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①경남 하동군 홍소술·김동곤

다향 가득한 지리산에서 음미하는 ‘제다 명인’의 차 한잔

오랜 친구와 마주 앉아 고운 햇살 담긴 차 한잔 나누고 싶은 봄날이다. 좋은 차 한 모금을 머금으면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그 향기가 입안에 퍼져 거친 말을 뱉을 수 없고, 맑은 찻물을 내려다보며 마음까지 겸손해진다. 차 맛을 위해 평생을 바친 제다 명인을 만나러 하동 화개로 간다.

화개천·지리산 정기 받고 자라는 화개동 차나무
가장 좋은 찻잎 수확시기 ‘초세작부터 중작’

하동 야생차의 시작은 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828년(흥덕왕3) 당나라 사신으로 간 김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왔고, 왕은 지리산 화개동 일대에 심으라고 명한다. 이후 고려와 조선 시대까지 임금에게 진상하는 차가 화개동에서 재배되었다. 하동의 야생차를 ‘왕의 차’라 부르는 까닭이다.
지리산 화개동은 화개장터에서 화개천을 거슬러 오르는 곳으로, 지금도 양안의 산자락 곳곳에는 차나무를 키우고 찻잎을 덖는 다원이 있다. 섬진강과 화개천이 만든 안개를 먹고 지리산의 정기를 받아 향이 좋은 차를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곳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다원까지 20여곳에 이른다.
그중 화개제다는 화개동에 자리한 많은 다원의 원조라 할 수 있다. 홍소술 명인(농림수산식품부 지정 대한민국 식품명인 30호 죽로차 제조·가공 부문)은 1950년대 말 우연한 기회에 하동의 야생차를 마신 뒤, 부산에서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화개동으로 들어왔다. 마을 사람들에게서 높은 값으로 찻잎을 수매하고, 차나무 종자를 산에 심게 했다. 밭농사를 주로 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차나무를 심으며 화개동 일대가 야생차 밭이 되었고,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왕령으로 시작된
하동의 야생차

올해 86세인 홍소술 명인은 좋은 차나무를 구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찻잎을 따던 일을 어제 일처럼 기억한다. 찻잎을 덖은 100년 넘은 가마솥은 선친이 쓰던 것으로, 가보처럼 간직하고 있다.
쌍계제다는 하동 야생차의 명성을 전국에 알리며 다양한 전통차를 만드는 김동곤 명인(농림수산식품부 지정 대한민국 식품명인 28호 우전차 제조·가공 부문)이 운영하는 다원이다. 화개동 토박이로 1975년 쌍계제다를 설립하고, 차를 덖는 일뿐 아니라 차와 관련된 책도 여러 권 출간했다. 쌍계제다에서 만든 녹차와 전통차, 다양한 허브티와 한방 차는 티이즘(teaism)이라는 브랜드로 포장되어 전국 백화점에 매장을 두고 있다. 대기업의 차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좋은 차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찻잎을 수확하는 시기에 따라 곡우(양력 4월20일경) 전에 따는 초세작, 그 이후에 따는 세작, 5월 중순에 따는 중작, 그 이후에 따는 대작으로 나뉜다. 초세작부터 중작 정도면 좋은 차를 만드는 데 손색이 없는 것으로 친다. 귀한 대접을 받으며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초세작으로 만든 차도 덖는 과정에서 잘못되면 차 맛을 버리고, 중작도 잘 덖으면 맛과 향이 좋은 차가 된다.
제다 과정의 기본은 똑같다. 달군 솥에 차를 덖고 멍석으로 옮겨 비비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날씨와 찻잎의 수분 함량에 따라 덖는 횟수가 달라진다. 마지막 과정(끝덖음)은 차의 향을 결정짓고, 오래 보관하고 마실 수 있게 하므로 가장 중요하다. 찻잎을 덖는 제다 명인의 손끝에서 새 생명을 얻어 비로소 향기로운 차 한 잔이 완성되는 것이다.

차 덖기·다례체험 가능한 하동 차문화센터
섬진강 백릿길 하동야생차 구간 걸으며 ‘힐링’


명인들이 운영하는 다원에서는 부담 없이 차를 마실 수 있는 시음장도 마련된다. 차의 깊은 맛을 구별하는 것은 오랜 경험이 있어야겠지만, 차 한 잔에 담긴 정성을 느끼는 것은 열린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칠불사는 101년 가락국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암자를 짓고 수도하다가 성불했다는 전설이 짓든 고찰이다. 다도 이론을 정립하고 차 문화를 꽃피운 초의선사가 이곳에 머무르며 책을 쓰고, 그 유명한 <동다송>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쟁으로 소실되었다가 복원된 아자방지(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 144호)와 대웅전 뒤편으로 조성된 야생차 밭이 눈길을 끈다. 

하동 차 시배지에 가면 화개동 일대에 처음 차나무를 심은 김대렴 공의 추원비가 있다. 언덕을 따라 심긴 차나무 사이를 걸으며 초의선사의 <동다송>을 음미하고,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화개천 물줄기를 조망하는 즐거움도 누려보자. 

차 시배지 아래 자리한 하동 차문화센터는 하동 차 재배의 역사를 비롯해 차를 우려 마시는 다구 등을 전시한 차문화전시관과 차체험관으로 구성된다. 차체험관에서는 차 덖기를 비롯해 떡차 만들기, 다식 만들기, 다례 체험 등이 상시 진행되어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원에서 마시는
따뜻한 차 한잔

차와 찻잔은 불가분의 관계다. 좋은 찻잔은 차의 떫은맛을 부드럽게 만들고, 찻잔의 촉감과 시각적인 아름다움까지 더해 오감을 즐겁게 한다. 진교면의 백련리도요지는 조선 시대 가마터로, 임진왜란 당시 이곳에 살던 수많은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갔다고 전해진다. 일본이 국보로 자랑하는 이도다완의 원류를 백련리 일대로 보는 이들도 있다.
지금도 여러 도예가들이 백련리 일대에 자리 잡고 혼을 담은 도예 작업을 한다. 그중 길성도예는 일본까지 명성이 자자하다. 폐교된 초등학교에 작업 공간을 마련하고, 평생에 걸쳐 작업한 도예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 ‘길’과 차를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한옥 다실을 지었다. 차와 그릇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그윽한 다향을 음미할 수 있다.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 하동 구간은 화개장터에서 하동송림공원이 있는 섬진교를 잇는 약 21km 길이다. 총 네 구간으로 나뉘며, 구간마다 특색 있는 이야기를 담아 조성되었다. 화개장터에서 녹차연구소까지 야생차 구간(3.2km)은 대숲과 야생차 밭이 어우러진 강변을 따라 걷는 길이다. 향기로운 차를 마시고 부드러운 강바람을 맞으며 하동의 봄날이 깊어간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칠불사→쌍계사→차 시배지→하동 차문화센터→쌍계제다→화개장터→화개제다→백련리도요지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 칠불사→쌍계사→차 시배지→하동 차문화센터→쌍계제다→화개장터→화개제다→백련리도요지
· 둘째 날 :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 걷기→하동송림공원

관련 웹사이트
· 쌍계명차(쌍계제다) www.sktea.com
· 하동 문화관광 http://tour.hadong.go.kr
· 칠불사 www.chilbulsa.or.kr

문의 전화
· 쌍계제다 055-884-8100
· 화개제다 055-883-2233
· 칠불사 055-883-1869
· 하동 차문화센터 055-880-2895
· 길성도예 055-883-8486
· 하동군청 문화관광과 055-880-2377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구례구역 : KTX 하루 2회(05:20, 13:50) 운행, 약 3시간 소요. 구례구역에서 구례-구룡 농어촌버스 승차, 구례터미널 정류장에서 구례-중한치 농어촌버스로 갈아타고 하천리 정류장 하차, 약 1시간5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남부터미널-화개시외버스공용터미널 : 하루 10회(06:30~22:00) 운행, 약 3시간50분소요.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02-521-8550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www.busterminal.or.kr

자가운전
순천완주고속도로 구례화엄사 TG→산업로 따라 약 7.8km 진행→하동·화엄사·마산·토지 방향 우측 도로→구례로 따라 약 14.9km 진행→화개삼거리에서 쌍계사 방향 좌회전→화개로 따라 약 280m 진행→쌍계제다 시음 공방

숙박
· 쉬어가는누각 : 화개면 화개로, 055-884-0151
· 최참판댁숙박체험동 : 악양면 평사리길, 055-880-2384
· 수류화개 : 화개면 쌍계로, 055-882-7706, www.sooryu.co.kr
· 고궁모텔 : 하동읍 중앙3길, 055-884-5100

식당
· 섬진강횟집 : 참게가루장국, 하동읍 섬진강대로, 055-883-5527
· 수석원식당 : 영양돌솥밥, 화개면 석문길, 055-883-1716
· 동흥식당 : 재첩국, 하동읍 경서대로, 055-884-2257
· 하동솔잎한우플라자 : 한우구이, 고전면 하동읍성로, 055-884-1515
· 태봉식당 : 매운탕·참게가루장, 화개면 화개로, 055-883-2466

축제와 행사
· 하동야생차문화축제 : 2015년 5월22~25일, 화개면·악양면 일대, 055-880-2377, http://festival.hadong.go.kr

주변 볼거리
불일폭포, 청학동, 삼성궁, 평사리공원오토캠핑장, 화엄사, 청매실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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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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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