가를 즐기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누드펜션’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알몸’이나 ‘누드’라는 단어에서 오는 선정성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한 달에 1~2번 정기 모임을 갖는 이들은 펜션지기 김종헌 대표와 마찬가지로 ‘자연주의자’들이다.

‘자연주의자’ ‘나체주의자’의 사전적 의미는 ‘알몸으로 사는 것이 자연스럽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을 뜻한다. 철저한 유교사상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온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알몸’을 남에게 보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외설스러운 일이었다.

자연주의자로 산다는 것
아직도 따가운 사회적 시선

하지만 김 대표는 1993년부터 포털사이트 카페를 통해 ‘자연주의자’로 활동했고, 2002년부터 일반인들의 눈을 피해 철저한 자연주의 모임을 주도했다. 때로는 변태들의 모임으로 오해를 받았고, 모 포털사이트의 표적 없는 몽둥이세례를 받기도 했지만 김 대표는 기어이 국내 ‘자연주의자’들을 위한 전용사이트를 개설하고 펜션까지 설립했다.

여기에 지난해 케이블 방송 출연까지 더해지면서 ‘자연주의자’들을 외부에 공개하고, 일반인들의 이해를 도왔지만 아직까지도 사회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외국에서는 이미 ‘자연주의자’들을 인정하고 있고, 그들은 사회 곳곳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공식적인 ‘누드존’인 ‘누드비치’가 있는 나라도 많기 때문에 외국에서의 ‘누드’는 우리나라에서의 ‘누드’와 큰 차이를 가진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 ‘자연주의자’들의 입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외국의 경우, 공식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국민의 20%정도는 ‘자연주의자’들을 이해하거나 혹은 ‘자연주의자’로 활동하고 있고, 행여 자신이 자연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이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거나 반감을 갖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자연주의자’들이 생겨난 시점은 언제일까. 우리나라 ‘자연주의자’들은 포털사이트의 카페를 통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알몸’ ‘누드’ 부끄러운 것 아냐 직접 펜션 짓고 모임 이어와
‘누드펜션’ 일반인도 대여 가능 날짜 겹치면 자연스럽게 어울려


가장 절정을 이뤘던 시기는 지난 2005년 정도다. 당시 우리나라는 ‘누드’에 대한 관심도가 급속히 상승했다. 인터넷의 활발한 보급으로 어렵지 않게 누드를 접할 수 있었고, 이때부터 외국의 ‘자연주의자’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모임을 갖는 등의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카페는 극소수에 불과했고, ‘다음’에만 50개 이상의 관련 카페가 개설됐지만, 이 중 두 곳에서만 정기 모임이 이뤄졌다.

김 대표에 따르면 회원수 1만 명을 자랑하던 당시 최대 ‘자연주의자’ 카페는 ‘누드○○’로 성황을 이뤘다가 “순수성을 잃었다”는 이유로 내부 운영자들이 자체적으로 해체시켰다. 이와 관련 김대표는 “이후 우리 카페가 그나마 활동을 이어왔고, 펜션 설립과 함께 전용사이트 ‘알도라’를 개설, 현재 회원은 2000여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당시 포털사이트를 장식했던 ‘자연주의자’ 카페와 동호회들은 하나둘 소멸되기 시작했다. 많은 회원층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설득력과 장소 및 경험 부족으로 자연주의자들의 최대 목표인 누드모임을 한 번도 개최해보지 못한 동호회가 대부분이고, 다년간 누드모임을 진행했다는 일부 동호회의 경우, 자연이 아닌 개인주택이나 민박, 심지어는 호텔 등에서 비밀리에 모임을 진행해 ‘자연주의자’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자연주의라는 간판을 내걸고 스와핑 및 프리섹스모임을 주관하는 행태를 일삼는 곳도 존재했다. 목적을 가지고 ‘자연주의자’를 이용한 일부 사람들 때문에 실제 ‘자연주의자’들은 함께 손가락질을 받아야만 했다. 1993년부터 ‘자연주의자’ 활동을 시작한 김 대표는 얼마 지나지 않은 1995년도부터 펜션 설립을 계획하고 자금마련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령·직업 다양
여기가 바로 파라다이스

김 대표에 따르면 국내 자연주의자들은 한 번 모임을 가질 때마다 대한민국 팔도강산을 다 돌아야 했다. 사람들이 없는 산골짜기를 아무리 찾아 들어가도 사람들은 살기 마련이었고, 자연주의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시점에서 알몸 상태인 모습을 일반인들에게 보였다간 ‘변태 모임’으로 오해받기 십상이었다. 때문에 일반인들의 눈을 피하면서도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였다.

김 대표는 나홀로 발품을 팔아가며 장소 물색에 2년의 시간을 쏟아 부었다. 그 후 현재 펜션이 위치한 충북 제천의 부지를 발견하고 집을 짓는 데만 2년이 걸렸고, 펜션을 운영한 지는 올해로 3년째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자연주의자 동호회 사이트 ‘알도라’ 회원들은 펜션이 설립된 이후 걱정을 덜었다. 한 달에 1~2번 진행되는 정기모임 장소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고, 알몸으로 즐길 수 있는 수영장과 자연친화적인 재료로 지은 펜션은 이제 이들의 모임에 빠질 수 없는 ‘천국’으로 자리 잡았다.

김 대표에 따르면 ‘알도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연주의자’들은 연령층이나 직업이 매우 다양하다. 회원수는 2000여 명에 육박하지만 이 중 실제 모임에 참석하는 회원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공개한 실제 모임 참가자의 숫자는 생각보다 많았다. 2000명의 회원 중에 단 한번이라도 누드모임에 참석한 회원은 500여 명이고 정기적으로 모임에 참여하는 회원은 100여 명에 달한다는 것.

김 대표는 “정기모임이나 번개모임 등 ‘오프라인 모임’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이 진정한 ‘자연주의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김 대표는 가족·커플 단위의 참여를 가장 반기고 존중한다. 가족 단위의 참여를 지향하는 ‘알도라’는 싱글의 모임 참여에 제한을 두고 있다. ‘알도라’가 진행 중인 모임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먼저 ‘가족모임’은 기혼자 및 애인의 동반모임을 말하고 ‘일반모임’은 가족 및 미혼들의 남녀 혼합 모임을 뜻한다.

이 둘 중 어느 경우라도 기혼자의 혼자참여는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전체모임’은 미성년자만 아니면 누구라도 참여가 가능하고 이 경우에는 기혼자의 나홀로 참여도 가능하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방침은 사회 구조상 회원의 90%가 남성인 상황에서 기혼자의 홀로 참석 기회를 확대한다면 다른 목적을 가진 남성들이 접근해 동호회 전체의 뜻을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에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한 달에 한 두 번 정기모임에 참석한 ‘자연주의자’들의 일상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일상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수영과 배드민턴 등의 운동을 즐기며 식사도 함께 한다. 일반인과 다른 점은 ‘알몸’이라는 것뿐이다. 그런가 하면 김 대표가 운영하는 펜션은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물론 우선순위는 동호회 회원들이지만 정기모임은 한 달에 1~2차례면 족하기 때문에 이 날짜만 피해 일반인들에게도 펜션을 대여해준다. 다만 ‘자연주의자’ 회원이 개인적으로 펜션을 찾을 경우, 일반인들에게 자연주의자들의 ‘탈의’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놀라운 점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를 거부하거나 불편해 한 일반인들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펜션 사이트와 ‘알도라’ 동호회 사이트가 함께 운영되어 있어 펜션을 예약하려면 자연스럽게 이곳이 ‘자연주의자’들의 펜션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거부감 없이 이해한다는 것.

한 달에 한두 번 정기모임
수영 배드민턴 등 즐겨

심지어 지난 7월에는 일반인 손님과 동호회회원이 어울려 게임을 하다가 일반인 두 팀이 함께 완전 탈의를 하는 일도 있었다고. 아직 걸음마단계에 불과한 우리나라 ‘자연주의자’ 동호회는 사회의 조그만 편견과 눈총에도 부러지기 쉽다. 때문에 동호회 내부에서도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심지 있는 결단으로 펜션을 통한 일반인과 ‘자연주의자’들의 소통이 잦아지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커진다면 대한민국 ‘자연주의자’에 대한 편견은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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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