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때 잘 나간 검사들 현주소

그렇게 충성하더니…잘 먹고 잘 산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성완종 게이트'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정치권의 시선은 검찰에 쏠린다.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약속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은 모습이다. 검찰에는 '원죄'가 있다. 이명박정부 때부터 검찰은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정권을 보호했다. '정치검찰'로 불린 이들은 출셋길을 보장받았다. 이명박정부 당시 검찰권을 남용한 '검사님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친이계 좌장으로 알려진 이재오 최고위원이 성을 냈다. 지난달 18일 이 의원은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소식을 전해 듣고 "그때(이명박정부 때)는 가만뒀다가 정권이 바뀌면 (수사)하니 정치검찰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날 친이계 의원들은 '정치검찰'의 행보에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무리한 수사
관대한 집행

친이계가 말한 정치검찰은 새로운 표현이 아니다. 정권의 하명을 받고 검찰이 움직인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역대 정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검찰을 통제하지 못한 권력은 이른 레임덕에 직면했다.

때문에 정권은 검찰을 이용했다. 때로는 아닌 척 정적을 제거했다. 이명박정부는 검찰을 움직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또 박근혜정부는 집권 3년 차를 맞아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사정작업에 돌입했다.

수사를 받는 쪽은 늘 '정치적인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검찰은 이 싸움에서 살아있는 권력을 편들었다. 정권에 협조한 검사는 승승장구했다. 정권이 바뀌면 또 다른 권력에 줄을 댔다. 어찌 보면 정치검찰이란 오명을 자초한 검찰이다.


그런데 이번 수사에서 친이계 의원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 정치검찰은 2009년에야 일종의 대명사로 각인됐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과정은 정치검찰의 교본으로 불린다. 당시 일부 검사는 정권을 보호할 목적으로 전에 없던 무리한 수사를 감행했다. 혹은 유례없는 관대한 법 집행으로 출셋길을 보장받았다.

그렇다면 박근혜정부 3년 차인 지금 그때 그 검사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참여연대가 이명박정권 말기인 2012년 12월 발표한 '이명박정부 정치검사' 명단을 토대로 그들의 근황을 정리했다.

당시 참여연대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명박정부 검찰권 오남용 13대 사건'을 선정했다. 또 관련 수사에 참여한 47명의 검사를 명단에 적시했다. 이 가운데 검사장급 이상 10명은 따로 추려 '정치검사'로 규정했다. 아래는 사건 순서대로 관련 검사의 현재 직책과 주요 동향을 정리한 결과다. 수사시점 기준 부장급 아래 검사는 제외(일부 대검 간부 제외)했다.

정치검찰
승승장구

2008년 있었던 'PD수첩 명예훼손 혐의 수사'(1)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언론 프로그램의 일부 오류를 문제 삼아 형사 범죄로 만든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가 담당했으며, 당시 형사부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정병두 검사였다.

정 검사는 지난 2006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황제 테니스' 사건의 주임검사를 맡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인수위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2009년에는 '용산 참사' 수사본부장을 맡아 농성자 5명을 구속기소했다. 2012년에는 차관급인 인천지검장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정 검사는 더 높은 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2014년 2월 퇴임했다. 대법관 후보자로 추대됐지만 끝내 선임되지 못했다. 퇴임 당시 직책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었다.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며, LG전자 세탁기 파손사건의 변호인단으로 합류했다.


참여연대 검찰권 남용 검사 47인 선정
초고속 승진하거나 거대 로펌으로 영입

PD수첩 사건 당시 형사6부장이던 전현준 검사는 요직으로 영전했다. 전 검사는 그의 선배가 역임한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 내정됐다. 현재 1차장은 서울중앙지검 내 핵심 보직으로 분류된다. 주로 공안사건을 지휘하는 역할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긴밀히 연결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혐의 적용 수사'(2)를 맡았던 박은석 검사는 내부 승진에서 밀려났다.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장이었던 그는 법원에서 조정권고를 받은 사건을 다시 끄집어 내 논란을 빚었다. 특수수사에 강점이 있는 그는 2014년 초 금융감독원 감찰실 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감독원이 현직 검사를 영입한 사례는 박 검사가 처음이다.

'미네르바 전기통신기본법위반 혐의 수사'(3)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수남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대검찰청 차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미네르바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던 그는 수원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RO사건을 총지휘해 이번 정부에서 가장 신임 받는 검사로 거듭났다. 이후 검찰 '넘버2'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라 '정윤회 문건 유출 수사'까지 매듭지었다. 대구 출신인 김 검사는 이변이 없는 한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유력시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부장검사로 사건을 맡은 김주선 검사는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으로 승진한 뒤 서울고검 검사를 거쳐 대구고검 검사로 발령 났다. 차기 인사에서 '검찰의 꽃'인 지검장으로 승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상곤 경기교육감 직무유기 혐의 수사'(4)를 지휘한 윤갑근 검사는 탄탄대로를 밟았다. 2009년 당시 수원지검 2차장이었던 그는 '중앙선관위 DDos 공격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증거 조작사건' 등 굵직한 수사를 차례로 맡았다. 올해 대검찰청 반부패부 부장으로 영전했으며, 박근혜정부의 명운을 쥔 '성완종 게이트' 특별수사팀을 총괄하는 보고라인으로 지명됐다.

수원지검 공안부장이었던 변창훈 검사 역시 출셋길을 걸었다. 2012년 수원지검 형사3부장이 된 그는 오원춘 사건을 처리하고,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으로 발탁됐다. 또 국정원으로 파견돼 '대선 개입' 사건을 수습하고, 올 1월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으로 복귀했다.

대법관 후보
총장 하마평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수사'(5)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2부가 2009년(뇌물수수)과 2010년(정치자금법 위반) 번갈아 맡았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관련 수사를 모두 총괄한 김주현 검사는 올 3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법무부 차관 임명장을 받았다.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낸 그는 '한명숙 수사' 당시 표적수사라는 비난에도 연이어 한 전 총리를 기소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이었던 권오성 검사는 현재 대전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권 검사는 최근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에 대한 아동음란물 방치 혐의 수사를 진행해 특유의 '정치적 감각'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던 김기동 검사는 대검찰청 검찰기획단장과 성남지청 차장검사를 거쳐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시절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 단장에 임명됐다. 검찰에 몇 남지 않은 '특수통'인 그는 올 2월 대전고검 차장검사로 보직을 옮겼다. 하지만 서울에서 여전히 합수단을 지휘하며, 박근혜정부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2010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6)를 총괄한 신경식 검사는 청와대에 면죄부를 내렸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또 '용산 참사' 수사에서도 공소 유지를 담당했으나 법원에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은 것이 문제됐다.


그는 올 2월까지 수원지검장을 역임했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 개편 과정에서 황교안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용퇴 압박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옷을 벗은 신 검사는 지난달 변호사 등록을 마쳤다.

'불법사찰 수사'의 또 다른 주역인 오정돈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에서 광주지검 차장검사,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로 자리를 옮겼다가 현재는 인천시로 파견됐다. 인천시는 오 검사를 시 법률자문검사로 임명했다.

'내곡동 대통령 사저부지 불법매입 의혹'(7) 수사를 맡은 송찬엽 검사는 이명박정부 당시 출셋길에 올랐다가 박근혜정부 들어 낙마한 케이스다. 그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참모(당시 대검찰청 공안부장)로 알려졌는데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기소 과정에서 선거법 적용에 찬성했다가 이듬해 고검장 승진에서 탈락했다. 서울동부지검장을 마지막으로 2015년 2월 퇴임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내곡동 사건을 담당한 백방준 검사는 2013년 서울고검 검사로 부임했다. 그러나 서울고검 검사는 순환보직으로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현재 백 검사는 광주시 소속 사법정책보좌관으로 파견됐다. 승진과는 거리가 있는 상황이다.

'미네르바 수사' 김수남 차기 총장 1순위
'김상곤 수사' 윤갑근 성완종 사건 총괄
'노무현 수사'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행
'한명숙 수사' 김주현 법무부 차관 영전

'용산 농성장 화재 및 경찰의 과잉진압과 불법행위 방조수사'(8)는 앞서 밝혔듯 정병두 검사가 수사본부장을 맡았다. 그 밑에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으로 사건을 축소한 의혹을 받은 안상돈 검사는 2014년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승진했고, 세월호 참사 당시 검경합동수사본부 본부장에 내정됐다. TK 출신인 그는 이번 인사에서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중앙무대에 복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9)를 밀어붙인 우병우 당시 대검 중수부 1과장은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됐다. '포스트 김기춘'이란 별명은 그의 막강한 위세를 드러낸다.

'광우병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에 대한 집시법 위반 등 혐의 적용 수사'(10) 지휘자인 정점식 당시 대검 공안1과장은 박근혜정부 들어 검찰 내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졌다.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이자 정부 측 대리인으로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이끈 그는 대검찰청 공안부장에 임명됐다. 차기 인사에서는 지검장으로의 승진이 유력시되고 있다.

'전교조 시국선언 발표에 대한 수사 및 정당가입 추가 수사'(11)를 지휘한 오세인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박근혜정부 들어 요직을 순환하고 지검장으로 영전했다. 2년 동안 초대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대검찰청 공안부장을 지냈고 서울남부지검장에까지 임명됐다. 특히 오 검사가 있는 서울남부지검은 금융범죄 수사의 거점으로 검찰 내 중요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봉욱 당시 대검찰청 공안기획관도 지검장급으로 승진했다. 봉 검사는 법무부 기획조정실 실장, 울산지검장을 거쳐 법무부 법무실장에 발탁됐다. 공직에 있으면서도 2014년 재산은 5억원 가까이 늘었다.

아울러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이었던 윤웅걸 검사는 2014년 공안기획 총괄인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승진했고, 올 2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 났다. '전교사 수사'에는 정병두 검사와 신경식 검사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조중동 광고불매 운동에 대한 수사'(12)는 2009년 김수남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자격으로 지휘했다. 당시 김 검사의 지휘를 받았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본부장 구본진 검사는 최근 변호사로 전업했다. 퇴임 후에는 필적학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광고불매 운동에 대한 수사'를 별건으로 확대했던 최재경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인천지검장을 끝으로 검사를 그만뒀다. 검찰 역사상 가장 유능한 특수통으로 불렸던 그는 삼성과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온 '러브콜'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얼마 전에는 <경향신문>에 법조인 자격으로 칼럼을 게재했다.

노승권 검사는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2부장을 맡았으며, 현재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영전했다. 이명박정부 때는 대검 중수1과장을 역임해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최 검사와 또 다른 인연이 있다.

'G20 포스터 쥐그림 수사'(2010)를 맡은 공상훈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거쳐 올해 창원지검장에 취임했다. 당시 '쥐그림 수사' 외에도 북한 간첩단 '왕재산' 사건을 맡았으며, 곽노현 서울교육감의 후보자 매수사건을 기획해 곽 교육감을 구속기소했다.

공 검사의 지휘를 받은 안병익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에 이어 창원지검 진주지청장, 인천지검 1차장으로 안정적인 경력관리를 하고 있다.

이처럼 이명박정부 때 공을 세운 대다수 검사는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승진을 거듭했다. 단 관련 검사들의 수사권을 쥐고 흔들던 두 서울중앙지검장은 최종 관문인 검찰총장에 오르지 못했다. 나란히 고대 출신이었던 이들은 이명박정부와 운명을 같이 했다.

공안통 일색
특수통 사임

그럼에도 여전히 '잘 나가고' 있는 두 '검사님'이다. 노환균 검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변호사가 됐으며, 최교일 검사는 2014년 한전 사외이사(현재 사퇴)와 고려아연의 이사로 동시에 등재됐다.

앞서 최 검사는 지난 2009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특별사면 과정에서 "이 회장이 IOC 위원 자격을 잃으면 스포츠 외교분야에서 국력이 약해질 수 있다"라고 말해 이 회장의 단독사면을 도왔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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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