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⑧부당해고에 맞선 흥국생명 노동자

‘눈오나 비오나’11년째 제자리 투쟁

[일요시사 사회팀] 박호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여덟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흥국생명에서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입니다.


흥국생명은 지난 2005년 흑자를 시현했지만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해고이후 11년 넘게 “부당한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회사로 돌아가서 일하게 해달라”며 광화문 흥국생명 본사 앞에서 해고자복직 집회를 매주 진행하고 있다. 
 
흑자와 해고
 
해고 노동자의 주장에 따르면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은 매년 흑자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 1월 미래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를 강행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태광그룹은 노동조합 파괴를 위해 정리해고와 징계해고를 남발했다”며 “태광산업, 대한화섬, 흥국생명 정리해고 사건은 노조말살의 대표적인 사건으로 당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어 흥국생명은 노동법상 정리해고 각 요건들을 조작해 정리해고를 강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2005년 1월 흥국생명의 정리해고 사건에 대해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도 흥국생명의 근로기준법 위반과 부당노동행위 사건에 대하여 흥국생명과 대표이사에게 각각 1000만원씩 약식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행정법원에서는 ‘정당한 해고’라고 선고했다. 노동자들은 “전관예우나 대형로펌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흥국생명 사측의 손을 들어주어 ‘해고가 정당하다’고 선고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이후 태광그룹 이호진 형사사건(비자금 및 횡령)이 진행되면서, 흥국생명을 포함한 태광그룹 계열사를 통해 마음대로 회계처리를 하거나 노조 탄압을 위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거나 소위 ‘찍퇴(찍어서 퇴직)’를 통해 해고대상자를 정해두고 해고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드러나게 됐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해고자들은 태광그룹 이호진 형사사건에서 새롭게 들어난 사실과 행정법원에서 주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회계 조작 등에 대해 다시 민사법원에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행정법원이 흥국생명의 정리해고에 대해 2004년 당기순이익(263억)이 전년도 당기순이익(553억) 보다 줄었다는 이유로 ‘긴박한 경영상 이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
 
흑자인데도…2005년 경영상 이유로 정리
노조 와해가 목적? 회사 측은 묵묵부답
 
흥국생명이 정리해고를 단행할 당시 2004년 9월 당기순이익이 900억원 가량이었는데, 당기순이익을 줄이기 위해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115억 책정하고, 215억가량의 비품(전산교체 포함)을 구입했으며, 250억 가량의 유가증권매도가능증권의 부실들을 한꺼번에 털어버리는 등 당기순익을 축소시켜 회계를 조작했다는 사측 주요인사의 증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흥국생명에서 시설관리 등을 총괄하였던 김선인 부장은 KBS 추적60분 이윤정 PD와의 인터뷰에서 ‘정리해고 당시에 피고 회사가 그간의 영업을 해오면서 가지고 있던 부실을 아주 짧은 기간에 한꺼번에 털어버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도 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흥국생명이 여성노동자들을 강제적으로 희망 퇴직시키고, 퇴사한 여직원들의 정규직 일자리에 아르바이트 계약직 형태로 100여명이 다시 채용됐으며, 여러 번에 걸쳐서 신입사원을 채용했다”며 “당시 흥국생명의 경영상 위기가 어떻게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2014년 12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의원실이 공개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금융감독원의 “흥국생명 경영실태평가” 자료에 의하면 흥국생명은 정리해고 당시에 지급여력이나 자산건전성에서 최고등급인 1등급을 받았고, 수익성과 유동성에서도 2등급을 받아, 종합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다. 2003∼2005년에 걸쳐 흥국생명은 지급 여력, 자산건전성, 수익성, 유동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이다.
 
 

해고 노동자들은 흥국생명의 징계해고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흥국생명이 내부 고발자 역할을 하던 노조를 와해할 목적으로 노조위원장을 3번씩이나 해고하고, 노조전임자 전원을 해고(2005년 8월) 했다는 주장이다. 해고 노동자들은 “해고대상자들은 경찰 및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흥국생명은 부당해고를 단행함으로써 노조를 무력화 시켰다”고 말했다.
 
선고를 앞두고
 
노동자들은 오는 24일 해고무효 소송에 대한 고등법원의 선고가 예정돼 있다. 이들은 “흥국생명의 미래경영상의 정리해고처럼 ‘장래에 올 수도 있는 경영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공격적·선제적으로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굳어져서는 안된다”며 “정리해고의 남발을 막기 위해서라 흥국생명의 정리해고 사건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전했다.
 
<donky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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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