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 1조 카지노 유치전

잭팟 주인공은…베팅경쟁 ‘후끈’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정부가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카지노 리조트 신규 사업자 2곳을 올해 연말에 새로 허가하기로 했다. 대기업들은 50년 만에 카지노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개발에 적어도 수조 원이 들어갈 정도로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이 드는데도, 수십 개가 넘는 사업자들이 모여 들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카지노 사업을 둘러싼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정부가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짓겠다는 신규 사업자 2곳 정도를 추가 선정하려 하자 관련업체 34곳이 뛰어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자 추가 선정을 위한 콘셉트 제안요청(RFC)을 지난달 30일까지 모집한 결과, 국내외 34개사가 접수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사업제안서 제출
연말 사업자 선정
 
인천지역에서만 15곳 안팎이다. 지난해 사전허가를 받아 내년 초 착공 예정인 리포&시저스가 있는 영종도 미단시티에는 중국의 GGAM(Global Game Asset Management) 랑룬캐피탈과 신화련 부동산, 홍콩의 임페리얼 퍼시픽 인터내셔널 홀딩스, 주대복 엔터프라이즈 그룹(CTF), 싱가포르 오디아 등 5곳이다. 바로 옆 영종하늘도시에도 캄보디아에서 카지노 독점권을 갖고 있는 나가코프와 아시아컬쳐컴플렉스(ACC), 인천 송도에 주소를 둔 선 시티 리조트 등 3곳이 신청했다.
 
인천공항 국제업무지역(IBC-II)에는 미국 카지노기업인 모헤간 선(Mohegan Sun), 한국관광공사 산하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이 한 게임회사와 함께 신청했고, 인천공항에서 슈퍼카(F1경기)를 추진하려던 영국의 웨인그로브사 등 3곳이다. 또 무의도에는 필리핀의 쏠레어 코리아와 임광그랜드개발(LK), 용유도는 오션뷰 등이다.
  

미단시티에 신청한 홍콩 CTF는 인천항만공사가 추진하는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복합지원용지(골든하버)에 복합리조트를 조성하겠다고 중복 신청했다. 이 밖에도 롯데와 싱가포르 산토사 섬에서 리조트월드를 운영하는 겐팅사가 부산 북항에 오픈카지노(내국인 출입)를 조건으로 신청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경기 화성에 송산그린시티를 신청했다.
 
문체부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에서 34개사가 제출한 제안 요청서를 평가한 뒤 8월 말쯤 복합리조트 개발 대상 지역과 시설요건 기준 등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고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간 수십조 원을 벌어들이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나 마카오 복합리조트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 리조트의 신규 사업자는 올 연말 확정될 예정이다.
 
외국인 전용 신규사업자 2곳 새로 허가
면세점 이어 또 다른 ‘황금거위’ 평가
 
아직 RFC 내용이 완전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공모에서 부산을 제외하고는 인천의 경쟁자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 RFC 공모 참가 업체 절반에 달하는 15개 업체(중복 포함)가 인천을 대상으로 RFC를 제출한 만큼 정부가 복합리조트 집적화 등을 고려해 인천에 복합리조트를 몰아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초 투자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설이 포함된 복합리조트 2곳을 국내 대기업들도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난 1월18일 기획재정부와 문체부, 국토부, 금융위, 관세청, 중기청 등 6개 부처는 이런 내용을 담은 ‘투자활성화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와 호텔·컨벤션센터·쇼핑몰 등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 레저공간으로, 싱가포르의 대성공 후 세계 관광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인천 영종도와 제주도 등지에서 복합리조트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영종도에선 국내 최대 카지노업체인 파라다이스시티가 지난해 11월 첫 삽을 떴다. 중국·미국 합작사인 리포앤시저스(LOCZ)와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도 각각 2018년, 2020년 개장을 목표로 복합리조트 건설을 추진 중이다. 또 제주도에서는 싱가포르의 겐팅싱가포르와 중국 란딩그룹의 합작사인 란딩제주개발이 서귀포 일대 신화역사공원에 2017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가 복합리조트 추가 유치에 나선 것은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 사전 브리핑을 통해 “삼성이나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도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쳐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사업을 국내 대기업에도 개방하는 방안이 마련됐으나, 카지노 사업이 갖고 있는 도박 산업 이미지 탓에 일부 기업들이 눈치를 보며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기 감지된다.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싱가포르 선례
너도나도 도전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코오롱그룹이 처음으로 카지노 사업에 도전한다. 지난달 29일 코오롱그룹에 따르면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이 지난 4월 개장한 강원도 춘천시 라비에벨컨트리클럽(CC)과 부속 토지를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로 조성하는 계획안을 이달 말까지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라비에벨CC는 전체 부지 면적이 484만㎡에 달하고 클럽하우스 등 모든 건물을 전통 한옥으로 건설했다. 코오롱 측은 이 곳에 골프장 36홀과 카지노를 포함한 리조트, 상가·문화시설 등을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오롱그룹은 이곳에 리조트가 개발되면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부산 씨글라우드 호텔, 천안 우정힐스CC 등 기존 레저 계열사들과의 시너지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코오롱그룹은 화학소재·패션(코오롱인더스트리), 건설·유통·환경(코오롱글로벌,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제약·바이오(코오롱생명과학, 티슈진, 코오롱제약) 등 굵직한 사업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최근 업황이 악화되자 신사업을 통한 상황 돌파에 나서면서 2009년 이후 5년간 업종 수를 18개 추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지노 사업 진출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롯데그룹은 말레이시아의 세계적 카지노기업 겐팅그룹과 손잡고 부산 북항에 카지노를 포함한 대규모 복합리조트 건설을 추진한다. 지난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자산개발·롯데호텔·롯데건설 등 세 회사로 구성된 롯데컨소시엄은 문체부가 주도하는 신규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개략적인 개발방향을 담은 콘셉트공모제안서(RFC)를 지난달 30일 제출했다.

롯데·코오롱에 신세계·부영도 검토
신규 카지노 조성 기대 반 우려 반
 
롯데가 제시한 카지노리조트 부지는 부산 북항재개발지구다. 투자금액이 최소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비롯해 수상레저, 호텔, 면세점 등 각종 관광 및 쇼핑시설로 복합리조트를 조성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부산 북항이 레저시설이 들어서기에 좋은 입지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산항만청은 북항을 대형 크루즈 네 대가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세계 4대 미항이다. 부산이 본거지인 롯데가 부산의 지역 발전까지 고려해 북항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직접 카지노 사업을 운영한 적은 없지만 롯데호텔 등에 카지노를 유치할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1990년대 국내 카지노업체가 부도났을 때도 롯데가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롯데와 손잡은 겐팅그룹은 세계적인 카지노 운영 업체다. 화교 자본에 의해 1965년 말레이시아에 설립된 이 회사는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영국, 바하마, 미국 등에서 카지노가 포함된 리조트 사업을 하고 있으며 자산 규모가 300억달러(약 33조5700억원)를 넘는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부터 제주 서귀포시 하얏트호텔 내에 카지노 사업장인 겐팅 제주를 운영하고 있다.
 
“불황에 외화벌이” 
        vs 

“한탕주의 조장”
 
한국수자원공사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조성 사업이 추진되다 중단된 경기 화성시 송산그린시티를 신청했다. 지난 2일 한국수자원공사는 경기도·화성시와 송산그린시티에 국제테마파크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3자는 부지 공급과 공공기관 참여를 위한 협의, 국제테마파크 조성에 필요한 인허가 업무에 대한 협력, 기업 유치 공동 마케팅 및 정보 교환 협조 등을 추진키로 했다. 이 사업의 주 내용은 화성시 남양읍 신외리 일대에 수자원공사가 간척 사업 등을 통해 조성한 부지인 송산그린시티 동쪽 420만㎡ 부지에 국제 수준의 테마파크를 조성이다.
 
수협중앙회는 노량진수산시장에 외국인 전용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건설을 추진한다. 수협은 지난달 30일 문체부에서 추진하는 신규 복합리조트 개발 콘셉트 제안공모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 부지 4만8233㎡를 활용해 한강-여의도-노량진수산시장-복합리조트로 이어지는 관광루트를 개척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이 완료돼 수산시장이 이전하면 지금의 수산시장부지에 리조트를 건설할 구상을 갖고 있다.
 
이밖에 지자체도 나서고 있다. 경상남도는 진해 글로벌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신청했다. 진해 글로벌테마파크 조성사업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웅동·남산·웅천지구 285만㎡에 폭스테마파크, 6성급 호텔, 카지노, 컨벤션, 마리나, 아웃렛, 콘도미니엄, 골프장(18홀) 등을 짓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성장산업 맞지만

부작용 대비해야
 
전남 여수의 여수경도관광레저도 여수경도해양관광단지에 신청했다. 여수경도 복합카지노 리조트개발 사업에는 3개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신한금융투자와 국제자산신탁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고 일성건설과 중국 국도건설그룹이 건설적 투자자로, 희림종합건축사무소와 알투코리아부동산자문, 회계법인 나무 등이 기술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정부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성장 산업으로 키우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다가는 복합 카지노가 도박 중독자를 양산하거나 국제적인 범죄 자금의 세탁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아 부작용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크루즈선상카지노 내국인 출입 논란
2025년까지 강원랜드만 OK?
 
현재 국내 17개 카지노 가운데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곳은 강원랜드 단 1곳이다. 관광진흥법 제28조 카지노사업자의 준수사항 중 1항 4호는 ‘내국인을 입장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강원랜드의 설립 근거가 된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11조에 ‘관광진흥법 적용의 특례’를 둬 내국인 출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더구나 우리 국민이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외국 크루즈선 등 외국 카지노에서 게임을 해도 일정선을 넘으면 상습도박 등 혐의로 형사처벌 되지만 강원랜드는 합법적인 도박으로 인정해 준다. 
 
대법원은 2004년 “국가 정책적 견지에서 도박죄의 보호 법익보다 좀 더 높은 국가 이익을 위해 예외적으로 내국인의 출입을 허용하는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에 따라 카지노에 출입하는 것은 법령에 의한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결했다. 
 
예컨대 개그맨 황기순, 방송인 주병진, 가수 신정환씨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처벌을 받았지만, 강원랜드에 드나들었다가 처벌받은 연예인은 없다. 이처럼 ‘내국인 출입’이라는 강력한 이점을 가진 강원랜드의 작년 매출액은 1조4900억원을 기록했다. 
 
강원 폐광지역은 당연히 독점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고, 크루즈선 등 신규 카지노 진출자는 내국인 출입 허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구도다. 해수부는 2012년 2월 최초의 국적 크루즈선 ‘클럽하모니호’가 1년을 못 채우고 폐업하자 선상 카지노를 설치하지 못해 외국 크루즈와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크루즈 선박 전체 매출에서 카지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50%에 이른다. 해수부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크루즈 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선상카지노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고 다음달 시행되는 ‘크루즈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해당 조항을 명시했다.
 
문체부는 처음부터 일정 규모 이상 선박에 선사의 자금력이 충분하며 내국인 출입을 통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허가를 내줄 것이라고 밝혔고 해수부도 법 제정 과정에서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우려가 나오자 외국인 전용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3월 취임한 유기준 해수부 장관은 ‘내국인 출입’ 카드를 공개적으로 꺼내 들었고 외국 크루즈선과 대등한 경영여건 조성을 위해 내국인 카지노 출입 허용이 필요하다는 선사 등 업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유치를 추진 중인 지자체 등도 해수부가 촉발한 논란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정부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국 2곳에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권을 내준다는 방침을 세우고 연내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 “복합리조트 유치에 성공하려면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강원 정가와 폐광지역 주민들은 “선상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은 복합리조트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이 경우 폐광지역 경제는 파탄에 직면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효력이 만료되는 2025년까지 강원랜드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 독점권을 법적으로 보장받게 돼 있다며 빗장이 풀리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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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