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오프제’ 시행 이후 노조전임자 실태

거꾸로 가는 노조문화…‘이젠 완장을 버려라’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노동계의 가장 큰 이슈는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다. 이 논란의 골자는 일손을 놓고 있는 노조전임자에게 굳이 회사에서 월급을 줘야 하느냐는 것이다.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뿐더러 노조전임자 주도의 무리한 투쟁을 불러오는가 하면 툭 하면 터지는 비리·부패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시행된 ‘타임오프제’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임자들의 특권이 크게 축소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전임자들은 노조완장을 내려놓지 않으려 악을 쓰고 있으며 이 같은 노조 측의 몸부림에 회사 측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전임자 비율 일본의 4배, 유럽의 10배 넘어
특권 지키기 위해 비합리적 투쟁 주도하기도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기업에서 급여를 받은 국내 전체 노조전임자는 1만583명으로 이들이 회사로부터 수령하는 임금은 1인당 평균 43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1인당 조합원수 149명
선진국 500∼1500명

또 전임자 1인당 조합원수는 149명으로 다른 선진국들과 차이가 크다. 일본은 전임자 1인당 조합원수가 500∼600명, 미국은800∼1000명, 유럽연합(EU)은 1500명 수준이다.
전임자들은 출·퇴근 면제는 물론, 회사일에서 손을 놓고 노조 업무에만 몰두한다. 그러면서도 회사에서 나오는 월급만은 꼬박꼬박 챙긴다. 게다가 교대로 일하는 일반 근로자가 기본급과 잔업수당만 받는 데 비해 전임자는 기본급에 고정 잔업수당, 휴일 특근 수당 등 갖가지 수당을 더 얹어 받는다. 또 핵심 전임자들은 회사로부터 차량 및 유류비를 지원받는 특혜까지 누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특권 유지를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가 하면 비합리적 투쟁을 주도하고 조합원들의 의지와 무관한 싸움을 불사하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전임자의 무리한 투쟁 및 파업 선동, 전임자 수 및 대우에 대한 분쟁으로 인한 파업 유발, 작업장 분위기 및 생산성 저하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감안하면 노조전임자 문제로 파생되는 피해규모는 수십, 수백배에 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를 지켜보는 세인들의 시선도 차갑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일손 놓은’ 전임자에게 회사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

대한상공회의소가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조합 및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71.0%가 회사 일을 전혀 하지 않는 전임자가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정부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이 같은 실정임에도 그간 회사 측은 파업 등을 앞세운 노조의 불합리한 요구에 밀려 노조전임자 급여를 지급해왔다. ‘근로자가 생산에 필요한 노동을 제공하고 사용자는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한다’는 노사관계의 기본 원칙에 역행해 오고 있던 셈이다.

이런 ‘삐뚤어진’ 관행은 노조 간부의 특권화와 권력화, 방만한 노조운영과 노조 예산의 투쟁기금화로 이어졌고 결국 노사 갈등과 노사관계의 악화를 초래해 왔다. 그럼에도 전임자들은 그동안의 관행에 기대 특권을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노동법에서 부당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1997년에 개정된 노조법에 따르면 노조 전임자는 회사로부터 급여를 지급 받아서는 안되고, 회사도 노조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 규정은 13년째 논의만 있었을 뿐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노동계의 강력 반발로 13년 간 4차례나 유예됐던 것이 그 이유였다.

이 가운데 지난 1일 개정 노동법에 따라 타임오프제가 시행됐다. 이는 노조원이 임금을 받으며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 총량을 정한 제도로, 사용자는 법정 타임오프 한도 안에서만 노조 전임자 월급을 지급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전임자 급여지급을 금지하면서도 예외적으로 타임오프제를 도입한 까닭은 전임자 급여지급 전면 금지로 인한 노조활동 위축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노사갈등의 불씨는 안고 가게 됐다는 말이기도 하다.

불씨는 이내 번졌다. 금속노조가 노조 전임자 처우 보장 요구를 골자로 ▲지난 상반기에 중앙노동위원회 일괄 조정신청 ▲쟁의행위 찬반투표 ▲총파업 선포대회 등 구체적인 투쟁을 선포하고 나선 것. 이는 타임오프제와 관계없이 기존 노조 전임자 수와 처우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노동부 측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운영되는 상황에서 금속노조가 개정법에 위반하는 사항으로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하거나 찬반투표 및 총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자신들의 뜻을 실력으로 관철하려는 불합리한 행동’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정 갈등으로의 비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금속노조의 명분 없는 파업 지침에 대한 비판 역시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 10명 중 7명
“임금 지급 부정적”

하지만 금속노조 측은 오히려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 측은 “전임자 급여 지급은 노사자율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정부가 법으로 강제 규제하는 것은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고 개정 노조법 투쟁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재계 관계자는 “분명 노조의 주장대로 전임자 급여 지급을 법으로 금지한 나라는 없다”며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각국은 전임자 급여를 노조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어 법으로 규제할 필요가 없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노조 전임자 급여는 굳이 법으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노조가 당연히 부담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이를 두고 마치 한국 정부만 유일하게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규제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어떤 노조도 활동비용을 회사 측에 요구하지 않는다. 한국과 같이 기업별 노조 조직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전임자 급여를 노조의 재정으로 지급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도 사정은 같다. 영국 역시 노조에 어떤 금전적 지원도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노조 측에서도 자주성 유지를 위해 회사 측에 지원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금속노조, 전임자 급여지원 금지 무효화 시도
기아차노조, 특근거부로 고객 차량 인도 차질 


기아차 역시 첫 단추부터 어긋나 곤란해 하는 모습이다. 기아차 노조가 회사 측에서 제안한 특별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임단협을 파행으로 이끌고 있는 것.

지난 2일 기아차 서영종 사장을 비롯한 회사 측 교섭위원 9명은 소하리공장 종합사무동에서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제도 시행 관련 특별 단체교섭’ 개최를 위해 노조측 교섭위원을 기다렸다. 그러나 노조 측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노조 측은 “타임오프 관련 조항만 교섭하자는 것은 노동조합의 투쟁을 불법으로 몰아가기 위한 것”이라며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임단협의 틀 안에서 이 문제를 처리할 것을 고집하는 이유는 협상이 틀어져 파업으로 이어졌을 때 ‘합법 파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회사가 제안한 특별 단체교섭은 노조 측이 불참한 반쪽짜리 교섭이 됐으며, 기아차 노사의 2010 임단협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게다가 기아차 노조는 181명의 전임자를 19명으로 축소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강화된 전임자 관련 요구안을 확정했다.

기아차 노조의 2010년 임단협 요구안에는 ▲현행 전임자 수 보장 ▲상급단체와 금속노조 임원으로 선출 시 전임 인정 및 급여지급 ▲조합에서 자체 고용한 채용 상근자 급여지급 ▲전임자에 대한 편법 급여지급 ▲조합활동 인정 범위를 대의원 및 각종 노조위원회 위원까지 대폭적인 확대 등 노조 전임자와 관련된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한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전임자 급여지급을 법으로 금지하는 개정 노동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요구다.
또 기아차 노조는 6월에 이어 7월에도 특근 거부 투쟁에 나섰다. 전임자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지속적인 급여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24일과 2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여 65.7%의 찬성률로 가결시키는 등 파업 수순을 밟았다. 이에 회사 측은 지난 1일 전임자 204명에 대해 무급 휴직 발령을 내는 것으로 맞서고 있다.

이로써 공장별로 월 4~8회 특근을 하기로 했던 계획이 무산됐다. 지난달에 이어 7월에도 1만대 가량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근 거부로 휴가철에 새 차를 이용하기 위해 지난 5월 말 출시한 중형 세단 K5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차량을 인도받게 되는 시기가 최대 한 달가량 늦어질 전망이다. K7, 쏘렌토R, 스포티지R 등의 인도 일정도 일주일에서 열흘가량 뒤로 미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투쟁으로 신차의 안정적인 공급에 차질을 빚는다면 신차효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기아차에 치명적인 손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선진화 위해
급여 노조가 부담

이어 이 관계자는 “올바른 노사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노조 전임자 급여를 회사가 아닌 노조 스스로 부담토록 함으로써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과 부당한 폐해를 바로잡는 것”이라며 “당분간의 진통이 수반되더라도 노사 관계의 선진화를 위해 올해는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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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