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으로 500억’ 재테크의 귀재 기구한 인생사 풀스토리

알고 보니 사기의 달인!?

20만원으로 시작해 2년 만에 500억원을 벌었다던 ‘재테크의 달인’이 사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그의 명성을 듣고 몰려든 투자자들에게 거짓투자 정보를 흘리는 등의 수법으로 수십억원에 이르는 이득을 챙긴 것. 부동산 투자의 ‘미다스’라며 그를 믿고 따르던 투자자들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그 수법이 악랄하다. 수백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며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매의 달인’이라 칭송 받다 일순간 ‘사기의 달인’으로 전락해버린 김씨. 그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사를 들여다봤다.

‘경매의 귀재’라 불리며 팬카페 등장키도
거짓투자 정보 뿌려 수십억원 이득 챙겨


지난 5월27일 서울중앙지검은 거짓 투자 정보를 퍼뜨려 S사 등 코스닥 등록업체의 주가를 조작하고, 부동산에 공동 투자하자고 꾀어 투자자가 건넨 돈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G그룹 대표 김모(59)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06년 인터넷 카페와 특강 등을 통해 자신이 설립한 G그룹이 부동산 경매와 주식투자를 접목한 ‘한국의 골드만삭스’가 될 것이라며 투자 권유에 나섰다. 그의 명성을 들은 투자자들이 모여들자 김씨는 거짓 투자정보를 흘려 자기 회사의 전환사채에 투자할 것 등을 회유했다.

주가조작 혐의도

그의 말을 철썩같이 믿은 투자자들은 그의 권유에 따라 투자를 했고 주가가 상승하면 김씨는 보유 주식을 파는 식으로 수십억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2008년 5월 1600원대에 있던 G그룹 한 자회사의 주가는 불과 두 달 만에 8700원까지 치솟은 뒤 다시 한 달 만에 1000원대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2008년 김씨가 인수한 코스닥 등록업체 S사가 필리핀에 카지노 사업장을 열었고 라오스에서는 사파이어 채굴권을 따냈다고 거짓 선전을 해 투자자를 끌어 모은 뒤 이 주식을 위탁받아 수십억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자본잠식에 빠진 S사는 결국 등록 폐지됐다. 검찰은 이밖에도 김씨가 6~7개 코스닥 등록업체의 주가를 조작한 정황을 포착,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가 서울 종로구 국일관 건물 등 상가 4~5곳을 공동 경매하겠다며 공동 투자자를 유치해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 또 김씨는 2006년부터 G그룹을 통해 전국 주요 도시의 상가 건물을 싼값에 경락받아 투자 수익을 내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아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재테크의 달인’으로 워낙 큰 명성을 누려왔다”며 “때문에 광신도 같은 투자자가 몰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유료 인터넷 카페를 만든 뒤, 일부 회원들과 비공개 채팅을 하며 거짓 정보를 흘렸고 저술 활동, 언론 인터뷰 등으로 유명세를 탔다. 검찰은 김씨에게 피해를 입은 투자자가 수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피해자는 “이미 수억원의 손해를 본 피해자가 다시 김씨의 말만 믿고 대출받은 돈을 투자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부동산, 특히 경매의 귀재로 불리던 김씨. 그는 해당분야에서 주식투자 전문가인 ‘워런 버핏’과 빗대어질 정도로 유명인이었다. 실제로 G그룹은 부동산 투자의 ‘미다스’로 불리는 김씨가 직접 경영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출범부터 주목을 받았을 정도였다.

실제로 김씨가 G그룹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주가는 연일 급등세를 보이며 한 달여 만에 4배 가량 폭등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경매를 통해 2년 만에 20만원으로 500억원의 자산을 일군 성공신화로 유명하다.1996년부터 대학교, 방송국에서 부동산경매 관련 강의를 했다. 게다가 제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팬클럽 ‘재신(財神)’까지 등장했으며 그 누적 회원 수는 무려 35만명에 달한다.

또 김씨는 자신이 29년 동안 실전에서 쌓은 투자 노하우를 소설형식으로 쓴 경매입문서를 출판하면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미국 브리검영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일반 기업의 기획실에서 근무하던 김씨가 부동산투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79년. 지인의 집이 경매로 넘어가자 이를 막기 위해 뛰어다닐 때부터다. 빨리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꼈기 때문.

하지만 당시 경매업계엔 조직폭력배가 들끓었다. 업계의 생리를 잘 모르던 김씨는 조폭과 마찰을 빚었고, 급기야 납치를 당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물에 안 빠지려면 수영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조폭들과 협상을 하며 친분을 유지했다. 이후 그는 명도가 쉬운 토지를 대상으로 경매에 참여하면서 막대한 돈을 벌어 들였다.

승승장구하던 사업이 위기에 처한 것은 1998년 검찰에 투서가 들어가면서다. 직원 명의로 낙찰 받아 부동산실명제를 위반한 것. 이 때문에 김씨는 교도소에서 4년간 복역하며 죗값을 치렀다. 전 재산을 처분해 42억원의 추징금도 납부했다. 결국 아내, 회원, 재산 등 그가 일궈냈던 모든 것들이 그의 곁을 떠났다.
2003년 출옥한 그에게 남은 것은 교도소에서 지급받은 단돈 19만8000원과 옛 동료들뿐이었다.

그는 현장조사와 이해관계 조절, 명도, 환금성 분석, 수익성 분석 등 각자 분야에서 전문가로 알려진 옛 동료들과 함께 재기의 의욕을 불태웠다. 친구의 사무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하루 2시간 잠을 자며 대학에 경매강의를 하러 다녔다.

감옥서 4년, 멋진 재기

경매 물건의 권리분석은 물론 명도 방법, 그리고 리모델링까지 상세하게 강의하는 그에게, 학생이 몰리기 시작했다. 경기대, 창원대, 부동산TV 등에서 인기를 얻은 그는 학생들과 함께 공동투자하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갔고 결국 G그룹 회장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하지만 결국 김씨의 사기행각이 드러나면서 그는 다시 한 번 모든 것을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한때 좌절을 경험했지만 멋지게 재기에 성공한 전력이 있는 김씨. 하지만 ‘사기꾼’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는 이상 재기의 신화가 다시 한 번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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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