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대한민국은 지금 ‘사이비 전성시대’

기자·의사·대학 “진짜를 찾아라!”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사이비’ 전성시대다. 기자를 사칭해 취재원을 협박하고 돈을 뜯어내는 이른바 ‘사이비 기자’는 애교가 된지 오래다. ‘기자’라는 직업이 뭐길래 순진한 가정주부들을 유혹해 돈을 뜯어내고 살림을 차리는가 하면, 이혼을 시키는 등 가정파탄을 일으키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의사면허를 대여해 성형외과를 차리고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이 대신 수술을 진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최근에는 사이버 대학을 차려놓고 한의학 과정을 밟을 수 있다고 꼬여낸 ‘사이비’ 대학도 나타났다. 1990년대 “짜가(?)가 판친다”던 어느 여가수의 노랫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요즘이다.

소위 지성인, 대한민국 상류층이라고 꼽히는 의사들이 자신의 의사면허를 대여해주는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버 한의대 사기사건이 발생했다.

의사는 ‘면허’ 팔고
학교는 ‘양심’ 팔고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가짜 사이버대학을 차려놓고 미국·캐나다에서 활용 가능한 한의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해주겠다고 속여 등록금 명목의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모 외국어학원 원장 최모(5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6월18일 밝혔다.

최씨의 사이비 행각은 지난 2006년 9월에 시작됐다. 최씨는 2006년 9월 ‘한의사 면허 취득하고 성공하기’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해당 카페를 통해 온라인 강의만 들으면 캐나다나 미국에서 인정되는 자연의학의사(NMD) 자격증 시험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고 허위광고했다.


최씨의 달콤한 거짓말에 속은 사람은 최근까지 11명에 이른다. 이들은 등록금과 응시료 등의 명목으로 5000여만원을 최씨에게 건넸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 이들이 최씨에게 제대로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씨는 코스타리카 서던크리스천대학(SCU)이 개설한 사이버 한의학이라는 과정을 내세우기 위해 그럴 듯하게 한국어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운영했기 때문에 수강생들은 자신이 이 대학의 학생이라는 사실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최씨가 간판으로 사용한 SCU는 실제 코스타리카에 존재하는 대학이지만 한의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사 결과 최씨는 온라인 강의 과정을 이수한 수강생 한 명에게 실제로 시험지를 주고 캐나다 자연의학사 자격시험인 양 시험을 치르도록 했지만 정작 캐나다에서는 같은 시험이 시행되지 않았다.

해외 ‘사이버’ 한의대…알고 보니 ‘사이비’
의사면허 대여 병원 차리고 ‘사이비’ 시술

놀라운 사실은 최씨의 사이트의 수강생 중에는 물리치료사, 스포츠마사지사, 한의사 자격증을 따 캐나다로 이민 가려했던 현직 내과의사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중국에서 중의학을 전공한 한 수강생은 최씨의 부탁으로 온라인 강의에 강사로 나서기도 했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사이버 대학 이외에도 무인가 교육기관이 난립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불법 의료기관에 의사 면허를 빌려주거나 사이비 성형 시술자를 고용한 ‘타락의사’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돼 사회적 충격을 안겨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6월14일 의사 면허를 대여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심모(68)씨 등 의사 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무면허 성형 시술자를 채용한 혐의로 재일교포출신 의사 박모(45)씨를 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

또 의사 면허를 빌려 병원을 개설한 업자 김모(38·여)씨와 서모(56·여)씨, 박씨의 병원에 취업한 불법 시술자 신모(54·여)씨에 대해서는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의사 면허를 대여한 혐의의 심씨 등 8명은 김씨와 서씨에게 의사 면허를 빌려줬고, 이들은 이를 배경 삼아 2002년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인천 지역에 병원 5곳을 설립해 운영했다.

현행 의료법 상 의료 면허가 없는 개인이 병원을 설립하면 불법이지만 김씨는 남의 의료 면허로 병원을 차리고 당국의 단속을 피해 2009년 4월부터 10월까지 환자 600여 명을 상대로 피부 미백, 점 빼기, 사마귀 제거 등의 시술을 했다.

성형외과 상담실장 출신인 서씨 역시 인천 등지에 성형외과를 차려놓고 의사를 고용해 20억원 상당의 수입을 챙겼다. 경찰 조사 결과 의사 면허를 빌려준 의사들은 대개 병원의 경영안과 자신의 고령을 이유로 급전이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고, 사례금조로 400~700만원을 받거나 병원의 고용의사로 월급 2000여만원을 준다는 말에 속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뭐길래…
사이비에 속아 가정파탄

그런가 하면 재일교포 의사 박씨는 경기도 부천시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했지만 2008년 세계적인 경기 위기를 맞은 가운데 시술조차 부족해 환자가 줄자 ‘손기술이 좋다’고 소문난 무면허 시술업자 신씨를 영입했다. 신씨 역시 의사 면허가 없었지만 박씨의 병원에서 주름살 제거수술 등을 했다.

사회적 엘리트로 꼽히는 의사들이 이 같은 밑바닥까지 추락한 것과 관련, 경찰 관계자는 “최근 병원 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의사들조차 돈의 유혹에 빠져 불법의료 관행을 돕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에서는 ‘기자’라는 간판을 이용, 부녀자를 유혹하고 가정파탄을 초래한 ‘사이비 기자’가 붙잡히는 믿기 힘든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이 사이비 기자는 경상도 지역에서도 이 같은 말썽을 부려 쇠고랑을 차고 고향으로 낙향했다. 하지만 제 버릇 남 주지 못하고 고향인 전남 순천에서 다시 한번 ‘한탕’을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모 주간지 순천지역취재본부장인 김모(46)씨는 지난해 1월부터 해당 언론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있던 김씨는 기자 본연의 자세는 망각한 채 다른 부업(?)에 열을 올렸다.

경상도 지역에서 기자 신분을 내세워 여성들을 유혹한 뒤 수천만원의 뒷돈을 챙긴 바 있던 그는 순천지역에서 언론사에 입사하자마자 작업 대상을 물색했다.

김씨의 눈에 띈 것은 돈 많은 직장여성 A(53·여)씨. 연봉 5000만원이 넘는 A씨는 고학력에 단란한 가정까지 꾸리고 있었지만 김씨의 달콤한 거짓말에 너무 쉽게 넘어갔다. 김씨는 A씨에게 자신을 “여수 모 방송국 PD로 근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일본 동경대학과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파일럿 출신으로 방송국 아나운서로 활동했다. 청와대 출입기자였다”는 식의 거짓말로 자신을 포장했다.

‘용감한 시민상’ 받은 의사도 가짜 드러나
“기자가 뭐길래” 주부 꾀어 몸 뺏고 돈 뜯고

기자라는 전문직에 수려한 외모와 말솜씨까지 겸비한 김씨 앞에 A씨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간판만 걸린 상조회사에 투자비 명목으로 2000여만원을 김씨 손에 쥐어주고 따로 살림까지 차렸다가 이를 알게 된 남편에게 이혼까지 당한 것.

하지만 김씨의 말도 안되는 유혹에 넘어간 여성은 A씨 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지역에서 A씨를 포함해 3명의 여성이 김씨에게 수천만원을 뜯기고 가정파탄에 이르렀다.

김씨는 이들 중 2명을 한꺼번에 만나는 ‘양다리’도 서슴지 않았고, 김씨의 번지르르한 거짓말에 넘어오는 남성들도 있었다. B(52)씨 등 남성 2명도 상조회사 투자명목으로 2000여만원을 뜯겼고, 김씨는 지난 해 1월부터 지난 3월 중순까지 1년 2개월 간 5명에게 60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부녀자를 상대로 사기를 쳐가며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긴 김씨는 간판만 걸려 있는 상조회사에 고용한 장애인 직원 C(32)씨에게는 1년여 간 급여를 단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결국 김씨에 의해 가정이 파탄난 여성들은 경찰에 김씨를 신고했고, 김씨의 추잡한 범행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월24일 서울에서는 절도범을 잡아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의사로 언론에 보도됐던 사람이 알고 보니 면허가 없는 ‘사이비 의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이날 허위 이력서로 병원에 취업한 뒤 환자를 불법 치료해 온 나모(35)씨를 보검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 등의 혐의로 검거했다.

절도범 잡은 ‘용감한 의사?’
면허 없는 ‘사이비’

경찰 조사 결과 의사 자격증이 없는 나씨는 지난해 11월27일 서울 동작구 모 피부과병원에 허위 경력을 기재한 이력서로 취업한 뒤 4개월간 50여명의 환자를 진료해왔다. 해당 사항에 대해 조사를 벌이던 경찰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나씨는 지난 2004년 6월2일 새벽 2시께 서울 신촌에서 절도범을 검거해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바 있으며, 그 당시에도 자신을 의사로 소개해 언론에 보도된 것.

나씨는 이 언론 보도를 핑계 삼아 병원에서 자격증을 제출하라고 할 때마다 “인터넷에 내 이름을 검색하면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의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둘러댄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경찰은 의사 면허를 확인하지 않고 채용한 병원장 등 2명도 붙잡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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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