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벌가 숨은 황태자들 프로필 대해부

3세 경영 본격화… 요람에서 왕좌까지 ‘한방에!’


지난 1일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 현식씨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와 함께 ‘3세 경영’이 다시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두각을 드러낸 인물은 10여명. 구광고 LG전자 과장,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 등이 그들이다.

이밖에도 아직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물밑에서 경영수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3세대 황태자’들이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 이들이 그간의 침묵을 깨고 속속 일선에 조심스런 첫발을 내딛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3세대 경영이 본격화 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1950년-1세대, 1980년-2세대, 2010년-3세대 개막
한국타이어·한화·SKC·GS 등 3세대 황태자 대거 속출


국내 기업사를 돌아보면 우리나라 재벌 기업이 본격적으로 틀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다. 당시 이병철 삼성 창업주나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나이는 대개 30~40대였다.

30년을 한 세대로 봤을 때 이들이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중반에 걸쳐 경영권을 이양해 2세 회장 시대가 열렸으며, 2010년을 전후로 3세 경영의 문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2010년, 3세대 황태자들이 수면위로 속속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화 동관씨 면접관 변신
“내 사람은 내 손으로”

지난 1일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 현식씨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됐다. 이에 앞서 현식씨는 지난 3월 한국타이어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 전면에 등장한 바 있다. 1970년생으로 미국 시러큐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현식씨는 미국 미쓰비시 상사에 입사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97년 한국타이어에 입사, 경영혁신팀 차장, 상무,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타이어 경영전반에 대한 수업을 받아왔다.

이번 승진인사는 신임 조 사장이 재임기간 중 국내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상승시켰으며 지난 2009년 국내타이어 시장점유율 50%이상으로 국내 1위 기업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한 공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현식씨를 중심으로 후계구도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동관씨 역시 경영 보폭을 넓히면서 후계 구도를 확고히 하고 있다.
 
미국의 명문 세인트폴고교를 거쳐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공군 장교로 복무를 마친 동관씨는 지난 1월1일 한화에 차장 직급으로 입사했다. 이후 동관씨는 1월 4일부터 3주 간의 신입사원 연수를 마친 뒤 회장실에서 그룹 전반에 관한 업무를 파악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동관씨는 또 해외 유학 연수 대상자 면접 전형에 면접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는데, 이는 한화의 유력 후계자로서 사내 입지를 넓히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뿐만 아니라 동관씨가 면접관으로 참여한 데엔 남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김 차장이 손수 뽑아 양성한 글로벌 인재를 ‘내 사람’으로 키워 적재적소에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 향후 한화가 3세 경영인 체제로 후계 작업을 본격화할 때를 염두에 둔 포석인 셈이다. 하지만 동관씨는 여타 재계 3세 경영인과 달리 나이가 어려 경영 전면에 나서기엔 다소 이른 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동관씨는 앞으로 경영학 석사 등 학업을 병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동관씨는 한화 지분 4.44%와 비상장 계열사인 한화S&C 지분 50% 등을 가지고 있으며, 전체 보유 주식 평가액은 2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SKC 최신원 회장의 장남 성환씨는 SK그룹 내 오너 3세 중 가장 빨리 경영수업에 들어간 케이스다. 중국의 명문 푸단대를 졸업한 성환씨는 지난해 초 SKC 기획부문 과장으로 입사해 올 초 차장으로 승진했다.

성환씨는 부친 최 회장으로부터 강도 높은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최회장이 그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해병대에 자원 입대시켰을 정도라고 한다. 대한전선그룹 역시 명실상부한 3세 경영 시대를 맞았다. 지난 2월1일 대한전선은 고 설원량 전 대한전선그룹 회장의 장남 윤석씨를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입사 6년 만의 일이었다.

윤석씨는 연세대 상경대학 경영학과 졸업을 1년 반 앞둔 지난 2004년 3월 대한전선 국내영업팀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경영전략팀, 전력사업부문, 경영관리본부 등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은 윤석씨는 지난해 10월 임시주총 때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그리고 3개월여 만에 다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연이은 고속승진을 했다. 윤석씨는 향후 대한전선 경영기획부문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윤석씨는 현재 대한전선의 지분 14.75%를 보유한 대한전선 최대주주다.

대한전선 장남 윤석씨
입사 6년만에 부사장

GS그룹의 경우는 4세 경영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경영 전면에 나서는 날이 머지않았다. 눈에 띄는 인물은 허윤홍 GS건설 부장과 허세홍 GS칼텍스 싱가포르 부사장 두 명이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 윤홍씨는 올초 부장 직급을 달고 입지를 넓히고 있으며 지분은 GS와 GS건설 각각 0.51%, 0.14%다. 세홍씨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으로 현재 4세 중 가장 직급이 높다.

연세대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MBA를 취득한 세홍씨는 일본 오사키 전자, IBM 뉴욕지사, 셰브런 싱가포르지사 등을 거쳐 2006년 GS칼텍스에 합류했다. 이 밖에 윤석금 웅진 회장의 장남 형덕씨는 웅진코웨이에서 올해 초 차장으로 승진했고, 차남 새봄씨는 웅진씽크빅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형덕씨는 해피올 주식 18.53%와 웅진홀딩스 주식 125만973주(2.19%)를, 새봄씨는 해피올 주식 14.86%과 웅진홀딩스 주식 100만3315주(1.7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유학파 “세계적 트렌드 감지 능력 기르기 위해”
임원승진은 초고속 총괄권한 부여까지 13~15년 걸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들 모두 1960년대 이후 출생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 대부분이 유학파라는 것이다. 2세 경영인들 중에도 외국 유학파가 더러 있기는 했지만 학위를 마쳤다기보다 연수를 다녀온 정도에 더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 3세 그룹은 이와는 달리 정식으로 학위를 마쳤고, 외국 유명대에 다닌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재벌닷컴의 조사결과, 주요그룹 3세들의 53%가 미국 등 외국에서 대학을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리더십을 집중적으로 배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 경영환경은 해외를 낱낱이 파악하고 세계적인 트렌드를 온몸으로 감지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시 된다는 게 그 배경이다.

이와 관련 전경련 관계자는 “창업주와 2세들이 기업가정신으로 그룹을 일구고 키웠다면, 3세들의 중요 임무는 글로벌경쟁력으로 승화,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CEO 리더십은 배제할 수 없는 요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입사 후 임원승진은 초고속이지만 총괄 권한을 부여받기까지 13~15년 정도가 걸린다는 점이다.

기업 이끌 역량보다
기업 철학 선행 돼야

조현식 한국타이어 사장은 1997년 입사해 해외영업부문장을 거치는 수련기를 보낸 후 13년 만에 경영을 맡게 됐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95년 27세로 대우이사로 출발, 14년 만인 지난해 총괄대표이사를 맡았다. 대림 이해욱 부회장 역시 95년 대림엔지니어링에 입사한 후 올해 부회장에 승진함으로써 15년만에 3세 경영의 막을 올렸다. 앞서 동국제강에 3세 경영을 뿌리내린 장세주 회장은 78년 사원으로 입사한 후 23년 만인 지난 2001년 회장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렇듯 이제 경영권 세습은 거스를 수 없는 한국 기업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오랫동안 옥신각신하다 보니 경영권 세습에 대한 비판적 감수성이 무뎌진 때문으로 보인다. 재벌들은 끊임없이 2세 경영의 성공 사례를 들며 3세 경영을 정당화한다. 전 계열사가 동원되어 3세 경영인의 신화를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이들은 오너 혈통이라는 사실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때문에 3세들은 기업을 이끌 역량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명경영, 인간 존중경영, 사회공헌 경영에 대한 굳건한 철학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무소불위 후계자는 기업을 순식간에 망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어느 때보다도 곱씹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차세대 한국의 실물 경제를 책임질 3세대 경영인. 그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통해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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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