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기획특집> 대한민국 교육 현주소 “아이들이 위험하다” ①학교폭력에 멍든 아이들

갈수록 교묘…괴롭히는 방법도 가지가지

[일요시사 사회부] 박호민 기자 = 학교폭력이 멈추지 않고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이 학교폭력을 당하면 평생에 걸쳐 후유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어른들의 관심이 더 절실하다. 그러나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 아이들은 학교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최근에는 사이버 왕따의 등장으로 학교폭력 방법이 더 교묘해져 어른들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

 
중학교 2학년인 이다솜(가명) 양은 학교 가기가 싫다.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은따(은근히 따돌림)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친구들과 사이가 안 좋았던 것은 아니다. 학기 초 장난으로 한 말이 친구들 사이에서 ‘비호감’으로 찍히면서 이 양은 친구들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친구들이 이양 모르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이양을 욕설하는 메시지를 남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양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진화하는 괴롭힘
지금은 사이버왕따
 
▲진화하는 학교폭력 = 학교폭력이 더욱 은밀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의 힘을 빌어서 말이다. 과거에는 폭행·금품갈취 등의 물리적인 위압을 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 ‘사이버 왕따(사이버 불링)’와 같은 형태의 학교폭력으로 진화해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
 
진화된 학교폭력 형태인 사이버 불링에 노출된 학생들은 상당히 많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5∼6월 전국의 중고생 4000명을 대상으로 ‘사이버 불링 실태조사’를 한 결과 중고생 27.7%가 “사이버 불링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학생 10명 가운데 3명꼴로 사이버 학교폭력을 당한 셈이다.
 

사이버 불링은 24시간 피해 학생을 정신적으로 괴롭히기 때문에 물리적인 폭행 못지않게 피해가 크다. 사이버 볼링은 스마트폰 기술발전에 따라 더욱 교묘해지는 추세다. 통상 게임이나 스마트폰의 사용량이 많은 남학생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것이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SNS가 인기를 끌면서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사이버 불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학교 가기 싫다…이유는 십중팔구 폭력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 무방비 노출
 
여기에 스마트폰의 보급이 사이버 불링의 형태를 다양하게 만들었다. 다른 학생의 데이터를 빼앗아 쓰는 ‘데이터셔틀’‘와이파이셔틀’ 등은 이미 스마트폰 보급 초기부터 계속되고 있고, 자신이 사고 싶은 음원을 피해 학생들에게 소액결제로 구매하도록 해 빼앗는 일도 다반사다.
 
카카오톡 등 스마트폰 메신저의 단체 대화방도 사이버 불링의 도구가 됐다. 단체 카톡방에 피해 학생을 초대해 욕설이나 비방을 하고 피해자가 괴로움에 방을 나가면 계속해서 초대해 괴롭히는 이른바 ‘카톡 감옥방’의 형식이다.
 
피해 학생 안티카페 개설 역시 사이버 불링의 한 형태다. SNS모임 기능을 통해 피해 학생에 대한 비방정보나 비난을 게재하는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피해 학생을 제외한 반 친구 등을 초대해 비방하는 방식이다.
사이버 불링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학교폭력 발생 빈도도 3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학교폭력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국 초·중·고교, 특수·각종 학교의 학교폭력 심의건수는 모두 1만 662건으로 2013년 상반기 9713건보다 9.8%나 늘어났다. 학생수 감소를 반영하면 학생 1000명당 학교폭력 발생건수는 2013년 상반기 1.49건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1.69건으로 무려 1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 없으면 저리가”
 카톡방 집단 왕따
 
▲학교폭력의 원인·분석 = 국민들의 절반 가까이는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가정교육의 부재’를 지목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해 11월 14∼24일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1.4%인 827명이 가정교육 부재를 학교폭력의 가장 중요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1.3%가 가정교육 부재를 선택했다. 1년 만에 무려 10%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이밖에 게임과 인터넷 등을 포함한 대중매체의 폭력성이 학교폭력의 원인이라고 보는 응답자가 466명(23.3%)으로 뒤를 이었다. 대중매체의 폭력성 항목은 지난해 조사에서는 32.1%로 가장 높았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2위로 밀렸다.
 
 
학교의 폭력방지 노력 부족을 원인으로 답한 응답자는 357명(17.9%), 점수 위주의 입시 경쟁체제는 225명(11.3%), 학생 개인의 문제는 98명(4.9%) 등의 순이었다.
 
학교폭력에 대한 전문가의 생각은 어떨까? 대구광역시 교육청의 한 전문가는 학교 폭력의 원인으로 세 가지로 나눴다.
 
첫 번째 원인은 개인적인 성향 문제로 보는 시각이다. 청소년기에는 도덕적인 결함이나 공격적 성향, 또는 충동적인 성격 등과 같이 개인적인 요인이 학교폭력을 발생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개인적 특성은 청소년기에 한번 형성이 되면 쉽게 바꿀 수가 없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개인의 문제에는 심리적인 요인도 포함된다. 자기 비하가 심한 학생, 혹은 자존감이 약한 학생 같은 경우에는 타인을 괴롭히고 상대방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며 쾌감을 얻는 경우가 있는데 그 과정에서 학교 폭력 현상이 심화된다는 설명이다.
 
본인의 행동에 대한 자제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삐뚤어진 방식으로 우월감을 표현하며 열등감의 탈출구로 삼게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교육관계자들이 학교폭력의 원인을 분석 할 시에는 학교폭력 가해자의 개인적 특성이나 성향에 대해 제대로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원인은 앞서 국민들이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한 가정교육의 부재였다. 인격이 형성돼야 할 시기에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일수록 감정의 조절력과 표현방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 학교폭력 가해자가 돼 학교폭력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가정적인 환경이 학교 폭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자녀가 삐뚤어진 성향으로 자라날 확률이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가정교육의 중요성이 더욱더 대두되고 있다.
 
마지막 원인으로는 환경적인 요인의 상호작용이었다. 즉, 본인의 성격이 온순하고 내성적이라고 할지라도 함께 다니는 친구들이 폭력과 폭언을 일삼는다면 자신도 그렇게 변할 수가 있고, 또한 반대로 폭력적인 성향이 있는 청소년도 부모님과의 친밀도를 높여 가정에 애착을 갖게 한다면 문제행동 유발환경에 노출돼도 충동적 행동을 억제 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집단적 동조에 의한 압력도 무시 할 수 없다. 자신은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따돌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데 다수의 친구들이 그런 행동을 일삼는다면 혼자 도태되지 않기 위해 학교폭력에 가담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래로부터 소외돼 본인이 그 피해자가 될 것이 두려운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점점 피해 확산
예산 줄인 정부
 
▲쉽지 않은 해결책 = 학교폭력의 해결방안은 현재까지도 모색 중이지만 적절한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은 요원하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할 교육당국부터 학교폭력에 대한 정확한 상황파악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2년전 학교폭력을 4대악 중 하나로 꼽고 척결 대상으로 삼으면서 감소 추세를 나타냈지만 3년차에 접어들면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것이 교육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그런데 정부는 학교폭력 발생건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학교폭력 예방 관련 예산을 큰 폭으로 삭감해 빈축을 샀다.
 
교육부의 ‘2015년 학교폭력 예방대책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교육부 등 15개 부처의 학교폭력 관련 예산은 모두 3082억 9900만원이었다. 지난해 3364억 500만원에서 281억 600만원이 축소된 것이다. 특히, 인성교육법 제정에도 ‘인성교육 중심 학교폭력 예방 강화’ 분야에서 298억원이 삭감되는 등 5대 분야 중 가장 많이 줄었다.
 

정부는 예산을 줄이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과 노력으로 학교폭력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교육부가 두 차례 실시하는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2012년 2차 8.5%에서 2013년 2차 1.9%, 지난해 2차 조사에서 1.2%까지 감소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그러나 교육 현장의 시각은 크게 달랐다. 조사결과가 반공개 되는 교육부의 설문조사의 신뢰도가 크게 낮다면서 실질적으로 학교폭력 발생건수가 늘었다는 통계를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학교폭력의 현실과 맞지 않는 교육부의 학교폭력설문조사를 폐지하고 실제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 10명 가운데 3명 피해
절반은 ‘가정의 부재’원인
 
정부의 학교폭력 관련 대책도 실효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학교폭력 대책에 대한 신뢰도라고 할 수 있는 학교폭력 신고효과에 대한 만족도가 미미했다.
 
지난해 학교폭력 신고 학생 중 신고 효과를 봤다고 응답한 학생이 36%에 불과한 것. 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진행과정과 전문성, 공정성에 대한 문제도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재심기관이 달라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의 대책으로 정부와 관련 당국, 그리고 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무관심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 부모의 관심을 받기 어려운 맞벌이 가정의 경우 일반 가정에 비해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가정적 요인 연구’ 논문을 쓴 강소영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원은 “학교폭력 60여건 정도에 대한 기록을 검토해 보니, 60% 정도는 부모가 모두 있는 양부모 가정이었는데, 이 가운데 75%는 맞벌이었다”라며 “부모가 신경을 잘 못 쓰는 경우에 아이들이 탈선한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피해 학생의 대처법도 제시했다. 이들은 ‘학교폭력 대처법’에 대해 가만히 있거나 무조건 피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상대방이 괴롭히는 행동을 중단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괴롭히는 강도가 세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복합적인 원인
쉽지않은 해결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부드럽고 단호한 어조로 ‘싫다’, 나에게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만약 괴롭힘이 지속될 경우 주변사람에게 알리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럼에도 지속된다면 실제로 주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donky@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탈북·다문화 청소년 왕따 실태
 
최근 탈북 청소년과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크게 늘면서 이들의 왕따(집단 따돌림) 문제도 서서히 부각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다문화 가정의 학생수는 2012년 4만6954명, 2013년 5만5780명, 2014년 6만7806명으로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탈북학생 수도 증가 추세다. 최근 3년간 전국의 탈북학생 수를 살펴보면, 2012년 1992명, 2013년 2022명, 2014년 2183명으로 탈북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언어나 교육환경 등이 다른 학생들과 달라 왕따 문제에 쉽게 노출된다. 왕따에 노출된 아이들은 학교를 떠나 각종 사회 범죄를 일으키기도 한다. 일례로 탈북자 관련 범죄는 2011년 51명, 2012년 68명, 2013년 86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탈북학생과 다문화 가정 학생의 학교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교육 현장을 중심으로 나온다.
 
그러나 교육 당국의 관심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탈북 청소년과 다문화 가정 청소년의 왕따 실태에 대한 통계조차 구하기 어려운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정부는 또, 다문화 가족 지원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10.1% 줄어든 972억원으로 책정하면서 무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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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