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회사 깡패영업 전말

“그 따위로 살지 마라~가식 떠느라 고생했다 XX년”

L사, 상담원 진술에도 끝내 진실 외면

지난달 28일 오후 이모(29·여)씨는 대기업 계열 카드사인 L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L사 상담원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회원 가입을 권유했다. 이에 이씨는 “죄송하지만 관심이 없습니다”라고 거절했다. 그러자 전화를 건 남성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전화를 끊었다. 통화시간은 불과 32초였다. 그로부터 약 1분 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은 이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진짜 그 따구로 살지 마라 열 받어서 모라하고 싶지만 참는다 내 입만 더러워지지 가식 떠느라 고생했다 XX년”이라는 내용이었다. 보낸 사람의 번호는 ‘4444’였다. 입에 올리기도 힘든 욕설 문자를 받은 이씨는 순간적으로 겁이 나기도 했지만 너무 어이가 없어 L사 콜센터에 전화해 상담원 이름을 대고 진상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약 1시간이 지나고 L사에서 전화가 왔다. 자신을 담당 매니저라고 밝힌 사람이 “욕 문자를 보낸 것은 사실이나 다른 사람에게 보내려고 했던 문자를 잘못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황당한 변명에 부아가 치민 이씨는 “김씨가 휴대전화에 직접 내 전화번호를 입력해 문자를 보냈는데 다른 사람에게 보낼 문자를 실수로 보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이씨는 일부러 욕 문자를 보낸 것을 인정하고 사과를 요구했으나 L사 측은 고의가 아니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이씨는 욕 문자를 받은 지 일주일이 지난 이달 3일 상담원을 직접 만나 고의로 문자를 보냈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자리에는 L사 관계자가 동석했다. 상담원은 이미 퇴사처리된 상태였다. 이씨는 상담원한테서 잘못을 시인하는 각서와 20시간 사회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사과를 수용했다.

그러나 L사는 상담원이 고의로 보낸 문자가 아니라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L사 관계자는 지난 8일 “여자친구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다투던 중 실수로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며 “상담원 실수에 대해 고객께 사과하며 앞으로 직원교육을 철저히 하겠다”고 전했다. L사는 끝내 진실을 외면했지만, 이씨는 해당 상담원이 욕설문자를 고의로 보냈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통화 후 성공건 처리가 되지 않아 욱한 마음에 고의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실수라고 번복한 점 죄송합니다. 또 실수란 거짓말은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쓴 이메일을 이씨에게 보낸 것. 이에 이씨는 “상담원이 함부로 고객의 개인정보를 악용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상담원 개인의 단순 실수로 몰아 사태를 회피하려는 L사의 태도가 너무 괘씸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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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