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황태자 비리사건

“돈은 손쉽게 벌어야 제 맛!”


재벌가 자제들 사이에선 이미 땀방울 대신 주가조작이란 손쉬운 방법을 통해 호주머니를 불리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현장을 누비고 헌신하며 부를 창출한 창업주들과 달리 ‘곱게 자란’ 2·3세대들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불로소득을 챙기며 ‘삐뚤어진 경영수업’에 매진하고 있는 것.

이들의 비리관행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힘은 물론 수많은 피해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그럼에도 그 처벌이 미약해 예방 및 재발방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세간에서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생 없이 자라 쉽게 돈 벌고 싶어 하기 때문”
솜방망이 처벌에 예방·재발방지 효과 미비


LG가 3세 A씨는 횡령과 주가 조작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탄소나노튜브 전문 업체인 나노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 부당 이득 114억원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A씨는 지인들에게 미공개 정보를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A씨가 직원 명의로 회사 돈을 대출받아 800억원 규모의 차명 계좌를 운영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강남의 한 사채업자를 통해 운영된 이 돈은 두 차례에 걸쳐 엑사이엔씨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투입됐다.

경영수업=주가조작?

검찰은 현재 강남 사채업자 사무실 압수수색을 통해 추가로 확보한 차명 증권 계좌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미다스의 손’이라 칭송 받으며 개미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바 있는 또 다른 LG가 3세 B씨. 그는 M&A를 통해 사고팔기를 반복해 불과 2년만에 1000억원 이상의 거금을 챙겼다. B씨는 지난 2006년 미디어솔루션을 인수하면서 허위 공시로 주가를 주당 7000원에서 4만원대까지 끌어올린 후 주식을 되팔아 165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

특히 주가 조작 과정에서 ‘대우그룹 구명 로비 의혹’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조풍언씨의 돈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두산가 4세 D씨는 재벌 테마주를 부상시키는 데 앞장섰다가 주가조작 및 횡령혐의로 2년 6개월간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D씨는 지난 2007년 2월 코스닥 상장사 뉴월코프의 주식 130만 주를 30억원에 자기자본으로 인수한 것처럼 공시하고 같은 해 7월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304만 주를 31억 원에 자기자본으로 취득한 것으로 허위 공시한 혐의 등으로 2008년 8월 구속 기소됐다.

그는 또 뉴월코프를 운영하면서 36억7400만원 이상의 자금을 빼돌려 채무변제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횡령)와 재무상태가 부실한 미국계 회사를 실사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인수해 회사에 6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도 받고 있다. 경영수업에 실패한 뒤 빈털터리가 된 것으로 알려진 D씨는 명의만 빌려주고 주가를 띄워 돈을 타내며 개미들을 울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가 3세인 C씨 역시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C씨는 코스닥 상장사인 IS하이텍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IS하이텍은 지난 2007년 6월 C씨가 300억원대의 유상증자에 그의 동생 2명과 각각 5억원씩을 투자했다고 공시하면서 재벌 테마주로 꼽혔다. 이후 2000원에 머무르던 이 업체의 주가는 3700원까지 급등하면서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검찰은 I.S하이텍도 뉴월코프와 마찬가지로 정 대표 형제가 실제로 투자하지 않고 이름만 빌려준 채 재벌 테마주로 만들어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한국도자기 3세 E씨도 코스닥 상장사인 엔디코프와 코디너스를 인수한 뒤 경영과정에서 횡령과 배임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김씨는 2006년 운영하던 엔디코프 자금으로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보험 영업회사 DTA를 시세보다 비싸게 구입, 회사에 227억여원의 손해를 끼치고 지난해 10월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코디너스의 자금을 운용하면서 135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다.

이와 함께 E씨는 이사회 의사록을 위조, 문서를 위조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국타이어 2세 F씨도 엔디코프와 코디너스 등 2개업체에 투자하면서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F씨는 E씨가 2006년 초 엔디코프를 인수했다 지난 2007년 4월 되팔 때 일부 지분 투자를 했고 같은 해 8월에는 E씨와 아남그룹 3세인 G씨, 극동유화그룹 2세 H씨 등 재벌 2·3세들과 함께 코디너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F씨는 현재 엔디코프 주식은 처분한 상태지만 코디너스지분 5.7%(39만주)를 보유하고 있어 김영집 대표(8.29%)에 이어 2대주주다. 유상증자 당시 코디너스의 주가는 1만원대 초반이었지만 이들의 참여와 동시에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재계에서는 재벌가 자제들 사이에 비리가 만연한 까닭에 대해 “재벌가에 태어나 부족함이나 고생 없이 자란 탓에 손쉽게 돈을 벌고자 하기 때문”이라며 “그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는 경향도 가지고 있는 듯 하다”고 전했다.

또 이 ‘못된 황태자’들 사이에서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처벌 수위가 가벼워 근본적인 예방 및 재발방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현행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부당이득을 취한 사람은 최고 3배까지 벌금을 물도록 돼 있지만 하한선이 없어 실제 벌금은 57% 수준에서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미투자자 등 선의의 투자자들이 입을 막대한 피해에 비하면 가벼운 처벌이다. 때문에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처벌 강화 시급

증권계 관계자는 “주가조작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며 죄질이 나쁘고 적발이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며 “화이트칼라에 의한 지능적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경제범죄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해와 주가조작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처벌에는 크게 금감원의 행정제제와 검찰, 법원의 형사처벌, 피해투자자들의 민사소송 등이 있다”며 “이 3가지가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범죄예방효과를 발휘하는데 우리나라는 적발 이후 부당이익을 몰수하는 것도 아니고 처벌도 대부분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어 금감원의 행정제제는 물론 법원의 처벌도 더욱 강화돼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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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