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가는 땡중들 ‘천태만상’

돈·욕정에 눈멀어 살인·사기… “도로아미타불 돈세음보살”


부처님을 방패삼아 살인·사기를 일삼는 스님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범죄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스님들이 술을 마시고 유흥업소 여 종업원을 성폭행하려 하는가 하면 그 뜻을 이루지 못하자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 유기하는 등 범죄의 정도가 극악무도하기 짝이 없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스님은 내연관계의 여인을 ‘섹스 동영상’으로 협박하기도 했고, 돈에 눈이 멀어 10년 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동거녀를 허위 고소한 스님도 존재한다. 스님들의 덕목인 ‘무소유’ 정신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일요시사>는 돈과 욕정에 눈이 멀어 막나가는 땡중들의 천태만상을 취재했다. 


술집 여종업원 성폭행 미수 토막살해 암매장
10년 함께 산 동거녀 재산 노리고 허위 고소
욕정 앞에 무너진 스님 여신도 성추행은 옵션


풀 한포기도 소중히 여기는 스님들과 범죄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스님들이 성추행, 사기, 살인 등 여러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전남 여수에서는 한 스님이 유흥업소 여 종업원을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 유기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도시가 발칵 뒤집혔다.

무서운 스님,
성폭행 미수 토막살해

전남 여수경찰서는 지난 5월30일 유흥주점 여 종업원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여수시 모 사찰 스님 조모(42)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씨에 의해 희생된 여성은 주모(45·여)씨로 주씨는 여수시 한 유흥주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조씨와 주씨가 만난 것은 지난달 25일 새벽.
새벽 3시가 다 되어 유흥주점에 들어선 조씨는 4시간 동안 주씨와 술잔을 기울였다.

동년배에 나이가 비슷한 두 사람은 의외로 이야기가 잘 통했고, 술이 얼큰하게 취한 조씨는 주씨에게 “내 거처로 가자”며 유흥업소를 빠져나와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사찰로 향했다. 주씨 역시 술기운에 의해 조씨를 따라 나섰지만 그것이 바로 비극의 시작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신의 방으로 주씨를 안내한 조씨는 오전 9시께 악마로 돌변했다. 성폭행을 목적으로 주씨에게 달려든 것.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놀란 주씨는 힘껏 조씨를 뿌리치며 성폭행을 완강히 거부했고, 목청을 높여 비명을 질렀다. 주씨의 비명에 당황한 조씨는 사찰의 다른 승려 혹은 사찰을 찾은 일반인이 이 소리를 듣고 자신의 범행을 알게 될까 두려워 흉기로 주씨의 목을 두 차례 찔렀다. 조씨가 휘두른 흉기에 주씨의 소리는 잦아들었고, 주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조씨도 적지 않게 당황했지만 냉정을 되찾으려 애썼다.

오전 시간, 그것도 사찰 안에서 살인을 저지른 조씨는 시신 처리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낮 시간을 피해 시신을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조씨는 주씨의 시신을 자신의 방에 그대로 뒀다가 밤 9시가 되자 시신을 토막 낸 뒤 두 번에 걸쳐 사찰 인근 야산에 암매장 했다. 또 범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핏자국이 묻은 침대 매트리스와 주씨의 소지품을 태우는 치밀함도 보였다.

한편, 주씨와 며칠째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하던 가족들은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고, 여수경찰서는 29일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과정에서 “주씨가 실종 직전까지 같이 술을 마신 사람이 불교 지식에 해박해 승려 같았다”는 참고인 진술을 확보한 경찰이 주씨의 휴대전화 발신지를 분석해 조씨의 사찰을 찾아냈다. 결국 조씨는 경찰의 추궁에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주씨의 사체 유기 장소도 털어놨다.

‘성관계 동영상’으로
내연녀 협박

경찰 관계자는 “20여년 전 출가해 사찰에서 주지 스님과 생활해 오던 조씨는 출가 전 사귀었던 애인의 변심으로 ‘여성 증오심’을 갖게 된 것 같다”면서 “이와 관련 이번 사건 이외에 추가 범행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지금까지 조씨의 행적을 파헤치는 등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4월에는 ‘성관계 동영상’으로 내연관계였던 여성을 협박한 스님이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그녀가 문제의 스님을 만난 것은 지난 2001년 12월 의료기기 체험행사 홍보 강연에서였다. 당시 스님은 출가하지 않은 상태로 자신이 개발한 의료기기를 홍보해줄 명사를 찾던 중 유명인이었던 이 여성을 소개받았다. 그는 이 여성에게 자신을 한의사 유윤석(가명인 것으로 드러남)이라고 소개하고, “서울 고려대 부근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으니 한번 오라”는 말을 남겼다.

그녀는 곧 한의원에 들렀고 두 사람은 내연의 관계로 발전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그녀는 “당시 남편과 섹스리스 상태여서 외로움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몇 년간 연인관계를 지속하던 두 사람 사이에 돈이 오가기 시작했다. 2002년 초 스님은 그녀에게 3000만원을 비롯해 몇 차례 돈을 빌려가더니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2002년 10월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난 스님은 승복을 입고 있었다. “돈을 갚지 못해 사죄하는 마음으로 출가했다”면서 자신의 이름은 ‘00스님’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둘의 관계는 지속됐고 그녀는 다시 사찰부지 매입비와 운영비 명목으로 모두 8억원을 줬지만 돌려받지 못했고, 2007년 말 스님을 사기로 고소했다. 

사회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그녀는 스님과의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고, 2008년 2월 스님이 사찰 토지 소유권과 건물을 넘겨주는 화해 약정서와 화해 조서를 만들어 주면서 사건은 종결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내 스님이 “돈을 빌린 것이 아니라 연인관계인 그녀가 그냥 준 것”이라고 태도를 바꾸면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9년 12월 해당 여성에게 서울의 모 신문사 기자가 전화를 걸어온 것. 그녀와 만난 해당 신문사 보도본부장은 “스님과 왜 사건 합의를 하지 않느냐”면서 “딸이 시집갈 때가 됐을 텐데 좋을 거 없다. 당신이 찍은 섹스 비디오테이프를 다 갖고 있다”고 협박했다. 급기야 지난 3월에는 이 언론사가 그녀의 실명과 함께 ‘성관계 동영상’을 거론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충북경찰청은 지난 4월26일 ‘00스님’ 유씨를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하고, 5월14일 유씨와 공모해 피해여성을 협박한 언론사 대표, 보도본부장 등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 결과 유씨는 그녀에게 빌린 8억원을 갚지 못해 고소당한 뒤 채무 변제용으로 10억원 상당의 사찰부지와 건물을 넘겨 준 뒤 이를 다시 돌려받기 위해 이들과 짜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무소유의 진리를 가장 가까이서 느끼고 행동에 옮겨야 할 스님이 돈에 눈 멀어 10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동거녀를 사기로 허위고소해 무고죄로 검찰에 구속기소된 사건도 있다.

돈 때문에 허위고소
무소유 진리는 어디로

부산에서 개인사찰을 운영하고 있는 주지 스님 박모(64)씨는 지난 1999년 신도였던 이모(52·여)씨를 알게 됐다. 당시 박씨는 이씨에게 “액운이 씌여 있다”면서 “이를 쫓기 위해서는 성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꼬리쳤고, 이씨는 주지스님이었던 박씨의 말을 믿고 이에 응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이씨의 남편 귀에 흘러들어가는 바람에 이씨는 남편과 이혼했다. 이후 박씨는 이씨와 동거생활을 시작, 이들의 동거는 10년간 이어졌지만 남은 남이었다.

지난해 12월 경 자신 소유의 공장을 15억원에 처분한 박씨는 이씨가 이 사실을 알고 돈을 요구할 것을 우려, 돈을 혼자 차지할 욕심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행동에 옮겼다. 지난 1월12일 박씨는 지금까지 이씨에게 생활비로 지급해온 1억2천여 만원을 각종 차용금으로 둔갑시킨 뒤, “신용카드 대금과 식당인수금 등 1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간 뒤 갚지 않고 있다”면서 이씨를 경찰에 허위 고소했다.

돌변한 박씨의 태도에 이씨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경찰은 박씨의 주장대로 이씨의 사기 혐의를 인정했고,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하지만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면서 박씨는 꼬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씨가 돈을 갚지 않았다는 박씨의 주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꾸준히 돈을 빌려준 점을 수상히 여긴 검찰이 보강수사에 들어가자 돌연 고소를 취소한 것.

박씨의 태도 변화에 의문을 품은 검찰은 끈질긴 조사 끝에 박씨에게 자백을 받아냈고, 재산을 나눠주지 않으려 10년 동안 동거한 여성을 허위로 고소한 박씨는 결국 지난 5월10일 대구지검 서부지청에 무고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엄정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밝혀냈다”면서 “앞으로도 엄정 수사를 통해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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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