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이 쓰는' 일상 신조어 대해부

눔프족, 금사빠녀, 꼬돌남…알고 계십니까?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국립국어원이 온·오프라인 매체 139개를 조사해 ‘2014 새 낱말’ 334개를 선정했다. 이를테면 ‘눔프족’ ‘뇌섹남’ ‘금사빠녀’ 등이다. 이 같은 신조어의 등장은 작금의 다양한 사회현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신조어 탄생 배경과 그 쓰임새를 알아보자.

 
국립국어원(원장 민현식)은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각종 매체에 등장한 새 낱말(신어) 334개를 조사해 2014년 신어를 발표했다. 국립국어원은 이번 2014년 신어 자료집에는 ‘눔프족’(복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복지비용을 위한 증세에는 반대하는 사람),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주관이 뚜렷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유머가 있고 지적인 매력이 있는 남자), ‘금사빠녀’(금방 사랑에 빠지는 여자), ‘꼬돌남’(꼬시고 싶은 돌아온 싱글 남자) 등 우리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반영하는 신어들을 수록했다.

한국어 맞아?
아리송한 신어
 
이번 신어에는 특정 행동 양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무리를 가리키는 어휘가 27%(92개)나 됐다. 실속 있는 소비 경향과 관련된 ‘모루밍족’(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자세히 살펴본 뒤, 모바일 쇼핑을 하는 사람), 숨 가쁜 일상이 반영된 ‘출퇴근 쇼핑족’(출퇴근을 하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 따위로 쇼핑을 하는 사람) 등과 사회 경제적 문제를 반영한 ‘오포 세대’(생활고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주택 구입을 포기한 세대), ‘앵그리맘’(자녀의 교육과 관련한 사회 문제에 분노하여 적극적으로 그 해결에 참여하는 여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특정 부류를 가리키는 접사로는 ‘-족’ ‘-남’ ‘-녀’가 적극적으로 사용됐다. ‘앵그리맘’(당면한 사회 문제에 분노하는 엄마)과 같은 외래어를 기반으로 만든 신어의 비율도 64%로 높게 나타났다.
 

주제별로 살펴보면 사회·경제(24%, 80개), 통신(14%, 47개) 어휘가 많이 나타났다. 지속된 경기 불황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어려움을 반영한 ‘임금 절벽’(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데 반하여 임금은 오르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주거 절벽’(급격하게 오른 주거 비용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디 공포’(통화량의 축소에 따라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 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에 대하여 느끼는 공포) 등이 그 예다. 특히 우리 사회를 ‘일자리 절벽’ ‘재벌 절벽’ ‘창업 절벽’ 등으로 설명한 <절벽사회>(고재학 저)에서 유래한 ‘절벽’계 어휘들이 다수 등장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80%에 육박하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먹스타그램’(자신이 먹은 음식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일) ‘인생짤’(그 사람의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잘 나온 사진), ‘광삭’(빛의 속도와 같이 매우 빠르게 삭제함) 등 통신 관련 어휘들이 쏟아졌다. 음식 관련 어휘는 ‘맛저’(맛있는 저녁), ‘부먹파’(탕수육을 먹을 때 소스를 부어 먹는 사람의 무리) 등이 있다. 
 
교육 관련 어휘에는 ‘돼지맘’(교육열이 매우 높고 사교육에 대한 정보에 정통하여 다른 어머니들을 이끄는 어머니), ‘자동봉진’(자율 활동·동아리 활동·봉사 활동·진로 활동을 줄여 이르는 말) 등이 있다.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는 ‘고급지다’(고급스러운 멋), ‘심멎’(심장이 멎을 만큼 멋지거나 아름답다), ‘심쿵’(심장이 쿵할 정도로 놀라움), ‘핵꿀잼’(매우 많이 재미있음) 등의 긍정적 어휘와 ‘노관심’(관심이 없음) ‘극혐오하다’(아주 싫어하고 미워하다)와 같은 부정적 어휘가 나타났다.

사회 비추는
시대의 거울
 
이외에도 300개가 넘는 신조어가 있다. 그중에서도 사용빈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신조어의 용례를 픽션을 가미한 스토리로 풀어봤다.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 A씨가 ‘개총’(개강총회) 뒤 ‘개파’(개강파티)참석했다. ‘독강족’(아는 사람 없이 혼자 강의를 듣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학과 행사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을 알게 됐고 술자리에서 ‘두둠칫’(춤추면서 박자에 맞춰 몸을 가볍게 움직이는 모양) 다가갔다. 그녀에게 반해 ‘갠톡’(개인 카카오톡)을 시도했지만 현실은 ‘읽씹’(메시지를 읽고 나서 답장을 하지 않는 행위)이었다.
 
 
그래도 A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그녀를 갈망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듀얼성형’(두 군데 이상의 신체부위를 성형함) 미인이었다. 조금 실망했지만 ‘런피스’(원피스를 입고 러닝화를 신은 차림) 스타일이 무척 끌렸다. 뿐만 아니라 ‘놈코어’(지극히 평범한 옷이나 소품들을 이용해 자연스러운 멋을 표현함)는 기본이었고 ‘긱시크’(세련되고 지적이면서도 괴짜같은 느낌을 풍기는 패션 스타일) ‘꾸러기룩’(장난꾸러기처럼 활동적인 쾌활한 느낌을 주는 옷차림)과 ‘꾸러기템’(쾌활한 느낌을 주는 옷이나 소품)까지 소화해냈다.
 
갈수록 넘쳐나는 신조어…도대체 뭔 말?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사회현상 반영
 
A씨는 ‘썸’을 타지 않았지만 JTBC <마녀사냥>을 시청하며 그녀와의 ‘그린라이트’(상대방이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를 꿈꿨다. A씨는 그녀가 ‘꽃오빠’(외모가 꽃처럼 아름다운 오빠)를 좋아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러나 A씨는 ‘소금남’(피부가 희고 쌍꺼풀이 없으며 큰 키에 마른 몸매를 지녀 여린 소년의 느낌을 주는 남자) ‘옴므 파베르’(화장용품에 관심이 많은 남성)와는 거리가 있었다. 물론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A씨는 기본적인 패션센스도 ‘뇌섹남’ 기질도 없었다. 대충하고 다녀도 인기를 한몸에 받는 ‘완얼’(완성은 얼굴) 동기가 부러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껌딱지녀’(다른 사람에게 들러붙어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여자)였다. 남자친구가 잠시라도 붙어있지 않으면 안 되는 성향이었다. A씨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고민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인기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닥눈삼’(닥치고 눈팅 삼 개월)이 필수였다. 해당 게시판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글을 게시해도 반응이 없었다. 괜히 글 하나 잘못 썼다가 ‘빛삭’(빛의 속도와 같이 매우 빠르게 삭제함) 혹은 ‘광삭’(빛의 속도와 같이 매우 빠르게 삭제함)되기 십상이었다.
 
일단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로부터 ‘예스잼’(재미가 있음)을 이끌기 위해 ‘평타취’(평균과 비슷한 수준) 게시물을 올리며 존재감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고대짤’(너무 오래되어 더 이상 재미를 주지 못하는 그림이나 사진)이라는 둥 ‘저퀄’(질이나 수준이 낮음)이나 ‘발퀄’(품질이 뛰어나지 않음)이라며 ‘노관심’(관심이 없음)이라는 반응 일색이었다.
 
고민하던 A씨는 ‘어그로꾼’(인터넷 게시판의 성격과 맞지 않는 주제의 글이나 특정 대상에 대하여 악의적인 글을 습관적으로 올리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을 먹고 연예인 가십 글을 올렸다. 예상대로 뜨거운 반응이 나타났고 ‘극호감’(아주 좋게 여기는 감정)과 ‘극혐오’(아주 싫어하고 미워하다)가 명확하게 갈렸다. 그러면서 일부 연예인을 향한 마녀사냥이 시작됐고 ‘반도녀’(한국여자)라며 여성을 비하하기에까지 이르렀다. A씨의 어그로로 인해 인터넷 커뮤니티는 난장판이 됐다. 급기야 ‘고소미 드립’(즉흥적으로 상대방을 고소하겠다고 말하는 일)까지 넘쳐났다.

긍정·부정적
골고루 등장
 
이를 계기로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벗어나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녀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스트레스를 풀고자 ‘넌치’(저녁과 다음 날 아침 사이의 늦은 밤에 먹는 추가적인 식사) 때마다 ‘존맛’(음식이 매우 맛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메뉴를 즐겼다. 습관적인 넌치에 A씨의 몸은 갈수록 불었다.
몸이 무거워지자 게을러졌고 외출도 줄어들었다.
 

자연스레 ‘린백족’(의자나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등을 기대고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사람)이 돼 쇼핑도 집에서 즐겼다. 이후 물건을 더 저렴하게 구입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모루밍족’(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자세히 살펴본 뒤, 모바일을 통해 구매하는 사람)으로 발전하게 됐다. 여기에 한 단계 더 나아간 ‘바이슈머’(국내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싼 값에 물품을 사기 위해 수입상을 통하지 않고 해외의 인터넷 쇼핑몰 따위에서 직접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가 됐다.
 
 
A씨는 이런 식으로 다양한 물품을 수집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늘 외로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지인을 통해 귀여운 새끼고양이 한 마리를 분양 받았다. 이내 ‘냥스타그램’(고양이의 사진을 주로 올리는 인스타그램)에 빠지면서 방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후 A씨는 ‘갓수족’(경제 활동을 하지 않고 부모가 주는 용돈으로 직장인보다 풍족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은 시대)으로 전락했다.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등장하는 줄임말
자칫 소통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할라
 
대구에 사는 직장인 B씨는 여름이 오는 게 두렵다. 대구의 여름은 조금 과장하면 아프리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프리카’(여름에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높아 지나치게 더운 대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B씨는 ‘솔캠족’(혼자 산이나 들 또는 바닷가 따위로 나가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자 ‘나핑족’(밤에 야영을 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다가올 더위를 피할 방법을 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캠핑이 대중화되면서 ‘레티켓’(여가 활동을 하면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서 불쾌하다.
 
그러나 여성은 예외다. 레티켓이 좀 부족해도 예쁘면 ‘츤데레남’(겉으로는 퉁명스럽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남자)으로 변한다. 그리고 페이스북 주소를 알아내 ‘페메’(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낸다. 이런 식으로 접근해 지금까지 수십 번이고 ‘삼귀다’(아직 사귀지는 않지만 서로 가까이 지내다) 단계까지 발전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학부모 C씨는 소위 ‘돼지맘’(교육열이 매우 높고 사교육에 대한 정보에 정통해 다른 엄마들을 이끄는 엄마)이다. C씨의 아이들은 하루에 5개가 넘는 사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교육절벽’(과도한 교육비 지출로 인해 가정 경제의 부담이 과중되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은 피할 수 없다.
 
C씨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의 성적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들은 ‘덕통사고’(뜻밖에 일어난 교통사고처럼 어떤 일을 계기로 갑자기 어떤 대상에 병적으로 집중하거나 집착하게 됨)를 당해 공부와 담을 쌓게 됐다. 급기야 ‘덕밍아웃’(한 분야에서 지나치게 심취하는 사람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일)까지 했다. 비뚤어진 건 아니지만 답답했다.

지속적 사용시
사전등재 결정
 
딸은 더했다. C씨의 딸은 ‘자방세대’(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방송하는 세대)였다. 하루 온 종일 아프리카TV에서 ‘먹부심’(먹는 일에 대해 느끼는 자부심)을 부렸다. 치킨, 피자, 삼겹살 등 ‘위꼴샷’(위가 움직일 정도로 식욕을 자극하는 사진)을 올리며 별풍선을 받기도 했다. 딸은 ‘바이어트녀’(자전거를 타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여자) 등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주 시청자라며 자랑스러워한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는 다양한 신조어가 녹아 있다. 습관처럼 내뱉는 말 중에는 신조어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국립국어원은 매해 조사 전 12개월에 걸쳐 발간된 대중 매체의 언어를 대상으로 자동 신어 조사기를 활용하여 신어 후보 항목을 추출하고, 비속어 제외 등의 신어 선정 기준에 따라 그해 신어를 최종 선정한다. 이렇게 선정된 신어는 이후 지속적인 사용 양상을 관찰하여 사전의 등재 여부 및 표준어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앞으로는 어떤 신조어가 등장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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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