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도매유통분야 진출

이번엔 도매유통업자들… “죽겠다”


대형 유통업체들과 중소 상인 간 마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간 대형마트 출점을 둘러싸고 충돌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유통업체들이 기업형 수퍼마켓(SSM) 사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소상인들은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에 지역 상인들은 집단행동에 나섰고 유통업체들과의 사이에서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이 같은 양상이 이어지자 이에 대한 복안으로 이마트는 중소 슈퍼마켓의 상품 구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번엔 영세 납품업체 단체인 전국유통상인연합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며 신세계와 마찰을 빚고 있다.


대형업체 횡포에 납품업자들 생존권 박탈
버리는 패 SSM 활용, 도매분야 진출 흑심


이마트는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SSM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형마트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자 동네 상권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문제는 SSM 점포가 골목상권 깊숙이 파고들면서 불거졌다. 일반 슈퍼나 정육점, 과일·야채가게를 운영하는 영세 상인들이 불황으로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 상황에서 코앞에 SSM이 등장하자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 대대적인 투쟁에 나선 것.

상품 구매 지원키로

당시 중소상인 측은 “SSM 때문에 동네슈퍼나 정육점, 야채가게 등이 문을 닫게 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모든 유통채널을 싹쓸이 해 독과점을 초래하면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어 중소상인 측은 “기업형 슈퍼마켓은 지역 상인들을 몰락시켜 동네상권을 피폐하게 만들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SSM사업을 놓고 중소상인과 유통 대기업들은 서로에게 일방적인 양보만 요구하는 등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상생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유통업체 측이 개점날짜나 개장공사를 숨기는 등 편법으로 SSM 개장을 시도하면서 양측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에 대한 복안으로 신세계는 지난 5월26일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중소기업유통센터와 ‘대·중소 유통업체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이마트를 운영하는 신세계는 중소 슈퍼마켓의 상품 구매를 지원한다. 중소 상인들이 이마트에서 취급하는 상품 가운데 원하는 제품을 발주하면 중소기업청 산하 중소기업 유통센터와 이마트 127개 점포를 통해 상품을 배송받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중소 슈퍼마켓은 질 좋은 상품을 5~10%가량 싼 값에 공급받을 수 있다. 중소 상인들은 또 신세계가 갖고 있는 대형 물류센터와 점포 내 물류설비를 활용할 수 있다.

대신 중소 유통업체들은 이마트가 골목상권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SSM 신설을 허용키로 했다. 신세계는 영세 슈퍼마켓이 밀집된 골목상권에는 점포를 내지 않는 대신 신도시나 중소 업체들의 생계에 문제가 되지 않는 지역에 우선적으로 점포를 내기로 했다. 양측의 이번 협력은 정부가 중소 유통업체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한 ‘나들가게’ 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정부가 나들가게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제품 공급 및 물류시설 확보가 다급한 상황에서 대기업인 신세계의 힘을 빌린 것이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이번 협약은 중소 슈퍼마켓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의 이익과 유통산업 현대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로써 SSM 사업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해소되고 상생협력이 이뤄지는 등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번엔 영세 납품업체 단체인 전국유통상인연합회가 “피해자가 바뀌었을 뿐 대기업의 횡포는 여전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유통상인연합회 측은 “신세계의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은 종합소매업에서 도매유통분야까지 장악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며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통의 일익을 담당해왔던 납품업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겠다는 게 과연 중소기업청이 할 일인가”라고 규탄했다.

이어 유통상인연합회 측은 “신세계가 도매유통분야에 진출할 것이라는 것은 현장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신세계 직원들이 이미 슈퍼마켓을 돌아다니며 이마트로 구매루트를 바꾸어 줄 것을 판촉하고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세계가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SSM 출점을 자제하겠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신세계에 있어 SSM 사업은 수익성이 없는 버리는 카드”라며 “버리는 패를 활용해 기업이미지를 제고시키고 그동안 눈독 들여왔던 도매분야에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고 촌평했다.

실제로 신세계의 SSM은 현재 11개만이 출점한 상태로 각각 200개에 가까운 SSM을 출점한 홈플러스나 롯데마트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영세 납품업체들은 중소상인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중기청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이들은 “지난 1월에도 중기청의 나들가게 추진방안 발표에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해 영세 납품업자들의 처지를 고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중기청이 진정으로 이러한 중소유통의 열악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결코 이러한 정책발상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통상인연합회는 업무협약 체결에 참여한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에도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신세계 도매유통 장악 의도

이들은 “중기청은 중소납품업체의 경쟁력 제고라는 방안보다는 손쉬운 대기업 활용방안을 선택했다. 중기청의 중소소매업 유통체계 혁신방안이 고작 대기업 대형마트의 힘을 빌어 또 다른 중소자영업자를 죽이는 것인가”라며 앞으로 규탄대회 등 강력한 저지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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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