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 1조 카지노 유치전

잭팟 주인공은…베팅경쟁 ‘후끈’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정부가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카지노 리조트 신규 사업자 2곳을 올해 연말에 새로 허가하기로 했다. 대기업들은 50년 만에 카지노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개발에 적어도 수조 원이 들어갈 정도로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이 드는데도, 수십 개가 넘는 사업자들이 모여 들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카지노 사업을 둘러싼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정부가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짓겠다는 신규 사업자 2곳 정도를 추가 선정하려 하자 관련업체 34곳이 뛰어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자 추가 선정을 위한 콘셉트 제안요청(RFC)을 지난달 30일까지 모집한 결과, 국내외 34개사가 접수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사업제안서 제출
연말 사업자 선정
 
인천지역에서만 15곳 안팎이다. 지난해 사전허가를 받아 내년 초 착공 예정인 리포&시저스가 있는 영종도 미단시티에는 중국의 GGAM(Global Game Asset Management) 랑룬캐피탈과 신화련 부동산, 홍콩의 임페리얼 퍼시픽 인터내셔널 홀딩스, 주대복 엔터프라이즈 그룹(CTF), 싱가포르 오디아 등 5곳이다. 바로 옆 영종하늘도시에도 캄보디아에서 카지노 독점권을 갖고 있는 나가코프와 아시아컬쳐컴플렉스(ACC), 인천 송도에 주소를 둔 선 시티 리조트 등 3곳이 신청했다.
 
인천공항 국제업무지역(IBC-II)에는 미국 카지노기업인 모헤간 선(Mohegan Sun), 한국관광공사 산하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이 한 게임회사와 함께 신청했고, 인천공항에서 슈퍼카(F1경기)를 추진하려던 영국의 웨인그로브사 등 3곳이다. 또 무의도에는 필리핀의 쏠레어 코리아와 임광그랜드개발(LK), 용유도는 오션뷰 등이다.
  

미단시티에 신청한 홍콩 CTF는 인천항만공사가 추진하는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복합지원용지(골든하버)에 복합리조트를 조성하겠다고 중복 신청했다. 이 밖에도 롯데와 싱가포르 산토사 섬에서 리조트월드를 운영하는 겐팅사가 부산 북항에 오픈카지노(내국인 출입)를 조건으로 신청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경기 화성에 송산그린시티를 신청했다.
 
문체부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에서 34개사가 제출한 제안 요청서를 평가한 뒤 8월 말쯤 복합리조트 개발 대상 지역과 시설요건 기준 등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고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간 수십조 원을 벌어들이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나 마카오 복합리조트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 리조트의 신규 사업자는 올 연말 확정될 예정이다.
 
외국인 전용 신규사업자 2곳 새로 허가
면세점 이어 또 다른 ‘황금거위’ 평가
 
아직 RFC 내용이 완전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공모에서 부산을 제외하고는 인천의 경쟁자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 RFC 공모 참가 업체 절반에 달하는 15개 업체(중복 포함)가 인천을 대상으로 RFC를 제출한 만큼 정부가 복합리조트 집적화 등을 고려해 인천에 복합리조트를 몰아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초 투자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설이 포함된 복합리조트 2곳을 국내 대기업들도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난 1월18일 기획재정부와 문체부, 국토부, 금융위, 관세청, 중기청 등 6개 부처는 이런 내용을 담은 ‘투자활성화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와 호텔·컨벤션센터·쇼핑몰 등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 레저공간으로, 싱가포르의 대성공 후 세계 관광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인천 영종도와 제주도 등지에서 복합리조트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영종도에선 국내 최대 카지노업체인 파라다이스시티가 지난해 11월 첫 삽을 떴다. 중국·미국 합작사인 리포앤시저스(LOCZ)와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도 각각 2018년, 2020년 개장을 목표로 복합리조트 건설을 추진 중이다. 또 제주도에서는 싱가포르의 겐팅싱가포르와 중국 란딩그룹의 합작사인 란딩제주개발이 서귀포 일대 신화역사공원에 2017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가 복합리조트 추가 유치에 나선 것은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 사전 브리핑을 통해 “삼성이나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도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쳐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사업을 국내 대기업에도 개방하는 방안이 마련됐으나, 카지노 사업이 갖고 있는 도박 산업 이미지 탓에 일부 기업들이 눈치를 보며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기 감지된다.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싱가포르 선례
너도나도 도전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코오롱그룹이 처음으로 카지노 사업에 도전한다. 지난달 29일 코오롱그룹에 따르면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이 지난 4월 개장한 강원도 춘천시 라비에벨컨트리클럽(CC)과 부속 토지를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로 조성하는 계획안을 이달 말까지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라비에벨CC는 전체 부지 면적이 484만㎡에 달하고 클럽하우스 등 모든 건물을 전통 한옥으로 건설했다. 코오롱 측은 이 곳에 골프장 36홀과 카지노를 포함한 리조트, 상가·문화시설 등을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오롱그룹은 이곳에 리조트가 개발되면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부산 씨글라우드 호텔, 천안 우정힐스CC 등 기존 레저 계열사들과의 시너지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코오롱그룹은 화학소재·패션(코오롱인더스트리), 건설·유통·환경(코오롱글로벌,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제약·바이오(코오롱생명과학, 티슈진, 코오롱제약) 등 굵직한 사업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최근 업황이 악화되자 신사업을 통한 상황 돌파에 나서면서 2009년 이후 5년간 업종 수를 18개 추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지노 사업 진출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롯데그룹은 말레이시아의 세계적 카지노기업 겐팅그룹과 손잡고 부산 북항에 카지노를 포함한 대규모 복합리조트 건설을 추진한다. 지난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자산개발·롯데호텔·롯데건설 등 세 회사로 구성된 롯데컨소시엄은 문체부가 주도하는 신규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개략적인 개발방향을 담은 콘셉트공모제안서(RFC)를 지난달 30일 제출했다.

롯데·코오롱에 신세계·부영도 검토
신규 카지노 조성 기대 반 우려 반
 
롯데가 제시한 카지노리조트 부지는 부산 북항재개발지구다. 투자금액이 최소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비롯해 수상레저, 호텔, 면세점 등 각종 관광 및 쇼핑시설로 복합리조트를 조성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부산 북항이 레저시설이 들어서기에 좋은 입지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산항만청은 북항을 대형 크루즈 네 대가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세계 4대 미항이다. 부산이 본거지인 롯데가 부산의 지역 발전까지 고려해 북항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직접 카지노 사업을 운영한 적은 없지만 롯데호텔 등에 카지노를 유치할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1990년대 국내 카지노업체가 부도났을 때도 롯데가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롯데와 손잡은 겐팅그룹은 세계적인 카지노 운영 업체다. 화교 자본에 의해 1965년 말레이시아에 설립된 이 회사는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영국, 바하마, 미국 등에서 카지노가 포함된 리조트 사업을 하고 있으며 자산 규모가 300억달러(약 33조5700억원)를 넘는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부터 제주 서귀포시 하얏트호텔 내에 카지노 사업장인 겐팅 제주를 운영하고 있다.
 
“불황에 외화벌이” 
        vs 

“한탕주의 조장”
 
한국수자원공사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조성 사업이 추진되다 중단된 경기 화성시 송산그린시티를 신청했다. 지난 2일 한국수자원공사는 경기도·화성시와 송산그린시티에 국제테마파크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3자는 부지 공급과 공공기관 참여를 위한 협의, 국제테마파크 조성에 필요한 인허가 업무에 대한 협력, 기업 유치 공동 마케팅 및 정보 교환 협조 등을 추진키로 했다. 이 사업의 주 내용은 화성시 남양읍 신외리 일대에 수자원공사가 간척 사업 등을 통해 조성한 부지인 송산그린시티 동쪽 420만㎡ 부지에 국제 수준의 테마파크를 조성이다.
 
수협중앙회는 노량진수산시장에 외국인 전용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건설을 추진한다. 수협은 지난달 30일 문체부에서 추진하는 신규 복합리조트 개발 콘셉트 제안공모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 부지 4만8233㎡를 활용해 한강-여의도-노량진수산시장-복합리조트로 이어지는 관광루트를 개척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이 완료돼 수산시장이 이전하면 지금의 수산시장부지에 리조트를 건설할 구상을 갖고 있다.
 
이밖에 지자체도 나서고 있다. 경상남도는 진해 글로벌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신청했다. 진해 글로벌테마파크 조성사업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웅동·남산·웅천지구 285만㎡에 폭스테마파크, 6성급 호텔, 카지노, 컨벤션, 마리나, 아웃렛, 콘도미니엄, 골프장(18홀) 등을 짓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성장산업 맞지만

부작용 대비해야
 
전남 여수의 여수경도관광레저도 여수경도해양관광단지에 신청했다. 여수경도 복합카지노 리조트개발 사업에는 3개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신한금융투자와 국제자산신탁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고 일성건설과 중국 국도건설그룹이 건설적 투자자로, 희림종합건축사무소와 알투코리아부동산자문, 회계법인 나무 등이 기술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정부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성장 산업으로 키우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다가는 복합 카지노가 도박 중독자를 양산하거나 국제적인 범죄 자금의 세탁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아 부작용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크루즈선상카지노 내국인 출입 논란
2025년까지 강원랜드만 OK?
 
현재 국내 17개 카지노 가운데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곳은 강원랜드 단 1곳이다. 관광진흥법 제28조 카지노사업자의 준수사항 중 1항 4호는 ‘내국인을 입장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강원랜드의 설립 근거가 된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11조에 ‘관광진흥법 적용의 특례’를 둬 내국인 출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더구나 우리 국민이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외국 크루즈선 등 외국 카지노에서 게임을 해도 일정선을 넘으면 상습도박 등 혐의로 형사처벌 되지만 강원랜드는 합법적인 도박으로 인정해 준다. 
 
대법원은 2004년 “국가 정책적 견지에서 도박죄의 보호 법익보다 좀 더 높은 국가 이익을 위해 예외적으로 내국인의 출입을 허용하는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에 따라 카지노에 출입하는 것은 법령에 의한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결했다. 
 
예컨대 개그맨 황기순, 방송인 주병진, 가수 신정환씨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처벌을 받았지만, 강원랜드에 드나들었다가 처벌받은 연예인은 없다. 이처럼 ‘내국인 출입’이라는 강력한 이점을 가진 강원랜드의 작년 매출액은 1조4900억원을 기록했다. 
 
강원 폐광지역은 당연히 독점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고, 크루즈선 등 신규 카지노 진출자는 내국인 출입 허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구도다. 해수부는 2012년 2월 최초의 국적 크루즈선 ‘클럽하모니호’가 1년을 못 채우고 폐업하자 선상 카지노를 설치하지 못해 외국 크루즈와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크루즈 선박 전체 매출에서 카지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50%에 이른다. 해수부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크루즈 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선상카지노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고 다음달 시행되는 ‘크루즈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해당 조항을 명시했다.
 
문체부는 처음부터 일정 규모 이상 선박에 선사의 자금력이 충분하며 내국인 출입을 통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허가를 내줄 것이라고 밝혔고 해수부도 법 제정 과정에서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우려가 나오자 외국인 전용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3월 취임한 유기준 해수부 장관은 ‘내국인 출입’ 카드를 공개적으로 꺼내 들었고 외국 크루즈선과 대등한 경영여건 조성을 위해 내국인 카지노 출입 허용이 필요하다는 선사 등 업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유치를 추진 중인 지자체 등도 해수부가 촉발한 논란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정부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국 2곳에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권을 내준다는 방침을 세우고 연내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 “복합리조트 유치에 성공하려면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강원 정가와 폐광지역 주민들은 “선상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은 복합리조트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이 경우 폐광지역 경제는 파탄에 직면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효력이 만료되는 2025년까지 강원랜드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 독점권을 법적으로 보장받게 돼 있다며 빗장이 풀리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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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작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