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스 막가는 영업 행태 고발

제품은 불량 A/S는 엉터리

[일요시사 경제2팀] 이창근 기자 = 가구회사 퍼시스의 주력 브랜드 ‘일룸’은 가격이 꽤 높은 브랜드다. 주문한다고 바로 배송되지도 않는다. 고객 주문이 생기면 그 때부터 제작에 들어가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높은 가격을 상쇄할 만한 품질을 지향해 왔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품질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게 일룸의 모토다. 그런데 모토는 어디까지나 모토일 뿐, 실제는 전혀 달랐다. 

 
3개월 전 서울 목동에 사는 학원 강사 윤모(42·여)씨는 이사를 하면서 친오빠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경상도에 사는 오빠가 잘 아는 대리점을 통해 일룸의 가구를 구매해 보내준 것이다. AV 거실장, 화장대 세트, 5단 서랍장과 테이블 등 190만원 상당의 가구들이다. 주문이 밀려서인지 2월 중순에 구매한 가구는 한 달이 지나서야 윤씨의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윤씨의 악몽이 시작됐다. 
 
거짓말, 거짓말…
 
한 달 만에 도착한 가구는 문제가 많았다. AV 거실장은 접착이 잘 안 돼서 아래는 붙고 위는 들떠서 모양이 안 났다. ‘이런 게 60만원이라고?’ 온라인 쇼핑 검색만 해봐도 20만∼30만원 가격대의 거실장이 수두룩한데 왜 60만원이나 주고 이런 제품을 사 보냈는지 납득이 안 갔다. 
 
화장대 세트는 더 가관이었다. 화장대 의자는 파란색 부분이 흰 분필 가루 같은 것으로 오염되어 있었고, 화장대 서랍 역시 원목 부분에 마치 곰팡이가 핀 것처럼 보이는 자국이 선명했다. 접착제 작업의 뒤처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검수를 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배달된 일룸 제품에 실망을 느꼈다. 가격 대비 턱없이 낮은 제품의 완성도였던 것. 하이그로시로 코팅된 부분도 문제가 있었다. 서랍 모서리가 깨져있고 그 아래로 검은 고무를 문지른 것 같은 흔적이 도드라졌다. 새 화장대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밖에도 소소한 문제들이 많았다. 
 
윤씨가 배달 온 일룸의 설치기사에게 불만을 제기한 것은 당연했다. 또한 설치기사도 제품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내일이나 모래 쯤 교환 건으로 전화가 올 것”이라고 했다. 새로 화장대를 제작해서 교환해 주겠다는 약속을 남긴 것이다. 


선물받은 일룸 가구들 하자 상태로 배달
교환 요구에 일주일 넘도록 감감무소식
 
그러나 설치기사의 말과 달리 제품 교환과 관련된 전화는 오지 않았다. 일주일이 넘도록 전화를 기다리던 윤씨는 직접 일룸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제서야 “주문이 생기면 제작에 들어가기 때문에 제품 검수까지 고려하면 보름 정도 시간이 소요 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2주 정도 소요될 것을 알았다면 불편하지 않았을 일이다. 
 
 
“일룸은 소비자를 하나도 생각해 주지 않아요. 어쩌다가 잘못된 불량품이 배송될 수도 있죠. 그래도 내일이나 모래 알려준다던 처리결과를 소비자가 직접 알아보게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요?”
 
그로부터 보름 뒤, 설치기사가 새 화장대를 가져왔다. 그러나 설치를 위해 포장을 뜯어보니 새로 가져온 화장대도 문제가 많았다. 오히려 기존에 있던 것보다 하자 정도가 심했다. 화장대 교환 때문에 학원수업도 나가지 못한 윤씨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그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몇 번이나 반복됐고 윤씨가 학원수업을 나가지 못한 날도 많아졌다. 급기야 윤씨는 “화장대를 다섯 개 제작했는데, 다 이런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머리를 긁는 설치기사에게 “차라리 환불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오빠에게 받은 선물이지만 화장대 문제로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환불 요구도 원할이 진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윤씨를 신경쇠약 직전까지 몰고 갔다. 환불 처리를 맡은 일룸의 담당과장이 차일피일 환불을 미루더니 급기야 연락조차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어쩌다 연결이 되면 “외근 중이니 두 시간 안에 전화하겠다”며 시간을 벌더니 나중에는 “회의 후, 결과를 알려 주겠다”는 문자만 보내왔다. 환불 실랑이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어가자 윤씨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담당과장에게 “회사 책임자를 연결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문제 많은 가구

형편없는 서비스
소비자 만만하나?
 
그러자 담당과장은 “어렵게 (환불에 대한)결재를 받았다. 내 통장으로 돈을 받아서 입금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전화도 연결됐다. 담당과장은 “지금 외부에 나와 있으니 30분 안으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내일까지 입금하겠다”고 시작한 거짓말은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오늘은 꼭”이라는 기만전술로 이어졌을 뿐이다.    
 
“거실장이며, 화장대 같은 제품이 불량인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죠. 품질 대비 가격이 비싼 것도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숱한 거짓말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은 정말 납득할 수 없습니다.”
 
윤씨의 억울함은 퍼시스그룹에게도 전달됐다. ‘일룸’ ‘SIDIZ’등의 브랜드를 총괄하는 퍼시스그룹 홍보 담당자와 연락이 닿은 것이다.
 
“일단 상황부터 파악해 보겠다”던 퍼시스 관계자는 며칠 뒤, “결재한 사람(윤씨 오빠)과 선물 받은 사람(윤씨) 가운데 누구에게 환불을 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법률적 판단 때문에 시간이 소요된 것 같다”는 해명을 보내왔다.
 
 
일룸 담당자가 차일피일 시간을 끌고, 반복되는 거짓말로 소비자를 기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직원의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퍼시스 측은 “전 직원의 고객서비스를 개선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약속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신뢰할 수 있을 지는 별개의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직원 잘못?
 
“매번 하자 있는 불량 제품이 배달돼서 환불을 요구했을 뿐입니다. 그것을 몇 달씩 질질 끌더니 이제 와서 상품권 몇 장 내놓고 합의서를 써 달라고 하는 것은 브랜드 있는 회사가 할 태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고객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기업이 어떻게 건실한 브랜드를 구축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manchoice@ilyosi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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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