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지방자치단체장 탐구③허남식 부산시장 당선자

‘소리 없는 불도저’ 세 번째 엔진 가동 준비 완료!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가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민주당 김정길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부산광역시장으로는 최초로 3선 고지를 점령한 것. 이로써 허 당선자가 재임기간 동안 추진해온 모든 사업이 연속성을 가지게 됐다. 이와 함께 일류 부산을 만들겠다는 그의 각오가 시가 처한 여러 현안들에 어떤 해법을 가져다줄 지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산 공직 30년, 시장에 이른 ‘부산 전문가’
부산광역시장으로서 최초로 3선 고지 점령


허남식 당선자는 경남 의령군 용덕면 깊은 산골에 자리한 벽촌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던 그는 끼니를 거르는가 하면 겨우 고구마로 때우기 일쑤였다. 당시 허 당선자의 아버지는 물려받은 재산이 없어 집도 없이 분가해야 했다. 때문에 그의 아버지는 먹고 살 길을 찾아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 바람에 어린 시절 그의 가족은 어머니를 중심으로 고난의 세월을 이겨내야 했다.

그의 어머니는 일제시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당시 ‘신교육’을 받은 ‘깬 여성’이었다. 허 당선자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업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도 ‘맹모’에 버금가는 어머니의 훈육과 열성 덕분이다.

이후 그는 의령중, 마산고를 거쳐 고려대에 진학했다. 초등학교 동기생 53명 중 대학을 나온 사람은 허 당선자를 포함해 두 명 뿐이었다.

허 당선자의 대학 진학과 함께 어머니와 동생도 서울생활을 시작했다. 어머니는 허 당선자를 올바로 키우려 열과 성을 다 바쳤다. 당시 서울 집에 들렀던 숙부는 무심코 나무마루를 걸으며 ‘삐걱삐걱’ 소리를 냈다가 형수로부터 “남식이가 방에서 고시공부를 하니 발뒤꿈치를 들고 걸으라”는 말을 들었다는 일화는 그의 어머니의 열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이 같은 어머니의 ‘못 말리는 성원’에 힘 입어 결국 그는 행정고시에 합격, 꿈에 그리던 공직의 길에 서는 데 성공했다.

부산직할시에서 사무관 근무를 시작한 허 당선자는 정무부시장에 이르기까지 온전히 ‘부산사람’으로 살았다. 청·장년기의 땀과 열정을 온통 부산발전의 밑거름으로 쏟아부었다. 부산광역시 기획관-영도구청장-지역경제국장-내무국장-기획관리실장-정무부시장을 역임한 그는 부산발전의 주요과정에 핵심적으로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부산의 도시기반 확충 및 도시 국제화에 주도적으로 기여하기도 했다.

맹모 못잖은 어머니의
열성적 성원에 행시합격

부산이 전국최악의 교통 3난(소통난·도로난·주차난)에 시달릴 당시 초대 교통기획과장을 맡아 교통난 해결의 주춧돌을 놨다. 또 도시의 국제화에 힘쓸 땐 국제경기대회지원준비단장을 맡아 지난 2002년 4대 국제행사 성공의 기틀을 다졌으며 경제중흥의 계기를 찾을 시기에는 지역경제국장을 맡아 적극적인 지역경제 회생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했다. ‘국제회의 도시 부산’의 초석인 벡스코를 세우고 중소기업의 경영지원을 돕는 신용보증재단을 세운 것 또한 그의 공로였다.

허 당선자는 “그 일들은 분명 부산의 역사를 바꾸는 작은 거름이었다. 그래서 나의 부산시 생활은 개인적으로는 보람과 긍지의 세월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부산전문 행정가’로 불리는 허 당선자는 정무부시장 재임 중 결연한 의지를 불태웠다. 부산광역시장 보궐선거를 맞아 그 동안 쌓아온 행정 경륜을 부산발전을 위해 쏟아 붓기로 결심한 것. 결국 그는 멋지게 꿈을 이뤄냈고 행정가에서 부산경영 CEO로 우뚝 서게 됐다.

만만치 않은 보궐선거를 한 치의 빈틈 없이 치러낸 그는 ‘동북아 물류 중심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의 도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시경영 능력과 도시관리 철학을 아낌 없이 발휘했다. 때문에 그는 취임 후 당면했던 지난 2005 APEC 정상회의에서 ‘역대 최고’의 자랑스러운 성공을 일궈낼 수 있었다.

또 시정의 중심을 부산경제 회생 및 서민생활 안정 위주로 잡아 지역혁신 및 서민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시정경영 철학을 펼쳤다. 이후 한결같고 겸손하게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걸음으로써 부산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06년 국회의원 3선의 권철현 전 의원과의 치열한 당내 경선과, 한때 부산시정 동료였던 열린우리당 오거돈 후보와의 치열한 경합 끝에 재선에 성공했다.

‘동남권 중심도시를 너머 세계도시로 도약할 기반을 탄탄하게 다졌다’는 것이 그의 재선시절 성과를 아우르는 안팎의 평가다. 이 기간 부산은 APEC 성공개최를 발판으로 도약을 거듭했다. 센텀시티 성공, 벡스코나 신세계 유치·성공은 부산발전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부산도약 가능성을 읽은 국내외 자본이 들어와 오늘 센텀시티 일대는 ‘한국의 맨해튼’으로 거듭났다.

민선 4기 출범 당시 내걸었던 고질적 산업용지난 해소, 글로벌도시 부산 기반구축, 생활공감 정책실현을 통한 삶의 질 향상, 부산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 행복한 복지부산 건설 같은 5대 분야 공약에 대한 외부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이다. 매니페스토 공약 이행도와 신뢰도 부문 평가에서 큰 점수를 받아 07년, 08년 2년 연속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또 정부의 7개 특별·광역시에 대한 국정시책 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대한민국 고객만족경영대상 3년 연속 수상이라는 영예를 누렸다.

대표적 성과 중 하나는 고질적인 용지난을 풀어낸 것을 꼽을 수 있다. 지난 4년 산업용지난 해소에 주력, 강서그린벨트 1000만 평을 풀었다. ‘부산신항 배후 국제산업물류도시’ 조성사업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신호와 센텀시티, 과학, 정관, 기룡 등 229만 평 규모의 5개 산단 조성을 완료했고, 현재 600만 평 규모의 15개 산단은 조성 중이거나 조성을 위한 절차를 이행하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동북아 해양물류허브 육성 기반 구축 사업인 부산신항 건설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 중이고, 한국형 뉴딜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인 북항 재개발사업도 지난해 12월 부지조성공사 발주로 본 궤도에 올랐다.

강단 있는 추진력
‘소리 없는 불도저’

도심 한복판에 20년 동안 방치됐던 문현금융단지 개발사업도 지난해 1월 해양·파생 금융중심지 지정으로 탄력을 받아 국제금융도시로의 발전 기반을 마련했다.

시민 삶의 질도 크게 높아졌다. 시내버스-지하철-마을버스로 이어지는 대중교통 무료 환승제가 정착단계에 들어섰다. 도시철도 3호선 및 2호선 양산선이 개통했으며, 만덕터널과 동서고가로를 앞당겨 무료화, 시민부담을 덜었다.

평소 편안한 외모와 겸손한 자세에서 묻어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성품과는 달리 ‘소리 없는 불도저’란 별명처럼 일관성 있고 강단 있는 추진력으로 부산시정을 이끌어온 허 당선자. 그리고 지금 다시 한번 부산시민의 선택을 받아 앞으로 4년 간 부산의 시정을 도맡아 꾸려가게 됐다.

이에 따라 허 당선자가 재임기간 동안 추진해온 모든 사업이 연속성을 가지게 됐다.
부산신항 건설과 북항 재개발, 강서 지역 국제산업물류도시, 동부산관광단지, 문현금융단지와 동삼동을 비롯한 3개 지구의 혁신도시, 하야리아 시민공원 등은 허 당선자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사업이다. 이들 사업이 완성되면 부산은 명실공히 세계 일류도시로 도약할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이 비전 달성을 위해 허 당선자는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의 스마트성장, 환경 보존과 지속적인 성장을 동시에 지향하는 녹색성장, 문화와 창의를 중시하는 창조도시 건설로 세계 일류도시 부산을 향한 새로운 성장발전 5대 지표와 20대 전략, 100대 과제를 정해 시민과 함께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동남권’ 넘어 ‘세계도시’ 기반 다졌다” 호평
“100대 과제 시민과 함께 반드시 이뤄낼 것”


이를 위해 첫째, 융합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성장동력산업을 창출하고,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의 토대인 소프트기업 500개를 육성하는 등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신경제도시로 녹색첨단산업, 금융, 문화컨텐츠, 관광, 컨벤션산업 등 창의적인 경제구조로 만들고 전통산업을 첨단화할 계획이다.

또 서부산권은 신항만, 신공항, 경제자유지역, 강서 국제산업물류도시, 강동 창조도시 등 세계적인 녹색성장을 주도하는 부산의 신성장지역으로 동남권의 원자력 의·과학단지의 완성과 부산의 풍부한 의료시설과 인력을 바탕으로 부산을 아시아 의료산업 허브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둘째, 출산장려금 1000억 원을 조성하고 공교육을 강화해 갓난아이부터 대학까지 교육 비용 부담을 줄이는 꿈과 희망이 꽃피는 교육도시로 서부산권에 부산연구개발특구 조성,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사업 추진, 부산의 인재가 머물고 세계적 인재가 찾아드는 과학기술도시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셋째, 모든 시민이 행복한 선진복지도시로 희망 디딤돌 사업 확대, 사회적 기업 200개 조성, 서민들과 노인, 여성들의 일자리와 소득 보장, 장애인종합회관을 건립해 장애인들의 재활과 경제참여기회를 늘리고 노인문화센터 확충과 고령친화산업 육성을 통해 노인들의 건강과 사회활동을 돕겠다고 밝혔다.

넷째, 문화가 숨 쉬는 녹색 창조도시로 산복도로 르네상스를 통해 산복도로와 주변 지역을 명품지역으로 재창조하고 부산시민공원, 석대수목원 등의 도심 숲과 산과 바다·강을 연결하는 녹색 갈맷길을 조성해 자연이 어우러진 품격있는 녹색도시를 창조할 계획이다.

또 도시교통을 지능형으로 개편, 도시철도망을 확충해 공해 없고 편리한 녹색교통환경을 만들고 보행로 개선과 도로녹화를 통해 걷기 좋고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오페라 하우스, 예술의 전당 등을 건립해 도심 여러 곳에 문화창조지구를 조성, 시민참여형 문화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섯째, 세계로 활짝 열린 글로벌도시로 가덕도 국제관광도시 건설, 부산 연안 해상 플로팅 아일랜드 리조트 조성, 국제규모 돔구장 건설 등 세계인이 찾는 관광휴양도시로 만들고 가덕도에 동북아 제2 허브공항을 반드시 유치해 국제항공노선을 확충, 신항만과 연계 동북아를 리드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남부권 광역교통망을 확충하고 양산 등 부산 인접 지역의 통합을 통해 동남권 발전을 주도해 부산-후쿠오카 초광역경제권 활성화의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시민을 위한 봉사자로
새로운 부산시대 열 것


허 당선자는 “이 공약은 남은 생애의 마지막 사명으로 꿈과 열정을 부산 발전에 바쳐 이 공약이 이뤄지는 4년 후 부산은 몰라보게 달라져 부산의 경제는 지금의 2만 달러 시대에서 4만 달러 시대로 나아가고 지역 간 계층 간의 격차 완화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은 세계 일류도시 800만 동남경제권의 중추관리도시로 세계의 대표적 광역경제권 중 10대 경제권의 중심도시로 세우기 위해 시의 행정조직을 세계 일류도시 경영을 위한 조직으로 개편, 1만5000여 공직자와 함께 시민을 위한 봉사자로 거듭나 새로운 부산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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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