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 가격비교 광고 논란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세계 이마트의 제멋대로 광고에 경쟁마트들이 뿔났다. 이마트가 신문광고를 통해 “타사보다 10% 가량 싼 것으로 증명됐다”고 광고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업계 1위 이마트가 경쟁사와 가격을 비교해 광고한 것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그간 1위 업체는 2~3위 업체가 도발해 와도 ‘상대방 작전에 말려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일일이 대응하지 않던 게 일반적이었던 것이 그 이유. 하지만 최근 마트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위 업체인 이마트가 선제공격에 나섰다. 그러자 2~3위 업체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일제히 이빨을 드러낸 채 으르렁거리고 있다.

‘경쟁업체보다 10% 싸다’ 광고…“상도 어겼다”
롯데마트 맞불, 홈플러스 직접 가격조사 나서


이마트는 지난달 24일 신문에 낸 광고에서 주요 생필품 30개 품목에 대해 타 대형마트와의 가격비교를 실시한 결과, 이마트 가격은 18만9440원으로 A사(21만2620원), B사(21만1990원) 등 다른 대형마트에 비해 10% 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이는 경쟁사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를 겨냥한 것이다.

가격비교 광고=도전

이마트는 이날 광고를 통해 “올 상반기에 333개 품목 총 2248개 상품을 신 가격정책 상품으로 선정하고 평균 19.5% 인하함으로써 전체적인 장바구니 물가를 끌어내리는 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또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생활물가지수가 지난해 4.4분기 대비 2.8% 오른 것을 감안하면 이마트 장바구니 물가의 내림세는 가계에 상당한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마트는 또 “삼겹살, 바나나, 참치 캔 등 신가격정책 대상 상품으로 선정된 2248개 상품은 가격인하 기간에 모두 5800만 여개가 판매되는 등 기록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고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에 롯데마트, 홈플러스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롯데마트 측 관계자는 “경쟁업체를 깎아내리는 이마트 광고는 문제가 있다”며 “이는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마트는 비교 품목 30개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에서 선정한 상품’이라는 명분으로 합리화시켰으나, 이마트가 임의로 정한 기간에 자신들이 조사한 내용으로,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되며 누가 봐도 정당한 가격비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측 관계자는 “소비자원에서 선정하는 생필품은 230가지이고, 그 중에서 대형마트에서 취급하는 상품은 150개 정도 되는데 그 중에서 임의로 30개만 뽑아서 광고에 실은 건 무슨 기준이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조사대상 점포, 조사 기간도 아무런 근거 없이 임의로 고른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이마트는 조사 시기와 방법 모두 임의적인 게 아니며 오히려 이번 광고가 ‘일종의 공개 도전’라는 입장이다.

이마트 측 관계자는 조사 품목 선정 기준에 대해 “경쟁업체 제품 중 같은 묶음 단위인 것을 고르다보니 비교품목 30개가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또 조사 기간에 대해서는 “특정 기한만 싼 제품인지, 오랜 기간 싼 제품인지 비교하기 위해 한 달 조사기간을 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경쟁업체는 한 주 이상 가격 할인을 이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한 달을 기준으로 한 가격 경쟁에서 불리하다”며 “이번 광고는 경쟁업체들에게 ‘따라올 테면 따라와 보라’는 뜻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나팔이 울리자 업계에서는 “이번 광고로 인해 대형마트 간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고 그 예측은 이내 현실이 됐다.

롯데마트가 이마트 광고가 실린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신문 광고를 통해 “겨우 30개 품목, 생색내기 가격혁명보다 롯데마트 상품혁명을 기대하십시오!”라며 맞불을 놓은 것.

특히 롯데마트의 이날 광고는 목요일에 광고전단이나 신문광고를 내는 관례를 깨고 금요일자 신문에 나온 것이어서 이마트의 광고에 대한 롯데마트 측의 분노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케 했다.

롯데마트는 이날 광고에서 ‘가격혁명’보다 ‘상품혁명’을 강조했다. 대형마트 간 가격 차이는 10~20원 수준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상품 차별화로 고객에게 다가서겠다는 심산이다.

롯데마트는 대표적인 상품혁명의 예로 타이어와 굴비, 참외 등 3가지 상품을 제시했다. 대형마트로서는 처음으로 타이어를 선보이며 소형 타이어 1개를 장착비 포함, 4만4000원에 판매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굴비 명산지로 유명한 영광과 추자도에서 직접 말린 굴비 20마리를 1만2800원에 판다는 내용도 함께 실었다. 특히 참외의 경우 고객이 직접 선별기를 이용해 좋은 참외를 고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눈에 띄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경쟁사에서 객관성 없는 가격비교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며 “큰 차이 없는 가격으로 경쟁하기 보다는 고객이 직접 상품의 우수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상품혁명’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트의 광고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던 홈플러스는 직접 이마트로 가격조사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홈플러스는 “이마트의 이번 광고는 상도의에 벗어난 비윤리적인 행동”이라면서 “직접 125개 이마트 점포에서 30개 품목을 구입해본 결과 광고내용과 달리 상품 일부가 최대 28.4%가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구입품목과 영수증 내역까지 공개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오뚜기 딸기쨈(500g)은 이마트 수지점에서 광고에 공시된 2570원보다 28.4% 비싼 3300원에 판매됐고 다른 119개 점포에서도 20.6%나 높은 3100원에 판매됐다.

‘상품혁명’으로 대응

농심 삼다수(2ℓ)와 코카콜라(1.8ℓ) 역시 각각 공시가 대비 6.6% 높은 가격에 판매됐고 삼양라면(5입), 남양유업 NEW임페리얼분유XO 1단계(800g) 등도 광고내용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고 홈플러스 측은 덧붙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24일 200여 명의 임직원이 2500만원을 들여 직접 해당 제품가격을 조사했더니 가격이 큰 차이를 보였다”면서 “이마트는 객관성 없는 자료로 무책임하게 소비자를 현혹시켰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홈플러스는 핵심 생필품 650개 품목을 연중 상시할인판매하는 물가안정 캠페인을 통해 물가안정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신세계 측 관계자는 “공시된 가격은 4주간 10회에 걸친 조사의 평균가격”이라며 “공시가와 홈플러스 조사가격 사이의 차이가 발생한 것은 조사기간 중에 해당 품목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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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