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이북5도지사’를 아십니까?

남한 대통령이 북한 도지사 임명?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청와대 뒤쪽 구기동 언덕 이북5도청에 이북도지사 5명이 상주하고 있다. 이들은 차관급 대우를 받으며 도지사 타이틀을 갖고 있다. 엄밀히 말해 우리나라에는 9명의 도지사에 이북5도지사를 더해 총 14명의 도지사가 존재한다. 조금은 생소한 이북5도청과 이북5도지사의 실체를 알아봤다.

 
우리나라에는 총 9명의 도지사가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시종 충북도지사, 이낙연 전남도지사, 송하진 전북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김관용 경북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다. 모두 선출직 공직자다. 그런데 이 9명 외에도 5명의 도지사가 더 있다. 박연용 황해도지사, 백남진 평안남도지사, 백구섭 평안북도지사, 황덕호 함경남도지사, 박기정 함경북도지사 등이다. 이북5도지사는 행정자치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들은 청와대 뒤쪽 구기동 이북5도청 청사에서 차관급 대우를 받고 있다.

도민회서 출발
행자부서 관리
 
박연용 황해도지사는 2011년 12월6일 임명됐다. 박 도지사는 해군사관학교 18기 출신으로 대구함(구축함) 함장, 해군 군수사령관, 국방과학연구소(ADD) 부소장, 황해도 중앙도민회 부회장, 황해도 성우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출생지는 황해도 벽성군이다.
 
백남진 평안남도지사(현 이북5도위원장)는 2013년 9월17일 임명됐다. 백 도지사는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출신으로 한국법제연구원 원장, 평남도민회 상임고문, 이북5도위원회 행정자문위원,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출생지는 평안남도 강동군이다.
 

백구섭 평안북도지사는 2013년 9월17일 임명됐다. 백 도지사는 원주 영서고 출신으로 일천만이산가족재회 추진위원회 부위원장, 대한민국 건국회 자문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경기협의회 위원, 평안북도 행정자문위원 부위원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이북5도지역회의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출생지는 평안북도 태천군이다.
 
황덕호 함경남도지사는 2011년 12월6일 임명됐다. 황 도지사는 숭의여자대학교 학장, 송호대학교 학장, (사)한국상록회 중앙회장, 한양대학교 ROTC 총동문회장, 대한민국 ROTC 예비역 기독장로연합회 회장, 서울중앙 YMCA이사, (사)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출생지는 함경남도 흥남시다. 영화 <국제시장>에 나온 흥남철수 배경지다.

9명 도지사 외에도 5명 지사 존재
이북출신 정·재계 인사들로 구성
 
박기정 함경북도지사는 2013년9월17일 임명됐다. 박 도지사는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으로 동아일보 정치부장, 편집국장, 동아문화센터 사장, 고려대 언론대학원 초청교수,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전남일보 사장, 한국디지털뉴스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출생지는 함경북도 청진시다.
 
이북5도지사들의 이력은 제각각이지만 이들 모두 이북에서 태어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정해진 임기는 없다. 이북5도위원장의 경우에만 윤번제로 도지사 가운데 1명이 1년간 위원장직을 맡는다. 현재 이북5도위원장은 백남진 평안남도지사다. 이북5도지사는 차관급 별정직 공직자로 2013년 기준으로 1년에 1억660만500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각 도지사는 비서, 운전기사, 관용차 등을 두고 있다.
 

도지사뿐만 아니라 평양시장 등 각 동장도 존재한다. 2013년 기준으로 명예 시장·군수는 92명, 명예 시장·군수와 명예 읍·면·동장은 911명이다. 시장과 군수는 월 27만원, 읍·면·동장은 월 12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63세다. 임기는 3년이지만 두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이북5도청의 행정 조직은 관할 지역을 실효 지배하는 북한의 행정 구역이 아니라 1945년 광복 당시의 행정 구역을 사용하고 있다. 서울 외에도 15개소에 시·도사무소를 두고 있다.
 
주요 업무는
이북도민 지원
 

이북5도청이 공개한 업무계획서에 따르면 2015년도 예산은 85억4600만원이다. 이중 인건비와 운영비가 64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사업 예산은 북한이탈주민 지원이나 이북도민 행사지원 사업에 집중돼 있다. 이북도민 체육대회와 도민단체 지원 등에 10억여원, 북한이탈주민지원 사업에 6억여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북5도지사들은 수천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쓸 수 있다. 올해 1∼2월 도지사별로 ▲위원장 608만원 ▲평남도지사 1009만원 ▲평북도지사 1752만원 ▲함경남도지사 128만원 ▲함경북도지사 82만원 ▲황해도지사 545만원을 사용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2012년 이북5개도지사와 위원장이 집행한 업무추진비는 1억2800여만원이다. 2013년에는 1억4000여만원이다. 5명의 도지사가 각각 2000만원에서 30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업무추진비의 대부분이 식사비로 지출되고 있었다. 그 밖에는 기념품 구입과 화환 구입 등이 뒤를 이었다. 2012년에는 업무추진비를 현금으로 사용하고 영수증을 누락시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 11일 <일요시사>는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위치한 이북5도청을 찾았다. 청사 입구에는 ‘함께하는 이북도민 다가서는 평화통일’이라는 문구가 걸려있다. 청사는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다. 지하 1층에는 식당, 주차장 등이 있다. 1층에는 이북5도청사무국, 정보화교육장, 이산가족정보종합센터, 북한이탈주민지원팀, 북한관전시실, 새마을이북5도지부, 체력단련실, 유격군전우회 등이 있다. 2층에는 이북5도지사실과 각 지역 국장실, 회의실 등이 있다. 3층과 4층에는 지역별 도민회와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등이 자리하고 있다. 5층에는 각종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대강당, 중강당, 소강당이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반적인 청사와 달리 건조하다.
 
 
이북5도청은 격월간지 <이북5도소식>을 발행하고 있다. 4면의 신문을 통해 이북5도위원회 주요현안, 전국 시·도사무소 소식, 해외이북도민회 소식 등을 전하고 있다. 이북5도청의 업무는 이북도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북도민을 위해 존재하는 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북5도청 공보실 관계자는 “도청의 주요업무는 이북도민 관련 행사 지원”이라며 “큰 행사가 1년에 5개 정도 잡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외에 별다른 업무가 없어 일종의 친목회로 바라보는 시각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세대가 교체되면서 결속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전해진다. 정권의 성격에 따라 입지가 달라지는 것도 고민이다.

평양시장 등
군수도 존재
 
이북5도청을 만든 이북5도위원회의 뿌리는 민간단체인 이북5도민회다. 1949년 이승만 대통령이 이북5도지사를 임명하고 5월23일 이북5도청이 문을 열면서 공공기관으로 거듭났다. 이북5도청 설립근거는 ‘이북5도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있다. 수복되지 않은 이북5도의 행정에 관한 특별조치를 규정한 법률이다.
 
1962년 제정된 이후 64년 5월 도지사의 임명·지위에 관한 규정이 개정됐다. 이북5도 도청의 임시 위치, 도지사, 관장 사무, 행정기구, 이북5도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북5도란 1945년 8월15일 현재 행정구역상의 도로서, 아직 수복되지 않은 황해도, 평안남도, 평안북도, 함경남도, 함경북도를 말한다. 이북5도에 별정직인 도지사를 두는데, 도지사는 안전행정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북5도청이 관장하는 업무는 ▲이북 5도의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등 각 분야에 걸친 정보의 수집·분석과 이북5도를 수복할 경우에 실시할 제반정책의 연구 ▲반공사상의 고취, 이북에 대한 국시선전과 선무공작의 계획실시, 남하피난민에 대한 사상선도 ▲남하피난민의 실태조사 및 직업보도와 정착사업조성 ▲가호적을 취적하는 경우의 원적지 재적확인 ▲남하피난민단체의 지도 등이다.
 
구기동 청사 상주…차관급 대우

고액 연봉에 비서, 관용차 지원
 
이밖에도 이북5도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동처리하기 위하여 필요할 때에는 각령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북5도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문 7조와 부칙으로 구성돼 있다.
 
 
이북5도위원회가 상주하는 구기동 청사는 1993년에 완공됐다. 이북5도청사에는 사연이 있다. 이북5도민중앙연합회가 13대 대선 당시 노태우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원해줬고 노 후보는 대통령이 된 뒤 이북5도청사 건립에 힘썼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노 전 대통령 재임 5년 동안 이북출신 국무총리는 강연훈(평북 창성), 정원식(황해 재령), 현승종(평남 강서) 등 3명이나 됐다.
 
이후 이북5도민중앙연합회는 1997년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지만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면서 조직이 존폐 기로에 놓였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김 전 대통령은 유화책을 펼쳐 이북5도민중앙연합회에 정기적인 지원금을 지급했다.
 
이후 이북5도민중앙연합회 등 관련 단체는 청사에 지내면서 임대료를 내지 않아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행정자치부는 2005년 법을 개정해 “이북5도민 관련 단체에 대하여 이북5도위원회에서 관리하는 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다. 이북5도청을 지원하는 관행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정권의 성격에 따라 입지가 달라진다지만 정권과 무관하게 장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북한 관영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박완순, 김만수, 안휘정 당 중앙위원을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충남도지사에 각각 임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 제1비서한테서 직접 임명장을 받은 이들은 1945년 8월15일 기준으로 아직 수복하지 못한 공화국 남반부 이남9도를 담당, 통일과 동시에 현지 행정을 담당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북한도 마찬가지
이남도지사 운영
 
방송은 ‘이남9도에 대한 국토관념을 명확히 하고 언젠가는 기필코 달성고야 말 실지회복에 대한 통일 의지를 표명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허구’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앞서의 이북5도청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에도 남한도청과 도지사 등이 존재한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니인터뷰] 백남진 평안남도지사 이북5도위원장
“이북5도청 몰랐다고? 거 참 이상하네∼”
 
평안남도 강동군 출신인 백남진 평안남도지사는 오랜 공직생활을 마치고 이북5도청에 입성했다. 그는 이북도민 관련 행사에 빠지는 일이 없다. 지난 12일에는 서울 종로구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열린 국외 이북도민 고국방문단 환영만찬에서 인사말을 전하며 언론에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다음은 백 도지사와의 일문일답.
 
-이북5도청을 생소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6·25전쟁 전부터 이북에서 월남해 온 사람들이 500만 명 정도다. 고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이북5도청이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몰랐다는 게 이상한 거다. 우리 헌법 4조에 영토조항이 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다만 지금은 도적이 산을 점령하고 있어 우리가 통치를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한반도 전체는 우리 땅이다. 
 
-이북5도청의 주요업무는 무엇인가.
▲이북5도민들을 관리한다. 이북도민 인증도 우리가 해준다. 그리고 대통령배 이북도민 체육대회 등 도민 관련 행사 및 단체를 지원하고 감독한다. 이북5도청은 도민들에게 고향이나 다름없다. 도민들에게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500만 이북 사람들 위한 안식처”
 
-반공안보교육 등도 진행하나.
▲강명도 교수(탈북·경민대 북한학) 등 탈북민 교수들을 불러 강의를 하기도 한다.
 
-이북도민회가 도청 위에 있다는 말도 나온다.
▲어디가 세다고 할 문제가 아니다. 도민회는 어디까지나 민간단체다.
 
-이북5도청을 두고 예산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에 대해 무심한 사람들이다. 건국초기부터 있던 조직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 때 현재 청사로 옮겼다. 그 전에는 다른 청사 한 층을 빌리는 식으로 셋방살이를 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경제는 세계를 향해 달리고 있는데 정치는 엉망이다. 안보 현실도 참으로 안타깝다. 신념이 좌 쪽으로도 우 쪽으로도 너무 치우치면 안 된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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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